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검은 숲과의 경계를 지키고 있는 영지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몬스터의 습격과 정기적인 토벌에 대비해 다른 지역보다 많은 기사를 두곤 했다.
기껏해야 도적이나 산적 정도를 상대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몬스터를 상대하고 사냥을 위해 찾아오는 용병들의 싸움을 중재해야 하는 기사단의 수준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았다.
덕분에 에빌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 틈에 껴서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군소리 하나 없이 같이 훈련을 해내는 모습에 원래 있던 기사들도 텃세를 부리지 않았다.
에빌의 밝은 성격 역시 한몫했다.
같이 훈련을 받게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카이엔은 피식 웃었다.
“적응 잘 하면 됐지.”
“잘 된 일입니다. 누가 괴롭히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런 일이 있어도 알아서 잘 해결했을 거야.”
“보기보다 믿음직스러운 분이셨군요.”
“그런 셈이지.”
프라우디에는 조금씩 연구실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다 완성되면 꼭 구경시켜준다면서 활짝 웃었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은 얼추 모양새를 갖춘 모양이었다.
다만 아직 실험에 필요한 재료들이 턱없이 모자랐는지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고있었다.
조만간 토벌이나 사냥이 이루어져야 프라우디에가 원하는 만큼의 재료가 시장에 풀릴 텐데.
가만히 속으로 날짜를 되새겨보다가 카이엔이 입을 열었다.
“올해는 이상하네. 여기 묵는 사람도 생기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빌 씨 만으로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돌아간다는 말은 없었지?”
“네.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오래 있다가 가지 않을까요? 장남을 바깥에 오래 두지는 않을 테지만 독스 백작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네가 모르는 것도 있구나.”
“수도에 있는 귀족을 제가 무슨 수로 압니까.”
“왠지 너라면 알 것 같아서.”
“저도 모르는 것쯤은 있습니다.”
에빌이 있으나 없으나 카이엔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바이스도 그렇고 본인도 제 실력이 모자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기사 학교까지 졸업한 녀석도 하수로 보는 바이스의 눈에 자신이 얼마나 약해보일지는 조금 신경쓰였다.
어렸을 때 잠시 검술을 배우긴 했지만 다친 이후론 바이스도 그렇고 사트로누스도 그렇고 그가 싸울 일이 없게 할 테니 배우지 말라면서 뜯어말렸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다시 검을 잡아봤자 없던 감이 잡힐 리도 없고 재능이 개화하는 것도 아니기에 카이엔은 흥미를 보이되, 검술을 다시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구경 가실래요?”
“응?”
“에빌 씨가 얼마나 잘하는지 봅시다. 기사들끼리 대련도 자주 할테니 운이 좋다면 구경할 수도 있을 거예요.”
“싫어하는거 아냐?”
“긴장은 하겠지만 제 실력을 뽐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마땅히 할 일도 없는데 구경이나 가죠.”
맞는 말이지만 쉽게 ‘응’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것에 동의하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정말로 할 일이 없었기에 카이엔은 몸을 일으켰다.
기사단의 훈련장이 어딨는지는 그도 잘 알고있었다. 평소에 갈 일이 없어서 그렇지, 위치 정돈 알았다.
운 좋게도 두 사람이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 기사들끼리의 대련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예상밖의 인물이 하나 있었다.
어깨를 지나 흘러내리는 짙은 금발 머리를 하나로 묶은 자네인이 기사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프라우디에의 호위 기사로 따라왔지만 저택 내에 위험한 일은 없었고 기껏해야 시장에 나갈 때나 경계 레벨을 올려야 했던지라, 많이 지루했던 걸지도 몰랐다.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였지만 대련을 하는 지금은 좀 더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자네인이 휘두른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상대 기사가 반격을 시도했다.
카강!
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자네인이 검을 막아냈다. 그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그녀가 옆으로 반 걸음 내딛으며 몸을 돌렸다.
챙, 채앵-!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자네인이 휘두른 검을 기사가 막았을 때와 기사가 휘두른 검을 자네인이 막았을 때의 소리가 확연히 달랐다. 자네인 쪽이, 좀 더 힘이 넘쳤다.
“…진검으로 승부하면 다치지 않아?”
“그걸 감안하고서 하는 걸겁니다. 목검 부딪치는 소리보다 진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더 듣기 좋기도 하고요.”
카이엔은 그 말을 듣고 식겁했다.
멀리서 들어도 저 쇳소리는 소름끼쳤는데 진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더 듣기 좋다고?
예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바이스는 남들과는 감성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 생각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드러났지만 바이스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찬찬히 자네인이 상대방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지켜보았다.
급소가 비었다.
허나 손에 들고있는 것이 진검이다.
잠시 움찔거리는 게 눈에 보였지만 휘두르지 않았다.
상대가 피할 수 있는 공격을 하고 막을 수 있는 공격을 하는 건 양쪽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상대방 쪽이 먼저 힘에 부쳐 양 손을 들어올리며 항복 신호를 보냈다.
“헉, 헉… 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제야 자네인은 이마에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후우-”
긴 숨을 토해냈지만 지친 것 같진 않았다. 아직,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고개를 든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카이엔은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좀 놀라서…”
“놀랄만한 일이 있습니까?”
“그러게.”
왜 그랬지.
스스로도 이유를 몰라 카이엔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심장이 떨리는 게,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자네인이 들고있던 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춰선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늦게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냐. 에빌 녀석 보러 온 거였거든. 그런데 에빌은 어딨지?”
“에빌 씨라면 목검으로 하던 3 대 3 대련에서 지는 바람에 다른 두 명과 함께 물 뜨러 갔습니다.”
“허…”
졌냐.
옆에서 쯧하고 바이스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애써 그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하며 카이엔이 자네인에게 말했다.
“조금 밖에 보진 못했지만, 대단한 실력이었어.”
“과찬이십니다.”
“진심이야.”
검에 대해 잘 모르는 그의 눈에도 자네인의 움직임은 다른 기사들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다보니 움직임이 유려하고 동작 또한 멋이 있었다.
멋있으라고 취하는 행동이 아니지만 카이엔에겐 그렇게 보였다.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칭찬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모자른 식견이 부끄러웠다.
“자주 오는 건가?”
“한번씩 대련을 부탁드리곤 합니다. 프라우디에가 자유 시간을 가지라면서 내보냈거든요.”
이름으로 부르는구나.
그와 에빌과 비슷한 경우인 모양이다. 호칭을 실수한 게 아닌지 말을 고치려 하지도 않았고.
오래 세워두기도 미안해서 카이엔은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에빌은… 나중에 만날 일이 있겠지.
기껏 보러왔는데 없는 놈이 잘못한 거다.
“진검은 위험해 보여서 걱정했다. 너희는 검을 다루는데 능숙할 테니 쓸데없는 걱정이었겠지만.”
“아뇨. 진검을 쓰다보면 다치는 일도 많습니다. 부질없는 걱정이 아닙니다.”
“그래. 그럼 마저 대련 계속 해라. 난 간다.”
뒤에서 지켜보고있던 다른 기사들에게 말하니 그들도 허리숙여 인사를 했다.
훈련장에서 나와 바깥으로 걸음을 내딛기가 무섭게 바이스가 입을 열었다.
“에빌 씨는 안 보고 가십니까?”
“물 뜨러 갔다며? 나 만나면 자기가 진 것까지 이야기해야 할 텐데 괜히 창피를 줄 필요는 없잖아.”
“그 말도 맞군요. 자네인 씨를 만난 건 꽤나 의외였습니다. 그 정도 실력이면 혼자서 프라우디에 님을 지키고도 남겠군요.”
“그 정도야?”
“프라우디에 님은 작으니까요. 그만큼 좀 더 앞을 막아서서 지키는 게 쉬울겁니다.”
“그런가… 네가 그렇다고 하면 맞겠지.”
검을 든 자네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깊었다.
카이엔은 싸움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훈련장에 들어간 적도 어렸을 적에 다친 이후론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기에, 더욱 그렇게 느꼈다.
평소 냉정하고 침착해보이던 자네인이 그때만큼은 굉장히 생기가 넘쳤다.
카이엔이 자네인을 다시 만나게 된 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외출을 하고 온 건지 자네인과 손을 꼭 잡고있던 프라우디에가 카이엔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꼭 누나 손 잡고 나갔다 온 꼬마 같았지만 카이엔은 굳이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또 시장에 간거야?”
“네. 그치만 필요한 건 못 구했어요. 역시 헌팅 시즌이 와야 하나 봐요. 기본 재료들이라도 충분히 모아두려구요.”
“고생이 많네.”
“잔느가 더 힘들 거예요. 맨날 절 따라다녀야 하니까요.”
“잔느?”
“아… 뭐라고 해야 하지, 애칭? 같은 거예요. 저만 부르고 있지만요.”
자네인을 부르는 호칭인 모양이었다.
꽤 특이하네, 라고 생각하며 카이엔은 자네인을 보았다. 민망한 모양인지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였다.
“많이 친한가 보네.”
“네. 저는 잔느랑 가장 친해요.”
활짝 웃으면서 프라우디에가 대답했다. 자네인의 얼굴은 좀 더 붉어졌다.
음, 계속 여기 두면 안 되겠군.
자네인이 완전히 토마토처럼 변하기 전에 얼른 보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카이엔이 얼른 말했다.
“피곤할 테니까 들어가서 쉬어. 아, 토벌 시기가 오면 너도 검은 숲에 들어갈 건가?”
“그럴 수 있나요?”
“남작에게 미리 허가를 구한다면 괜찮을 거야. 나도 한번씩은 따라가곤 하니까.”
“그럼 저도 가고 싶어요. 얼른 허락을 받아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고 프라우디에는 자네인을 재촉했다. 그녀 역시 카이엔에게 인사를 하고 프라우디에와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남동생 손에 끌려가는 누나 같은 모습이었다.
그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옆에서 바이스가 ‘흠’이라던가 ‘으음’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들으라고 내는 소리 같아서 카이엔이 옆을 돌아보며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아뇨, 아무것도. 그나저나 왕자님, 좀 덥지 않습니까?”
“엥?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더워보이셔서요.”
“응?”
“모르시면 됐습니다.”
사람 얼굴 빤히 쳐다보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인상을 찌푸렸지만 바이스의 반응은 같았다.
모르면 됐다, 라고 연거푸 말하니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다.
“제대로 좀 말해 봐.”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희도 안으로 들어가죠. 벌써 산책만 한 시간 가까이 하고있지 않습니까.”
“응… 그래.”
미심쩍긴 했지만 더 캐물을 수도 없어서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게 분명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바이스는 상당히 예의를 갖춰서 그를 대했는데 해가 지날수록 그를 편하게 대하고 있으니까.
제때 제지하지 못 한 그의 잘못이었고 이제와서 다시 깍듯이 말하라고 요구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게 분명했다.
***
프라우디에의 연구실이 완성되었다.
드디어 다른 사람을 구경시켜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면서 프라우디에가 꼭 보러 와주라고 부탁했기에 카이엔은 바이스에 에빌까지 데리고 연구실을 방문했다.
1층을 넓게 터서 마련한 연구실은 꽤 넓었다.
주거 공간과 연결되있긴 했지만 잘 나눠놓아서 쉬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약장수는 봤어도 연금술사를 만난건 프라우디에가 처음이라 카이엔도 연구실의 내부를 흥미롭게 구경했다.
한쪽에는 잘 말려놓은 약재들이 줄줄이 걸려있었고 반대편에 있는 것도 비슷하게 말린 것이긴 했지만 박쥐나 두꺼비같은 것들이 걸려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병들이 즐비했고 위험한 약품들은 유리장 안에 ‘위험’이라고 크게 붙여놓고 보관하고 있었다.
긴 실험대에는 실험용 램프며 비커, 플라스크 등의 도구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말끔하게 닦여있는 유리병을 보고 카이엔이 신기해하자 프라우디에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아직 제대로 쓰지 않아서 깔끔한 거예요. 실험을 시작하게 되면 금방 어지러워질 거예요. 그 전에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잘 정리했네. 힘들었겠어.”
“천천히 해서 괜찮았어요.”
“밤을 샌건 아니십니까?”
옆에서 바이스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의 말에 프라우디에는 웃으면서 뺨을 긁적였다.
“잠이 안 올 때만 조금…”
“저런. 그러면 안 됩니다.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까요.”
“이제 바쁠 일은 없으니까 잘 잘 거예요.”
프라우디에가 쓰는 재료는 약품이나 식물, 몬스터나 짐승의 일부뿐만이 아니라 광물도 있었다. 연구하는 대상이 연금술에만 국한된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제 몬스터 사냥이 시작되어서 시중에 신선한 재료가 풀린다면 연구실에 불이 꺼질 일이 없을 테지.
프라우디에가 구체적으로 뭘 만드려고 하는 건지 몰라 카이엔이 물었다.
“재료로는 뭘 만들거야?”
“일단 수요가 높은 물약들 위주로요. 회복약이라든가 피로회복제 같은 것도 있고,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물약이라든가 염색약 같이 특수한 것도요.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은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려고요. 혼자서요.”
“다치지 않으면 좋겠네.”
“조심할게요. 지금까진 한 번도 위험한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프라우디에는 연구실 곳곳에 화재 진압용 도구들을 준비해놓았다.
아무래도 연구실에서 가장 흔한 게 화재인 모양이었다. 연구용 램프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쪽 방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지라 카이엔은 열심히 고개만 끄덕였다.
집 떠나 먼 곳까지 와서 혼자 지내게 됐지만 프라우디에는 항상 표정이 밝았다. 외딴 곳이니 조금은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할 줄 알았는데, 정 반대였다.
문득 그가 어렸을 때가 떠올라서 카이엔은 헛웃음을 지었다.
“다음에 토벌대에 저도 따라가기로 했어요. 물론 뒤에서 구경만 하기로 했지만요.”
“잘 됐네. 나도 같이 가본 적이 있는데 뒤에 있으면 위험할 일도 없더라.”
“정말 기대돼요. 토벌에서 얻은 전리품은 어떻게 하나요?”
“필요한 것만 떼어가곤 해. 영지 발전 기금으로 쓸만한 거나 돈 될만한 것 위주로. 토벌 준비하는데 쓴 돈은 충당해야 하니까.”
“으음… 전 남은 부위에서 쓸만한 게 있으면 가져가고 싶어요.”
“필요한 게 뭔데?”
“그냥 여러가지 준비해놓고 싶어요. 아, 몬스터 고기도 식용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한창이에요.”
“어…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긴 몬스터를 주로 잡고 다니는 용병이나 사냥꾼 경우엔 식량 보충도 문제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절대 먹어보고 싶지 않았다.
프라우디에가 뭘 쓰고 싶어 하는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버릴 거, 누가 좋은데 쓴다고 하면 기꺼이 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말린 개구리며 뱀, 박쥐와 눈이 마주치자 카이엔은 삐걱이며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저걸 프라우디에가 직접 해체해서 말려놓은 건지 말려놓은 걸 사서 걸어놓은 건지 물어보기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