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151화 (152/165)

151화

“와! 오늘은 그 어떤 날보다도 열기가 뜨거운 것 같은데요! 찬진 씨!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음~ 이유는 딱 하나 아닐까요? 바로 오늘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의 컴백 날이기 때문이죠!”

“와아아아아아!!”

“와아. 정말 바로 옆에 있는 찬진 씨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엄청난 환호성들인데요! 그럼 본 무대에 앞서 2집 정규 앨범 로 돌아온 분들을 한번 모셔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네에! 분들 나와주세요!”

첫 음방 컴백 무대에 앞서 생방 인터뷰 시간을 갖게 된 .

다섯 명의 멤버들이 간이 무대로 올라오자, 팬들의 환호성이 스튜디오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안녕하세요!”

“와, 다들 엄청난 변신들을 하신 것 같은데요? 1집 때 모습하고는 너무 달라져서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요!”

“하하. 그렇죠? 그땐 저희한테 촌티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팬분들의 의견을 좀 받아 각자 다른 콘셉트로 스타일 변신들을 시도해 봤습니다.”

“그럼 이 머리색들도 다 팬분들이 정해주신 거예요?”

MC 은지의 물음에 이준이 방청석의 팬들을 바라보며 고갤 끄덕였다.

“네. 저흰 잘 몰랐는데 팬분들이 퍼스널 컬러라는 게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사비까지 들여서 진단 받고 각자에 맞는 색으로 한번 맞춰봤어요.”

“우와, 정말요? 그런 건 어디서 진단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음. 사실 저희도 잘 몰라서 그냥 검색해서 나오는 블로그 맨 위에 거 보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네에?! 와, 그 진단해 주시는 선생님은 엄청 놀라셨겠는데요? 예약도 없이 갑자기 아이돌 그룹이 눈앞에 딱 나타나서!”

이번엔 은호가 어깨를 으쓱해 대며 끼어들었다.

“안 그래도 저를 맨 먼저 알아보시더라고요. 엄청 팬이라면서. 후훗.”

“오, 그래요?”

“근데 아이러니한 건 이준 형한테만 따로 사진 한번만 더 찍으면 안 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카메라는 은호 형한테 주고.”

“처음엔 그냥 하는 말이었고, 결국엔 이준 형 팬이었던 거죠, 그 원장님이!”

강준과 지호의 연이은 팩트 폭력에 은호가 민망한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1집 때보단 인터뷰에 임하는 태도에서부터 한층 여유가 느껴지고 있는 멤버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 보이던 모습들과는 확연히 달라진듯한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이번 앨범 에 대한 얘길 나눠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번 2집 정규 앨범 전곡을 이준 씨가 작사, 작곡하셨다고 하던데. 정말 사실이실까요?”

MC의 질문에 이준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 네. 그렇긴 한데 사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편곡 부분은 카인 형이 많이 신경 써주셨고, 작사 같은 경우엔 진성 선생님이나 저희 멤버들이 참여한 것도 많거든요.”

“와, 그래도 정규앨범 전체를 다 작사, 작곡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제가 듣기론 타이틀곡 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어떤 곡인지 간략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준이 가볍게 고갤 끄덕이곤 답했다.

“우선 는 제목 그대로 누군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곡이에요. 1집과 비교하자면 <로즈>보단 <우산>에 가까운 느낌이죠. 그래서 파워풀하고 강렬한 느낌보단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보컬 라인을 강조하려고 노력했어요.”

“1집 후속곡 <우산>이 멤버들과의 우정을 표현한 곡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럼 이번 타이틀곡 는 어떤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곡일까요?”

“음, 꼭 누군가를 특정하고 썼던 건 아니에요.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함께 고생했던 멤버들, 옆에서 늘 저희의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주셨던 회사 식구들, 그리고 팬분들을 포함해 데뷔 전부터 지금에 이르는 모든 순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담겨 있는 곡이에요. 무엇보다.”

“무엇보다?”

“반지하방에 갇혀 아무런 빛도 보지 못하고 있던 저희를 양지로 끌어 올려주신 저희 대표님을 가장 많이 떠올렸던 것 같아요.”

“와아아아아아!!”

팬들이라면 다 아는 멤버들과 하준의 스토리.

하준이 언급되자 방청석에선 일순 환호성들이 터져 나왔다.

“팬들 사이에선 제6의 멤버로 불린다는 그 대표님 말씀하시는 거죠? 와아, 그래서 그런지 팬분들의 환호성도 멤버들 못지않게 들려오는 것 같은데요?”

생방송 시간 관계상 인터뷰를 종료할 시점이 다가오자, MC 은지가 은호를 지목하며 마지막 멘트를 꺼내왔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2집 활동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은호 씨?”

“아, 네.”

편하게 지켜보고 있던 은호가 다소 비장한 얼굴 표정을 지어 보이곤 마이크를 잡았다.

“우선 이렇게 1집에 이어 2집 정규 앨범으로 다시 찾아뵐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쁜 마음입니다. 이번 2집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활동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간들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언제, 어디서 활동하든 팬분들이 주시는 많은 사랑 잊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끝마치려 했던 은지가 살짝 눈동자를 키우며 추가 질문을 건네왔다.

“혹시 조금 전에 해외에서도 많은 활동이 예정돼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이 예정돼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으음, 저희도 아직 정확한 스케줄표까진 받지 못한 상태라 아마 스케줄이 정해지고 나면 팬분들께 가장 먼저 알려 드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멘트를 마치는가 싶던 은호가 갑자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워 보이곤 짧게 말을 덧붙여왔다.

“그래도 살짝 힌트만 드리자면, 아마 저희에게 있어 엄청난 도전이 될 것 같아요.”

* * *

같은 시각, NTV 사장실.

그간 구세희에게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들으며 세련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세련이 입을 반쯤 벌리고선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어왔다.

“컥…… 하, 하준이 어머님이 살아 계셨다고? 게다가 지금은 완전 깨어 나셔서 너희 집에 머물고 계시는 거고?”

“응.”

“하,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너 지금 농담하는 건 아니지?”

말을 내뱉고는 그럴 리 없다며 세련이 곧바로 다시 입을 열어왔다.

“하, 그래. 이런 걸로 농담하면 그건 사람도 아니지. 와아, 진짜 충격적인 소식이긴 하다. 나 너무 놀래서 지금 막, 막 온몸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야.”

“아무튼 알고만 있어. 혹시라도 나중에 하준이한테 말실수 같은 거 하지 않게.”

“야, 이런 걸로 말실수할 게 뭐 있다고. 하준이가 먼저 얘기 꺼내기 전엔 그냥 모른 척 입 꾹 닫고 있어야지.”

온몸에 돋은 닭살을 지우려는 듯 세련이 몸을 마구 비벼대다 구세희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너 출근은 언제까지 안 하려고. 계속 이렇게 사장실을 비워둘 수만은 없잖아. 아저씨 재판 끝나고 나면 다시 복귀할 거지?”

“글쎄. 그건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 아니어도 언니가 잘하고 있는데 뭐.”

“끔찍한 소리 마. 내 인생 모토가 아주 가늘고 길게 사는 거라고. 너 대신 온갖 서류에 결재 사인 할 때마다 아주 수명이 팍팍 줄어드는 기분이라니까? 어휴, 난 절대 못해, 절대.”

세련의 얘기에 별다른 말없이 찻잔을 입술로 가져다대는 구세희.

평소와는 어딘가 모르게 달라 보이는 분위기에 세련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저씨 재판 준비도 잘 돼가고 있다면서 왜 그렇게 낯빛이 어두워? 뭐 또 다른 고민이라도 있어?”

“…….”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큰 고민이.

오늘 세련을 찾아온 이유 또한 그것 때문이기도 했고.

구세희가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있잖아, 언니.”

“응. 뭔데?”

“그게 그러니까…….”

“왜, 뭔데.”

“휴…… 아니다, 아니야.”

고갤 좌우로 내젓는 구세희의 모습에 세련이 답답하다는 듯 채근했다.

“이씨.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말 안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못된 짓인 거 알지? 운을 띄웠으면 끝까지 얘길 해야 할 거 아냐.”

“언니. 그럼 내 얘기 오해 말고 객관적으로 듣고선 또 정말 객관적으로 언니의 생각을 나한테 한번 얘기해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지는 또 뭐야. 뭔 얘길 하려고. 알겠으니까 얼른 얘기나 해봐.”

구세희는 지난 일주일간 내내 자신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던 그것을 꺼내왔다.

“언니 혹시…… 언니는 만약 언니가 정략결혼이 약속된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 부모님 뜻대로 그렇게 할 것 같아?”

“뭐? 아저씨가 너 정략결혼 시킨대?! 누구랑? 어떤 사람인데?”

“아이참. 일단 누군지는 나중 문제고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얘기해봐. 만약 언니라면 요즘 시대에도 그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태껏 구세희를 알고 지내오는 동안 그녀가 꺼내온 고민 중 가장 진지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는 듯싶던 세련이 팔짱을 끼곤 고갤 까딱였다.

“흠, 글쎄. 나는 너처럼 재벌의 삶을 살아오지 않아서 그닥 공감이 안 되기는 한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저씨가 그런 약속을 하신 거면 그만큼 엄청 괜찮은 사람이라는 뜻 아냐?”

“완전 나 애기 때 한 거라는데 그땐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지. 그냥 농담 삼아 한 거라고 볼 수밖엔.”

구세희의 말에 세련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뭐야. 그럼 애초에 고민할 것도 없잖아? 방금 네 입으로 얘기했네. 그냥 농담 삼아 한 거라고. 그럼 그냥 웃고 넘어가 버리면 되는 문제지 뭐.”

“참나.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어른들이 서로의 미래를 걸고 한 약속인데 그렇게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지 않아? 그건 불효라고, 불효!”

“…….”

그냥 대수롭지 않게 웃고 넘기라는 자신의 말에 대뜸 불같이 정색을 해오는 구세희.

세련은 잠시 황당해져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뭐냐, 너? 나보고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그걸 모르겠으니까 언니한테 묻는 거지. 그냥 못 이기는 척 아빠 뜻 대로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흐음.”

생각 이상으로 진지해 보이는 구세희의 고민에 세련도 잠시 그 입장이 돼보기로 했다.

원치도 않는 사람과 만약 정략결혼을 해야만 한다면.

그럼 어떨까.

답은 금방 나왔다.

“생각해 봤는데 바로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랑 어떻게 결혼을 하냐? 그것도 갓난 애기 때 어른들끼리 한 약속가지고. 차라리 혼자 살고야 말지.”

세련의 확고한 대답에 구세희가 낮게 말을 내뱉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야. 알 만큼, 아니. 알 건 다 아는 사람이지.”

“뭐? 알 건 다 아는 사이라고? 그, 그게 누군데?”

“……하준이.”

“허얼.”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답변에 세련은 입을 크게 벌리고선 넋을 놓아 버렸다.

지금의 황당함은 하준의 이름이 나온 것 때문이 아닌 지금껏 구세희가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하, 나참 어이가 없어서. 괜히 쓸데없는 얘기만 들어주고 있었네. 야, 이건 정략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애초에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잖아?”

“……뭐? 고민할 거리가 아니라니. 왜?”

“그걸 몰라서 물어? 정말?”

“당연하지.”

너무나도 뻔뻔하게 느껴지는 구세희의 태도에 세련은 또 한 번 기가 찰 수밖엔 없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구세희를 향해 세련이 짙은 한숨과 함께 팩트를 날렸다.

“후우. 좋아 그럼 내가 팩트로 널 때려줄게. 너! 하준이 좋아하잖아! 그것도 십 년도 넘게 쭈우우우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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