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이제 남은 놈이 몇 명이지?
카이엔은 속으로 가만히 수를 세어보았다.
사령 기사와 마법 소녀의 싸움을 보고 도망치는 도중에 또 다른 경고음을 들었다. 이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남아있었다.
마법 소녀들은 셋이서 하나로 취급되는 건지, 셋이 다 따로 취급되는 건지 그걸 알 수 없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에 휘말려서 이렇게 된 거람. 저절로 한숨이 났다.
게다가 그가 말려들면서 별채의 식구들 또한 위험해졌다. 다들 그가 위험해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니 시름 또한 깊어졌다.
모일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에 카이엔이 말했다.
“괜히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 다치지 말고.”
“음, 왕자님보단 저희가 강한걸요?”
“맞아요.”
“바이스 씨도 엄청 검 휘두르고 있던걸? 우리가 질 수는 없지!”
“걔는 일단 내 시종이니까 그렇지… 가만있자, 생각해보니 에빌 녀석이 내 호위 기사인데 이놈은 일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근무 태만이잖아!!”
“아차.”
“야!!”
“바이스 씨 하는 거로 봐선 너 호위는 필요 없는 것 같더라. 나 그냥 보좌관으로 이직할래.”
“하아-”
에빌은 태평하게 말했지만 긴 고민 끝에 저런 결정을 내렸을 거다.
호위 기사를 하겠다고 큰맘 먹고 세자르까지 왔는데 친구의 곁에는 자기보다 훨씬 강한 녀석들이 줄지어 나타났고 심지어 시종으로 있는 바이스도 평범한 인간 이상으로 강했다.
요즘엔 기사 일보다 그의 옆에서 서류 정리하고 일을 배우는 시간이 더 길어진 에빌 때문에 카이엔도 입안이 썼다.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어떻게 안 되려나.”
힘이 필요하면 부르라던데, 부르면 와서 도와주나?
그런데 신관의 눈에 띄면 교단의 적 같은 걸로 몰려서 죽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무서워졌다.
안 그래도 알음알음 그가 몬스터를 기른다는 거라던가 이종족을 곁에 둔다는 소문이 점점 더 퍼지고 있었다.
폐세자, 라고 해도 일단은 왕족이니 성국에서 시비라도 걸어오면 난감한데 다행히 겔로스 사태 이후로는 그쪽 조사에 힘을 쏟고 있는 모양인지 이쪽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른 이들은 들켜도 엔베인과 비셰는 절대 들키면 안 된다.
“왕자님, 이제 몇 명이나 남은 겁니까?”
“마지막으로 알려진 건… 음, 다섯이려나?”
“그 마법 소녀들이 몇 명으로 취급되는지가 문제일 텐데. 마왕을 뽑기 위한 대리전이라면 강한 한 명의 부하들이 팀을 짜서 움직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남은 게 고작 다섯이면 그것도 없는 것 같고.”
“있다고 해도 다 처리당했거나.”
적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들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기권이 없는 전투니 상대에게 전의가 없어도 때가 되면 싸워야 할 수도 있다.
현재 도움이 되는 전력은 정신에 간섭할 수 있는 능력뿐인 비셰와 아직 어린 슬로세이를 제외한 전원이었고 가장 능력이 있는 사람은 프라우디에였다.
그런데 비셰는 자기가 도움이 안 된다며 고백한 것에 비해 슬로세이는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더니만 손을 들며 외쳤다.
“나도 싸울 땐 싸울 수 있어!”
“어… 그래?”
“인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가만히 물놀이나 해.”
“이익…”
카이엔의 말에 슬로세이가 인상을 팍 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카이엔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며 그녀가 책상을 치며 외쳤다.
“나도 힘 있어! 그러는 왕자님이 제일 약골이면서! 물만 있으면 안개도 조종할 수 있고 물도 조종할 수 있고, 목소리에 힘도 있단 말이야!”
넌 아직 어리니까 가만히 있어. 괜히 앞으로 나섰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왕자님보다 이십 년은 더 살았을걸?”
“그래도 인어 나이로는 어린애잖아.”
“나도 싸울 거야. 그럴 수 있어!”
“왕자님, 그냥 두자. 내가 잘 가르쳐줄게요.”
슬로세이가 고집을 꺾지 않자 옆자리에 있던 그리델라가 급하게 한 마디 얹었다.
카이엔의 마음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슬로세이의 감정 역시 이해할 수 있어서였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그리고 에빌, 넌 이제 공무원 한다고 했지? 그럼 호위 기사 사퇴해.”
“엑, 나 농담도 못하는 거야?”
“농담이었어?”
“그래! 물론 너한테 호위 같은 건 필요 없고 바이스 씨만 옆에 있어도 충분할 것 같긴 하지만… 난 기사단 이끄는 데 도움이나 되면 다행이려나 싶다. 네가 일하는 것도 도와주고. 나보다 강한 사람들이 많으니깐.”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무력한 건 나도 똑같으니까.”
에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풀이 죽어있었다.
다른 이들에 비하면 힘이 약하니 다른 방법으로 친구인 카이엔을 도우려고 책상 앞에서 업무에 몰두하는걸, 카이엔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에빌 덕분에 그가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었고 바이스도 그의 옆에 글라스나 에빌을 두고 종종 훈련이나 개인 업무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곤 했으니까.
짧은 회의의 파장 후, 카이엔은 이젠 이름만 호위 기사가 돼버린 에빌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 카이엔의 옆을 에빌에게 맡긴 바이스는 엔베인과 함께 연무장으로 향했다.
실전 감각을 기르기 위해 바이스는 진검으로 별채의 사람들과 대련을 하곤 했었다.
엔베인은 허공에 마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제가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요.”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엔베인 님은 마검의 형태를 바꾸면서 싸우는 연습을 하고 저는 다양한 무기를 가진 상대와 싸우는 연습을 할 수 있으니까요.”
몇 번 검을 휘둘러보면서 몸을 푼 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엔베인은 마검을, 바이스는 평범한 철검을 손에 든 상태였다. 먼저 엔베인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앞으로 내지른 가로 베기에 바이스는 검의 옆면으로 마검을 막았다.
카각-
두 사람 다 많은 힘을 담지 않았기에 평범한 쇳소리가 나며 검들이 부딪쳤다.
손목을 틀어 마검을 밀어내고 이번에는 바이스가 공격을 시도했다.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그어 올리는 공격에 엔베인이 재빨리 마검을 들어 바이스의 검을 막았다.
기기긱-
서로의 날을 갉아대는 소음이 있었지만 두 사람 다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그 상태로 잠시 힘겨루기가 이어지다가 먼저 손을 뗀 건 바이스였다. 그는 살짝 몸을 뒤로 물리고 옆으로 점프했다.
허리를 노린 공격에 엔베인 역시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바이스는 집요하게 급소만을 노렸고 엔베인은 목과 심장 언저리를 방어하면서 바이스가 움직일 때 생기는 빈틈에 검을 꽂아 넣으려고 했다.
바이스의 검 끝이 엔베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짝 흐른 피와 상처에 신경 쓰지 않고 엔베인은 무릎을 굽히고 몸을 숙여 바이스의 뒤로 가서 검 손잡이로 그의 등을 가격했다.
충격이 있었을 텐데도 바이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돌렸고 엔베인을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엔베인은 마검을 들어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그때, 엔베인의 손목이 빠르게 꺾이면서 마검의 형태가 변화했다. 갈고리 낫처럼 변화한 검 끝이 바이스의 검을 걸어 막았고 그의 반대편 손에 또 다른 시커먼 검이 생겨서 복부를 향해 쏘아졌다.
검이 갈고리에 걸렸음에도 바이스는 놀라지 않고 그대로 몸을 뒤로 뺐다.
“흠. 여기서는 집요하게 달라붙는 편이 나으려나요.”
“갈고리는 써본 적이 없어서요.”
“그런 식으로 검에 걸리게 한 건 꽤 좋았습니다만 유지력이 별로네요. 상대가 틈을 보인다면 좋겠지만 장담할 수 없겠어요.”
가볍게 잡담을 나누면서 두 사람은 대련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평범한 쇳소리가 나던 게,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공간을 쩌렁쩌렁하게 울려댔다.
서로 치명상을 입힐 수는 없기에 가벼운 상처만이 하나둘 늘어났는데 어느 순간, 바이스가 바닥에 검을 꽂아 넣으며 종료를 알렸다.
“이쯤 합시다. 하하, 어쭙잖게 몸이 풀리니 손대중을 할 수가 없군요.”
“그러게요. 검은 숲에 들어가서 훈련을 해야 할까요?”
“그쪽은 몬스터일 테고 저희 상대는 인간형을 띄고있을 테니 별 도움은 안될 겁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면서 바이스가 대답했다.
글러티나 역시 검을 쓰긴 했지만 마검의 활용도에 따라서는 엔베인이 상대로 적당할 것 같아서 부탁했는데, 역시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 대련을 하려니 어느 정도 손속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건 엔베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상처가 아물었다는 말에 엔베인은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보통 엘프는 이렇지 않은데, 역시 마검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특징 때문에 엔베인 님에게 상대를 부탁한 거니까요. 치명상까지는 못 낫겠지만요.”
“…그건 좀 피해 주세요.”
점점 통각이 무뎌지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은 많이 다치면 아플 거라며 엔베인이 질색을 했다.
“자, 그럼 저희도 돌아갑시다. 엔베인 님이 얼굴은 피해주셔서 내일도 멀쩡히 왕자님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 있겠네요.”
“으음…”
“상대가 저라고 해서 너무 손속을 두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얼굴 말고 다른 데는 찌르든 베든 해보세요. 괜찮을 겁니다.”
“마검이라 깊은 상처를 입히기는 좀… 꺼려지네요.”
“그 말도 맞군요.”
***
글러티나는 세자르에 머물면서 일족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글라스처럼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몸을 뺀 뱀파이어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테니, 조금이라도 단서를 잡고 싶었다.
하나 뱀파이어란 종족 자체가 은신하면서 살고있다보니 같은 뱀파이어인 그녀로서도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일족의 거처를 알고 있긴 하지만 혼자서 돌격했다가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고 카이엔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정보 수집에만 임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제국에서 실혈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실혈증이라…”
“짚이는 구석이라도 있어?”
“조금.”
그리델라의 물음에 글러티나가 대답해주었다. 그리델라가 카이엔에게 전달하기 위해 여러모로 마녀들에게서 정보를 모으던 도중에 나온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실혈증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빈혈을 느끼는 환자가 대거 발생했다는 소식에 글러티나는 살짝 인상을 썼다.
뱀파이어라고 해서 무조건 인간의 피를 빨지는 않지만 일부 담피르라거나, 뱀파이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하급이라면 인간의 피가 절실할 테니 인간을 습격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랬다간 원인불명의 사망 사건이 늘어났을 테니 실혈증과는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 글러티나는 실혈증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몸을 일으켜서 카이엔을 만나러 갔다.
한창 업무 중이던 카이엔은 글러티나의 방문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네가 이러는 건 처음이네.”
“잠시, 제국에 다녀오고 싶다.”
“제국?”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왠지, 이번에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뱀파이어가 저지른 일로 추정되는 사건에 대한 걸 들었어.”
“그리델라 님이시군요. 저희는 자세한 이야기를 아직 모르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바이스의 말에 글러티나는 그리델라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해주었다.
최근 들어 제국에서 실혈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가벼운 빈혈부터 시작해서 몸을 못 가눌 정도로 힘들어한다는 것.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것이 지금은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
이것 또한 전염병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는 말에 카이엔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병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글라스는 두고 갈 테니, 부탁할게.”
“혼자서 가도 괜찮겠어? 너도 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
“조심히 행동할 생각이야.”
“그래도 혼자 보내는 건 좀… 아, 비셰를 붙여줄까? 제국 지리쯤은 잘 알 테니까.”
“모셔오겠습니다.”
글러티나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바이스가 냉큼 대답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후,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비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된 비셰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저 거기에 스토커 있는데…!!”
“저번엔 따라갔잖아.”
“그땐 황성이었잖아요…”
“간 김에 네 옛 직장에 가서 정보 수집도 해보고. 사람이 몰리는 곳이니 뭐라도 얻을 수 있겠지. 제국의 실혈증이라…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거야. 자국의 일이 밖으로 퍼져나가게 두지 않을 테니 제국 내에서 알아봐야 할 테고, 글러티나 혼자서는 힘들 거야.”
“에휴….”
비셰는 길게 한숨을 쉬었지만 가기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글러티나가 미안해하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아니에요. 이왕 같이 가게 됐으니까 제국 안내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위험할지도 몰라.”
“괜찮아요. 언제는 안 위험했던가요?”
“몇 명 더 같이 보내고 싶은데.”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때 말을 꺼내 보죠.”
“잠깐.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은데.”
“둘만 보내도 위험할 것 같아서 그래.”
“네 안전은?”
아직 한창 마왕 대리전이 진행 중이었다.
언제 누가 카이엔을 노리고 올지 모르는데 여기서 더 전력을 빼갈 수는 없었다.
글러티나의 만류에도 카이엔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무슨…”
“오히려, 제국 쪽이 걱정이지. 네 일족을 공격한 녀석은 굉장한 무력을 가졌다고 했잖아. 이번에 “그 꼬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면, 네가 더 위험해질 거야.”
“…미안하다.”
“이번에 꼭 단서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네.”
카이엔은 진심으로 바랐다.
라스가 사는 마을을 공격한 마법사와 글러티나의 일족을 습격한 자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번에 글러티나가 실혈증을 조사함으로써 정체불명의 적에 대해 하나라도 알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수확이 될 것이다.
비셰의 동행은 확정이었고 그날 저녁, 다 같이 모이게 한 식사 자리에서 카이엔은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노스 녀석도 안 됐어. 모의 전쟁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엔 실혈증이라니.”
“제국이야 땅이 워낙 넓으니 사고가 끊이질 않을 거예요.”
“비셰도 가는 거야?”
“네. 안내역으로요.”
“흠, 괜찮으려나?”
“또 같이 가고 싶은 사람 있어?”
카이엔의 물음에 다들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제국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도움이 될지를 가늠해보는 것이었다.
잠시 후, 자네인이 손을 들었다.
“제국에는 티아마티스 님의 또 하나의 위장 신분인 빌헬름 후작이 있습니다. 접촉할 수 있다면, 실혈증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도 있을 거예요.”
“저도 같이 갈게요. 마법사가 한 명쯤은 있는 것도 좋겠죠.”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카이엔의 옆을 지키는 게 나아. 언제 위험해질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위험할 게 뻔한 곳으로 가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맞아. 다들 친구고 동료고 가족인데.”
“돕고 살자.”
“너희들…”
“못 따라가서 미안하다. 대신 이곳은 우리가 남아서 잘 지킬게!”
“조심히 다녀와!”
글러티나와 함께 제국의 실혈증을 조사할 멤버는 비셰, 자네인, 프라우디에로 정해졌다.
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인 프라우디에가 자신의 부재 동안 카이엔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미리 대비책과 연락망을 마련해놓기로 했다.
이렇게 팀을 짜서 움직이는 건 처음이라 비셰가 조금 어색해하긴 했지만 가르간트에서 아이칸트라 제국까지 길 안내를 할 사람은 바로 그였다. 열심히 하겠다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카이엔은,
“이노스한테도 물어볼까?”
“뭘요?”
“실혈증.”
“여기서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면 흠, 다른 분들이 도착하실 때와 비슷하게 왕성에 발송되겠군요.”
“하나 보내놓는 게 낫겠지?”
“어떤 식으로 보낼 겁니까?”
“실혈증에 대해 알고 있는거 있냐고. 조사하러 가는 애들 있으니까, 혹시 도움이 될만한걸 알고 있으면 전해주라고 해야지.”
“흠. 그 넓은 땅에서 무슨 수로 글러티나 님 일행을 찾게 하려고요?”
“비셰가 있잖아.”
비셰는, 제국에 있었을 적 거대 도박장 옆에 있는 건물에서 근무했다.
수많은 몽마가 호스티스와 호스트로 위장하여 돈과 권력,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들에게 정기를 빼앗으며 살아가고 있는 곳.
그곳에 대한 단서를 적어두면 이노스가 필요할 때 그곳으로 찾아가면 될거다. 비셰의 이름 하나를 적어두기로 하고 카이엔은 펜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