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글라스가 뱀파이어란걸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겉보기에 인간과 다를 게 없고 이름만 뱀파이어지 피도 안 먹는다는 이종족을 경계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무덤덤해진 건 무섭게 생겼지만 카이엔의 앞에선 강아지처럼 순해지는 만티코어와 수십개의 촉수를 가진 징그러운 말미잘 모양의 알라우네지만 역시 카이엔 앞에선 애정을 갈구하는 몬스터인 릴리시아, 하반신이 거미지만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밝은 성격을 가진 페이리 덕분이었다.
소금이는 귀여움으로 한몫 거들었다.
에빌에 프라우디에, 자네인, 박쥐인 줄 알았는데 실은 뱀파이어였던 글라스.
점점 늘어나는 주변 사람들에 카이엔은 한숨을 쉬었다.
프라우디에나 자네인의 경우엔 독스 백작이 세자르 남작에게 직접 요청해서 공부하고 연구하러 온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으니, 걱정이 되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눈이 있을 테고 그들은 그 모든 것을 국왕에게 전달할 터. 과연 국왕은, 그를 위험요소로 여기지 않을까?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몸이 떨렸다.
카이엔은. 카이엔 이디에우스는.
아직도 그날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비명과 짐승의 울음소리가.
사트로누스와 만나게 된 그 날은 그에게 있어서 기적과도 같았지만 동시에 공포 또한 함께였다.
제 새끼를 잃고 잡혀와 이성을 잃은 만티코어와.
제 부모를 잃고 불안에 떨던 어린 소년이.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만나게 된 것은.
그때, 그들의 마음이 통하지 않았다면. 서로의 감정을 느끼지 못 했다면.
만티코어는 날카로운 이빨로 소년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테고 소년은 제 부모의 뒤를 따라갔겠지.
“하아….”
카이엔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혼자 있고 싶다며 바이스를 돌려보내고 나니 조용한 방 안에서 괜히 허튼 생각만 들었다.
소금이가 씨앗이라도 갉아먹거나 옆의 나무라도 씹으면서 갉작이는 소리라도 냈다면 한결 나았을 텐데. 그녀석은 야행성인 주제에 벌써부터 잠든 모양이었다.
소금이의 나무 집 안을 들여다볼까 하다가 카이엔은 고개를 저었다. 괜히 들여다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변명하기도 민망한 상황이 될 게 뻔했다.
그는 살기를 바랐다. 살아남기를 바랐고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가 그렇게 바랐기에 바이스는 끝까지 그를 지켜주겠다고 대답했다. 입바른 말이라도 상관없다는 그의 말에 말없이 웃었다.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했고 바이스는 그건 참 쉬운 일이라고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금세 멀어지는 법이라면서.
지금은 어떤지.
어떨까.
확실히 관심은 줄어든 듯하나 여전히 바이스가 한번씩 언급하는 말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이 완전히 그의 존재를 잊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이곳 사람들도 툭하면 그를 왕자님이라고 불러대고 있으니.
‘더 이상은 안 돼.’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면 안 된다. 세력을 키운다고 오해받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그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싫고 욕심을 드러내는 것도 싫었다.
그는 이곳에서, 저 너머에 검은 숲이라는 미지의 터전을 둔 이 세자르에서 조용히 숨만 쉬면서 살기를 원했다.
“아이고, 아이고 왕자님! 어서오십쇼! 세상에, 마침 잘 오셨습니다!!”
“…뭐야, 왜 그래? 다들 뭐 잘못 먹었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리로 산책을 나온 길이었다.
사트로누스가 좀 멀리까지 나갔다 오자고 해서 목줄을 걸어주고 바이스와 함께 나왔다. 그런데 마을 사람 여럿이 그를 발견하더니만 헐레벌떡 달려오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인상을 찌푸리니 그중에 한 명이 커다란 짐승 한 마리를 내밀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늑대가 끊어질 듯 말 듯 숨을 쉬고있었다. 거의 다 죽어가는 몰골이었다.
어디서 다친 건지 아직도 딱지가 앉지 못하고 불그죽죽한 상처며 먼지투성이의, 더러운 모습이었다.
카이엔이 늑대를 쳐다만 보고있자 바이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물었다.
”그게 뭡니까?”
“떠돌이 늑대인 모양인데 마을 근처에 쓰러져있지 뭡니까. 얘를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퍼뜩! 왕자님이 떠오른 거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왕자님은 그 뭐… 쬐끄만 쥐 말도 알아듣잖습니까.”
“이름이 뭐더라, 그 사금인지 소금인지 하는 걔요.”
“소금이 걔는 햄스터 몬스터인데.”
뚱한 얼굴로 카이엔이 대꾸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고개만 갸웃거렸다.
“비슷하지 않아요?”
“달라! 소금이는 몬스터고 걔는 딱 봐도 그냥 늑대잖아!”
“몬스터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무튼 왠지 짠해서 그냥 둘 수도 없구…”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이 마을 사람들은, 카이엔이 몬스터를 돌본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생각을 한 게 뻔했다.
실제로 그가 사트로누스를 데리고 다니고 친근하게 대한다는 것을 목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 세자르 영지에서 생포해온 몬스터를 향한 가혹행위가 줄어들었다.
외부인이 경매나 판매 목적으로 행하는 것 역시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 지금은 꽤 드물어졌다.
혀를 길게 빼물고 숨쉬고 있는 늑대의 가슴팍이 부풀었다가 줄어드는 것을 반복했다.
고생이 많았는지 살이 굉장히 많이 빠진 상태라 그 차이가 더 확연히 보이는 듯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있는 늑대를 보고 카이엔은 눈을 감았다.
“…어쩔 수 없지. 사트로누스, 등에 좀 태울게.”
“그르릉.”
- 네 맘대로 해라.
“미안. 이따 씻겨줄게.”
너나 잘하라는 듯 사트로누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카이엔이 직접 늑대를 받으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라더니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사트로누스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늑대를 사트로누스의 등 위에 올려놓았다.
사트로누스와 비교하니 늑대는 귀여울 정도로 작아보였다.
“오늘 산책은 이걸로 끝이군요.”
“그러게. 그런데 늑대 상처는 누가 봐줘야 하지?”
“프라우디에 님은 어떨까요? 여러모로 공부 많이 하시던 것 같은데.”
“인간 의사한테 보여도 되나?”
“제 말은 무시하시는군요.”
“이왕이면 전문가한테 맡겨야지.”
“크릉.”
- 뭐하냐, 안 가고?
“아, 갈게 갈게.”
사트로누스의 재촉에 카이엔은 걸음을 떼었다.
행여 등 위의 늑대가 떨어질까 봐 사트로누스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움직였다. 그에 맞춰서 카이엔의 걸음도 살짝 느려졌다.
영주성에 도착해서 바이스는 바로 다른 하인들에게 늑대를 돌보기 위한 준비를 부탁했다.
상처가 더 감염되기 전에 닦아낼 생각으로 더운 물과 깨끗한 수건을 잔뜩 준비하게 하고 짐승을 진료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올 것도 일러뒀다.
일단 바깥에서 응급처치부터 하기로 하고 카이엔은 야외의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외투를 벗어서 의자에 올려두고 하인이 바닥에 깔 천이며 더운 물이 담긴 대야, 수건 등을 가져오자 바닥에 천을 깔고 늑대를 그 위에 눕혔다.
흰 셔츠가 덜 굳은 피로 물들었다.
“직접 하실 겁니까?”
“의사가 오기 전엔. 그리고 정말 몬스터라면 내 말이 전달되겠지.”
손가락을 담가 온도를 확인해보고 카이엔은 수건에 물을 적혀 늑대의 몸을 닦았다.
흙먼지며 굳어서 생긴 피딱지가 묻어나왔다.
더러운 것들을 닦아내고 나니 좀 더 상처가 명확히 보였다. 깊게 등을 베인 상처, 뒷다리의 허벅지 부근의 자상, 가슴과 복부의 크고 작은 찰과상 등.
어떻게 이런 상처가 난 건지 신기할 정도로 각도가 이상한 것도 있었다.
‘이 녀석도 고생이 많아서 그런 거겠지.’
그랬을거라면서 카이엔은 늑대의 몸을 닦았다.
상처를 문지르면 꽤 아플 텐데 늑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제대로 기절한 모양이었다.
문제는 의사를 구하는 것이었는데, 가축은 볼 줄 알아도 늑대를 볼 수 없어서 못 데려왔다며 하인이 쩔쩔맸다.
그 말에 바이스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프라우디에 님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일단 불러와봐.”
잠시 후 불려온 프라우디에는 사정을 들은 모양인지 큼직한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자기 몸집만큼이나 큰 가방이었는데 자네인에게 들어달라고 부탁했어도 좋을 것을, 혼자서 끙끙대며 들고온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가방부터 열어젖힌 프라우디에는 그 안에서 약병이며 작은 칼, 주사기 같은 것들을 꺼냈다.
“상태는 어떤가요?”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힘이 많이 빠졌나 봐. 상처를 건드리면 많이 아플 텐데 아무 소리도 안 내더라.”
“으으음… 봉합하면 분명히 아플 텐데.”
베이고 찢어진 상처가 걱정되는지 프라우디에가 살짝 인상을 썼다.
멀쩡한 상태라면 모를까, 반쯤 죽어가는 상황이니 마취제의 용량을 잘 조절해야 한다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결심한 듯 약병과 주사기를 집어들었다.
“할 수 있겠어?”
“해부생리쪽은 공부하긴 했는데… 일단 저도 봉합만 할 거라서요. 회복하는 건 이 애한테 달려있어요.”
프라우디에는 조심스럽게 늑대의 상처 주변을 확인했다.
마취제를 빼내 주사기를 통해 찔러넣었다.
몇 번을 찌르는 것을 보고 바이스가 말했다.
“상처 주변만 마취하려는 모양입니다.”
“어… 너는 그런 걸 어떻게 알아?”
“공부하면 압니다.”
“그렇게 잘 알면 네가 하지 그랬냐.”
“전 사람을 치료하는 데에는 소질이 없거든요. 반대라면 모를까.”
그래,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카이엔은 입을 꾹 다물고 프라우디에만 보기로 했다.
평소의 소심하고 연약한 인상과는 달리 봉합용 실과 바늘로 촘촘하게 늑대의 상처를 꿰매고 있는 프라우디에의 얼굴은 진지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이어졌다.
봉합을 마치고 가져온 상처약을 곳곳의 상처에 발라주고 붕대를 감는 것으로 치료는 끝났다. 심지어 늑대는 다리도 한쪽이 부러졌었는지 프라우디에가 부목까지 만들어서 대줬다.
“끝났어요. 깨어나면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플 테니까 주변에 물이랑 먹을만한 것을 준비해두는 게 좋을 것같아요. 먹을 기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수고했어. 고마워.”
“아니에요. 도움이 되어서 기뻐요.”
힘들었을 텐데 프라우디에는 활짝 웃었다. 정말로 도움이 되어서 기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치료가 끝난 늑대를 천으로 감싼 채로 카이엔이 안아들었다. 바이스가 자신이 들겠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내 방에서 재울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차피 힘도 없을 텐데 어때. 입 근처에 물 그릇 두 개 정도 두고 먹을만한 건… 늑대는 뭘 먹여야 하지? 생고기는 오래 두면 상할 텐데.”
“개도 잡식성이니 늑대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과일이랑… 빵도 하나 둬 보죠. 입에 맞으면 먹을 겁니다.”
“빵은 좀…”
“밀가루와 물만 들어간거면 괜찮을 겁니다.”
그 말을 들으니 설득력이 있어서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엔이 방으로 늑대를 데려가려고 하는 걸 알아들은 건지 사트로누스가 낮게 울부짖었다.
- 방에 두려고?
“응. 가까이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크릉.”
- 조심해라.
“뭐 어때. 그렇게 걱정되면 너도 옆에 있을래? 그런데 네가 있으면 늑대가 눈을 떴을 때 놀라서 다시 기절하지 않을까?”
일리가 있었다. 사트로누스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절한 늑대는 카이엔의 방바닥에 방석을 깔고 그 위에 뉘여졌다.
혀만 내밀어도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물이 담긴 그릇을 두었고 그 옆에 물 그릇 하나 더, 그 옆에는 사과와 빵을 담은 접시를 두었다.
저녁무렵이 되어도 늑대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걱정된 카이엔이 가까이 가보니 숨 쉬는 소리가 들렸기에 가만히 그 자리에서 무릎을 구부렸다.
“…일어나야 할 텐데.”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험한 꼴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고자 해서 움직였을 테니까.
인간이 사는 마을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쪽으로 온 건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달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녀석도 죽고 싶지 않을 게 뻔하지 않나. 그러니, 살았으면 했다.
한참 동안 늑대를 바라보다가 카이엔은 몸을 일으켰다. 이젠 슬슬 잘 시간이었다.
***
아프다.
아프고, 정신이 몽롱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천지가 어둠이니 눈을 뜬 건지 안 뜬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시야 한편에 흐릿한 빛이 들어오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눈을 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튼으로 가리지 않은 넓은 창문너머로 달빛이 스며들었다. 늑대는 멍하니 달빛의 자투리를 응시했다.
물 냄새가 났다.
바로 앞에 물이 있었다. 늑대는 힘겹게 몸을 움직여서 고개를 들었지만 물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철벅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사방에 튀었다.
고개를 들 기력도 없어서 늑대는 그 상태로 물을 마셨다.
바싹 마른 목이 적셔지니 한결 나았다. 그제야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다른 이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느껴진건 가까운 곳에서 잠든 인간의 존재였다.
늑대가 눈동자를 굴려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보았다. 침대 위에 누운 인간이 보였다.
적은 달빛은 침대까지 닿지 못 했지만 늑대의 눈은 어렴풋이나마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몸에 무언가를 감아놓은 것 같은 이질감, 다리에 대어져있는 나무 막대.
인간이 그를 데려왔고 치료해줬으며 이 장소에 놔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늑대는 물그릇에서 고개를 들었다. 턱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다른 물그릇과 사과가 보였다. 달콤한 향기가 났지만 씹어먹을 기력이 없었다.
조금 목을 축인 것만으로도 다시 피로가 밀려왔다.
눈꺼풀이 감기는 걸 느끼며 늑대는 방석에 고개를 파묻었다.
무언가 나무를 갉작이는 소리가 들렸다. 늑대는 살짝 눈을 떴다.
침대보다도 먼 곳에 있는 어딘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찍찍, 하는 소리 같았다.
집에 쥐가 있는 건가.
그리 좋은 곳은 아닌 모양이다.
늑대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한편, 소금이는 열심히 찍찍댔지만 잠깐 움직였던 늑대가 더이상 꼼짝도 하지않는 것을 보고 소리내는 것을 멈췄다.
카이엔이 웬 짐승을 데리고 오자 이건 또 뭔가 하며 열심히 물어봤지만 아픈 애니까 건드리지 말란 말만 들었다.
그래도 의심스러워서 쭉 지켜보고 있는데 물만 먹고 다시 웅크린 걸 봐선 아픈 게 맞는 모양이었다. 몸에서 이상한 풀 냄새 같은 것도 났고.
하여간 여기 있는 인간은 너무 조심성이 없어서 탈이다! 네발 달리고 말도 못 하는 털달린 짐승을 또 방 안에 들이다니!
감시를 끝낸 소금이는 만족스러워하며 제 집으로 들어갔다.
나무를 깎아 만들고 안에 폭신폭신한 것을 가득 채워넣은 아지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