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이노스는 글러티나 일행을 불러모았다.
밤샘을 했을 텐데도 다들 피곤한 기색은 없어 보였지만 이노스는 굉장히 미안해하며 말을 꺼냈다.
“음, 다들 일찍부터 불러모아서 미안해요. 식사라도 하면서 같이 이야기할게 있어서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네. 이번에 새로 파견한 조사단에 마법사가 있었던 건 다들 아시죠? 그런데 괴물에게 습격당했다는 걸 끝으로 연락이 끊겼어요. 그것 때문에 어젯밤 급하게 마탑에서 찾아왔고요.”
“괴물…”
비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반면, 글러티나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
“네가 보낸 마법사들이 약한 게 아니라, 괴물의 수가 많았나 보군.”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감염되어서 태양 빛에 약한 녀석들일 거다. 피를 빨고 감염을 시킨 우두머리의 명령을 따르는 부하들이나 마찬가지일 테지. 어두울 때 나타났을 테고.”
“조사단이 마을에 도착한 게 저녁 무렵이라서 더 피해가 컸을 겁니다. 움직이느라 마력 소모도 있었을 테니까요.”
“습격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고요.”
“확인해야겠다.”
글러티나는 단숨에 결정했다.
괴물의 등장, 인간들의 피해.
더는 이노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어서였다.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가봐야겠어. 그곳에 가서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괜찮겠어요?”
“아마도. 황녀를 지키는 것에 손을 뗄 수는 없으니 비셰를 두고 갈게.”
“네? 저 두고 가는 거에요?”
글러티나의 말에 비셰가 깜짝 놀라 외쳤다.
그 반응에도 글러티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 명이라도 곁에 있는 게 나아.”
“으… 괜찮을까요? 저 약한데. 뱀파이어나 그 수하에게 최면 같은 게 통할지도 모르겠고.”
“정 안되면 성물로 지져버려.”
“엑.”
아무리 그래도 몽마도 악마 계열인데.
뱀파이어를 해치우려고 성물을 들었다간 비셰가 먼저 신성력에 화상을 입는 건 아닐까.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뱉지 않았다.
이 중에서 가장 무력이 약한 건 비셰였지만 글러티나가 다른 이가 아닌 비셰를 두고 가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즉시 첨언을 했다.
“넌 모습을 바꿀 수 있으니 여성체로 황녀의 옆에 있으면 돼. 그리고 황녀가 이상한 꿈을 꾼다고 해도 몽마인 너라면 간섭해서 알아낼 수 있을 테고.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난다면 누가 그녀를 물었는지도 알 수 있을 거야.”
“맞는 말이긴 하네요. 그럼 한 명 빼고 다 가는 건가요?”
“응.”
“네. 일단 저희는 인간이 아니고 마법도 쓸 수 있으니까, 그 조사단보다 빨리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힘을 좀 쓰면 된다며 프라우디에가 말했다.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글러티나와 프라우디에, 자네인은 즉시 실혈증의 초기 근원지면서 조사단의 소식이 끊긴 마을로 향하기로 했다.
혼자 남게 된 비셰는 이노스와 함께 사샤의 곁을 지키게 되었다.
남성체 모습으론 황녀의 가까이 있을 수 없었기에 비셰는 여성체로 모습을 바꾸어서 호위하기로 했다.
남성체와 비슷하지만 좀 더 화려한 외모로 변한 비셰를 보고 이노스가 물었다.
“여기서 모습을 더 바꿀 수 있는 거에요?”
“마법 쓰면요.”
“흐음.”
“왜 그러세요?”
“너무 눈에 띄는 미인이어도 걱정돼서요. 괜찮으려나…”
“황녀님 궁에 자주 오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요양 중이고.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면 좋겠네요.”
이노스가 손을 써서 비셰를 사샤의 시녀로 옆에 붙여두기로 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실혈증 사건 때문에 사샤를 근거리에서 호위할 사람이 필요해서 데려왔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다행히 사샤는 거부감없이 이노스의 제안에 동의했다.
“오라버니가 너무 부산스러워요.”
“엥… 제 걱정을 겨우 그 정도 취급 하는 거에요?”
“무사히 깨어났으면 된 거잖아요. 그것보다, 다른 환자들이 더 걱정이죠.”
“제 여동생은 마음씨도 참 착하다니까요. 그걸 해결하려고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당신은 회복에만 전념하세요.”
저녁 무렵까지 사샤의 방에서 함께 있던 이노스는 날이 저물자 걱정하면서도 제 거처로 돌아갔다.
그 뒤에야 사샤는 비셰와 단둘이 방 안에 남게 되었다. 이노스가 대충 소개해줬지만 그걸로는 모자라다고 느꼈던 건지 사샤가 물었다.
“저번에는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알고 계셨어요?”
“응.”
“카이엔 왕자님께 신세 지면서 세자르에서는 요리 공부를 하고 있어요. 비셰라고 합니다. 몽마예요.”
“아, 그래? 그래서 모습이 막 바뀌나?”
“그런 셈이에요. 황녀님 가까이 있으려면 아무래도 여성체 쪽이 더 나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사샤는 가만히 턱을 괴었다.
남성체일 땐 굉장한 미남이었던 몽마는 여성체로 변하니 이번엔 또 엄청난 미인이 되어있었다.
황녀로 지내면서 파티에만 참석해도 열심히 치장하고 꾸민 미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비셰는 별로 꾸민 것 같지도 않은데 그들보다 월등히 아름다웠다. 인간이 아니어서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샤를 보고 비셰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그나저나 뱀파이어가 왜 날 물었을까? 나는 궁에만 있었는데.”
“그런 녀석의 의도 따윈 알게 뭐예요. 그냥, 어린 여자애가 있는 침실에 숨어든 변태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 말도 맞네.”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거람.
아무래도 궁에 마법적 처치를 해야겠다며 사샤는 팔짱을 꼈다.
오빠인 이노스가 마법 공부를 하고 있으니 무상으로 해주라고 부탁한다면 해줄지도 모른다. 물론, 실패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녀가 듣기로는, 그녀의 오라버니는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재능이 발휘되는 폭이 너무 좁아서 마법이 성능이 들쭉날쭉하다고 했다.
마탑 지붕을 날려 먹을 뻔했다고 했던가.
마력을 조절하지 못해서 폭주 조짐이 보였을 때 보다 못한 마탑주가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켜서 무사히 넘어갔다고 했다.
아마 마탑의 마법사들도 이노스를 들인 걸 후회하고 있을 거다. 저번에는 무수히 많은 반짝이 가루를 흩뿌려서 2주 내내 청소만 했고 재채기를 하면 코에서 반짝이 가루가 나왔다고 하기도 했으니까.
비셰를 빤히 쳐다보며 사샤가 입을 열었다.
“멍청한 오라버니는 나한테 상의도 없이 자기가 잘못되면 그쪽 왕자님한테 안전을 부탁했으니 가르간트로 가라더라. 진심이었을까?”
“으음,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가벼워 보이시지만 진지할 땐 진지하신 분 같아요.”
“난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그때 얼굴을 한번 보긴 했지만 그거 말곤 없었단 말이야.”
“좋은 분이셔요. 아닌 척하면서도 상냥하고, 사연을 가진 이종족들도 곁에 두고 보살피고. 그러면서도 본인이 위험해질 것 같은 일이 생기니까 괜히 말려들어서 다치지 말라고 저희를 밀어내려고도 했어요.”
“위험한 일?”
“그런 게 있어요.”
마왕 대리전에 대한 걸 말할 수 없어서 비셰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사샤는 그 웃음의 의미를, 가르간트 내의 왕위 계승에 관한 싸움으로 이해했다.
“저도 피신하러 왔다가 성에서 요리 배우고 있거든요. 아직 밑 재료 다듬기랑 설거지밖에 못 하지만요.”
“몽마라면서?”
“그쪽에선 쓸데가 없는 힘이거든요. 전속 시녀라도 될까 했는데 바이스 씨가 요리나 하라고 떠밀었어요.”
“흐음.”
“저희 왕자님께 관심이라도 생기셨나요?”
“그냥 물어봤어. 조금 궁금했을 뿐이야.”
생각해보면, 카이엔의 곁에는 꽤 매력적인 이성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엔은 아직 미혼이었으며 공식적인 연인도 약혼자도 없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비셰만 봐도 굉장한 미녀인데 세자르에선 남성체로 지내면서 채소나 다듬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사람이라 이노스도 그에게 여동생을 맡긴다고 한 걸지도 몰랐다.
“…나 잘래.”
“네. 안녕히 주무세요.”
사샤가 침대에 눕자 비셰가 이불을 덮어주었고 근처의 의자에 앉아 곁을 지켰다.
피곤했던 모양인지 사샤는 금세 잠이 들었다. 아닌 척하려고 해도 실혈증 때문에 정신을 잃었던 동안 몸이 약해진 탓이었다.
가장 권력이 적은 제국의 막내 황녀.
그런 그녀를 수족으로 삼아서, 뱀파이어는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걸까?
비셰는 범인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왠지, 글러티나만 관계 되어있는 게 아닐 것만 같았다.
‘나는 전투 능력이 없어.’
꿈과 환상을 조종하는 몽마.
모든 몽마가 전투력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유독 약했다. 정신을 조작하는 마법에는 능숙했지만 전투력은 거의 없었다. 쓸 일도 없었을뿐더러, 재능도 없었다.
하나 지금 카이엔은 마왕 대리전이라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마왕 자리를 누리는 악마들의 힘을 받은 계약자들이 날뛰는 난전에 과연, 그녀의 힘이 도움이 될까.
카이엔의 옆엔 강한 사람들이 많고 그의 시종인 바이스도 엄청나게 강하니까 아마 그녀는 쓸모가 없으리라.
‘게다가 그 사람은 트라우마조차도 없는지, 끔찍한 환상에 걸렸어도 멀쩡했지…’
다들 비틀거리고 쓰러지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던 아수라장에서도 바이스만은 평온했다.
인간이 맞는 것 같긴 한데, 당최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아침이 오자 다른 시녀들이 와서 사샤의 시중을 들었고 비셰는 한발 물러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애초에 그녀는 누군가의 시중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자신 없는 분야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상책이었다.
사샤가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식사 하고 난 뒤 비셰는 그녀와 함께 글러티나가 써주고 간 뱀파이어를 막는 법을 다시 한번 암기했다.
[인간들의 지식과는 달리 고위 뱀파이어는 태양 빛 아래에도 멀쩡하다.
글러티나의 사례도 있으므로 이것은 이해하기 쉬웠다.
그 혈족의 대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태양 빛과 은에 큰 피해를 입는다.
이건 시험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글러티나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겠지.
다만, 감염된 구울의 경우엔 일광 아래에서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저런 첨언을 붙여가면서 사샤는 주의사항을 읽었다.
[구울에게 물려도 감염은 되지 않는다. 이땐 물린 자리에 의한 출혈이나 세균 감염에만 주의하라.
뱀파이어에게 물렸다고 해서 바로 뱀파이어가 되지 않는다. 특유의 ‘독’이 주입되거나 그 피를 마셔야 한다.
뱀파이어는 어둠의 종족이므로 신성에 의해 큰 피해를 입는다. 성물을 가까이 두어라.]
이노스가 가져온 성물을 힐끗 보며 사샤가 말했다.
“오라버니가 뺏어왔을 것 같아.”
“으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황자가 내놓으라고 요구하니 신전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내보내도 괜찮은 걸 하나 줬겠지.
성물이 있는 방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셰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걸 봐선 성능은 별로일지도 몰랐다.
“없는 것보단 낫겠지?”
“아마도요?”
“뭐야 그게. 내 의견에 동의만 하지 말고 네 생각도 좀 말해봐.”
“제 생각도 그래요.”
비셰의 대답에 사샤는 피식 웃었다.
이노스가 그녀의 안전에 대해 어찌나 부산을 떨었는지, 그녀는 몸이 많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궁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항상 비셰가 그녀의 뒤를 따랐으며 그녀가 자고 있을 때도 옆을 지켰다.
이노스의 보증하에, 황녀의 가장 가까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생긴 것이었다.
막내이긴 해도 황녀. 그런 황녀의 곁에 신분도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것에 불만을 품은 자들도 꽤 생겼다.
눈총을 받으면서도 비셰는 모르는 척했다. 어차피 오래 황성에 있을 생각도 없었고, 그가 제일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카이엔이었으니까.
“사샤-”
“또 왔어요?”
“매일 확인해야 걱정이 좀 덜 돼서요. 잠은 잘 잤어요?”
“푹 잤어요. 비셰 덕분에요.”
“항상 고마워요.”
“별말씀을.”
이노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샤를 보러왔다. 그러면서 비셰와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비셰에게 여동생을 부탁한 입장이니 친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다른 이들의 눈에는, 2황자가 황성 밖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미인을 어떻게든 곁에 두고 싶어서 차선책으로 여동생의 시녀로 삼았다고 보인 모양이다.
몇몇이 수군거리던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커지면서 이노스가 바깥에서 만난 사람을 비로 들이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아버리니 가만히 있던 황제가 움직였다.
“…요즘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구나.”
“네? 벌써 난청이 오신거에요?”
“뭬야?!”
“아니 그렇잖아요. 뜬금없이 그런 소리부터 하시는 걸 봐선…”
졸지에 아버지인 황제와 독대를 하게 된 이노스였지만 그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무게를 잡으며 엄숙하게 첫 마디를 꺼낸 황제는 그 탓에 뒷목을 잡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하아아… 그래, 네가 그럴 리가 없지… 너 같은 놈이 그렇게 머리를 쓸 리가 없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네요! 제가 뭘 어쨌다고요!”
“마탑에서 널 가르치겠다고 들인 걸 후회한다고 들었을 땐 쌤통이라고 생각했건만. 그래, 넌 이런 녀석이었지 이노스…”
황제의 한탄에도 이노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는, 아직도 어린애 같기만 한 아들을 보며 황제가 입을 열었다.
“…네가 말이다. 네가. 밖에서 누구를 데려왔다면서.”
“네.”
“사샤의 시녀로 들였고.”
“정식은 아니고 며칠 동안 호위만 시키려고 데려온 거에요.”
“그 여인과는 무슨 사이냐? 다들 그 이야기로 시끄럽더구나.”
“친구의 친구인데요.”
“허?”
“그런 게 있어요. 비밀이에요. 폐하께서 알아봤자 득 될 거 없는 일이랍니다.”
웃으면서 이노스가 대답했다.
아버지가 아니라 ‘폐하’라고 말하는 것에 황제는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그의 둘째 아들이 그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에 발을 들인 모양이었다.
“그래, 네 평판은 네가 알아서 해라. 나도 더 말은 하지 않겠다.”
“네. 그것보다, 아버지는 사샤가 아팠던 거 아셨어요? 그거 알아보려고 데려온 사람이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비셰… 아, 다들 수군거렸을 테니 이름은 아시겠네요! 그녀가 미인이긴 한데 전 관심 없어요!”
“…알겠다. 나가서 네 일 해라.”
“네~”
활기차게 인사를 하고 이노스는 독대를 마쳤다.
제국의 황제와의 독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대화였다. 다른 이가 봤으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을 정도였지만 이노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여간.’
누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 건지.
원래부터 있었던 사샤의 시녀? 아니면 사샤의 놀이 상대로 정해진 귀족 여식?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괜한 시기, 괜한 미움이다. 비셰는 이번 일만 해결되면 바로 가르간트로 돌아갈 테니까.
황제와의 대화를 전달하자 비셰가 깜짝 놀라 외쳤다.
“네?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해결했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앞으로도 사샤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에… 그런데 제국 존망이 걸린 일인지도 모르는데 다들 참 속도 편하네요.”
“네?”
“그렇잖아요. 궁에 몰래 침입해 황녀에게 위해를 가했을 정도면, 다른 사람들 역시 비슷한 위험에 노출된 거잖아요.”
물론 사샤가 권력이 제일 약한 막내 황녀이다 보니까 호위 병력이 제일 적긴 해도, 황족이었다.
뱀파이어는 충분히 다른 황족을, 황제를 노릴 수 있었을 텐데.
일리가 있는 말에 이노스는 형제자매에게도 경고를 해두기로 했다.
“뭐, 아직 후계자가 안 정해졌으니 누구 하나 죽으면 경쟁률이 줄어드는 거라고 말하면 제 목숨 알아서 잘 지키겠죠.”
“음… 심한 말 같은데요.”
“원래 직설적으로 말해야 잘 알아듣는 법이랍니다.”
“오라버니는 저 성격 때문에 절대 황제가 못 될 거예요.”
“괜찮아요! 전 황제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