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126화 (127/165)

126화

윤채경의 촬영분까지 모두 끝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운전석에 앉은 하준의 뒤로는 윤채경과 김민정, 그리고 이슬아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제 막 끝난 <스마일 쌔러데이>의 실시간 톡 반응들을 확인하며 윤채경이 연신 감탄을 내뱉어왔다.

“와, <스마일 쌔러데이> 파급력이 이 정도였어? 이 정도 반응이면 웬만한 아이돌 그룹도 다 눌러 버릴 수준 아냐? 진성 오빠 앞으로 엄청 바빠지겠네!”

“그러게요. 전 예능은 잘 안 챙겨보는 편이라 몰랐는데, 이거 3사 통틀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더라고요? 대체 본방이 어땠길래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거지?”

윤채경과 김민정의 연이은 말들에 이슬아도 말을 보태왔다.

“이거 녹화 찍을 때 애들이 응원하러 갔는데 그때 현장 반응도 장난 아니었다더라고요. 진짜 콘서트장에 온 기분이었대요.”

윤채경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곤 수긍의 반응을 보여왔다.

“하긴. 한땐 대한민국 넘버원 보컬리스트였는데. 이런 반응이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하긴 하지. 나도 예전엔 플레이 리스트에 진성 오빠 노래만 잔뜩 넣어놓고 아주 그냥 주구장창 반복이었는데.”

신호진과의 대화를 끝마치고 나온 하준에게 윤채경이 무척이나 상기된 반응을 보여왔던 이유.

바로, 얼마 전 김진성이 참여했던 <스마일 쌔러데이>의 본방 시청자 반응들 때문이었다.

주 시청자 연령층이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스마일 쌔러데이>. 토요일 저녁이라는 황금 시간대와 맞물려 그것의 파급효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김진성을 전혀 모르던 10대, 20대들의 열띤 반응들. 그리고, 잊고 지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는 3, 40대들까지.

시청자 게시판은 물론이고 포털사이트 내의 실시간 톡 반응들은 일일이 다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밀 듯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전화를 걸어온 박승준은 어쩌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단 흥분된 말까지 덧붙여 왔었고.

프로그램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그가 꺼내온 말이니 결코 근거 없는 얘긴 아닐 터였다.

“근데 얼마 전에 MBS 좀 시끄럽지 않았어요? 거기 사장이었던 사람 막 이 사건, 저 사건 다 터지면서 한동안 난리였던 것 같은데?”

시청자 반응을 훑어나가던 김민정이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얼마 전 사건을 꺼내왔다.

때마침 빨간 불에 멈춰선 하준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백미러로 뒤쪽을 살폈다.

“어, 맞아. 그랬지. 그분 나도 신인 때 몇 번 봐서 안면은 있는 분이었는데. 참, 그런 사람일 줄이야.”

“그거 어떻게 됐어요? 따로 뭐 해명 입장 내거나 그런 거 있었어요?”

“해명이랄 게 뭐 있겠어. 피해자가 그렇게나 많이 나타났는데. MBS 쪽에서도 도저히 수습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바로 해임해 버리고 사과문 냈더라고. 경찰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하고. 뭐, 그 덕에 MBS는 그나마 비난도 덜 받으면서 잘 수습할 수 있게 된 거지. 안 그랬으면 보이콧이니 뭐니 하면서 이미지가 바닥을 칠 대로 쳤을 텐데.”

김민정에게 말을 내뱉은 윤채경이 갑자기 백미러 쪽으로 고갤 돌려왔다.

그러곤 하준과 눈을 마주치자 다소 의아한 얼굴을 하고선 질문을 던져왔다.

“근데요, 대표님. 그 기사 최 기자님이 쓰셨던데. 혹시 근래에 최 기자님 따로 만나거나 하신 적 있으세요?”

윤채경의 물음과 동시에 신호등이 다시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하준은 액셀을 서서히 밟으며 답했다.

“네, 며칠 전에도 잠깐 뵙긴 했는데.”

“흠, 혹시 최 기자님 좀 달라졌다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최근에 낸 기사들 보면 죄다 굵직굵직한 것들만 내보내는 데다가 다 너무 세요, 내용들이. 뭐랄까…… 갑자기 온순한 양에서 흑곰이 돼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그 기자님이 원래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거든요.”

최윤섭과는 신인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던 윤채경. 그의 지난날의 행보나 성향에 대해선 꽤나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품을 수 있는 의문이었다.

그런 그녀의 의문 섞인 얘기들에 하준은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딱히 뭐가 달라졌다거나 하는 건 느끼지 못했어요. 원래 기자라는 직업이 항상 더 큰 이슈를 좇는 일이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하준의 얘기에 윤채경은 고갤 갸웃거리면서도 이내 수긍의 반응을 보여왔다.

“흠, 그런가……? 하여튼 그 기자님도 참 이상한 사람이야. 그렇게 큰 기사를 터뜨려 놓곤 또 곧바로 방송국 쪽으로 좋은 기사 써주는 건 무슨 심보람? 무슨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김민정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그의 기사가 하준에게도 영향이 갈 거라곤 조금도 생각 못 했을 최윤섭.

그들과의 위험한 동행을 좀 더 이어가 주길 부탁한 하준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그는 이번 일에 대한 수습도 가능한 최대한 돕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왔다.

물론 이런 내막을 전혀 모르고 있을 윤채경의 입장에선 당연히 이상해 보일 수밖엔 없을 행보였고.

액셀을 밟아가며 잠시 최윤섭과의 대화 내용을 상기시키던 하준에게 김민정이 물어왔다.

“근데, 윤철 씨는 어디 가고 대표님이 직접 운전해 주시는 거예요? 아까 촬영장에서 분명 봤던 것 같은데?”

김민정의 물음에 하준보다 먼저 앞서 윤채경이 입을 열어왔다.

“아~ 내가 먼저 좀 집으로 보내놨어. 오늘 같은 날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있어야지. 뭐, 어디 좋은 곳 빌려서 호화롭게 파티까진 못 벌이더라도 그 비슷한 모양새 정돈 갖춰야 하지 않겠어?”

한껏 들뜬 얼굴을 하고 있는 윤채경에게 김민정이 눈동자를 살짝 키우며 물었다.

“파티요? 그럼 우리 지금 파티하러 가는 거예요 언니? 어디로요?”

“어디긴. 그 인원이 다 모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된다고.”

윤채경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멈춰선 축제 차량.

하준이 기어를 P로 맞춤과 동시에 김민정은 눈앞의 장소가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김민정이 다소 놀란 눈동자로 윤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 언니 집에서요? 여기서 무슨 파티를……?”

* * *

“와…… 이게 다 뭐야. 채경 누나! 이거 설마 다 누나가 차리신 거예요? 누나가 직접 다 요리하신 걸로?”

30분 뒤, 윤채경이 사는 고급 빌라 안.

와 김지혜, 그리고 지현성을 포함해 오늘의 주인공인 김진성까지 모두 모인 가운데 거실에 깔린 수많은 음식들을 보며 은호가 입을 크게 벌려왔다.

“훗, 어때. 이 정도면 호텔 뷔페 못지않지?”

“그, 그럼요! 와, 말도 안 돼. 누나 이걸 어떻게 혼자서 다 차리신 거예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큰 리액션을 펼쳐 보이고 있는 은호. 그건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급 대리석 바닥 위로 깔린 수십 가지의 음식들에 모두가 멍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고, 오직 윤채경만이 한껏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차리긴. 다 돈 주고 출장 뷔페 부른 거지! 거창하면서 시끄러운 파티까진 못하더라도 오늘 같은 날 같은 회사 식구들끼리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축하 자리 정돈 가져야 하지 않겠어?”

씨익 웃어 보이곤 윤채경이 김진성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때요, 오빠? 뭐 아쉬운대 로 이 정도면 그래도 나름 기분 내는 정돈 되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가, 그것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이런 자릴 마련했다는 사실에 김진성은 감동의 얼굴빛을 보여왔다.

“아이참, 뭘 이렇게까지. 예능 한번 출연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에이, 지금 출연이 문제가 아니라 오빠한테 제2의 전성기가 오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이제부터 여기저기서 막 출연 문의도 쇄도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 같은데? 안 그래요, 대표님?”

자신에게 고갤 돌려오는 윤채경에게 하준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곤 고갤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예능 쪽에선 벌써부터 섭외 연락들을 해오고 있는 상황인 것 같더라고요. 방송 끝나고 사무실로 연락이 꽤 많이 왔다고 하던데.”

하준의 얘기에 김지혜가 곧바로 말을 보태왔다.

“맞아요! 어휴, 그것 때문에 여태 퇴근도 못하고 계속 전화만 받고 있었다니까요? 토크쇼 게스트부터 해서 오디션 심사위원까지 섭외 종류도 얼마나 다양했다구요. 뭐라더라? 무슨 고추밭 행사에도 와줄 수 있냐 그러던데. 돈은 얼마든 주겠다고.”

“와, 진짜? 벌써 그 정도야? 이러다 진성 오빠 금방 떼부자 되겠는데에?”

사람들의 연이은 띄어주기에 김진성은 꽤나 민망해진 듯 마른세수를 거듭했다.

그러곤 하준을 쳐다보며 고맙다는 말을 꺼내왔다.

“이게 다 대표님 덕분입니다. 사실 저야 대표님이 다 하라는 대로 한 것밖에 없는데. 정말 그 약속을 지켜주실 줄은 몰랐어요.”

“선배님을 모셔오는 조건으로 한 약속인데 당연히 잊어선 안 되는 거죠. 물론, 선배님이 잘 해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도 했고요.”

“하하, 이것 참…… 민망하면서도 얼떨떨하고 그러네요, 아직은.”

두 사람의 훈훈한 대화에 윤채경이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약속? 두 분이서 무슨 약속을 하셨었는데요?”

“아, 그게 말이야.”

김진성이 뭔가 답을 하려던 때, 접시가 쌓인 곳으로 자릴 옮기며 하준이 화제를 돌려왔다.

“이거 오늘 안엔 다 먹을 수 있는 거죠? 이렇게 계속 얘기만 나누다간 여기 있는 거 반도 못 먹을 것 같은데.”

“아! 안 돼요! 음식 남기면 벌 받는댔어요!”

하준의 얘기에 지호가 절대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된다며 팔을 걷어붙였고, 다른 멤버들 또한 곧바로 접시를 집어 들기 시작했다.

“아이참, 궁금한데! 좋아요, 일단은 다들 배고플 시간이니까 배부터 채우자고요. 호호, 다들 맛있게들 먹어요!”

“잘 먹겠습니다 채경 누나!”

“잘 먹을게요, 언니!”

“고마워 채경 씨. 안 그래도 촬영 때문에 바쁠 텐데 이렇게 신경까지 써 주고. 내가 답례는 꼭 하도록 할게.”

“에이, 답례는 무슨 답례예요. 같은 회사 식구끼리. 뭐, 정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면 나중에 콘서트 티켓이나 몇 장 주세요. 음향 제일 좋은 좌석으로!”

윤채경의 얘기에 김진성이 다소 당황한 듯 눈동자를 살짝 키우며 반문했다.

“……콘서트?”

“응? 뭐야, 그 표정은? 무려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는데 그럼 콘서트도 안 하려고 했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리스트 김진성이? 모르긴 몰라도 아마 1분도 안 돼서 다 매진될 것 같은데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꺼내오는 윤채경의 얘기에 김진성은 다소 멍한 얼굴을 하고선 하준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미 온화한 얼굴을 한 채로 하준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가수 김진성으로서 다시 무대에 서게 해드리겠다는 거, 잊지 않으셨을 텐데요.”

“……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당분간은 지금의 상황들을 즐기면서 차근차근 준비해 보도록 하시죠. 거기에 필요한 지원은 아낌없이 다 해드릴게요.”

“대표님…….”

지난번 대기실에 멤버들이 나타났을 때와 비슷한 얼굴 표정을 짓고 있는 김진성.

눈동자까지 일렁이는 걸 보니 까딱하면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풉. 이러다 진성 오빠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겠는데요? 워워, 애들 앞에서 그건 좀 주책인 거 알죠, 오빠?”

“으흠, 당연하지. 울긴 누가 운다고.”

괜히 헛기침을 내뱉고선 김진성이 접시를 집어 들었고,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하준도 한 손에 접시를 들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갔고, 그러는 동안에 남은 손으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

아직까진 그 어떠한 부재중 통화도 찍혀 있지 않는 자신의 휴대폰 액정 화면.

지금쯤 그들과의 비밀스러운 모임을 가지고 있을 그의 연락을 내내 기다리고 있는 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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