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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112화 (113/219)

112화

혼자서 구울과 맞서 싸우던 이노스는 갑자기 튀어나온 빌헬름 후작이 그를 도와주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하늘에서 자네인과 글러티나가 뚝 떨어졌고, 잠시 같이 있다가 오싹한 느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달에서 굉장히 수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혹시 그 혼자만 느낀 건가 싶어 주변을 돌아보니, 굉장히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린 빌헬름 후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더니 빌헬름 후작이 글러티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만 그에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훌쩍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그의 어깨를 자네인이 툭툭 두드렸다.

“정신 차리세요. 괜찮을 겁니다.”

“아, 네…”

일단 이 근방 구울들은 모두 정리가 됐으니 근처를 경계하기만 하면 된다며 이노스는 자네인과 함께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또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구울에 주의했다.

그리고, 달에서 흘러나오던 음산한 기운이 사라지자 이노스는 안도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진 모르겠지만 잘 해결돼서 다행이었다.

“대체 뭔 일인지…”

그리고 빌헬름 후작은 또 어딜 가버린 건지. 이노스가 열심히 투덜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턱하고 올렸다.

“으헉?!”

“조용히 하십시오.”

“누, 누구세요?!”

“흠.”

본모습으로 돌아온 티아마티스를 보고 이노스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 반응에 티아마티스는 빤히 이노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런 띨띨한 놈한테 맡겨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진 티아마티스였지만 이미 악마 계약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므로 조용히 넘어가긴 글렀다. 어쩔 수 없다며 그는 이노스의 양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이노스 황자.”

“절 아세요?”

“…빌헬름 후작은 오늘 죽은 거로 칩시다.”

“네??”

“목숨 바쳐 황자를 지키다가 괴물들에게 찢겨 죽었다고 하죠.”

“그… 누구세요? 빌헬름 후작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인데요.”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혹시 숨겨둔 자식? 아야야야!!”

이노스의 헛소리에 티아마티스는 아직 솜털도 안 빠진 애송이인 황자의 뺨을 잡아 늘였다.

놔달라는 비명에도 꿋꿋이 몇 초 더 붙잡고 있다가 손을 놓고 그가 말했다.

“할 거야 말 거야?”

“뭘 할건지부터 말해주라구요 좀!!”

“마법. 괴물들 몽땅 쓸어버리고 황성은 지킬 마법.”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써요?!”

“각성.”

“네?”

“각성했다고 거짓말해. 위기에 몰리니 잠재력이 깨어났다고 해라.”

“그거 사기잖아요.”

“죽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해라.”

살벌한 표정과 기세에 이노스는 입을 꾹 다물고 울상을 지었다.

반협박이었지만 하지 않겠다고 거절하기엔, 정체불명의 저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건가 싶었다.

이노스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티아마티스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런 그에게 자네인이 말을 걸었다.

“그… 천천히 하죠. 이노스 황자로서는 따라가기 어려운 이야기일 테니까요.”

“하아-”

“뭐, 뭐예요. 아는 사이예요?”

“말하자면 복잡합니다.”

“나중에 이야기해. 마법부터 준비한다.”

“네에…”

“상대는 악마가 뒤를 봐주고 있는 그의 대리인이다. 우리가 직접 나서진 않을 테지만 방해쯤은 할 수 있을 테고. 복수는 제 손으로 하는 거니까.”

이노스는 티아마티스의 말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풀이 팍 죽은 그를 보며 한 번 더 한숨을 쉬곤, 티아마티스는 이노스에게 손짓을 했다.

“자, 네가 써야 할 마법의 식은 이런 식인데-”

“으으…”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이노스는 티아마티스가 시키는 대로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굉장히 규모가 큰 마법이라 티아마티스가 원하는 만큼의 출력을 내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마력이 필요했다.

이노스의 마력이 그에 따라줄 수 없으니 최대한 보조해줄 연산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바닥의 돌가루며 구울 시체들을 치우고 이노스는 무릎을 꿇고 검으로 바닥을 긁어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그러던 중 비셰와 사샤가 도착했다.

“자네인 씨-”

“비셰! 무사했어?”

“겨우 살았어요. 프라우디에랑 글러티나 씨가 와주지 않았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비셰는 몸을 떨었다.

그런 그와는 달리 사샤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다만, 그녀는 반파된 이노스의 궁을 보며 한마디 했다.

“오라버니의 궁, 되게 심각하게 망가졌네요.”

“그러게요. 가까이서 보니까 더 심해요.”

“뭐, 공사하는 동안 특별히 제 궁에서 머물게 해주죠.”

“제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한 건데…”

“거기 글자 삐뚤어졌잖아.”

“흐흑.”

티아마티스의 핀잔에 이노스는 훌쩍이면서 마법진을 마저 그렸다.

바닥을 긁어서 그리는 마법진이라 조금이라도 삐뚤어지면 뒤에서 티아마티스가 칼같이 알아차리고 혼을 냈다.

혼자서 쪼그려 앉아 마법진을 그리는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었지만 안타깝게도 티아마티스 말고는 그 누구도 이노스에게 그 이상의 관심을 주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무언가가 난입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이노스에게 집중할 수가 없어서였다.

***

글러티나와 프라우디에는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뱀파이어들과 맞서 싸웠다.

정확히는, 프라우디에가 글러티나를 보조하는 식이었다.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할만한 게 머리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머리가 부서진 뱀파이어들은 그대로 후두둑, 조각이 되서 낙하했다.

프라우디에는 검은 창을 소환해서 마구잡이로 그것을 던져 뱀파이어를 맞췄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서 정확히 머리에 맞출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정작 뱀파이어들을 소환한 장본인은 따분하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조바심이 났다.

“글러티나 씨, 괜찮으시겠어요?”

“일단 해봐야지.”

저대로 두면 저들이 세자르 영지로 가서 카이엔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그곳은 지켜야 할 것이 워낙 많으니 차라리 남의 집 앞마당인 황성에서 대판 싸우는 게 나았다.

이대로 계속 베어나가다 보면 이베리카의 목전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글러티나는 뱀파이어들을 베어나갔다. 중간중간,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지만 이미 죽어 괴물이 된 것을 알기에 손속을 두지 않았다.

이베리카는 말없이 두 사람이 그가 소환해낸 뱀파이어들과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복수는 다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죽은 혈족의 복수를 위해 글러티나가 다시 나타났다.

그저 숨죽이고 살았다면 편했을 것을. 그랬다면, 그 역시 남은 뱀파이어를 찾지 않았을 텐데.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했던가.’

이래봤자 아무 쓸모도 없다고, 그의 손에 죽은 누군가가 말했다.

참으로 멍청한 소리였다.

그렇다면 그들 역시 본인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뿐이고 그들의 악행이 그라는 악행을 만들어낸, 아주 자연스러운 순리일 뿐인데. 그들이 만들어낸 복수자가 바로 그가 아닌가.

아마 글러티나 모스피아까지 없애고 나면 복수는 끝날 것이다. 남은 건 악마와의 약속대로 그를 위해 싸워주는 것뿐이었다.

그와 계약한 악마는 파괴 행동을 아주아주 좋아하기에 그가 뱀파이어 가문 하나를 부술 때마다 굉장히 기뻐했다.

복수를 끝냈다고 생각하니 그는 더 큰 사건을 일으켜보자고 했다. 겔로스에서 나타난 사령 기사가 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에 감명을 받은 건지, 제국을 부숴버리자고 제안했다.

가장 어린 황녀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귀족들을 독에 전염시켜서 난장판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볼까.’

여기서 구경하는 것보단 다른 곳으로 가서 뭐라도 하는 게 계약한 악마가 원하는 것일 테지.

몸을 돌려 그곳에서 떠나려는 이베리카를 향해 글러티나가 외쳤다.

“거기서-!!”

“…음.”

그 많은 것들을 거의 다 해치웠다. 아무래도, 그의 상념이 꽤 길었었나 보다.

하나 그가 먹어 치운건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그림자에서 아까보다 더 많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뱀파이어도 있지만, 인간도 섞여 있었다.

익숙한 모습을 한 괴물들을 보고 글러티나는 멈칫했지만 이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더이상, 죽은 이를 모욕하지 마라.”

조종당하는 뱀파이어들은 괴성을 지르며 글러티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촘촘한 검은 그물이 펼쳐졌다.

프라우디에가 흑마법으로 짜낸 그물이 뱀파이어들을 휘감았고 글러티나는 한데 뭉친 그것을 밟고 도약해 이베리카의 앞까지 도달했다.

뱀파이어들을 프라우디에에게 맡기고, 그녀는 조종자와 싸우려는 것이었다.

그의 앞까지 온 글러티나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이베리카도 손을 쓰려고 했다.

두 사람이 맞붙으려는 순간, 시야가 암전되었다.

순식간에 빛이 사라지면서 사방이 어둠에 잠겼다.

“…이런.”

“하.”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은 짧은 탄성을 냈다.

함정에 빠졌다.

그리고 이건, 서로가 한 짓이 아니었다.

제삼자가 개입한 것이었다.

***

중간중간 훌쩍거리면서 손이 늦어지던 이노스였지만 티아마티스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그러던 중 이노스가 비틀거리면서 쓰러졌고 자네인과 사샤도 실 끊어진 인형처럼 정신을 잃었다.

멀쩡한 건, 티아마티스와 비셰 뿐이었다.

비셰는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티아마티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데서 끼어드는군… 한 놈만 있는 게 아니었나.”

“네??”

“너는 느낄 수 있을 텐데.”

“그, 그치만 저는 아는 게 없어서…”

익숙한 정신 조작에 비셰는 말끝을 흐렸다.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티아마티스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그가 느낀 게 사실이라는 말이었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를 보며 혀를 차고 티아마티스는 쓰러진 세 명을 보호하며 허공을 향해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죄송하게 됐습니다, 위대하신 드래곤이시여.”

“입에 발린 소리는 집어치우고. 뭘 꾸밀 생각이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굉장히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밤하늘에 흩어지는 밝은색의 머리카락에선 빛이 나는 것만 같은, 그런 미인이었다.

비셰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깜짝 놀라 그가 외쳤다.

“리…릴리트!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아아, 오랜만이구나. 그야 이곳이 격전지이기 때문이지.”

릴리트라 불린 그녀는 매력적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꺼번에 해치울 기회가 왔단다. 더불어, 이쪽 말고도.”

“네?”

“너는, 정말 모르는 거니 모르는 척하는 거니.”

안쓰럽다는 얼굴과 목소리였다. 비셰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가 간 탓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비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당신이… 언제부터, 악마와 친했다고…”

“이번은 좀 특별하니까. 마왕이 바뀐다면 우리도 몸 사릴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아스모데우스께서 우리가 협조한다면 보다 나은 삶을 약속하셨다.”

“당신이, 계약자인 건가요?”

“그래.”

몽마들의 왕까지 악마의 대리인으로 나서는 건가. 비셰는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몽마는 다른 악마들에 비하면 세력도 적고 힘도 약해서 다른 악마의 밑으로 들어가 하수인 노릇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몽마였고 그의 자취 따윈, 왕인 릴리트 정도면 알아차리고도 남았다.

카이엔이 위험하다.

그는 제국을 떠나 카이엔에게 의탁했고 카이엔은 그런 그를 받아주었는데. 그 때문에 카이엔의 위치가 들통난 거다. 게다가, 지금은 카이엔의 곁을 지키던 이들 중 세 명이나 제국에 있지 않은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비셰가 입을 열었다.

“…쉽진 않을 거에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분명, 그는 약한 편이지만 그 주변인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몽마인 그가 당황할 정도로 거센 환상 속에서도 멀쩡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카이엔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카이엔은 괜찮을 것이다.

확신을 담아 비셰는 릴리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 시각 가르간트의 세자르 영지.

늦은 밤이었다. 카이엔은 평소와 같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기에 잠꼬대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자고 있었다.

그런 그의 방에 스르륵 모습을 드러낸 자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붓으로 색을 칠하듯, 모습이 나타난 이는 소리 없이 침대로 다가가 카이엔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 손을 붙잡았다.

“좋지 않은 목적으로 방문한 밤손님인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이신지.”

“!!”

카이엔의 침대 옆에 있던 바이스는 붙잡은 이의 팔에 힘을 주면서 고개를 내밀었다.

침대에 드리워진 커튼 뒤에 몸을 감추고 있었던거다.

정체를 들키자 침입자는 도망치려고 했다. 바이스가 붙잡고 있는 팔이 안개처럼 흩어지면서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 순간 바이스는 품에 감추고 있던 나이프를 던져서 침입자에게 맞추었다.

축성한 은으로 만든, 특수 제작한 물건이었다.

성물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성력이 담겨있는 물건이었다.

방안은 굉장히 어두웠지만 바이스는 정확히 침입자의 등에 나이프를 꽂아 넣었다.

“좀 싸울 줄 아는 몇 명이 빠져나가니, 조금은 위험할 거라 판단했습니다만.”

여유 있게 웃으면서 바이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누군지는 모르겠네요. 차분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그의 품에서 또 다른 나이프를 꺼내어 손에 들고, 바이스가 미소를 지었다.

뒤이어 다른 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남녀가 섞인 암살자 같은 모습이었지만 바이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암살자 따윈, 카이엔을 지키면서 질리도록 본 족속들이었다.

보통 인간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 것 같진 않았다.

정체를 들켰음에도 암살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적이 한 명뿐이라고 여긴 건지 바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를 향해 날아드는 날붙이를 피하며 바이스는 나이프를 던지고 숨겨놨던 검을 뽑아 암살자를 베었다. 검에도 무슨 처치를 한 건지, 베인 상처가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 갔다.

“크윽!”

“이런 놈이 있었단 말은 못 들었는데…!!”

“댁들이 누군지 대충은 짐작이 가네요. 이미 실험해본 전적이 있는지라.”

그 웃음에 암살자들은 몸을 떨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분위기가 음산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몽마들이 인간인 우리 왕자님께 무슨 일이십니까? 설마하니, 이 많은 숫자가 고작 한 사람 정기 빼먹겠다고 온건 아닐 테고. 한 입씩만 해도 우리 몸 약한 왕자님은 죽을지도 모르는데.”

“…헛소리하지 마.”

“음? 언제 깨셨나요?”

“그렇게 칼질을 해대는데 안 깰 리가 없잖아…”

카이엔은 한숨을 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머리맡에 있던 소금이를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올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금이는 작은 몸을 웅크린 채 끙끙거리고 있었다.

네 명이 제국으로 떠난 뒤, 바이스는 무슨 일이 있을 거라면서 그날 밤부터 쭉 그의 침실에서 잠복했다. 밤을 새운 주제에 낮에도 함께 다니려고 해서 억지로 쉬게 하고 낮에는 글라스를 데리고 다녔었다.

솔직히,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카이엔은 바이스의 예상이 들어맞자 한숨을 푹 쉬었다.

“이 쪼그만 녀석이 내가 꿀 악몽을 다 꾸고 있는 모양인데, 얼른 해결해줘.”

“그러죠. 아, 죽여도 됩니까? 피 튀기진 않을 것 같은데.”

“맘대로 해. 언제, 내 말 들은 적이 있던가?”

“하하하.”

안 그래도 웃으면서 칼질하고 있지 않았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카이엔은 침대 옆의 서랍 위에 놓인 종을 울렸다.

나지막이 울린 종소리에 방의 촛불들이 모조리 켜졌다. 미리 그리델라가 마법을 걸어놔서였다.

이번에 그를 죽이기 위해 온 암살자는 몽마였다.

조용히 처리할 생각이라, 카이엔은 이미 한번 재워진 사람들을 한 번 더 재울 셈으로 종을 크게 세 번 울렸다. 그러자 밖에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인어가 부르는 자장가였다. 물론, 그들에겐 소용없었지만 이미 잠들어있는 저택 사람들에게 좀 더 깊은 잠을 안겨주는 데에는 충분했다.

“…비셰가 걱정인데.”

“흠? 지금이 남을 걱정할 때입니까?”

“넌… 걱정하려야 할 수가 없어.”

카이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바이스는 몽마들을 보았다.

카이엔을 죽이기 위해 온 자들이니, 분명히 이 대리전과 관련이 있는 인물의 수하일 게 뻔했다.

혼자가 아니란 건 저쪽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여기서 다 없애버릴 수도 있겠지만…”

바이스는 힐끗 몽마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그에게 쏠려있었다.

정신조작을 시도하는 모양인지, 시야가 흐릿했지만 바이스는 내색하지 않았다.

“돌아가시죠. 누구 사주를 받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없애버릴 줄 알았는데.”

“그야, 비셰 씨 친구일 거 아닙니까.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죠.”

“어… 그래.”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스는 몽마들을 보내준다는 게 진심이었던 건지 검을 거두었다.

그 모습에 몽마들은 서로 눈빛으로 의견을 주고받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흠. 비셰 씨는 저런 마법 못 쓰던 것 같던데.”

“…잘 있을지 모르겠네.”

부쩍 걱정 되어서 카이엔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직도 깨지 못한 소금이를 툭툭 건드려서 깨웠다.

“끼잇…!”

- 크허! 뭐,뭐냐!!

“깼어? 괜찮아?”

- 뭔진 모르겠지만 괴상한 꿈을 꾼 것 같다!!

“어… 그래. 괜찮으면 다시 자.”

- 인간 넌 어떠냐? 무서운 거냐? 이 몸이 같이 있어 주겠다. 그러니 걱정 마라!

“…네가 옆에 있으면 더 신경 쓰여서 못 잘 것 같은데.”

자다가 깔아뭉개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는 머리맡에 소금이를 두지 않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소금이가 있던 걸로 봐선, 새벽에 바이스가 조심스럽게 베개 옆에 둔 것 같고.

카이엔은 의자를 가져와서 그 위에 상자를 올리고, 손수건을 깐 뒤 소금이를 올려놓았다.

“너도 돌아가.”

“아침까지 곁에 있겠습니다.”

“내일부턴 너 없어도 되겠다.”

“아뇨. 네 분이 오실 때까진 계속하겠습니다.”

“괜찮을 것 같은데…”

바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밤새 옆에 있겠다는 말에 카이엔은 알겠다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세자르에 얌전히 있는 그에게 난데없이 암살자로 몽마들이 다가왔다.

비셰가 돌아오면, 물어볼 게 아주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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