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현 왕의 탄신연에 참석하기 위해 카이엔과 세자르 남작은 영주성을 떠났다.
수도까지 가는 길이 먼지라 동행하는 사람의 수도 굉장히 많았고 대동하는 기사들의 수도 상당했다. 물론 검은 숲을 감시해야 하기에 영주성에 남는 인원이 훨씬 많았다.
수도 하렐까지는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몇 주가 족히 걸렸다.
남작은 가는 길에 다른 귀족과 만나 카이엔이 불편해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길을 서두르기도 했고 마차가 세 대나 움직였으며 고작 ‘남작’에게 찾아와 아는 척하는 귀족도 없었기 때문이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카이엔은 늑대로 변신한 라스와 고양이로 변신한 그리델라, 박쥐로 변신해 새장 안에 있는 글라스와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그리델라는 전생에 고양이었는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고양이처럼 움직였다.
카이엔의 무릎 위에 올라가는가 싶더니만 창 밖에 관심을 가지더니 열린 창문 안으로 날벌레가 들어오자 앞발을 휘휘 저었다.
“잡으려고?”
“미야옹-”
“나랑 바이스 밖에 없는데 고양이 소리낼 필요가 있냐…”
“미리 연습해둬야 깜짝 놀라도 고양이 소리를 내지!”
에빌은 마차가 좁아서 프라우디에와 자네인이 있는 마차에 함께 타게 되었다.
세 명이 왕자의 애완 동물로 함께했고 바이스는 시종, 에빌은 호위기사니 밖에서 말을 타고 가거나 마차에 탑승하기로 했는데 오래 말을 타면 힘들 테니 카이엔이 앉아서 쉬라면서 다른 마차로 보내버린 것이다.
야옹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리델라는 마차 좌석에 드러누웠다. 고양이로 있는 게 정말로 편해보였다.
“나참… 라스야 예전에 늑대로 오래 지냈던 적이 있고 글라스도 마찬가지니 그리델라 네가 걱정됐는데 참, 쓸모 없는 걱정이었구나.”
“야옹.”
“그래, 거기서도 열심히 고양이인 척 해. 내가 밖에 데려갈 일은 없을 테니까.”
“에엥? 왜?”
“왜 내가 데리고 다닐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귀여운 고양이는 자랑해야 하는 거라구!”
“그런 거 몰라.”
아무리 겉모습이 귀여운 고양이라도 그리델라가 변신한 모습이란 걸 알고 있으니 같이 놀아주기보단 쳐다만 보고 있는 게 더 편했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지루했던 길도 수도에 가까워질수록 떠들썩해졌다. 탄신연이 뭐라고, 수도 인근의 백성들도 이것저것 잔뜩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이상했다.
카이엔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왕이 바뀔 때마다 그 날짜도 바뀔 텐데 저렇게 챙길 필요가 있나, 싶었다. 물론 혼자서만 생각하고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탄신연을 맞아 지나가는 마차가 늘어난 탓에 주변을 지나는 인파와 마차의 길이 엇갈리지 않도록 길이 나뉘어있었다. 색이 있는 벽돌을 따라가면, 아마 왕성의 입구가 나올거다.
이런 게 예전에 있었을까. 카이엔은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의 아이들이 귀족의 마차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 애들도 거기 애들이랑 비슷하네.’
어딜가나 애들은 비슷한 것 같다며 카이엔은 감흥없이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그리델라가 폴짝 뛰어서 앞발을 창문에 갖다대며 함께 밖을 내다보았다.
고양이의 등장에 아이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허어.”
“히히.”
“고양이를 좋아하나 보네.”
“이렇게 귀여우니까 당연하지.”
“왜 그렇게 뿌듯해하는 건데.”
“이 모습도 내 모습이니깐.”
자랑스럽게 턱을 치켜들고 가슴을 내미는 고양이를 보며 카이엔은 피식 웃었다. 자신감 하나는 끝내줬다.
왕성의 문 앞에서 잠시 검문이 있었다. 초대장과 더불어 카이엔 이디에우스 라는 이름을 들었지만 왕성 안으로 들어가는 마차는 모두 검문을 받아야 했기에 마차의 문이 열렸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왕자의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고 있는 늑대와 그 옆의 고양이, 새장 안의 박쥐를 볼 수 있었다.
마차가 열린 틈을 타서 세자르 남작은 카이엔에게 다가왔다. 안까지는 함께 가지 못 하는 건지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저는 타운 하우스로 가겠습니다. 탄신연에 뵙겠습니다, 왕자님.”
“그래. 수고 많았어.”
남작이 탄 마차는 우회해서 돌아갔고 마차 두 대만이 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도착했음이 전달된 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달려온 안내인이 그들을 안내해주었다.
바로 왕부터 만나게 될 거란 카이엔의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탄신연 동안 묵을 장소로 가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궁의 외관에 카이엔은 쓴웃음을 지엇다.
“복구했나 보네.”
과거, 왕세자가 썼던 리만테스 궁은 십 년 전에 그런 사고가 있었을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복구되어 있었다.
물론 벽에 피가 잔뜩 튀었고 사트로누스가 발톱 자국을 내놓은 것들도 있어서 보수공사를 한 모양이지만 겉은 깨끗했다.
마차에서 내려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여전했다.
이곳을 떠난 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구조가 기억나다니. 기분이 굉장히 이상해졌다.
안내인이 조심스럽게 카이엔에게 방을 안내해 주었고 카이엔의 뒤를 바이스가 따라갔다.
글라스가 들어있는 새장을 든 채 걷는 그의 뒤를 라스와 라스의 등에 올라탄 그리델라가 뒤따랐고 에빌과 프라우디에, 자네인도 말없이 줄지어 걸었다.
예전에 그가 썼던 방과 같은 위치에 카이엔은 살짝 인상을 썼지만 불쾌한 기색을 내비칠지언정 입 밖으로 쓴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조용히 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애완동물들이 함께 따라갔고 바이스는 안내인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곧 리만테스 궁을 담당하는 시종이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대화의 상대를 바꾸었다.
안내인은 어디까지나 안내만을 할 예정이었으니까.
카이엔은 성문 근처까지 그들을 찾아온 남자를 그저 안내인이라고만 생각했겠지만 바이스는 그 자가 국왕의 시종이란걸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간결하고 짧게 대화를 주도했다.
그들이 리만테스 궁에서 지낼 동안 필요한 건 이쪽을 담당하게 된 시종과 시녀들에게 요구하면 된다는 말에 바이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카이엔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쓸 방 역시 배정받았다.
한 층 아래에 시종과 호위기사가 자리를 잡기로 하고 프라우디에의 경우엔 카이엔이 처음부터 친구를 데려간다는 말을 전달했기에 카이엔의 방 바로 옆의 방을 쓰기로 했다.
바이스가 짐정리를 하며 가버리니 방에 남은 건 카이엔과 그리델라, 라스, 글라스였다.
영주성의 그 어떤 방보다도 크고 화려한 방에 다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느라 바빴다.
“왕자님은 이런 곳에 있었구나-”
“어. 예전에 내가 썼던 곳인데, 가구는 좀 바꾼 것 같네.”
“사트로누스가 다 부숴서?”
“…걔는 내 방문만 부쉈었어.”
왜 가구까지 다 바꾼 건진 모르겠지만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카이엔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아직 탄신연까진 시간이 좀 있었고 그들은 이틀이나 빨리 도착했다.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 푹 쉬면서 빈둥거리면 된다며 그가 편한 자세를 찾기위해 몸을 뒤척이고 있으니 그리델라는 고양이 모습으로 사방을 뒤지고 다녔다.
가구 밑이며 침대 밑, 커튼 사이와 화분 밑까지. 누군가가 숨겨둔 함정이 있을까 봐 철저히 파헤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양이 발로 친 꽃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고 말았다.
“우앗!”
“뭐야?”
“꽃병 깼어… 미안해, 왕자님.”
“괜찮아. 안 다쳤으면 됐어. 그나저나 오자마자 사고를 칠 줄이야…”
“끼잉.”
“다치면 큰일이니까 멀리 떨어져 있어.”
바이스는 한참 짐을 정리하고 있을 테니 부르기가 미안했다.
하는 수 없이 카이엔은 방에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시종을 부르는 종을 울려야만 했다.
금세 달려온 시종은 깨진 꽃병과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카이엔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는 빗자루며 쓰레받기를 가져와 꽃병조각을 모두 치우고 돌아갔다.
“갔냐?”
“네. 갔습니다.”
“하아…”
“미안해 왕자님.”
“됐어. 뭘 찾길래 그랬던 거야?”
“혹시 누가 뭘 숨겨놨을지도 몰라서.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것 참 다행이네.”
이제 좀 쉬자며 카이엔은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입고있던 외투는 대충 근처 의자에 걸어놓은 뒤였다. 보통 외출 후엔 바이스가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왔지만 지금은 ‘짐정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러나 말이 짐정리지, 정리하는 게 짐일지 사람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카이엔이 왕성에 도착한 다음 날. 그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쓸데없는 손님이라면 바이스가 문전박대했겠지만 직접 와서는 손님이 왔다고 전하는 걸 봐선 중요한 인물인 모양이었다.
설마 국왕은 아니겠지.
그런 카이엔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를 만나러 온 건 청녹색 단발머리의 소녀였다.
머리색과 잘 어울리는 에메랄드빛 드레스를 입고 온 소녀는 카이엔을 보고 바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독스 백작가의 에이바토스 독스라고 합니다. 제 오라버니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라우디에의 동생?”
“네.”
전혀 닮지 않았다.
프라우디에의 눈이 동글동글한 게 개과 동물을 연상시키는 것과 달리 에이바토스는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가 고양이를 떠오르게 했다. 드레스보단 검과 제복이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인상이었다.
카이엔의 표정을 보고 에이바토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오라버니와는 안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미안하다.”
“아뇨. 아닙니다. 저는 왕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온 거니까요. 오라버니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래. 오랜만에 만나는 것일 테니 할 이야기가 많겠지. 편하게 이야기하고 가도록.”
여동생이 직접 만나러 올 정도면 독스 백작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여동생과는 가까웠던 걸지도 모른다.
프라우디에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살만한 성격도 아니었고 에이바토스도 성격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두 사람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다과를 챙겨주라고 바이스에게 말해두고 카이엔은 방으로 돌아갔다.
프라우디에는 가족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기에 여동생이라고 찾아온 사람이 꽤 신기했다.
그러나 정오가 지난 다음 카이엔이 또다시 방에서 나올 일이 생겼다.
바이스가 손님이 왔다고 하는 말에 인상을 쓰며 나가보니 응접실에 떡하니 티아마티스가 앉아있었다.
다만 옷차림에 굉장히 신경을 쓴 상태인 걸로 봐서는 ‘에빌라이 공작’으로서 온 모양이었다. 한숨을 쉬며 카이엔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왜 오셨습니까?”
“말을 낮추십시오. 오늘은 그저 에빌라이 공작으로서 온 것이니.”
“…별로. 누가 듣고 있지도 않고.”
“편하게 말하십시오. 찾아온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정말로, 왕이 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쯧. 진심으로 묻는 말이야?”
혀를 차며 카이엔은 에빌라이 공작을 흘겨보았다.
이미 그가 왕위에 관심이 없단걸 알아차렸을 텐데, 꼭 굳이 저렇게 물어봐야 하나 싶었다.
그 반응에도 에빌라이 공작은 고요한 눈동자로 카이엔을 응시했다.
“진심을 알고 싶으니까요. 일단은 이 나라의 귀족으로 있으니. 당신에게 정통성은 있을 텐데요?”
“드래곤이면 드래곤답게 인간들이 부질없는 짓 하는거나 구경하시지요.”
“그대가 곤란한 일에 처하면 그 아이도 위험해질 거 아닌가.”
카이엔이 드래곤을 언급하자 에빌라의 공작의 말투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자네인이 걱정되면 다시 데려가면 되잖아요.”
“지금까지 내멋대로 휘둘렀으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가 하고 싶다는 대로 두고싶다.”
“아 네.”
“그대가 왕이 되든 되지 않든 다사다난할 것 같지만.”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은근슬쩍 말돌리지 말고 제대로 좀 말해줘요!”
왕이 되고 싶지 않아서 숨만 쉬고 살았는데 그 무슨 소름끼치는 말이란 말인가. 왕이 되던 되지 않던 사고가 끊이지 않을 거란 건가?
카이엔이 질색을 했지만 에빌라이 공작은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양쪽에서 서로 반말과 존댓말이 오가는 상황에서 바이스는 프로답게 담담한 얼굴을 한 채 서있었다.
“그러고보니 오전에 프라우디에의 여동생이 왔다갔는데. 아세요?”
“여동생? 아, 이전에 본 적은 있다.”
“그래요?”
“그쪽은 평범한 인간이지.”
“프라우디에와 사이가 나쁘진 않죠?”
“친해지고 싶어 하는 모양이지만 독스 백작이 그렇게 두지 않지. 프라우디에가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란 걸 알고 있으니.”
“여동생쪽은 친오빠로 알고있고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태도로 봐서 아마 의붓아들이 아닐까 의심하는 것 같더군.”
하긴 누가 호문쿨루스라고 단번에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기껏해야 의붓아들이거나 혼외자식, 양자 등을 떠올릴 게 뻔했다.
게다가 프라우디에는 여동생인 에이바토스와 닮은 점이라곤 눈동자의 색 뿐이었다.
카이엔은 독스 백작을 만나본 적이 없었지만 프라우디에와 닮았을 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연금술사라니까 저절로 음침한 분위기의 괴짜가 떠올랐다.
“뭐, 탄신연에서 만나게 되실 겁니다.”
“프라우디에를 데려갈 수 있나?”
“호위와 시종을 동행시킬 수 있고 당신이 데리고 들어간다고 하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아, 괜찮겠네. 이런 데까지 같이 와줬으니까 구경이라도 잘 하고 돌아가야지.”
프라우디에에겐 그와 함께 입장할 건지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괜히 그의 곁에 있다가 독스 백작이 폐세자인 그와 함께 한다는 오해를 심어줄 필요는 없었다.
프라우디에는 감춰진 자식이라 그가 독스 백작가의 장남이란 걸 아는 자는 드물겠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차단해야 했다.
그 정도로, 카이엔은 자신의 사정에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바이스야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해도 제멋대로 서슴없이 넘어오는 녀석이니 논외였다.
“하지만 애완 동물은 안됩니다.”
“나도 데려갈 생각 없어…”
“고양이도 안됩니다.”
“안 데려가.”
고양이가 있단 건 도대체 어떻게 안 거람? 그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난 건지 에빌라이 공작은 조용히 손가락으로 카이엔의 상반신을 가리켰다.
“고양이 털이 묻어있습니다.”
“아.”
진짜도 아니고 변신한 고양이면서 털도 빠지냐!
탄신연에 참석하기 전에 철저하게 옷을 확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여기까지 왔음에도 에빌라이 공작으로서 온 티아마티스는 자네인을 만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냐는 물음에 그는 가만히 내려놨던 모자를 쓰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나눌 이야기도 없습니다. 오늘 저는 ‘에빌라이 공작’으로서 폐세자인 당신을 만나러 온 것이고 아무리 조용히 왔다고 해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선 이 만남이 전달될 겁니다. 별일은 없겠지만 주변을 경계하는 걸 멈추지 마십시오.”
“말 안 해도 잘 알아.”
“그러시겠죠.”
대단치 않은 이유로 방문했기에 에빌라이 공작은 조용히 돌아갔다.
오전엔 에이바토스, 오후엔 에빌라이 공작의 등장으로 카이엔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외의 손님맞이는 없었지만 다른 이들을 만나서인지, 그가 왕성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십 년 전과 달라진 점이 거의 없는 궁 안에서 그는 훌쩍 큰 채로 그 안을 배회했다.
그 탓일까. 잠을 설치게 된 카이엔은 자정 무렵 부스스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