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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154화 (155/165)

154화

선글라스를 벗은 임조하의 외모에 모두가 일순 감탄의 기색을 보여왔다.

흰 피부에 요염함과 도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목구비, 거기에 하준과 마주하고 있음에도 전혀 아담하게 느껴지지 않는 팔등신 비율까지.

왜 그녀가 홍콩 최고의 셀럽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녀는 멤버들이 아닌 하준에게 말을 붙여왔고, 하준이 답을 않고 있자 그녀가 씨익 웃어 보였다.

“훗, 맞구나 역시? ‘H’도 온다길래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광동어가 아닌 유창한 실력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

이미 하준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특유의 요염한 표정과 함께 그녀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러곤 자신의 연락처가 담긴 쪽지를 건네며 하준에게 말했다.

“조금 있다 7시. 나랑 저녁 한번 먹어요. 내가 홍콩 최고의 음식점에서 맛있는 저녁 살 테니까. 오케이?”

“…….”

임조하의 제안에 주변 모두가 흠칫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제안인 것은 물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꽤나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쪽지를 건네받은 하준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었고, 임조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

“거절은 거절이니까 꼭 시간 내줘요. 아마 절대 후회하지 않을 시간이 될 거니까.”

그 말과 함께 하준의 얼굴을 찐하게 바라보며 윙크를 날려오는 그녀.

그러곤 선글라스로 다시 눈을 덮으며 일행을 유유히 지나쳐 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경호원들까지 완전히 모퉁이에서 사라지고 나자, 모두가 일제히 하준에게 시선을 모아왔다.

홍콩 최고의 여배우에게서 데이트 제안을 받은 하준의 심정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 대충 짐 정리만 하고 밥부터 먹자. 다들 기내식으론 부족했을 텐데.”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하준의 반응은 무미건조 그 자체.

아니, 애초에 제안 자체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하준은 곧바로 호실을 향해 걸음을 옮겨갔고, 그런 하준의 반응은 조금 전 임조하의 등장보다 더욱 쇼킹하게 다가왔다.

“……혹시 대표님이 영어를 다 까먹으신 건 아니겠지……? 설마 못 알아들으신 건…….”

* * *

“와, 완전 걸크러쉬가 따로 없더라. 꼭 무슨 영화 속 대사 같지 않았냐?”

“맞아요. 저 아까 완전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바로 코앞에서 얼굴 보는데 진짜 무슨 인형인가 싶더라니까요? 어떻게 그렇게 밀가루처럼 하얄 수가 있지?”

간단히 짐 정리를 끝내고 다시 한 방에 모여든 일행들.

저마다 룸서비스로 시킨 음식들을 입으로 옮기며 다시 아까의 감상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호 옆에 앉은 세련이 맞은편의 하준에게 물었다.

“너 임조하랑 전에 일면식이 있거나 그런 건 아예 없는 거지?”

“응. 나도 실물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지.”

“신기하네. 걔는 너에 대해 엄청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던데. 꼭 무슨 너 보려고 일부러 여기에 온 것 같은 느낌이던데?”

휴대폰으로 임조하를 검색하던 강준이 일행에게 말했다.

“이분, 배우만 하는 게 아니라 앨범도 내고 이것저것 되게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강준이 보고 있던 휴대폰 액정화면을 쳐다보며 은호도 놀랍다는 듯 말을 보태왔다.

“와, 영어를 왜 그렇게 잘하나 했더니.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해서 그랬던 거구나. 진짜 못하는 게 없는 분이였네.”

강준과 은호의 얘기에 세련이 부연설명을 해왔다.

“원래 이쪽 연예인들은 배우가 노래도 하고 가수가 연기도 하고 그러더라고, 거의 필수적으로. 임조하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연예계에서 일했으니까 그 피를 제대로 물려받은 거지 뭐.”

말을 내뱉곤 세련이 하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곤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너 어떡할 거야? 이따 임조하랑 저녁 먹을 거야?”

세련의 물음에 멤버들의 시선이 잽싸게 하준에게로 달라붙었다.

짓고 있는 표정들이 하준의 대답이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얼굴들이었다.

물론 크게 티는 내지 않고 있어도 그건 구세희 또한 마찬가지였고.

들고 있던 커피 잔을 입으로 옮기며 하준이 고갤 내저었다.

“지금 밥 먹고 있는데 무슨 또 저녁이야. 내일이랑 모레 애들 일정 준비하려면 할 것도 많은데.”

생각할 것도 없다는 하준의 단호함에 멤버들과 세련은 꽤나 충격을 먹은 듯 입을 벌려왔다.

구세희만이 시선을 아래로 두며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야, 그래도 홍콩 최고의 여배우가 먼저 데이트 신청까지 해왔는데 그냥 무시하려고? 거절할 거면 미안하다고 연락이라도 해줘. 아까 연락처 받은 거 있잖아.”

“굳이 뭘 그렇게까지 해. 어차피 약속 장소를 정한 것도 아닌데. 그냥 시간이 안 되나 보다 하고 말겠지.”

“야아아! 이번에 임조하 시상자로 섭외하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괜히 이것 때문에 기분 상해 가지고 갑자기 불참하겠다고 하면 진짜 곤란해진단 말이야. 이미 기사까지 다 나간 마당에.”

세련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하준은 표정의 별다른 변화없이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

“부모님들이 다 연예계에서 일했다는데 그렇게까지 프로 의식이 없진 않겠지. 그리고 아까 받은 쪽지는 벌써 버려서 연락하고 싶어도 못 해.”

“뭐어?! 야, 너 진짜……!”

그때 하준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왔고, 하준은 전화를 받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알겠어. 지금 내려갈게.”

“밥 먹다 말고 어디 가?”

“차량 렌트 신청해둔 거 왔대서. 먹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겉옷만 챙겨서는 하준이 룸을 빠져나갔고, 멤버들은 아까와는 또 다른 감탄을 표해왔다.

“가만 보면 대표님이 진짜 셀럽 중에 셀럽인 것 같아요. 엄청 유명한 사람이 먼저 와서 밥 먹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도 그렇고. 대표님은 대표님이 아니라 연예인을 했어야 했는데!”

“맞아, 맞아. 미국에 있을 때도 세계적인 스타들이 대표님 보려고 막 스케줄까지 다 빼서 오고 그랬잖아. 그때 진짜 신기했었는데.”

형들의 얘길 듣고 있던 하늘이 구세희와 세련을 번갈아 쳐다보며 질문을 건네왔다.

“대표님 어렸을 땐 어떠셨어요? 그때도 인기 엄청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하준과 함께 해왔던 구세희와 세련.

하늘의 물음에 구세희보다 먼저 앞서 세련이 웃음 소릴 내왔다.

“호호, 장난 아니였지, 유하준! 니들도 알겠지만 저 외모가 어디 일반인의 외모니? 학교 다닐 때도 따라다니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세희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사장님이요? 사장님이 왜요?”

세련이 구세희를 한번 힐긋해 보이곤 답했다.

“얘네 둘이 같은 집에 사는 게 알려져 버려서 여자애들이 얘를 엄청 귀찮게 했거든. 그 뭐야, 그 일진애들 있잖아? 걔네는 세희한테 직접 찾아와서 협박까지 했다니까? 계속 그렇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있으면 학교생활 재미없게 만들어주겠다면서. 호호, 그때 생각하니까 갑자기 막 추억이 되살아나는데?”

“추억은 무슨. 그때 싹 다 경찰에 신고해 버렸어야 했는데.”

구세희에겐 전혀 좋지 못했던 기억인지 세련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 왜. 난 그래도 그 덕분에 맨날 맛있는 것도 먹고 얼마나 좋았는데. 하준이한테 들어온 조공품들 해치우는 게 꽤 쏠쏠했다니까? 호호.”

세련은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는지 멤버들을 쳐다보며 얘기들을 마구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준이 좋다는 애들이 계속 세희를 귀찮게 하니까 세희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정말로 경찰서에 신고까지 하려고 했거든? 한번만 더 협박하면 아주 그냥 소년원에 보내버리겠다면서. 근데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어느새 들고 있던 포크까지 다 내려놓은 채 세련의 얘길 경청하던 멤버들이 궁금하다는 듯 빤히 쳐다봤다.

“일이요?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세희 반에 찾아와서 괴롭히던 애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직접 쓴 손편지를 건넸다는 거야. 그동안 괴롭혀서 미안하고 꼭 행복하게 잘살길 바란다면서.”

“잉? 갑자기요? 왜요?”

“행복하게 잘살길 바란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갑자기 왜.”

멤버들이 되묻자 세련은 대답 대신 웃음을 지어 보였고, 구세희는 민망한 듯 얼음 컵에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풉. 알고 보니까 하준이가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더라고. 그것 때문에 몇 달 뒤엔 엄청난 빅 이벤트까지 하게 됐고. 지금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짓이었는데. 크큭.”

혼자만 뭐가 그리 재밌는지 세련은 킬킬거리기만 했고 구세희는 그만하라는 듯 만류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밥이나 먹어. 벌써 해 지고 있는데 얼른 먹고 짐 정리 끝내야 할 거 아냐.”

“아, 왜. 얘네 엄청 궁금해하는 눈빛들인데 하던 얘긴 마저 해줘야지.”

“맞아요! 끝까지 해주세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대표님이 그 일진 누나들한테 한 번만 더 괴롭히면 가만 안 두겠다고 막 그러신 거예요?”

“으음,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유하준 머리에서 그런 생각을 해낸 건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 천하의 유하준이!”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의 멤버들에게 세련은 말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숨을 삼키곤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띵- 동.

객실 내부로 초인종 소리가 울려왔고, 은호가 지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표님 객실 카드 놔두고 가셨나 보다. 야, 김지호. 얼른 가서 열어드려.”

“아, 왜 저예요. 하늘아 네가 가서 열어드려.”

지호의 얘기에 하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세련에게 말했다.

“누나 잠깐만 타임요! 저 갔다오면 다시 얘기 시작해주세요!”

“풉. 알겠어. 얼른 다녀와.”

하늘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입구를 향해 달려가자 세련도 잠시 목을 축이기 위해 커피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입구 쪽에서 ‘헉’ 소리와 함께 하늘이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어…… 하, 하이. 나이스 투…….”

그와 동시에 하늘의 말을 자르곤 상대방이 말을 내뱉어왔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차리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동자를 일순 키우곤 지호가 가장 먼저 말을 꺼내왔다.

“저, 저 목소리…… 그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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