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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138화 (139/165)

138화

“후.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구 사장님. 그놈들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진 않을 건데요.”

NTV 1층 로비에 위치한 커피숍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아침 일찍부터 터져 나온 뉴스를 보고 온 탓에 최윤섭의 얼굴 위론 근심이 가득 묻어 있었다.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부딪쳤어야 할 일이었어요. 계속 그들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게 놔둘 순 없는 거니까.”

어제 낮 최윤섭에게 얘길 들은 직후, 구세희는 그것을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때마침 지난번 박성환의 일을 터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뉴스 프로를 개편해놓은 상태였고, 사장의 지위를 이용해 해당 소식을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

제너럴이란 존재들의 영향력은 차치하더라도, 현조 그룹의 이미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보도였기에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무엇보다 ‘현조’라는 두 글자가 대한민국에서 갖는 영향력은 구세희 또한 결코 모르지 않았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구세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하준을 위해 시작한 이 일은 반드시 끝장을 보고야 말 생각이었기에.

자신의 휴대폰 액정화면을 한동안 훑어 나가던 최윤섭이 이내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벌써부터 어뷰징 기사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어요. 이젠 덮을래도 덮어질 수준이 아닌 게 돼 버렸네요.”

긴급히 모임까지 소집해 이 일은 결단코 외부에 퍼져 나가선 안 된다고 했던 그들. 그리고, 자신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 봉투를 내밀며 특별히 신경 써주길 부탁해 온 그 남자.

제너럴에 속한 그들 모두 지금쯤이면 이미 해당 소식을 접했을 터. 그간 겪어온 그들을 생각하면 이 일을 결코 그냥 넘기지만은 않을 거고.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구세희에게 최윤섭이 물었다.

“유 대표님께는 계속 얘기 안 하실 생각이신가요? 앞으로 어떤 위험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그래도 유 대표님은 알고 계셔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

“제가 걱정이 돼서 그렇습니다, 걱정이. 저야 어차피 다 그만두려고 했으니 별 상관 없다지만. 구 사장님은 잃을 게 많잖습니까. 이 방송국 한번 살려보겠다고 지난 몇 년간 그 고생을 해왔는데. 그리고 뭣보다.”

뭔가를 얘기하려던 최윤섭이 잠시 말을 멈추곤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곤 입술을 질근 깨물고는 낮게 말을 꺼내왔다.

“……구 사장님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에요 이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인간들이 바로 그 인간들이니까요. 제너럴은 구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무서운 존재들입니다.”

그들에 대해 겪어본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구세희는 그의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바로 하준의 모친이 그들의 오랜 희생자이자 피해자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존재라면 생명을 잃게 하는 일 마저도 망설이지 않는 그들.

구세희는 이 모든 걸 다 알고서도 그들과 맞서기로 한 것이었다.

답답함과 근심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최윤섭의 얼굴을 바라보며 구세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적절한 때가 됐다고 판단이 설 때까진 하준이한텐 무조건 비밀로 해야 해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하준이한테 그 사실을 알릴 순 없으니까.”

구세희가 이번 일에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최윤섭은 근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당장 내일, 아니, 오늘이라도 그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뭘 비밀로 하는데?”

어두운 낯빛으로 구세희를 바라보고 있던 최윤섭의 귓바퀴로 무척이나 익숙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가 자신들의 바로 옆에 다가와 있었다.

“하, 하준아.”

구세희 역시나 두 동공이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고, 하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

“적절한 때라는 건 뭘 얘기하는 거고 어떤 걸 바꾸겠다는 건데? 그때까지 내가 알아선 안 되는 일이란 건 또 뭐고.”

“……하준아, 그러니까 그게…….”

하준이 최윤섭에게 고갤 돌리며 물었다.

“최 기자님은 미리 알고 계셨던 건가요? 오늘 아침 현조 그룹 관련 뉴스가 터질 거라는 걸.”

“아, 유 대표님…… 그게 그러니까요.”

짧은 사이,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되는 듯한 하준.

왜 두 사람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진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게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그보단 더 급선무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당황과 불안의 눈빛이 공존하고 있는 그들의 시선 사이로, 하준은 자신이 보았던 미래 예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미래 예지 속 끔찍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구세희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 * *

“아니…… 대표님이 그걸 어떻게.”

잠시 후, 하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세 글자에 최윤섭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의 맞은편에 있던 구세희 또한 눈동자가 커질 수밖엔 없었고.

자신들 외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정보일 거라 확신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서울중앙지검 7급 수사관 류민우. 기자님이 보내주신 영상 속 남자들 중 한 명입니다. 이번 현조 그룹과 관련한 일에 그 여섯 명 중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

아직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들에 대해선 하준에게 일절 알려주지 않은 상태.

그들의 이름, 나이, 직업 등은 물론이고 가장 최근 그들을 만나 나눈 대화들까지도 모두.

그런 상황에서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는 듯한 하준의 얘기들은 두 사람을 무척이나 놀라게 만들 수밖엔 없었다.

게다가, 왜인지 모르게 자신들보다 더 깊은 부분까지 알고 있는듯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고.

서로 간간이 눈을 마주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윤섭과 구세희의 모습에 하준이 입술을 뗐다.

“제가 알고 있는 거에 두 분이 놀라고 있듯, 저 또한 묻고 싶은 게 많은 게 사실입니다. 왜 두 사람이 이런 일을 공모하고 있는지, 왜 저한테 꼭 비밀로 붙여야 한다는 건지. 세희는 물론이고 최 기자님은 저와 나눴던 얘기들이 있었으니까 더더욱이요.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대한 얘기들보단 당장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비가 우선입니다. 아침 보도 이후에 어뷰징 기사들은 계속 터져 나오고 있고, 이미 그쪽에선 해결책을 모의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준의 얘기에 그제야 최윤섭도 짓고 있던 표정을 거두곤 구세희를 바라봤다. 거기에 대해선 최윤섭 또한 내내 우려하고 있던 부분이었기에.

하준이 최윤섭을 바라보며 물었다.

“최 기자님. 혹시 그쪽에서 따로 연락 오거나 한 건 없었나요?”

“아, 네. 아직까지는요.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아마 조만간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싶긴 한데. 또 다른 이슈들로 덮어 버리기 위해서요.”

하준은 첫 번째 미래예지를 떠올렸다. 류민우와 현조 그룹 사람 간의 차 안에서의 대화 내용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류민우의 통화 내용들까지.

만약 그 일들이 거의 같은 시각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최윤섭에겐 따로 연락을 취해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최윤섭을 내부 스파이로 의심해 그가 따로 사람까지 붙이는 장면이었으니까.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준을 바라보며 최윤섭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왔다.

“전 구 사장님이 가장 걱정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 걸 대비해 웬만한 방송사들엔 미리 다 조치를 취해놨다고 했었거든요 그 사람들이. 근데, 전혀 생각도 못 했을 NTV에서 필터링도 없이 현조 그룹에 대한 보도를 해버렸으니 어떤 식으로든 압박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은데…….”

최윤섭의 얘기에 하준은 구세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두 번째 미래 예지가 펼쳐졌을 때만 해도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던 해당 장면들.

오늘 벌어진 일들을 마주하고 나니 이제야 그것들이 왜 일어나게 된 건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대체 세희가 왜 이번 일에 끼어든 걸까.’

여전히 의문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그것. 줄곧 자신의 연락을 피해온 그녀였기에 하준은 더더욱 지금의 일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지금은 그게 우선순위가 아닌 상황.

제너럴은 둘째로 치더라도, 류민우 그가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 또 앞으로 벌이게 될 건지 하준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것들에 곧바로 대비해야만 했다.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하준이 입을 열었다.

“최 기자님 말씀대로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취해올 겁니다. 그 타겟은 분명 세희가 될 거고요. 어쩌면 단순한 위협 수준이 아닌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린 그 전에 대비를 해둬야 할 거고요.”

“더 큰일이라면.”

최윤섭의 물음에 하준은 대답 대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 이상의 얘기들은 오히려 구세희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게끔 만들 것이기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하준이 곧바로 다른 말을 꺼내왔다.

“지금 다른 곳에선 류민우의 통화 기록과 통장 내역 등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걸 뒤따라가다 보면 제너럴 뿐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인물들이 누군지도 어느 정돈 나오게 될 거고요. 어쩌면 이번 일은 단순한 재벌가 스폰 사건 하나로만 끝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두 번의 미래 예지를 접한 뒤 줄곧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온 하준. 그것의 퍼즐이 맞춰지고 나자, 어쩌면 이번 일이 그간의 일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드시 알아내고자 했던 그들의 존재 또한 머지않아 곧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이미 머릿속으로 생각과 결정을 끝마친 하준이 구세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곤 반드시 그녀를 지켜내겠다는 비장한 마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 * *

현조 그룹 장남 박진한과 인기 여가수의 스폰 기사가 터지고 이틀 뒤.

밤 9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시작한 구세희는 지하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으로 몸을 실었다.

그러곤 곧바로 시동을 켜 서서히 액셀을 밟아나가는 그녀. NTV 건물을 빠져나온 뒤, 다소 한산한 상암동의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런 그녀의 차량을 먼발치서 따라붙고 있는 두 대의 검은색 차량이 있었고, 그들은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타깃인 구세희는 이미 양쪽 사이드 미러를 통해 미행을 확인한 상태.

오히려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녀는 도로 위를 거침없이 질주해 가기 시작했다.

마치 그들을 어딘가로 유도하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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