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153화 (154/165)

153화

홍콩행 비행기에 올라탄 일행들.

이륙 후 대류권 상부에 접어들고 나자 전자기기를 사용해도 좋다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세련의 양옆으로 앉은 지호와 하늘이 연달아 질문을 건네왔다.

“우와, 그럼 시상식에 참가하는 모든 연예인들이 다 그 호텔에서 지내는 거예요? 시상식 끝나고 다시 돌아갈 때까지?”

“그럼 해외에서 오는 분들은요? 기사 보니까 엄청 유명한 배우분들도 온다고 하던데!”

놀란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지호와 하늘의 모습에 세련이 귀엽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럼 당연하지.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같이 오는 개인 스태프들까지도 다 같은 곳에 머물게 될 거야. 호텔 전체를 빌린 거라 각 층마다 배정된 곳에서 묵게 될 거고. 그 정돈 당연히 주최 측인 우리가 해줘야 할 일이지.”

“허얼. 호텔은 하룻밤 숙박비도 엄청 비싼 것 같던데…… 전체를 다 빌리면 대체 그게 다 얼마지?”

“풉. 왜, 너무 많다 싶으면 지호가 좀 보태줄래?”

세련의 물음에 지호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환전을 얼마 안 해와서요……! 대신 제가 누나 맛있는 거 사 드릴게요! 도착하면 저희랑 같이 놀러다녀요!”

지호의 얘기에 하늘이도 곧바로 보태왔다.

“그래요, 누나! 저희랑 같이 다녀요. 대표님이 하루는 마음껏 놀아도 된다고 일부러 일찍 가는 거라고 하셨거든요. 저희가 맛있는 거 많이 사 드릴게요.”

“우와~ 정말? 그럼 나야 좋지! 내가 또 언제 아이돌 그룹이랑 여행을 다 해보겠어. 호호, 벌써부터 기대되는데?”

“헤헤, 저희도요.”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던 때, 세련이 비즈니스석 끝 쪽을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듯 둘에게 물었다.

“근데 왜 은호만 저렇게 따로 떨어져 앉았어? 아까부터 뭘 되게 열심히 보고 있는 것 같던데.”

세련이 묻자, 하늘이도 은호 쪽을 한번 쳐다보곤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아, 은호 형 지금 공부하는 중이에요. 대표님이 가는 동안 미션을 주셨거든요. 홍콩에 있는 동안은 은호 형이 모든 가이드 맡아서 하라고. 그래서 홍콩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에요.”

“어머. 은호가? 왜?”

“헤헤.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고갤 갸웃하고 있는 세련에게 지호가 대뜸 감탄의 목소리를 꺼내왔다.

“근데요, 누나. 전부터 느낀 거지만 누나는 정말 이름 따라 사시는 것 같아요. 얼굴도 성격도 말투도, 어쩜 그렇게 다 세련되셨는지! 우리 엄마랑 누나가 누나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니까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꺼내오는 지호의 얘기에 세련이 한껏 기분 좋은 웃음소릴 내왔다.

“어머, 뭐어? 호호. 얘도 참. 아무리 그래도 그런 얘긴 하면 안 되지, 지호야. 엄마랑 누나가 알면 얼마나 서운하겠어. 호호.”

“서운해도 그게 사실인데요 뭐. 맨날 잔소리에 심부름만 시키고. 에휴, 우리 누나 이름도 세련으로 지었으면 누나 같았을지도 모르는데!”

“호호, 얘도 차암.”

계속 칭찬을 해오자 세련도 더욱 우아함을 선보이기 위해 한 손으로 호호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앞좌석에서 세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구세희가 고갤 돌려왔다.

“지호야. 네가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이름만 중요한 게 아니야.”

“네? 제가 모르고 있는 거요? 어떤……?”

지호가 묻자 구세희가 가방에서 자신의 명함 지갑을 꺼냈다. 그러곤 지호와 하늘에게 각각 명함 한 장씩을 건넸다.

“대한민국에 ‘세’ 라는 성씨는 없어. 그럼 당연히 이름이 세 글자겠지?”

“야! 너 이런 걸 애들한테 왜……!”

구세희가 무슨 얘길 하려는지 눈치챈 세련은 무척이나 당황한 기색으로 앞좌석을 툭툭 때렸고, 그사이 지호와 하늘은 명함에 적힌 글자를 확인했다.

“어…… 이건…….”

“아. 이름이 외자가 아니셨구나……?”

당황함과 민망함이 섞인 얼굴 표정으로 지호와 하늘이 세련을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왔다.

그러곤 명함에 적힌 그녀의 성씨를 확인하곤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아하하…… 혹시 어디 ‘노’ 씨세요, 누나……?”

“…….”

앞을 보고 있음에도 왠지 뒷좌석에서 세련의 따가운 레이저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공항에서의 첫 만남 때와는 달리 나란히 앉은 하준에게 구세희는 쉽사리 말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색한 기류 사이로 하준이 먼저 말을 꺼내왔다.

“그래도 공판 때 구형이 적게 나와서 다행이다. 공소장 보니까 민 검사가 많이 참작해서 제출한 것 같던데.”

며칠 전 있었던 구명호의 공판 관련한 이야기.

구세희도 낮게 고갤 끄덕였다.

“응. 회사에서도 임원분들이랑 직원들이 탄원서를 많이 써줘서 그것도 다 제출했어. 재판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줄진 모르겠지만.”

구명호의 공판 심리가 끝나고 이젠 선고 결과만 남아 있는 상황.

여전히 구명호는 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결과에 대한 전망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수사 검사의 공소장 내용,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탄원서를 포함해 심리 당일 출석했던 증인들의 증언들까지, 충분히 양형에 참작 사유가 될 만한 것들이었기에.

비록 원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곧바로 사업 일선에 복귀하는 건 어렵겠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썬 그곳을 벗어나게 하는 게 간절할 수밖엔 없었다.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도 하준의 모친과 재회하길 바랄 그일 테니까.

구세희의 말 이후로 또다시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구세희가 다시 말을 꺼내왔다.

“그, 있잖아 하준아.”

“…….”

“그때 아줌마가 얘기한 거 말인데. 그거 혹시…….”

그런데, 그때.

구세희가 어렵게 꺼내온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스튜디어스가 갑자기 다가와 미소를 건네왔다.

“저, 고객님? 저희 오늘 기내식 오믈렛과 고기, 그리고 채소 볶음 덮밥 준비되어 있는데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아.”

그녀의 등장으로 또다시 흐름이 끊겨 버린 대화.

구세희는 갈 곳을 잃어버린 눈동자를 잠시 굴리다 아무래도 이 얘긴 다음으로 미루는 게 낫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잠시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곤 구세희가 스튜디어스에게 물었다.

“혹시 비빔밥은 없나요?”

* * *

“와, 대박! 저희 진짜 여기서 3일 내내 머무는 거예요? 완전 다 무료로?”

“수영장이랑 레스토랑은요? 저것도 다 무료예요?”

약 세 시간 뒤, 3일간 머물게 될 호텔에 도착한 멤버들은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러운 호텔 로비의 전경에 감탄을 쏟아내고 있었다.

역시나 줄곧 동행해 온 세련이 멤버들에게 흔쾌히 고갤 끄덕였다.

“그럼 물론이지. 여기 머무는 동안에 있는 부대시설들은 마음껏 이용해도 돼. 룸서비스도 포함해서.”

“와, 대박. 룸서비스까지요? 그럼 막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키면 다 가져다 주시는 거예요, 직접?”

“응, 그렇지. 그 비용은 너희 대표님이 다 내주실 거니까 아무 걱정 말고 마음껏 먹어도 돼.”

“……네? 대표님이요?”

멤버들의 시선이 하준에게 달라붙자, 세련이 하준의 팔을 툭툭 쳐댔다.

“우리 유하준 대표님, 돈도 많으신데 하나밖에 없는 멤버들을 위해서 그 정돈 당연히 해주시겠죠? 그쵸?”

하준이 멤버들의 얼굴을 훑으며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흠, 얘네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 알면 그런 말이 쉽게 안 나올 텐데. 아마 숙박비보다 더 나올걸?”

“에이, 저희 그 정도는 아니에요, 대표님! 한국이면 모를까, 저희 외국 음식은 그닥 입맛에 잘 맞는 편은 아니거든요.”

“네, 맞아요. 진짜 그래요! 진짜, 진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룸서비스가 무척이나 궁금했던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빛들을 빛내왔다.

하준은 늘 그렇듯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갤 주억거렸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마음껏 시켜 먹어. 밥값은 트로피로 대신 한다고 생각하고.”

“와, 대박! 헤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냥 살짝 맛만 보는 정도로 끝낼게요. 사알짝!”

잠시 뒤, 첫 홍콩 여행에 한껏 들떠있는 멤버들을 데리고 호텔 17층에 들어섰다.

시상식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인원은 내일 입국할 예정이었기에 다소 한산한 호텔 내부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어? 여기 저희 말고 또 누가 쓰시는 거예요? 저기 사람들 막 몰려 있는데.”

지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 여럿이 복도를 지키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객실 명단을 확인하던 세련이 입을 살짝 벌리고선 의외라는 듯 말을 꺼내왔다.

“아. 각 층마다 두 팀씩 쓰기로 되어 있는데 저쪽도 일찍 왔나 보네. 좀 의왼데? 굳이 이런 호텔에서 안 자고 더 좋은 곳으로 갈 거라 생각했는데.”

세련의 얘기에 모두가 이해 못 하는 얼굴 표정들을 짓고 있자, 세련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곤 설명해 왔다.

“임조하라고 홍콩에서 엄청 유명한 셀럽이자 여배우가 있거든? 걔가 너희랑 같은 층에 머무는 걸로 돼 있어. 그쪽에서 무조건 제일 높은 층으로 잡아달라고 해서. 근데 자기 집 놔두고 굳이 여기서 잘까 싶었는데 진짜 머물 모양이네.”

“임조하요? 저 사람이 그렇게나 유명한 사람이에요?”

“응. 그래서 이번 섭외에도 엄청 공을 들였었지. 쟤네 부모님 둘 다 홍콩에선 꽤 유명한 영화배우들이었는데, 말 그대로 연예인 수저를 물고 태어난 애야. 쟤가 밥을 먹든 산책을 하든 누굴 만나 뭘 하든, 그게 족족 다 기사거리가 될 정도거든. 그래서 항상 파파라치가 달라붙어 있고. 말 그대로 삶 자체가 셀럽의 삶인 거지.”

얘기만 들어도 엄청 대단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위상에 멤버들도 낮게 고개들을 주억거렸다.

“와, 그래서 저렇게나 경호원들이 많이 붙어 있던 거구나. 난 또 무슨 촬영 같은 거 하는가 싶었는데.”

“한번 직접 보고 싶다! 홍콩에서 제일 유명한 셀럽이라고 하니까!”

그때였다.

하늘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복도 끝 쪽에서 그녀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족히 열 명은 될 법한 경호원들을 이끌고 그녀가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당당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어…….”

“왜 우리한테 다가오는 거지……?”

직접 보고 싶다던 조금 전 말과는 달리 임조하가 자신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자 모두가 일순 당황한 기색들을 보였다.

마치 자신들에게 어떠한 목적이 있는 듯 다가오는 기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의 걸음이 멈춘 곳은 모든 이의 예상을 벗어난 곳이었다.

“헤이.”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내뱉은 이.

다름아 닌 하준이었다.

그녀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하준에게 물었다.

“You,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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