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왕자는 조용히 살고싶다-2화 (3/219)

-2화

카이엔 이디에우스 왕자가 세자르 영지에서 지내게 된 것에는 꽤 많은 이유가 있었다.

왕자의 나이가 어려서 보호자가 필요하단 것에는 모두 동의했다.

허나 왕자의 곁에는 변종 만티코어(사트로누스)가 있고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기에 수도 부근에 사는 귀족들은 안전을 이유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렇다고 외딴 시골로 보내기에는, 만티코어가 폭주라도 할 시 제지할 병력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저절로 귀족들의 시선은 몬스터들의 서식지이자 미개발지역인 ‘검은 숲’으로 향했다.

아이칸트라 제국과 가르간트 왕국의 북쪽 지역에 위치한 ‘검은 숲’은 수많은 몬스터들이 구역을 나누어서 사는 몬스터들의 낙원이었다.

인간들은 그곳에서 몬스터들이 넘어오지 못 하도록 두껍고 높은 방벽을 쌓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기 위해 그 안에 군대나 용병을 밀어넣어 몬스터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자연스럽게 ‘검은 숲‘의 방벽을 지키고있는 귀족 가문에게 시선이 옮겨왔다.

몬스터들과 마주치는 일이 많은 만큼. 그곳에는 사냥을 위한 용병이며 사냥꾼이 몰리는 만큼.

만약 왕자의 곁에 있는 만티코어가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잘 제지할 수 있지 않겠냐며.

침묵한 귀족들 사이에서 단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부모를 잃고 제 자리마저 뺏겨버린 왕자와 그 왕자가 기르는 몬스터라는 폭탄을 스스로 떠안았다.

***

“왕자님의 생일이 열흘 밖에 남지 않았군요.”

“…그것 좀 안 하면 좋겠는데. 옆에서 그렇게 떠들지 않아도 안다고.”

“좋은 일이니까 계속 입에 담는 것이지요.”

아침 식사를 같이 할 때마다 세자르 남작은 바이스와 똑같은 말을 했다.

앞으로 생일이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라.

카이엔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일이었던 것이 10일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열아홉이라면 성인이 되기까지 앞으로 문턱 하나만 남은 것이 아니던가. 이렇게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어른이 되어도 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30일이 남았을 때 바이스는 장미 서른 송이를 가져다주었다.

29일이 남았을 때 아무것도 주지 않아서 포기한 건가, 싶었는데 20일이 남았을 때 뜬금없이 튤립 스무 송이를 건넸다.

10일이 남은 오늘은 히아신스를 열 송이 꽃다발로 만들어서 꽃병에 꽂아놓았다.

그럼 당일엔 대체 뭘 가져다주는 거야. 상상하기가 몹시 두려웠다.

그의 생일이 다가올수록 준비를 하는 모양인지 하인들이 뭘 들고가다가 그를 발견하면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 횟수가 늘었다.

분명 조용히, 대충 보내자고 한 것 같은데 뭔가를 꾸미는 모양이다.

한숨을 쉬는 카이엔을 보고 바이스가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왕자님 생일 파티는, 왕자님 요구대로 조용하게 할테니까요. 파티라고 해봤자 아무도 초대하지 않을거고요.”

우리끼리 조촐히 보내는 겁니다, 라는 말이 뒤따라왔다.

그 말에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란이 몬스터들에게도 전해진 건지 릴리시아와 소금이는 의아해했고 그 둘보다 카이엔과 함께했던 시간이 길었던 사트로누스는 대충 생일이 다가오는 것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에겐 ‘생일’이란 것이 있으며 태어난 날을 축하해주는 날이라는 것을 알기에 사트로누스는 카이엔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아직 생일 아니라고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만날 때마다 그 말을 했다.

옆에서 시도 때도 없이 곧 생일이란 것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생일 당일, 바이스는 칼라 한 송이를 그에게 내밀었다.

꿋꿋히 꽃 선물하기를 해낸 바이스를 보며 카이엔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왜 뜬금없이 꽃을 주기로 한거야?”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별로 재미없었지만요.”

생일날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일 생일이 몇 일 남았네요, 라고 말하던 세자르 남작이 웃으면서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을 뿐.

마주치는 사용인들도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하고 갔다.

그렇게 그의 바람대로 조용히 지나가야 했을 생일이었건만, 정오가 지난 뒤에 사건이 일어났다.

“왕자님, 손님이 오셨다는군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시 복도로 나갔던 바이스가 돌아와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카이엔은 무슨 소리를 하냐고 말하는 듯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이라니, 올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 표정에 바이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왕자님의 손님이 맞다는군요.”

“누군지 모르겠는데.”

“제가 혼자 다녀올까요?”

“아니, 같이 가자.”

그가 세력 잃고 쫓겨난 왕자라고 해도 생일에는 편지며 선물이 오곤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공연히 제 속내 들킬 필요도 없을뿐더러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크니까.

그런데 그런 그를 만나러 온 거라니? 손님이라니?

짐작가는 사람이 없어서 카이엔은 인상을 썼다.

마침내 응접실에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 있던 사람의 얼굴을 보고나서야 카이엔은 허, 하고 숨을 내뱉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만나서 반갑다, 무슨 일로 왔냐는 것도 아닌 책망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있던 청년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과 망토, 허리춤의 검은 기사를 연상시키기 충분했다. 금발의 청년은 카이엔을 발견하자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랜만이야.”

친근한 말투.

경어조차 쓰지 않고 청년은 고개를 들어 카이엔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라이오트 백작가 장남, 에빌 라이오트. 기사 작위 따자마자 바로 왕자님 곁으로 왔습니다. 부디 호위 기사로 삼아주십시오!”

“너 미쳤냐?”

빠르게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좋은 반응이 아니었지만 에빌은 그 자리에서 꼿꼿히 고개를 든 채 카이엔을 쳐다보았다.

“늦어서 미안! 그치만 이제야 독립했는걸.”

“너…”

“미안해. 그치만 이거 내 독단이고, 집안이랑은 아무 상관없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지 않을까? 응? 친구야!!”

“바이스.”

“네.”

“이 녀석 돌려보내.”

“알겠습니다.”

“카이엔-!”

“하아…”

에빌의 외침에 카이엔은 머리가 아픈 건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에빌은, 과거 그가 왕성에 살았을 적에 자주 놀았던 친구였다. 왜 그 녀석이 지금 여기 와서 이러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돌려보내는 게 상책이었다. 아마 라이오트 백작도 아들놈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받아줄 생각없으니 돌아가… 응?”

잠시 뒤를 돌아봤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잠깐의 틈에 에빌은 바이스한테 완전히 잡혀서 바닥에 깔려있었다.

넘어지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는데. 어이가 없어서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이미 검도 뺏겨서 저만치에 나뒹굴고 있었고 바이스한테 팔이 잡혀서 제압당한 모습은 불쌍해보이기까지 했다. 혀를 차며 카이엔이 말했다.

“쯧. 너 무슨 수로 기사 하려고 온거야?”

“기,기사학교 졸업하고 바로 온건데…”

“생초보군요. 왕자님, 이 분께 당신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카이엔! 이 사람 대체 뭐야, 왜 이렇게 강해?”

“왕자님을 지키려면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서 기본을 더 쌓고 오시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하며 바이스는 카이엔을 쳐다보았다.

놔줄까요, 말까요?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서 카이엔이 손을 저었다.

“일단 놔줘.”

“흠.”

“으아아… 간만에 만나러 온건데 이러기야?”

“난 네가 왜 온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야 이번에야말로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온거지. 나, 너한테 전혀 도움이 못 됐잖아.”

카이엔에게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되어, 부모님께 떼를 썼지만 이미 모두 다 끝난 뒤였다.

그는 카이엔을 배웅조차 하지 못 하고 먼 곳으로 떠나보내게 되었다.

왕자의 또래였던지라 놀이 상대로 있었던 그는 주변 상황에 따라 카이엔과 헤어질 수도 있고 계속 같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런 말 하는 건 불경할지도 모르지만, 그에게 카이엔은 정말로 친구였으니까. 친구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카이엔의 반응은 뚱했다.

“나, 이번에야말로 친구로서 곁을 떠나지 않을게. 그러니까 제발.”

“독단이라니. 누가 잡으러 오면 어떻게 하려고? 라이오트 백작의 허락은?”

“나 누나도 있으니까, 누나가 어머니 뒤를 이을거야. 예전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었고!”

“그래서. 허락 받았다는 거야?”

“나오다가 들켜서… 일단 여기 간다고 말하고 오긴 했어!”

다급하게 에빌이 외쳤다.

이대로 쫓겨날 수는 없다면서 열심히 어필하는 모습에 카이엔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은 바이스가 시종 겸 여러가지 일을 맡아서 하고 있지만 호위를 하나 더 둔다고 해서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에빌은 바이스에 비하면 많이 모자르지만 정원 산책할 때나 데리고 다니면 되지 않겠는가.

에빌의 간절한 눈빛을 한 번, 무덤덤한 바이스의 표정을 한 번 확인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세자르 남작과 네 어머니인 라이오트 백작에게 다시 한 번 허락 받는다면, 여기 있어도 돼.”

“고마워! 나 진짜 열심히 할게!”

“왕자님.”

“당분간은 너희 둘 데리고 다녀야겠다. 그편이 낫겠지?”

“알겠습니다. 에빌 님… 아니, 에빌 씨는 제가 잘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응! 고마워!”

카이엔의 옛 친구인 손님이 아니라 같이 그를 지킬 호위기사로서 왔으므로, 바이스는 호칭을 수정했다. 그것에 신경쓰지 않고 에빌은 웃으면서 바이스와 악수를 나누었다.

에빌이 이곳에서 지내게 되면 지켜야 할 것, 알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지라 카이엔은 일단 에빌을 데리고 응접실에서 나왔다.

세자르 남작은 이미 알고있던 건지 흔쾌히 동의했고 그들은 나란히 정원으로 향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카이엔이 말했다.

“내가 몬스터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건 알고있지?”

“응. 그렇게 들었어. 진짠거지?”

“그래. 그리고 여기 몇 마리 있어.”

“엥?”

“소개해 줄 테니까 잘 알아둬.”

미리 에빌을 보여주고 어떤 녀석인지 설명해 둬야 불상사가 일어날 확률이 적었다.

맨 처음 만나러 간 것은 사트로누스였는데 녀석은 에빌을 보고 하품을 할 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

“사트로누스. 이 녀석은 에빌 라이오트. 옛날 내 친구고 지금은 호위 기사를 하러 왔어.”

“그릉.”

- 관심없다.

“어, 그래. 얼굴만 잘 봐둬. 나중에 몰라보고 물지 말고.”

“엥?”

“자, 다음.”

“이,이렇게 가도 되는 거야? 쟤 자는 거 아냐??”

“냄새는 맡았으니 괜찮을 거야.”

“카이엔-”

우는 소리를 내면서도 에빌은 카이엔의 뒤를 따라갔다.

검보랏빛 털의 만티코어에 대해서는 그도 들은 적이 있었다.

왕세자궁의 그 많은 사람들을 물어뜯어 죽였으면서도 카이엔에게는 이를 드러내지 않은 몬스터라고.

아직도 살아있었구나. 몬스터들도 꽤 오래 사나 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에빌은 더 이상 놀랄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정원 한구석에 있는 거대한 말미잘 형상의 몬스터를 보고 산산조각났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하고 그가 말을 더듬었다.

“그,그,그건 또… 뭐야…?”

“릴리시아.”

“이,이름?”

“응. 내가 지었어.”

저게 어딜봐서 ‘릴리’냐고 묻고 싶었지만 에빌은 꾹 참았다.

그저 카이엔이 몬스터의 녹색 몸통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거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있었다.

“에빌.”

“응?”

“검 휘두르지 말고, 몸부림 치지말고 가만히 있어.”

“어?”

“검은 이미 뺏었습니다.”

“어느틈에- 으아악!”

그가 뭐라고 딴지를 걸려는 순간, 빠른 속도로 날아온 두 가닥 촉수가 그를 들어올렸다.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보는 물건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처럼, 에빌을 공중에 들고 움직여보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 한 체험에 자신에게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긴 것을 느끼고 에빌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릴리시아의 촉수는 잠깐의 탐색시간을 가진 뒤 에빌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엎드려서 헉헉대며 숨을 고르고 나서야 에빌이 목소리를 냈다.

“카…카이엔, 쟤는 뭐야…?”

“알라우네인데 변종이야. 그래서 저렇게 생겼고. 아, 이 저택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저런식으로 인식 절차를 거쳐야 해. 안 그러면-”

“안 그러면?”

“잡아먹어도 된다고 가르쳤어.”

“으아악!”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 말인 즉슨 카이엔을 노리고 몰래 숨어든 암살자가 저 말미잘 닮은 알라우네에게 걸리는 순간 그대로 몬스터 밥이 된다는 소리였다.

못 보던 사이에 대담해진 친구를 보며 에빌은 벌벌 떨었다.

그런 그를 내버려두고 카이엔은 릴리시아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만 커다란 몸통을 한번 꼭 안아주고는 다시 걸어왔다.

“아직 둘 더 있어.”

“또 있다고?!”

변종 만티코어에 변종 알라우네 다음은 대체 뭐지?

보기가 두려웠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다행히, 그 다음에 그가 만나게 된 인물은 평범했다.

카이엔은 이번에 그를 다락방으로 데려갔는데 나무 문을 두드리자 그 안에서 갈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왕자님? 무슨 일이세요?”

“아, 새 식구가 와서. 내 옛날 친구인데 기사되어서 돌아왔어.”

“와 정말요? 만나서 반가워요. 전 페이리라고 해요.”

활짝 웃는 여성은 굉장한 미인이었다.

몬스터를 만나러 온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사람 아닌가? 그런 생각에 에빌은 어어, 하면서 그녀와 인사를 나누었고 악수까지 했다.

고개만 내밀고 있다는게 좀 이상했지만 바쁜 사람이면 그럴수도 있지 않은가. 에빌의 표정을 보고 카이엔이 말했다.

“페이리는 아라크네야. 반은 인간, 반은 거미.”

“그렇구나… 엥??”

“페이리는 방 밖으로 잘 안 나오지만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서 널 데려온거고.”

“아, 네. 맞아요. 전 몸통이 거미거든요. 그, 거미 싫어하시나요?”

“아, 아뇨! 안 싫어해요!”

“다행이다.”

에빌의 대답에 페이리는 안도했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녀가 털북숭이 거미였다면 에빌은 비명을 질렀을 테지만 페이리의 몸통은 매끈했고 다리 또한 가늘고 광택이 있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덜 무서웠기에 에빌은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문 밖으로 완전히 나온 페이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 한 번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에빌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제가 카이엔이랑은 못 만난지 10년 가까이 되어서… 그치만! 혹시라도 카이엔의 어린시절을 알고싶으면 저한테 말해주세- 아얏!”

“헛소리하지 마라.”

“후후, 궁금한게 생기면 바로 물어볼게요.”

몇 번이고 서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고 나서야 그들은 헤어졌다. 페이리는 다시 다락방 안으로 들어갔고 카이엔은 계단을 내려오고 나서, 에빌의 등을 툭툭 쳤다.

“응? 왜 그래?”

“…아무것도.”

“그나저나 네 주변에 사람 진짜 많다! 어… 그런데 페이리 씨도 몬스터야?”

“응? 아, 맞아. 아라크네기도 하고 검은 숲 출신이거든.”

“와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여기 오게 된 거야?”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응!”

밝게 웃으면서 에빌은 카이엔의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에 카이엔은 남몰래 안도했다.

사트로누스도 릴리시아도 페이리도.

인간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다. 에빌은 놀라긴 했지만 그들을 거부하진 않았고.

그런 모습은 옛날과 같았기에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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