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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74화 (75/219)

74화

예스티카 벨라시는 화려한 마차를 타고 백 명도 넘는 인원을 대동해 먼 길을 떠났다.

귀한 몸인 그녀를 지키기 위한 기사만 해도 벨라시 공작이 관리하는 기사단의 1개 군단이 뚝 떨어져 나왔고 시중을 들 시녀와 궂은일을 할 하인 등등의 숫자만 해도 이십 명이 넘었다.

게다가 그곳에 카이엔이 있단 걸 안 벨라시 공작이 모쪼록 제 딸을 잘 부탁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한 편지와 더불어 선물까지 듬뿍 짐마차에 실었다.

누가 보면 왕족이 여행 가는 것처럼 보일 법한 웅장한 행렬이 이어졌다.

도적이며 몬스터와 아예 마주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일개 도적과 약한 몬스터가 떼로 몰려와도 기사들의 검 앞에선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마차 안에서 이동하는 내내 예스티카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약혼자인 페르세이지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지만 그가 세자르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왕자를 만나러 간다고 여길지도 몰랐다.

착각해준다면 고마운 일이었다. 페르세이지는 본명을 감춘 채로 지내고 있다고 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 필요는 없었다.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그녀는 하루가 멀다하고 잠을 설쳤다.

점점 초췌해지는 얼굴을 보고 시녀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아가씨!”

“제발 잠 좀 주무셔요. 이러다가 몸 다 상하셔요!”

“맞아요.”

옆에서 시녀들이 애원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예스티카는 쉬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세자르와 가까워질수록 더욱 조바심이 났다.

허나 세자르에 도착하기 하루 전, 그녀 역시 자신의 상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억지로 하루 푹 쉬는 걸로 몸 상태를 회복하려고 했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핏기가 없이 창백해졌고 눈밑이 시커메진 건 하루아침에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었지만 예스티카는 안정을 취한 다음 세자르로 들어섰다.

그녀가 탄 마차와 호위 기사들이 세자르 영지의 문을 넘어갔다.

이미 영주에게 편지를 보내놓았기에 그녀가 탄 마차와 그 일행은 거침없이 영주성으로 향했다.

무리 없이 그들은 영주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벨라시 공작이 말해줬던 대로, 요양하고 있는 세자르 남작 대신 예스티카를 맞이하러 나온 건 왕자였다.

긴 검은색 머리카락을 뒤로 묶어서 넘겼고 검은색 망토를 걸쳐입은 그는 마차가 멈추고 예스티카가 내리자 바로 인사를 건넸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세자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예스티카 벨라시 공작영애.”

“아…”

허나 예스티카의 눈에 카이엔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뒤에 한 발자국 정도 떨어져서 서있는, 키 큰 남성의 얼굴을 눈에 담으며 그녀는 떨면서 한 걸음 내딛었다. …그 사람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것 같았지만 기분탓이리라.

그리고, 예스티카는 바로 첫눈에 알아본 약혼자인 페르세이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페르세이지 님!”

“아차.”

“허…”

못 알아볼지도 모른다더만.

바이스가 자신있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카이엔은 혀를 차며 슬쩍 옆으로 몸을 뺐다.

찰나의 순간, 바이스가 원망어린 눈길을 보냈지만 카이엔은 그것을 무시했다.

그에게 달려드는 예스티카의 팔을 피하며 바이스는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저는 페르세이지가 아니라 바이스라고 합니다만.”

“페르세이지 님-!”

“…일단 자리를 옮기죠. 이쪽으로 오세요.”

“흐어엉…”

“엥? 뭐야 갑자기 왜?”

“일단 갑시다, 왕자님. 예스티카 님도 이쪽으로 오십시오.”

바이스의 소원과는 달리 예스티카는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금방이라도 크게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예스티카를 보며 카이엔은 서둘러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예스티카의 손을 잡아끌며 바이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와 같이 온 일행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벨라시 공작이 아랫사람들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겠지만 보는 눈이 이렇게 많으니, 누군가는 이곳에서의 일을 흘릴지도 모른다.

페르세이지가 누군지는 몰라도 공작가의 영애인 예스티카가 저렇게 울면서 찾고 있는 사람이니 중요한 사람일 게 뻔하고.

“자네인, 이쪽으로.”

카이엔은 얼른 손짓해서 자네인이 그들의 뒤를 따라오게 만들었다.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서 카이엔은 바이스와 예스티카를 마주보게 만들었다.

자리만 마련해주고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바이스가 억지로 그를 붙잡아서 자신의 옆에 앉혔다.

풀썩 소리가 나게 주저앉아버린 카이엔이 바이스를 째려보았지만 바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 도망치실 생각이십니까?”

“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 말도 맞습니다만, 저번에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시는지요? 저 없으면 왕자님은 분명 죽습니다. 그러니까 저흰 죽을 때 같이 죽어야 해요.”

“진심이냐…”

보통 그렇다고 죽을 때 같이 죽자는 말을 하나?

그리고 약혼녀가 찾아온 것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 왜 죽음이란 말까지 나와야 하는건가?

이해할 수 없어서 카이엔은 인상을 썼지만 바이스는 붙잡고 있는 팔을 놓지 않았다.

가지 말라는 듯 힘주어 꽉 잡으니 카이엔은 이를 악물고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페르세이지 님… 대체 뭘 하고 계셨던 거예요? 언제부터 집을 나가셨던 건데요…”

“꽤 오래 됐습니다. 진작에 파혼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예요!”

“당신을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많이 낭비하셨으니, 충분한 값을 치르겠습니다. 제 아버지가 잘 해결해주실겁니다.”

의절했다면서.

바이스는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것마냥 보상은 바이올로스 후작에게 받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카이엔은 어이가 없어서 살짝 입을 벌렸다. 슬쩍 눈동자를 굴리니 자네인 역시 황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바이스의 말에 예스티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거 필요없어요! 저는… 전 페르세이지 님이 좋단 말이에요!”

“저보다 더 좋은 놈은 차고 넘칠 테니 돌아가세요.”

“싫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전 지금까지 당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

“으아악! 잠깐, 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직설적으로 내뱉어지는 말에 카이엔이 화들짝 놀라 잡히지 않은 쪽 손으로 바이스의 입을 막았다.

비명을 지르면서 카이엔이 바이스의 입을 막아버리자 바이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더니만 손쉽게 카이엔의 손을 떼어버렸다.

‘왜 막으십니까?’

‘너 정신 나갔냐?’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카이엔은 조심스럽게 예스티카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아직도 훌쩍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이스에게 굉장히 아까운 사람이었다.

벨라시 공작가는 바이올로스 후작가 만큼이나 쥐고있는 권력의 힘이 강했고 차녀인 예스티카 벨라시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동화 속 공주님을 묘사할 때 쓸만한 비유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풍성한 금빛 머리카락은 햇살을 짜내어 만든 것만 같았고 청명한 푸른색 눈동자는 눈물 때문인지 더욱 반짝였다.

평가가 박한 바이스가 왜 예스티카에 대해 말할 때 미인이라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너 어떻게 할래?”

“뭘 말하시는 겁니까?”

“약혼녀잖아…”

“아시잖아요.”

바이스는 약혼을 파기할 생각뿐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카이엔이었지만 저대로 놔두기엔 예스티카가 너무 불쌍했다.

어떻게든 안 되려나. 머뭇거리다가 카이엔이 입을 열었다.

“영애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내일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자네인, 안내 좀 해줘.”

“네. 예스티카 님, 에빌라이 공작님께 말씀은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치만…”

“내일 다시 이야기합시다.”

“네…”

바이스가 한마디 얹자 예스티카는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얌전히 자네인을 따라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바이스는 바로 한숨을 푹 쉬었다. 살짝 흘러내린 앞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그가 카이엔에게 말했다.

“왜 막으셨습니까? 얼른 파투내고 보내버리면 될 것을.”

“너 진짜… 안 그래도 먼 곳까지 온 사람인데 상처입히고 돌려보내려고?”

“그것 밖에 답이 없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페르세이지를 기다려온 사람인데, 말 몇마디 한다고 바로 마음을 접겠습니까?”

“심한 말 할 필요까진 없잖아.”

“정 떨어지게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일이 복잡해지는군요. 이렇게 된 이상 진지하게 망나니 길을 걷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헛소리말고.”

질색을 하며 카이엔이 물었다.

“결혼 안 하겠다는 이유라도 있어?”

“그야 공작이 자기 둘째 딸을 폐세자 시종의 아내로 보낼 리 없잖습니까. 받아준다면 제가 바이올로스로 돌아가게끔 옆에서 부추길 테고요. 전 왕자님 곁에서 떠날 생각 없습니다.”

“어 그래…”

“보통 이럴 땐 감동이라도 좀 해주시죠.”

“다음부턴 나 빼고 너희 둘만 이야기해. 질린다 진짜.”

“제 직급이 왕자님의 시종인지라 막 나갈 수 없다는 게 문제군요.”

“넌 이미 막 나가고 있어.”

막 나갈 수 없다니, 양심이란 게 있긴한 건가?

진심으로 그렇게 묻고 싶어진 카이엔이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

자네인은 이미 티아마티스에게 예스티카에 대해 전해들은 사항이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울상을 짓고 있는 예스티카는 방 밖으로 나오자 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참았던 울음이 터지니 자네인은 황급히 예스티카를 데리고 복도를 달렸다.

카이엔이라면 모를까, 바로 방 밖에서 우는 소리를 바이스가 못 들을 리 없었다.

어느정도 멀어진 뒤에야 자네인은 안심했는지 가슴을 쓸어내렸고 예스티카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훌쩍였다.

“흡… 흐윽… 페르세이지 님….”

“아, 저기…”

“훌쩍…”

“진정하세요.”

지금까지 티아마티스의 밑에서 일하면서 이런 임무를 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자네인은 쩔쩔매면서 예스티카를 달래려고 애를 썼다.

한참 동안 끅끅거리면서 크게 울지도 못하고 훌쩍이던 예스티카는 자네인이 손수건을 건네자 눈물을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

울음을 참고 있던 목에서 나온 소리는, 굉장히 가라앉은 데다가 바짝 말라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예스티카 님, 저는 에빌라이 공작님의 명령을 받아 당신이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게 돕는 역할이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흑…”

“일단 쉬러갑시다. 같이 오신 분들은 이미 안내를 받았을 거예요.”

바이스가 별채 공사를 따로 한 보람이 있었다.

예스티카가 온다는 소식에 다들 완공이 되자마자 다른 건물로 이사를 갔으므로 예스티카와 그녀의 호위, 시중을 들 사람들은 모두 원래 있던 별채에서 짐을 풀었다.

자네인이 예스티카를 데려가자 별채 밖에서 서성이던 시녀들이 바로 달려왔다. 눈가가 붉어진데다 아직도 훌쩍이고 있는 아가씨의 모습에 그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놀랐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 아냐… 별일 없었어…”

“없으시긴요…”

다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약혼자 문제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아가씨가 슬퍼하는 모습에 그들의 가슴도 미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 얼굴에 예스티카는 애써 웃어보였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별채까지 데려다줬으니 이제 시녀들이 그녀를 챙기게 두기로 하고 자네인은 돌아가려고 했다.

예스티카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일 다시 바이스와 이야기를 할 테니 지금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여겼는데 뒤돌아서는 자네인의 팔을 예스티카가 붙잡았다.

아직도 물기가 어린 눈동자로 자네인을 바라보며 예스티카가 말했다.

“그… 두 시간만 있다가, 다시 와주실 수 있나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

“네. 그럼 다시 오겠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자네인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 말에 예스티카는 세자르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예스티카와 약속을 한 뒤 자네인은 자신이 그녀에게 좀 더 신경을 쓰겠다는 걸 알리려고 다시 카이엔을 찾아갔다.

방금전까지 있었던 응접실로 가니 다행히 카이엔과 바이스 둘 다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싸우기라도 한 건지 냉담한 응접실 안 공기에 자네인은 의아해하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별일 없었어. 그나저나, 벨라시 영애는?”

“별채로 모셔다드렸습니다. 저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셔서 두 시간 뒤에 다시 찾아가기로 했고요. 그걸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그래? 참… 별일 없으면 좋을 텐데.”

“여기까지 왔는데 별일 없을 리가 없잖습니까.”

아까부터 반응이 굉장히 까칠한 바이스를 보며 카이엔은 인상을 썼다.

“다 너 때문이거든?”

“정확히는 제때 파혼을 안 시킨 후작의 잘못이죠.”

“그거 네 얼굴에 침뱉는 거랑 똑같아.”

“아무튼, 내일은 어떻게든 결판을 내야 할 텐데 문제가 많군요. 솔직히 약혼자긴 해도 저는 그 분에 대해 아는 게 없거든요.”

“정략결혼 상대였단 건 저번에 들어서 알아. 그래도 그렇지…”

“저의 무슨 점이 맘에 들어서 아직까지 찾고 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짚이는 구석이 없는지 바이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해야 잘 거절할 수 있을지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글라스 씨에게 왕자님의 시중을 맡기죠.”

“너 지금까지 생각해놓은 게 하나도 없었던거야?”

“왕자님이 못 하게 막으셨잖습니까.”

“…험한 말 하지말고. 상처받게 하지말고.”

“파혼해야 하는 마당에 어떻게 상처를 안 줍니까? 노력은 하겠습니다. 일단 내일 예스티카 님과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질 때까진 잠시 시종 일에서 손을 떼고 있겠습니다.

카이엔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바이스는 응접실에서 나왔다.

바이스가 가버리자 카이엔도 몸을 일으켰다.

골치아픈 상황에 카이엔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미안해하며 자네인에게 예스티카를 부탁했다.

”그… 벨라시 영애를 부탁한다. 바이스 저 녀석, 내일 또 무슨 말을 해서 사고를 칠지 모르겠어.”

“네. 저도 티아마티스 님께 들은 게 있으니 잘 하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도 꼭 말해주고.”

“네. 아, 왕자님. 방 까지는 제가 뒤따르겠습니다.”

“아냐 괜찮아. 겨우 내 방 가는 건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두 시간 있다가 영애한테 가야 하잖아. 너도 좀 쉬었다가 가.”

손을 저으면서 카이엔은 혼자 복도를 걸어갔다.

예스티카가 온다는 걸 미리 알았으므로 바이스가 만반의 준비를 해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과연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 그 자리에도 그가 끼어있어야 하는 걸까.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미 한번 사고 칠뻔한 바이스라 손놓고 지켜보기가 두려웠다.

예스티카 벨라시는 그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녀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바이스가 순순히 그의 말을 들어줄 리가 없어서 카이엔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바이스 말마따나, 그들은 한 배를 탄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무슨 일이 터지면 같이 살거나 같이 죽는 것 밖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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