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다음날, 카이엔은 물 그릇 하나가 빈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그가 잠든 시각에라도 늑대가 눈을 떠서 물이라도 마셨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때만 잠깐 정신을 차렸던 건지 아침이 되어서도 늑대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어제보단 나아보였지만 아직 회복이 덜된 게 확실했다.
하루만에 나을 상처가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바이스가 방으로 들어왔다. 카이엔이 일어나서 늑대를 보고있는 모습에 바이스가 웃으며 물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어.”
“늑대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물은 먹은 것 같은데 아직은 못 움직이는 것 같아.”
“하긴, 하루만에 눈을 떴으면 그것도 이상하군요. 그럼 오늘은 방에서 늑대를 보고있는걸로 할까요?”
“그래도 돼?”
“어차피 왕자님은 해야할 일 없이 매일 시간만 때우시니까요. 관찰일기를 적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죠.”
맞는 말이었지만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카이엔이 인상을 쓰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스는 세수하고 옷이나 갈아입자며 그를 재촉했다.
오늘은 뒤에 글라스가 없어서 의아하게 여기니 바이스가 한마디 덧붙였다.
“왕자님이 방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하실 테니 오늘은 바깥 구경이나 좀 하다오라고 했습니다.”
“너 정말…”
“뛰어난 판단이죠.”
방 안에서만 움직일 테니 거창하게 껴입을 필요는 없다며, 바이스는 소매가 좁은 셔츠와 편한 조끼를 꺼냈다.
아침식사도 방으로 가져다주겠다며 바이스가 밖으로 나가자 카이엔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말없이 늑대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누워서 숨만 쉬고 있었다.
붕대같은걸 갈아줘야 하는 건 아닐까. 약은 뭘 발라줘야 하는 걸까. 이따가 프라우디에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것 같았다.
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바이스가 식기를 치우고 있으니 작게 찍찍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소금이가 자기 집에서 나와서 카이엔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카이엔은 소금이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소금아?”
“찌잇-”
- 어제 저놈이 깬 걸 내가 봤다!
“어, 그래?”
“찍찍!”
- 얼마 못 가서 다시 누웠지만.”
“그랬겠지. 많이 다쳤으니까.”
무덤덤한 카이엔의 태도에 소금이의 앞발질이 더욱 거세졌다.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소금이가 외쳤다.
-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무슨 소리야… 큰일은 무슨.”
- 커다란! 털 달린 네발 짐승인데!
“눈도 잘 못 뜨는 애잖아. 걱정 안 해도 돼.”
햄스터에게도 걱정받는 처지인 건가.
소금이마저 그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건 감동받을만한 일이지만 기분은 굉장히 이상해졌다.
손가락으로 소금이의 머리를 살살 문지르며 카이엔이 말했다.
“내가 다칠 일은 없을 테니까 안심해. 그러려고 이렇게 사는 거니까.”
“찟.”
- 흥.
짧게 찍, 하는 소리를 내고 소금이는 다시 제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삐진 건가?
참 알 수가 없다며 카이엔은 피식 웃었다.
식사 후엔 방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바이스가 몇 권 골라다준 것이 있어서 카이엔은 하루 종일 책을 읽기로 했다.
개중엔 제목은 그럴싸한데 내용은 괴상한 것이 일부 섞여있어서 도중에 한쪽으로 빼놨다.
아무래도 바이스가 실수한 모양이었다. 등장인물 두 명의 분위기가 갑자기 묘해지기 시작한 부분에서 카이엔은 책을 덮어버렸다.
“음? 재미가 없나요?”
“어… 별로네.”
“이상하군요.”
바이스는 카이엔이 밀어놓은 책을 집어서 파라락 책장을 넘겨보았다. 그러더니만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알아보지 못 한 제 불찰이군요. 동명의 다른 책과 착각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다음부턴 그러지 마.”
“아마 페이리 씨의 책들과 섞여버린 모양이군요. 담당자에게 페이리 씨의 서고를 따로 만들어서 관리해주라고 부탁해야겠습니다.”
“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골탕 좀 먹어보라고…”
“제가 그 정도로 할 일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저렇게까지 말하니 정말 아닌 모양이다.
그나저나 아까 그가 읽은 책이 정말로 페이리가 요청해서 구입해둔 책이라면 대체 페이리는 요즘 뭘 읽고 있는 걸까.
그가 그런 고민에 휩싸여있으니 옆에서 바이스가 한몫 거들었다.
“페이리 씨의 도서 취향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신체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으음… 그래?”
“주변에 인간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해 궁금해진 모양이죠.”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바이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걸지도 몰랐다.
다른 책을 읽는 카이엔의 옆에서 바이스는 한참 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시중 들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대기할 겸 카이엔이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라고 명령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도 걱정되니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것이다.
새벽에 한 번 깨어난 늑대가 언제 다시 눈을 뜰지 모르니까.
의식을 차린다면 카이엔은 늑대에게 말을 걸어볼 것이다. 몬스터라면 당연히 말을 알아들을 것이고 짐승이어도 카이엔이 자신을 도운 것쯤은 알 테니 쉽사리 물어뜯거나 하진 않을 테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정오가 지나고 나서야 늑대가 다시 한 번 눈을 떴다.
작게 끙끙거리는 소리에 카이엔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대낮의 밝은 빛 아래에서 본 늑대는, 어제보다 더 핼쑥하고 야위어 보였다.
“…뭘 좀 먹여야 겠는데. 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유라도 가져오겠습니다.”
“부탁할게.”
잠시 후 바이스는 데운 우유와 스푼을 하나 들고왔다. 카이엔은 우유를 한 스푼 떠서 늑대의 입 안에 흘려넣었다.
흘리지 않도록 조심히, 삼킬 수 있도록 천천히 몇 번이고 반복했다.
늑대는 눈을 깜빡이면서 그대로 누워있었다. 한번씩 상처가 아픈지 낑낑대긴 했지만 갑자기 머리를 든다거나 몸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우유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도 카이엔은 아직 뭔가가 부족한 것 같다고 여겼다. 바이스에게 한 그릇 더 가져오라고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바이스가 밤새 밥그릇 안에 있었던 사과를 집어들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식기로 충분히 갈아서 먹일 수 있습니다.”
“어… 무슨 수로?”
저렇게 동글동글한데 수저로 껍질부터 파서 먹이라는 건가?
왠지 엄청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대답에 바이스는 가만히 사과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사과가 두동강이 났다.
“어…”
“이제 됐습니다. 씨를 빼드리죠.”
“어… 응.”
카이엔이 건넨 스푼을 받아서 바이스는 중간의 심과 씨를 빼냈다. 스푼으로 사과를 긁어내면서 이렇게 하면 된다, 라며 몸소 시범을 보여주는 그에게 카이엔이 물었다.
“너 그런건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예전에 왕자님이 아프실 때 누가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녀들 아니었어?”
“저였습니다만.”
“어… 미안.”
“그때 워낙 아프셔서 정신이 없었을 테죠. 이해합니다.”
한번 해보라며 바이스는 카이엔에게 사과와 스푼을 넘겨주었다.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카이엔은 서툰 손으로 열심히 사과를 긁어냈다.
긁어낸 사과는 씹지 않고 삼킬 수 있을 정도여서 조심히 늑대의 입 안에 넣어주었다.
단맛이 나는 과일이 혀에 닿자 늑대가 잠깐 몸을 움찔거렸지만 얌전히 사과를 잘 받아먹었다.
사과 반 개를 다 먹이고 나니 남은 건 껍질과 축축해진 손이었다.
카이엔은 나머지 반쪽의 사과도 집었다. 살짝 잡아봐도 이렇게 단단한데 바이스는 대체 힘이 얼마나 세길래 이걸 반으로 쪼갠걸까.
그가 바이스에게 맞을 일은 절대 없겠지만 괜히 무서워져서 카이엔은 몸을 떨었다.
함께한 지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이었다.
갈은 사과 한 개를 무사히 다 삼킨 늑대는 다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 고요한 숨소리에 카이엔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 낫는데 얼마나 걸릴까?”
“몇 달은 걸리지 않을까요?”
“흠.”
“키우실겁니까?”
“상황을 봐서.”
야생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풀어주는 게 좋겠지만 인적이 드문 숲 같은 데에 놓아줘야 할 테니. 그렇다고 가까이 있는 검은 숲에 풀어줄 수는 없었다. 그곳은 몬스터들의 서식지였으니까.
가까운 곳에 놓아줬다간 사냥꾼들 손에 운명을 달리할지도 모르고. 돌려보내려니 여러모로 고민할 구석이 많았다.
머리 아픈 생각은 그때가 되고 나서야 하기로 하고 카이엔은 늑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는 걸 뒤로 미뤘다.
***
일주일이 더 지나고 나서야 늑대는 몸을 일으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그 전에는 몸은 뒤척일 수 있어도 걸을 수는 없어서 좌우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눕는 게 최고로 많이 움직인 것이었다.
한 자세로 며칠씩이나 가만히 누워있으면 상처가 곪을 수도 있다는 바이스의 조언에 카이엔은 경악하면서 늑대가 안 움직이려고 하면 본인이 직접 자세를 바꿔주기까지 했다.
그런 카이엔의 지극정성의 노력 끝에 늑대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아서 카이엔이 다가가기도 쉬웠고 적대행동을 보이지 않았기에 소금이도 안심했다.
한번씩 소금이가 늑대 위에 올라타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물론 그때마다 카이엔이 소금이를 혼냈다.
늑대는 몬스터가 아니라 평범한 짐승이었던 모양인지 그르릉거리면서 카이엔이 방 안에 들어오면 다가가서 다리에 얼굴을 부비거나 바지를 물어당겼다.
‘이름 짓고 키울까…’
정들면 떠나보내기가 어렵다. 게다가 성격도 온순하니 옆에 두고 키워도 될 것 같았다.
이미 사트로누스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늑대 정도라면 애완동물로 삼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리를 절뚝이고 있는 모습이, 아직 덜 나은 것 같긴 하지만 저것도 곧 나을 테지.
늑대를 애완동물로 삼아도 되는가에 대해 카이엔은 몇 시간 동안 고민했다.
사트로누스도 소금이도 릴리시아도 말이 통하니까 남들은 애완 몬스터라고 여겨도 카이엔 본인에게 있어선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카이엔의 나이 열아홉. 말 안 통하는 동물 친구를 가지고 싶을 나이였다.
그러나, 말 안 통하는 애완동물에 대한 환상은 오래 가지 못 했다.
보름달이 유독 밝은 밤이었다.
카이엔은 바이스가 가져다준 늑대에 대한 책을 읽고있었다. 옆에 두고 키우려면 습성이든 식성이든 알아야 할 것이 많아서 공부 좀 해야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느 책도 다 비슷비슷한 내용만 담고 있어서 그게 그거였지만 안 읽어보는 것보단 나았다.
이제 슬슬 자야하나, 라며 책을 덮고 일어났는데 늑대가 빤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배고파?”
아까 저녁밥을 줬지만 몸이 회복하려면 더 많은 식사가 필요한 걸지도 몰랐다.
카이엔이 웃으며 말을 걸자 늑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치 그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응?”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그런 카이엔의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늑대가 사람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짖는 소리도 몇 번 내지않고 으르렁거리던 게 다였던 녀석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설마 그가 잘못 들은건가 싶어서 카이엔은 애써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늑대는 여전히, 어떻게 그 입에서 인간이 쓰는 말이 나오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유창하게 말하고 있었다.
“많이 놀라셨을 것 압니다. 저도 많이 고민했어서…”
“어… 그, 그래. 늑대가 사람 말 쯤이야 할 수도 있지. 그렇지.”
“그게…”
늑대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러는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큰 개였는데.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 말 하는 늑대라니. 카이엔이 허탈해하며 중얼거렸다.
“늑대 인간 같은 것도 아니고…”
“아, 그게 맞습니다.”
“뭐?”
“늑대 인간…”
“하하….”
마을 근처에 쓰러져있는 늑대를 주워와서 치료해줬는데 알고보니 늑대가 아니라 늑대 인간이었다고 한다.
페이리가 즐겨읽는 소설책 중에 저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나오는 애들이 어떻게 됐더라? 걔들은 연애라도 했지 그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복잡한 마음에 한숨만 푹푹 쉬는 그에게 늑대가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늑대가 말했다.
“심하게 다쳐서, 늑대의 모습으로 도망쳤습니다. 이 모습이 편하실 테니 이렇게 있겠습니다.”
“어…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는, 이 부근이 아닌 다른 곳에 터전을 잡고 있던 늑대인간 일족의 일원입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공격에 다들 뿔뿔히 흩어졌고, 저도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던 걸 당신이 구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마법사 같은 남자였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다짜고짜 일족들을 죽여 시체를 가져가거나 산 채로 납치했습니다. 다들 맞서 싸웠지만, 무리였습니다.”
늑대의 목소리가 떨렸다.
공격한 자의 정체도, 동족이 얼마나 흩어졌고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도 알 수 없다는 덧붙임에는 혼자만 멀쩡히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묻어있었다.
카이엔은 그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꼈던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죽고 싶지 않아서 살고 있는데, 그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던 날도 있었다.
카이엔은 가만히 늑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그놈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여긴 안전할 테니까… 떠나는 것은 네 자유지만 그래도 난 네가 여기 있으면 좋겠다.”
단서 하나 없는 적을 찾아나서는 길은 분명히 어려울 테니까.
카이엔의 대답에도 늑대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 하고 있었다.
“…속여서 죄송합니다.”
“속이긴. 나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필요했겠지. 세상에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많잖아.”
“당신은, 신비한 사람이군요.”
“신비는 무슨. 몬스터랑 말 통하는 거? 소금이랑 잡담하는 걸 많이 봤으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늑대의 움직임이 아직 많이 서툴렀기에 카이엔은 늑대를 방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었다.
고로, 늑대가 지금까지 본 몬스터라곤 소금이 뿐이었다.
사트로누스는 카이엔에게 묻어있는 냄새로 다른 짐승이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안 다치기만 하면 상관없다며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그러나 늑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것도 신기하긴 했지만…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느낌이…”
“그래?”
내가 도와줘서 그런 거겠지, 라며 카이엔은 별 생각없이 흘려넘겼다.
생명의 은인이니 그런 마음이 들법도 하겠지.
“아. 그런데 네 이름은 뭐야? 계속 늑대라고 하기도 뭐하고. 네가 진짜 짐승이었다면 내가 이름 붙여서 키우려고 했는데 늑대인간이니까 이름이 있을 거 아냐.”
“라스라고 합니다.”
“그래, 라스.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이야기하자. 네가 늑대인간이라는 걸 다른 몇 명에겐 알려야 하니깐. 특히 바이스한테는…”
카이엔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바이스가 인간 같지 않은 면이 있다고 해도 늑대인간이 늑대 모습으로 있는 것을 구별해낼 눈은 없었던 모양이다.
늑대 역시 표정에 긴장이 어렸다. 카이엔의 옆에 있으면서 이미 바이스가 어떤 사람인지 봤기에, 그 역시 걱정이 된 것이다.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일단 자고 내일 이야기하자. 너도 피곤할 테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