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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82화 (83/219)

82화

급하게 아이칸트라 제국행이 결정되었다.

세자르 남작이 요양 중이라 본인이 영주 대리를 맡은 상태에서 다시 누군가에게 영지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게 걱정되어 카이엔은 바이스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린 건지 바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전 왕자님 곁에서 절대 못 떨어집니다.”

“어… 그래. 그럼 어떻게 하지? 남작은 아직 요양 중인데.”

“에빌 씨가 있잖습니까. 어깨너머로 일해보신 적이 있으니 잘 하실 겁니다.”

그 의견을 채용해서 카이엔은 에빌을 불러오게 했다. 자초지종을 듣게된 에빌은 경악을 하며 외쳤다.

“뭐?! 내가 어떻게 영주 대리의 대리를 하라는 거야? 난 못해!”

“그나마 네가 제일 나아서 그래.”

“게다가 카이엔 너는 왜 호위 기사를 두고 가는 거야!”

“넌 귀족이니까 누가 얼굴을 알아볼 수도 있잖아.”

“나 같은 하위 귀족 얼굴따윌 누가 알아?!”

“일단 네가 남고 으음… 프라우디에는 데려가야하는데.”

또 누굴 데려가야할까 고민이 되었다. 이곳을 지켜야할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섣불리 정할 수 없었다.

용병으로 위장할 테니 일단 라스는 합격이었다.

여자 용병도 있었지만 어지러운 전쟁터라 마녀인 그리델라는 힘들 것 같다고 거절했다. 엔베인은 다크 엘프라 눈에 띄어서 갈 수 없었다.

“글러티나 님은 어떠십니까?”

“남장이라도 하고 가던지 해야겠군. 그쪽이 눈에 덜 띄겠어.”

“저도 가겠습니다.”

자네인도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따라간다고 하자 카이엔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카이엔은 이노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빌헬름 후작은 현재 누구 편이지?”

“그쪽도 중립이예요. 한 걸음 물러나있어요. 간보고 있죠.”

“그렇군.”

같이 갈 인원을 세어보니 프라우디에, 라스, 글러티나, 자네인, 바이스였다.

바이스는 다 정해졌으면 짐을 싸겠다면서 달려갔고 카이엔은 이노스와 대화를 조금 더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비셰가 찾아왔다.

“왕자님, 저도 갈게요. 가고 싶어요!”

“너 싸울줄 모르잖아. 얌전히 집 지키고 있어.”

“저도 왕자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도움은 무슨.”

“가고 싶어요.”

따라가지 않으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릴 것만 같았다.

애원하는 얼굴에 카이엔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 싶어 하니까 데려가야지. 그런데 이녀석 제국에 스토커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을 하니 비셰는 괜찮다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변신하고 갈게요!”

“차라리 가지 마…”

“정신 조작계 능력이 필요할지도 모르잖아요. 얼굴은 인상만 조금 바꿔도 되니까…”

주머니에서 손거울 꺼내 비셰는 끙끙거리면서 얼굴을 바꿨다. 머리색도 바꾸니 본 모습과 확실히 달라졌다. 미남이란 것은 같았지만 효과는 있었다.

“몽마들은 얼굴도 맘대로 바꿀 수 있나?”

“어느 정도는요. 정신세계 속에서나 자유롭지 현실에서 드러내는건 좀 힘들지만요.”

“그럼 넌 뭔데…”

“이쪽 능력은 강한 축에 속해서요.”

“그 강한 놈이 스토커가 무서워서 국경 넘어 다른 나라까지 온거야?”

“아하하.”

비셰까지 동행하는걸로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졌다.

글러티나와 자네인은 필요에 따라 남장을 하게 되면 비셰가 마법으로 얼굴을 좀 손봐주기로 했다.

옆에서 이종족들이 지나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이노스에게 카이엔이 물었다.

“그래서, 모의 전쟁은 언제야?”

“으음- 얼마 안 남았어요. 한 3개월?”

“…미친놈.”

미친 듯이 달려도 제국 황성까지 가려면 한 달도 넘게 걸리는데.

물론 황자들이 모의 전쟁에 대해 뭘 알겠나, 전부 그 어머니인 황비와 뒷배들이 준비하는걸테지.

좀 더 자세히 물어보니 이노스의 여동생인 사샤를 빼고 다 참여한다는 모양이다.

3황비쪽에서는 1황녀 옥타비아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3황자 클로디우스가 함께 나선다고 했다.

그러나, 베르나르는 이노스에게 동맹요청을 하지 않았다.

누가 누구를 먼저 칠지가 중요하다며 이노스가 중얼거렸다.

“뭐, 친구가 가준다니 든든하네요.”

“…언데드만 칠거야.”

“저도 싸우진 않을 거예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해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테니까요.”

모의 전쟁은 항상 고요의 평원에서 이루어진다. 말만 고요지 평화롭게 황위 계승이 안 되고 이런 난리일 때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장소였다.

황위를 노리는 황제의 자식들끼리 서로 맞붙으면서 승자가 나타날 때까지 싸우는 것.

그러니 보병의 수도 중요하지만 기사나 마법사의 능력 또한 필요하다.

마법사야 구하기 힘들 테니 어떻게 될진 잘 모르겠지만, 암묵적으로는 고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매번 써야 하는 땅이니 마법으로 대파되면 복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조준을 잘못하면 수십수백명이 죽어 나가기 마련이니…

급하게 제국으로 갈 준비를 하면서 카이엔은 요양 중인 남작을 만나러 갔다. 차마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못하고 그가 중얼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 꼭 가야 할만한 일이 생겨서. 다녀올게.”

“또 이상한 일에 휘말리시는 건가요… 잘 다녀오십시오. 너무 늦진 마시고요.”

“제국가서 보약이라도 구해올게.”

“아뇨, 왕자니 몸 만이라도 잘 지켜서 오십시오. 다치지 마시고요.”

“다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워낙 강한 녀석들이랑 가다보니, 그가 다칠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남작이 걱정이라며 카이엔은 그 손을 꼭 잡았다.

주름투성이인 손은 고목을 연상시켰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같아서 카이엔은 고개를 숙였다.

***

제국 황성까지 들어가는건 순조로웠다. 이노스가 자기 손님이라고 말하면서 쉽게 통과되었고 몸수색을 해도 걸릴만한건 가져오지 않았기에 카이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렸을 적에 쫓겨난 폐세자였기에 이 나라에는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황제는 알아볼지도 모르겠지만 황제의 눈에만 띄지 않게 조심하면 그만이었다.

그들은 현재 소규모 용병단으로 위장했으며 프라우디에는 워낙 쪼그마하다보니 회계 담당으로 둘러댔다.

일단 이노스의 궁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기로 하고 그들은 짐을 풀었다. 주변을 살피며 감시가 없다는걸 확인하고 바이스가 카이엔에게 소곤거렸다.

“아직 감시가 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모의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여기까지 오는데에도 시간을 꽤 허비했습니다.”

이노스가 중립을 지키고 있었기에 굳이 그를 건드리려는 자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1황자와 1황녀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가만히 있는 이노스라는 벌집을 쑤시려고 하지않았고 그들을 따르는 세력 역시 딱 중간에 끼어있어 이도저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있는 이노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누구와 손을 잡을지 모르니 마지막까지 감시는 하되, 직접적으로 손을 쓰려고 하지는 않으리라.

바깥에서 용병을 데려왔다고 하면 조금은 관심을 갖겠지만 몇 명되지 않는 전력에 금세 흥미를 잃을테지.

게다가 이노스가 본의아니게 행동한 일들로 인해 황위에 관심이 한톨도 없다는걸 주변에 단단히 인식시킨 모양이었다. 하긴, 이놈은 오래 지켜볼 것도 없이 대충만 봐도 한량이었다.

“귀가 간지러운데… 혹시 카이엔, 제 욕했어요?”

“아니.”

“맞는 것 같은데.”

시치미를 뚝 떼고 카이엔은 이노스를 바라보았다.

이놈도 따지고 보면 어렸을 적에 같이 놀았던 소꿉친구 비슷한 거였지만 지금까지 뜸하다가 이제 와서 그를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할 정도면, 이 사태를 심각한게 여긴걸까?

본인은 아무 생각 없어 보이긴 했지만… 왠지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카이엔, 제 여동생 소개시켜줄게요. 같이 가요.”

“어.”

“왕자님, 뒤따르겠습니다.”

“그래.”

이노스는 바이스가 카이엔을 따라오는걸 제지하지 않았다.

황성 안에 들어오자마자 여동생에게 연락을 한건지 그들이 응접실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2황녀, 사샤가 도착했다.

이노스와 똑같이 머리색은 붉었는데 눈동자의 색은 제 아버지인 황제를 닮아 노란색였다.

이노스가 불러서 몸소 여기까지 온 그녀는 응접실 안에 그녀의 오라비 말고 다른 사람이 있자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함께 온 시녀들까지 밖에 세워두고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소파에 착석하자 이노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예요, 사샤. 그동안 별 문제 없었죠?”

“네. 없었어요. 오라버니가 궁을 비우는거야, 늘 있던 일이니까요.”

“다행이네요.”

“…너 자주 밖을 돌아다니는 거야?”

“한구석에 박혀있는 건 질색이니까요. 아 맞다! 사샤, 제가 죽고 나면 이 친구가 당신을 보살펴줄거예요.”

“네?”

뜬금없이 제 죽음을 이야기하는 오라버니를 보고 사샤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이노스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카이엔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동생인 당신에게만 말하는 거지만, 그는 제 친구랍니다. 물론 마지막으로 만난지 10년도 더 됐지만!”

“하아…”

카이엔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사샤는 15살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본인을 만나게 되니 생각보다 더 어려 보였다.

열 살 다음은 열다섯 살이냐.

이노스가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거지만 괜히 마음이 착잡해졌다. 사샤 역시 마찬가지인지 이노스를 향한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당신 하나정돈 몸을 피할 수 있게 빼낼 거예요.”

“…오라버니.”

“괜찮죠?”

“같이 싸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죠. 저도 그렇고 사샤도 그렇고 별 능력이 없잖아요.”

“이노스. 너 그러지 말고 프라우디에한테 마법이라도 배워봐. 파이어볼 같은거 라도 배워.”

“네? 제가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너 재능 있다면서?”

“그거 헛소리 아니예요?”

“완전 멍청이는 아닌거같으니까 속는셈 치고 배워봐.”

“시간 있으면요. 아무튼,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예요!”

목소리를 높이며 이노스는 카이엔을 가리키며 사샤에게 말했다.

“사샤, 이 친구는 가르간트의 폐세자예요. 당신도 소문은 들었죠?”

“몬스터 기른다는 그 왕자요?”

“네.”

“…제 오라버니 때문에 고생하셨겠어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왜 사과를 해요?”

“다짜고짜 찾아가서 부탁했을게 뻔하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죄송합니다.”

살짝 고개 숙여서 사샤는 사과했다.

막무가내인 오라버니 때문에 카이엔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었다. 맞는 말이었기에 카이엔은 가만히 앉아있었다.

왠지 이노스보다 여동생인 사샤쪽이 좀 더 똑똑하고 영리해 보이는데 이쪽은 마법적 재능이 없는 걸까?

옆에서 이노스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서 카이엔은 시끄럽다며 친구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무튼 친하게 지내주세요. 우린 한배를 탔으니까요.”

“하아…”

“괜찮아요, 별일 없기를 바라야죠!”

여전히 긍정적인 모습에 카이엔은 이마를 짚었다.

모의 전쟁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다들 서로에 대한 정보를 캐내고 대비를 하는데 혈안이 되어있을 텐데 이노스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사샤도 카이엔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을 놓은건지 그게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는건지.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던 베르나르는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게 다였다.

그들이 황성에 도착한지 이틀째 되는 날. 이노스의 궁으로 빌헬름 후작이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이노스가 아닌 카이엔을 찾아왔다.

에빌라이 공작과는 다른 모습에 카이엔은 예상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빌라이 공작이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있는 것과는 달리 빌헬름 후작은 나이든 신사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카이엔을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었군. 승산 없는 곳에는 걸려하지 않았건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노스가 황성에서 흑마법을 감지한 모양이라서요. 혹시 티아마티스 님이 해결하시려고 하셨나요?”

“그건 아니다.”

“아 네…”

“이렇게 된 이상 1인 2역하기도 귀찮았으니 하나 포기하는 수밖에. 이노스 황자를 지지하겠다.”

“네? 그래도 되는 거예요?”

“내가 뒷배로 있으면 이노스 황자를 치기보다는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수작을 부리거나 아예 접근하지 않겠지.”

중립적인 입장이 유지되는건 바라는 바였다.

그 말을 남기고 티아마티스는 이노스를 만나봐야겠다며 바로 가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빌헬름 후작과 이야기를 끝낸 이노스가 카이엔을 찾아와 호들갑을 떨었다.

“와! 카이엔, 그 깐깐한 영감님을 어떻게 구워삶은 거예요?”

“영감님…”

“맞잖아요! 이제 머리도 희끗희끗해지는데!”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럼 더 묻지는 않을게요. 맞다, 저번에 당신의 시종이 말한 거에 대해 알아봤어요. 여기.”

그들은 이노스가 황제가 되는걸 도와주러 온게 아니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언데드의 대량 발생을 막으러 왔다.

그래서 바이스는 그것과 관련된 정보수집을 이노스에게 요청했고 이노스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카이엔이 직접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의 시종이 입에 담은 말이건만, 이노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여러모로 편견이 없는 녀석이란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그건 의외였다며 카이엔은 힐끗 이노스를 쳐다보았다.

이놈이 바이스의 정체를 알고 저러는건 아닐 테니, 그냥 천성이거나 아니면 바이스도 이종족인줄 알고 그랬을게 뻔하다.

“그 기운을 느낀게 저뿐이고 저도 그때 이후론 그런 기운을 풍기는 사람들과 마주친 적이 없어서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저보다 마력에 민감한 마법사 씨가 함께 왔으니 그쪽에게 부탁드리고 싶어요. 황성 안을 돌아다녀도 문제없고 제 일행이란걸 알리는 증표를 줄테니 이곳저곳 구경시켜줄 겸 움직이게 하고싶은데 괜찮을까요?”

“프라우디에라면 괜찮겠지…”

프라우디에는 작고 귀여워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그들 중에서 흑마법사를 감지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건 프라우디에가 유일했다.

힘들겠지만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이야기를 하니 프라우디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혼자 다녀도 되죠?”

“아, 혼자가 편한가요?”

“네. 그쪽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잔느는 제가 설득할게요.”

2황자 일행이란걸 알리는 목걸이를 차고, 옷을 바꿔입은 다음 프라우디에는 황성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할겸 흑마법사의 기운을 추적하기로 했다.

옷을 잘 입혀놓으니 부모나 친척을 따라온 귀족 자제로 보인다며 이노스는 호들갑을 떨었다.

“제가 목걸이 안 줘도 됐겠는데요?”

“그런가요?”

“그건 둘째치고, 목걸이가 이게 뭐야? 강아지한테 걸어주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이노스가 프라우디에에게 준건 2황자 일행이라는 문구가 씌여진 목걸이와 도장이 찍힌 입궁 허가서였다.

목걸이만으로는 부족할까봐 직접 서류까지 떼온 거였는데 이노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멍멍이 목걸이는 이렇게 치렁치렁하지 않아요.”

“하아…”

“괜찮을 거예요.”

“위험한 곳에는 가지마. 알겠지?”

“이건 황성 지도예요. 들고 다니면 수상해 보일 테니 외워야할텐데, 괜찮겠어요?”

“네. 잘 읽어볼게요.”

“바이스랑 글러티나에게도 보여주고 1황자 궁을 염탐할 거야. 누가 드나드는지를 확인해야겠어.”

“그것도 좋네요.”

이노스의 동의와 허락하에 프라우디에는 그의 일행이라는 표식인 목걸이를 가지고 황성을 돌아다녔다.

이곳저곳을 산책하듯이 돌아다니면서 건물의 위치와 구조를 익히고 경비를 확인했다. 어린애 모습을 하고있는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도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프라우디에는 흑마법사를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기척을 잘 감추고 있는 건지, 황성에서의 볼일이 끝나 이미 떠나버린 건지 잘 잡아낼 수가 없었다.

추적을 개시한지 3일째 되는 날. 오늘도 프라우디에는 황성 안을 맴돌았다.

며칠내내 아무일 없었기에 이노스도 카이엔도 너무 늦게까지 추적하지 말란 말밖에 하지 않았다.

흑마법사를 찾지 못해 초조해지긴 했지만 아직 모의 전쟁까진 시간이 남았기에 프라우디에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찾을 수 있을 거야.’

모의 전쟁에는 그 역시 따라갈 거라 그곳에서 사고가 난다고 해도 무사히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카이엔이 그를 믿어주었으니, 그 믿음에 보답해야한다며 프라우디에는 작은 두 손을 꼭 모아 쥐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 뭐야? 넌 누구지? 왜 혼자 다니는 거야?”

“어…”

흠칫 놀라 몸을 떨면서 프라우디에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노스는 그에게 황성 내부의 조사를 부탁하면서 형제자매들의 초상화를 보여줘서 얼굴을 익히게 했다.

뒤를 돌아본 프라우디에는 누가 그에게 말을 걸었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3황자 클로디우스 미겔로 아이칸트라.

이노스의 배다른 남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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