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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81화 (82/219)

81화

“왕자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흠? 표정이 왜 그러시죠?”

“난 네가 그 말만 하면 불안해져.”

인상을 찌푸리며 카이엔이 말했다.

손님은 또 무슨 손님? 나한테 올 손님이 있나?

꼭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표정에 바이스는 빙긋 웃었다.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면 굳이 왕자님께 말씀드리지 않았겠죠?”

“하아…”

“이게 다 왕자님의 업보이십니다.”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글쎄요. 현생은 아닌 것 같으니 전생?”

아무렇지도 않게 속을 박박 긁는 망나니 시종을 무시하고 카이엔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쉬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엔 또 누가 온걸까. 어디서 무슨 사고로 여기까지 오게된 이종족인걸까. 여기서 더 나올 이종족이 있는 건가. 가슴이 답답해지니 저절로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렇게 바이스의 안내를 받아 손님이 있다는 응접실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손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이엔!”

안에 있던 사람은 반가워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카이엔은 손님이라는 붉은 머리카락의 청년을 한 번, 바이스를 한번, 다시 청년을 한 번 쳐다보더니만 이렇게 말했다.

“…누구세요?”

“네에?!”

“바이스 너 제대로 알아보고 들여논거 맞아?”

“맞습니다만. 보세요, 저 충격받은 얼굴. 정말로 모르시는 분입니까?”

“으으음…”

그래봤자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카이엔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손님인 청년을 바라보았다.

길게 기른 붉은색 머리카락을 높게 묶고 화려한 옷을 입은 그의 또래의… 무언가가 기억날듯 말 듯 해서 그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 모습에 붉은 머리카락의 청년은 거의 울 것만 같은 얼굴이 되어서 외쳤다.

“절 벌써 잊어버린 거예요?! 사과나무 밑에서 쭉 친구로 지내자던 우리의 약속은!!”

“사과나무?”

“카이엔 당신이 제국 딸기가 좋다고 해서 딸기밭 하나 통째로 선물해주려던걸, 주변에서 뜯어말리는 바람에 딸기 심을 땅 사주는걸로 끝났던 추억은!!”

“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흐어엉-”

우는 소리와 함께 청년은 그대로 양 손으로 얼굴을 덮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과나무… 그리고 딸기밭…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아서 카이엔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헉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이노스?! 너 왜 여기있어! 미쳤냐?”

“간만에 만난 친구한테 미쳤냐뇨!! 어떻게 친구를 잊어버릴 수가 있어요?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예요?”

“미친놈 맞지! 너 어쩌자고 여기 온거야!!”

상대방에 대해 떠올리자 카이엔의 입에서 거침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이노스 아센시오 아이칸트라.

가르간트의 서쪽에 있는 제국인 아이칸트라의 둘째 황자! 두 나라가 교류를 하면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나이가 같아서 함께 어울리며 같이 놀았던 사이였다.

워낙 예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겨우겨우 떠올려낸 카이엔은 질색을 하면서 이노스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너 대체 왜 여기 온거야!!”

“친구 만나러 올 수도 있죠 뭐! 아, 그치만 공식적으로 가르간트에 제 방문을 밝히지 않고 놀러 왔어요.”

“진짜 미쳤네!”

미친놈이라고 계속 외치면서 카이엔은 뒷목을 잡았다.

제국 황자씩이나 되는 놈이 대체 뭘 위해서 그를 만나러 온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들이 어렸을 적에 친구이긴 했지만 그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이제 와서 찾아온 것도 이상했다.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을게 뻔했다.

카이엔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이노스는 너스레를 떨었다.

“에이, 그리고 왜 왔긴요. 오랜만에 친구보러-”

“나랑 마지막으로 만난지 10년도 넘었잖아. 그리고, 걱정이 됐다면 진작에 왔어야했던거 아냐?”

“우리의 우정은 겨우 시간의 흐름 따위에 지지 않아요.”

“헛소리 말고, 목적이 뭐야?”

단호하게 카이엔이 대꾸했다.

이 유들유들한 녀석에게 흐름의 주도권이 넘어가게 둘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제야 이노스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떠올라서 카이엔은 혀를 찼다.

다른 이들에게 경어를 쓰면서 항상 태도는 장난스러웠던 녀석. 그런주제에 어렸을 적엔 꽤나 사고뭉치라 함께 있으면 항상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리곤 했었다.

그에 대해 떠올리고 나니 이녀석, 어렸을 때와 바뀐 점이 거의 없었다! 외모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본인인걸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한게 이상할 정도였다.

‘뭐, 어렸을 때니까.’

에빌이야 놀이 상대로 자주 성에서 봤지만 이노스는 연례 행사가 아니면 얼굴도 못 봤고, 둘째 황자라 황제와 함께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일도 드물었다.

카이엔이 강경한 자세를 풀지 않자 이노스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모습 그대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야, 이거 안 통하네요.”

“역시나.”

“그치만 별 이유는 없어요. 그냥 놀러온거예요.”

“지금 제국은 한창 계승권을 둘러싸고 싸움이 일어나고 있을 텐데. 넌 누구 편이지?”

“음? 아아~ 소문이란 참 금방 퍼지는군요. 당신은 그런데 관심 없을줄 알았는데.”

“옆 나라 소식이면 싫어도 들려오는 법이야.”

게다가 카이엔은 지금 세자르의 영주 대리였다. 인접해있는 국가의 소식정돈 파악해둬야했다.

현 제국의 황제에겐 황비가 셋이나 있었다.

게다가 이노스는 애매한 둘째 황자였고 위로 형과 누나가 한 명씩, 아래로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 있었다. 가운데에 낀 것이다.

1황비 태생의 1황자 베르나르 루이스 아이칸트라

2황비 태생의 2황자 이노스 아센시오 아이칸트라, 2황녀 사샤 엘리노어 아이칸트라

3황비 태생의 1황녀 옥타비아 플로렌스 아이칸트라, 3황자 클로디우스 미겔로 아이칸트라

이노스도 둘째지만 그의 여동생인 사샤는 막내라 계승 순위는 거의 밑바닥이었다. 그래서, 카이엔은 이노스가 누군가에게 붙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황제 자리를 노리는건 이노스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이녀석은 한가롭게 지내면서 노는걸 좋아하는 한량이니까.

지금은 거의 성인이니 어렸을 때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이 중요한 상황에 가르간트에 온걸 봐선 계승권에는 관심이 없는게 뻔했다.

“너, 누구 편에 선거야? 나한테는 왜 온거고?”

“하나씩 말해요, 하나씩. 그리고 저 아직 중립이거든요? 욕심이 없는건 아닌데 형님 누님이 워낙 쟁쟁해서 사이에 끼어있어요. 나중에 모의 전쟁이 시작되야 알 것 같아요.”

평화롭게 계승이 되면 좋겠지만 꼭 황제 자리를 노리고 피가 흐르곤했다. 그래서, 황제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흘릴 피라면 일찍, 적게 흘리자고.

그리하여 마련된게 모의 전쟁에 대한 규칙이었다. 너른 평야에서 황제 자리를 노리는 직계 자식들이 그들을 지지하는 가문에서 보태준 군대를 지휘하면서 싸우는 것.

합법적으로 라이벌을 제거할 수 있는 싸움이었다.

물론, 기권또한 있었고 모의 전쟁을 채택하는건 황제의 선택사항이었는데 이번 대 황제이자 이노스의 아버지는 모의 전쟁을 시키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모의 전쟁이 다가와도 대화로 중재하고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극히 드문 경우지만 그런 식으로 황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이노스는 제 입으로 자신이 중립이라고 말했다. 모의 전쟁에도 참여하는건가, 싶어서 카이엔이 물었다.

“그래서, 너도 참여해?”

“네.”

“날 왜 찾아온 거야?”

“음… 일단 저는 황자니깐, 버티고 있어도 황제가 되지 못하면 나중에 처형당할 확률이 높거든요. 하지만 전 여동생이 있어서요. 그 애만큼은 살아줬으면 하니까, 카이엔 당신의 인정에 기대게 될지도 몰라요.”

이렇게 말하며 이노스는 품 안에서 돌돌 말린 종이 하나를 꺼내 카이엔에게 내밀었다.

카이엔이 종이를 펼쳐보니 그 안에는 앳된 얼굴의 소녀가 그려져있었다.

이노스와 눈매가 비슷하지만 좀 더 강인해보이는, 제 2 황녀였다.

“이름은 사샤 엘리노어 아이칸트라예요. 혹시라도 이쪽으로 피신오게 되면 부탁드릴게요.”

“그 이유만으로 온 것 같진 않은데.”

“아하하. 눈치 빠르네요. 예전엔 안 그랬으면서.”

“이유.”

“베르나르 형님이 수상합니다!”

손을 번쩍 들며 이노스가 말했다.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황제란 자리를 먹음직스럽죠. 하지만 아직 아버지인 폐하도 살아계시고 황위 쟁탈을 위한 모의 전쟁이 있다고 해도 후계자가 결정된 이후에 다른 쪽에서 들고 나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최근 형님의 동행이 영 이상해요. 으음, 영 기분이 나쁘단 말이예요.”

“첩자라도 보냈어?”

“첩자야 애교죠. 알아본 바론 무슨 용병단을 끌어들인 모양이던데.”

“용병정도야 별거 아닌거 아냐?”

“네. 기사가 모자르니 그 치들로 채워 넣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뒤를 캐보려고 해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지 줄줄이 허탕이지 뭐예요? 그래도 베르나르 형님이 수상한 인물과 접촉했단 증거도 발견했어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노스는 카이엔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예요. 그래서 카이엔 당신이라면 알까해서 온겁니다.”

“…내가 뭘 안다고.”

“그야 예전엔 안 그랬지만 지금은 몬스터 말도 알아듣고 막 기르기도 하고 그런다면서요? 그러니까-”

“싫어.”

“아직 말 다 안 끝났거든요?”

“들어줄 생각 없어.”

“치사하긴.”

내 코가 석자인데 외국사는 친구놈까지 도와줄 여유가 없었다.

단칼에 카이엔이 거절하자 이노스는 뺨을 부풀리면서 투덜거렸다.

“그럼 온김에 그 유명한 애완 몬스터들이나 좀 구경시켜주세요. 제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외국까지 온건데요! 그것도 못 알아줄망정 냉정하게 쳐내다니!”

“네가 오고 싶어서 온거잖아.”

“아, 싫어요. 이대로는 못 돌아가!”

가만히 놔두면 드러누울 기세였다.

제국 2황자 씩이나 되는 놈이 최소한의 인원만 데리고 제국에서 나와 가르간트의 국경을 넘다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와 세계 일주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숨을 푹 쉬고 카이엔은 이노스를 향해 손짓했다.

“얼른 와. 다 구경하고 나면 돌아가고.”

“그때 가서 생각해볼게요.”

안그래도 모의 전쟁 준비 중인 제국의 2황자다. 괜히 엮이면 이노스는 이노스대로, 그는 그대로 오해받아 피곤해질게 뻔했다.

외국의 손을 빌리려고 했다는 오해라도 받게 되면 사방에서 엄청 쪼아대겠지.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며 카이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단 가까운데부터 가자.”

가장 가까운 곳이 그의 방이었으므로 카이엔은 루브와 소금이부터 보여주었다.

루브는 며칠 전에 밥을 먹고 쿨쿨 잘 자고 있었지만 소금이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쳇바퀴를 돌리는 소금이를 보고 이노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이게 뭐예요. 귀여워!”

“이래 봬도 무시무시한 햄스터 몬스터야.”

“정말요? 아닌 것 같은데. 카이엔, 생각보다 귀여운 취미가 있었네요? 방에서 햄스터도 기르고!”

“말이 통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게다가 소금이는 워낙 작아서 혼자 둘 수도 없었다.

방에 있는 몬스터 두 마리를 보여준 뒤 카이엔은 이노스를 데리고 정원으로 갔다.

이 대책없이 밝은 녀석도 릴리시아가 한번 들었다 놨다 하면 질색을 하면서 조용해지겠지.

그런 기대를 하며 카이엔은 맨 처음으로 사트로누스를 소개시켜주었다.

아이칸트라 제국까지 소문이 퍼진 건지 이노스는 바로 사트로누스를 알아보았다.

“이 친구가 소문의 그 친구군요! 카이엔을 도와줘서 고마워요, 보라색 몬스터 씨!”

“크르릉.”

- 저놈이 뭐라고 하냐?

“어… 날 도와줘서 고맙대.”

“크릉.”

- 별난 놈이군.

사트로누스는 관심 없는지 고개를 홱 돌렸다. 반면 이노스는 이리저리 기웃거리더니만 카이엔에게 매달리며 물었다.

“그런데 진짜 말 통해요? 아까 뭐라고 말했어요?”

“네가 뭐라고 말한 건지 물어보길래 대답해줬지.”

“아하.”

“다음은 이쪽.”

이대로 걸어가면 다음은 릴리시아다.

얼른 이노스를 제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어서 카이엔은 릴리시아에게 미리 언질을 줘야 하나, 고민했다.

너무 겁줘서 쫓아내는 것도 좋지 않았지만 이녀석이 여기 오래 있어봤자 좋을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이노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무언가를 찾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노스는 카이엔의 팔을 붙잡았다.

“카이엔! 저기, 저기서 그때 느꼈던 거랑 비슷한 수상한 기운이 느껴져요.”

“뭐?”

“뭔지 모르겠는데… 이쪽이요!”

“어…어!”

이노스가 그의 팔을 잡아끌자 카이엔은 당황하면서 이노스의 뒤를 따라갔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아닐 거라고, 네가 착각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수상한 기운이라니. 그는 느끼지 못했고 뒤따라오는 바이스도 한 마디 없었는데 어째서 이노스만 알아차린걸까?

그 의문은 쉽게 풀렸다.

이노스가 수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향한 곳에는 엔베인과 프라우디에가 있었다.

프라우디에는 흑마법을 공부하고 있던 모양인지 주방에서 닭과 돼지를 손질하고 남은 뼈를 얻어다가 스켈레톤을 만들어 조종하고 있었고 엔베인이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이엔이 입을 딱 벌리며 물었다.

“…흑마법사?”

“아, 그 기운이 그건가요? 전 잘 몰라서.”

눈앞에서 스켈레톤이 춤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노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프라우디에를 가리키며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말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프라우디에에게서 흑마력을 느낀건 기껏해야 티아마티스 뿐이었는데. 마른 침을 삼키고 카이엔이 입을 열었다.

“너 무슨 숨겨진 힘이라도 있어?”

“네? 아아~ 맞아요. 저한테 마법의 재능이 있다던가 뭐라던가. 그런데 그거 다 지원금 얻어내려는 수작 아닌가요?”

“너 진짜…”

카이엔은 이마를 짚고 말았다.

이노스의 말도 말이지만, 제국에서 그가 흑마법사의 기운을 느꼈다는건 최악이었다.

안그래도 심상치 않은 사건이 있었는데, 혹시 연관이 되있었던걸까? 소란에 엔베인과 프라우디에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고 프라우디에는 슬그머니 스켈레톤을 뒤로 감췄다.

“어… 왕자님?”

“카이엔, 부르는데요?”

“으으음… 프라우디에. 이쪽은 내 친구고 이노스라는 녀석인데… 제국 2황자고… 하아아…”

“왜 갑자기 한숨이예요?”

“너때문이잖아.”

“넹?”

“이녀석이 네게서 흑마법사의 기운을 느꼈는데, 그 기운을 제국에서도 느꼈대…”

“네에?! 그때 제국쪽으로 건너간 망령 무리랑 연관되어있는 걸까요? 그,그럼 안되는데…”

“망령요?”

“이노스. 모의 전쟁은 맨날 하던데서 하는거지? 거기서 사람들이 많이 죽나?”

“온건하게 갈 때도 있지만 죽기도 하죠.”

“시체 밭이라는거네.”

죽은 자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나 흑마법사에겐 최적의 장소였다.

거기서 언데드가 일어난다면 모의 전쟁에 참여한 황자, 황녀들과 그들을 지키기위해 따라온 사람들 모두 죽을지도 몰랐다.

흑마법사가 끼어들거다, 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수상한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망령 무리를 그대로 제국으로 넘어가게 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기에 카이엔은 앓는 소리를 내며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노스를 도와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카이엔? 카이에엔-”

“시끄러워.”

“갑자기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프다… 머리가…”

“어? 그럼 큰일난거 아니예요? 약이라도 먹어요.”

“너 때문에 머리가 아픈 거야. 하, 네 직감이 사실이라면 모의 전쟁 때 큰일이 벌어질 거야. 흑마법사가 뭘 노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널 도와줄게. 물론, 모의 전쟁을 돕는다는게 아니라 혹시라도 거기서 언데드가 나타나면 그걸 해치울거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준다는 거죠? 고마워요.”

“너 싸우는 건 안 도와줄 거야.”

“전 어차피 중립을 지키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할 거예요.”

“그럴 거면 모의 전쟁에 왜 참여해?”

“으음… 견제? 둘이 싸우다가 제가 끼어들어서 뒤통수칠 수도 있으니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하자는거? 저 평화주의자거든요.”

“퍽이나.”

이노스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카이엔은 프라우디에에게 손짓했다. 그 부름에 프라우디에가 쪼르르 달려오자 카이엔이 말했다.

“프라우디에, 우리 제국에 가야할 것 같다.”

“네. 제가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카이엔, 당신과 당신 친구들을 어떻게 소개하죠?”

“대충 용병이라고 거짓말 해두던가. 너네 형님처럼.”

“그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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