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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122화 (123/165)

122화

하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에 급격히 얼굴빛이 바뀌어 버린 최윤섭.

마치 들어선 안 될 얘길 들은 사람처럼 일순 굳은 상태가 돼 버렸다.

“혹시, ‘제너럴’이라고 아시나요.”

그리고 그건, 질문을 던진 하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꺼낸 얘기가 그에게 얼마나 당혹스럽게 느껴질진 결코 모르지 않는 바.

그들이 나눈 대화의 수위나 무게, 그리고 미래 예지 속 남자가 언급한 ‘프라이빗’이란 단어를 고려해 봤을 때, 분명 그들의 만남은 은밀히 진행되는 것이었을 테니까.

정확히 ‘제너럴’이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진 알 수 없어도, 그걸 언급한 것만으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의심을 살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하준은 반드시 그 질문을 던져야만 했던 거고.

스스로를 ‘제너럴’이라 칭하는 그들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최윤섭은 그들을 만나 어떠한 일들을 모의했던 건지.

자신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하준은 반드시 거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만 같았다.

“지금 뭐라고…….”

“제너럴이라는 모임, 아니. 혹시 그런 단어를 알고 계시는지 여쭸습니다 기자님.”

“…….”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재차 꺼냈던 물음.

하지만, 또 한 번 내뱉어진 ‘그 단어’에 최윤섭은 심장이 일순 멎는 듯했다.

대체 그가 그 단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심지어 모임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그들과 자신의 만남은 김창완을 제외하곤 사내에서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던 사실.

심지어 자신이 쓴 기사를 컨펌해 주는 데스크의 그 어떠한 누구도 전혀.

오로지 자신도 몇 번 본 적 없는 가장 윗선의 몇몇을 제외하곤 ‘제너럴’의 존재도, 그들과의 공모에 대해서도 절대 알 수도, 그리고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런데 대체 눈앞의 그는 그걸 어떻게 꺼내오는 걸까.

“기자님 반응을 보니 모르시진 않는 것 같은데. 정확히 그 ‘제너럴’이라는 게 어떤 건지 제가 좀 알 수 있을까요?”

결코 가볍게 느껴지진 않는 그의 분위기에 최윤섭도 조심스럽게 입술을 뗐다.

“혹시 왜 물어보시는 건지 제가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대표님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알게 되신 건진 모르겠지만 이게 저희 회사 내에선 대외비 같은 거라서요.”

대외비.

자신이 보았던 미래 예지 속 장면들이 여전히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하준은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외부에 발설이라도 될 시,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하준은 오래 뜸 들이지 않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들은 경로에 대핸 비밀 유지를 약속한 상태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저 아닌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실인 건 분명하니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을 마친 하준은 다시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고선 최윤섭의 눈을 마주했다.

그러곤 낮은 음성으로 그에게 재차 물었다.

“제너럴. 어떤 건가요?”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켜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진 떠오르지 않았지만, 조금 전 그의 말은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 대해 그에게 꺼내는 일만큼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그의 모친이 그들의 수많은 희생양 중 하나라는 걸 오로지 자신은 알고 있었기에.

“…….”

그 사실을 안 뒤로 내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엔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하준을 마주하는 일도, 그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가면서도 그들과의 공모를 지속해 가는 것도 모두.

그래서일까.

그가 처음 그 존재에 대해 꺼내온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고 있었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신념과 철학까지 모두 버려가며 철저히 혼자서 그 모든 걸 감당해 온 최윤섭.

분명 무척이나 위험하고, 또 결코 손잡아선 안 되는 존재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자신의 일임과 동시에 가장 윗선으로부터 내려온 지시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장 믿고 신뢰해온 그에겐 왠지 이 모든 걸 꺼내놓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의 모친과 관련된 일만큼은 스스로가 감춰두기엔 너무 버거운 일이었기에 더더욱.

마음속으로 결심을 끝마친 최윤섭이 떨구고 있던 시선을 올리곤 하준을 바라봤다.

그러곤, 다소 비장한 표정과 함께 천천히 입술을 뗐다.

“대표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모든 얘기들은 필히 비밀에 붙여두셔야 합니다. 그게 대표님의 안전을 위한 일이니까요.”

* * *

잠시 후, 약 30분간 이어진 최윤섭의 얘기들을 모두 주워담은 하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의 존재, 그들과 썬데이 미디어간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

이 모든 것들보다 하준을 굳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의 모친과 관련한 얘기들이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는 거기까지입니다, 대표님. 저도 그분이 대표님의 모친이라는 건 그때 처음 알게 된 거고요.”

“…….”

최윤섭이 그들을 위해 하고 있다는 일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것의 내용 자체만으로도 그랬지만, 자신이 본 미래 예지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말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희생양 중 자신의 모친도 포함돼 있었다는 얘길 들었을 땐 하준의 심장은 거세게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론, 그들이 내뱉었던 ‘신인 여배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할진 모르겠습니다만…… 그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모친의 사망 소식이 들려와 해당 기사는 내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부 창고에만 보관돼 있었던 거고요.”

어렵게 말 한마디 한마디를 떼 가는 최윤섭을 바라보며 하준이 낮게 물었다.

“정확히 어떤 기사였나요. 그들이 내보내길 원했던 내용이.”

“아, 그게…….”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최윤섭이 이내 조심스럽게 입술을 뗐다.

“스폰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모친께서 그랬다는 그 어떠한 정황이나 증거 같은 건 없어 보였고요. 그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겠군요.”

최윤섭의 말을 하준이 대신 맺어 주었고, 최윤섭은 입술을 질끈 씹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얘기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입이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그러기 위해선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꺼내야 하는데 그건 저조차도 절대 당당할 수 없는 일이라…….”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하준은 심각한 표정을 조금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고, 최윤섭은 낮게 숨을 내뱉었다.

“후우. 근데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대표님. 그 당시 상황이나 자료들을 보니 그 사람들이 왜 대표님 모친께 그러려고 했는지 좀처럼 납득이 가질 않더라고요. 당시엔 뭔가 다른 이슈를 덮으려거나 하는 의도로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

하준의 모친이라는 걸 안 뒤로 해당 자료와 당시의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던 최윤섭.

하지만 조금 전 하준에게 했던 얘기처럼, 자세한 정황을 알아본 뒤에도 좀처럼 납득이 되질 않았었다.

보통의 자료들에 적힌 세세한 내용들은 물론, 그들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의뢰했고, 또 어떤 기대 성과를 이뤄내야만 하는지 전혀 적혀 있지가 않았기에.

혹시나 그런 유의 사례가 또 있나 싶어 창고의 모든 자료들을 다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게 유일했다.

즉,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그저 한 여배우의 인생을 끝장내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 순간, 하준의 마음속엔 확신 아닌 확신이 서서히 자릴 잡아가고 있었다.

‘그 신인 여배우가 그럼…….’

처음 미래 예지 속 그 여배우에 대한 얘길 들을 당시에도 어딘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던 하준.

조금 전 최윤섭의 얘길 듣고 나자 자신의 그 불안한 느낌들이 마냥 기우일 것만은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정체를 극도로 숨기려 하는 사람들입니다. 혹여나 누군가가 알게 되기라도 할 시 그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사람들이고요. 그래서 대표님께서도 필히 함구하셔야 한단 얘길 드렸던 겁니다.’

최윤섭이 자신에게 꺼내온 얘기.

그건 미래 예지 속 그들이 했던 얘기들과 결코 결을 달리하지 않는 얘기들이었기에.

최윤섭의 말 이후 한동안 하준은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엔 무거운 침묵만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수분이 흐른 뒤, 하준이 최윤섭을 불러왔다.

“최 기자님.”

“예, 대표님.”

“지금 하시는 그 일.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가실 생각인가요?”

하준의 물음에 그가 어떤 말을 하고자 꺼낸 건진 알 것도 같아 최윤섭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글쎄요. 사실 거기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매일 해나가는 중이긴 합니다. 매순간 괴로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요.”

말을 내뱉곤 최윤섭이 하준을 바라봤다.

“많이 실망하셨을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 앞에서 보여 드린 모습과 뒤에서 하고 있는 짓들이 너무 달라 이중적으로 보이기도 하셨을 거고요.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드릴 말씀이…….”

“조금만 더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그런데, 한껏 미안한 표정과 함께 최윤섭이 말을 내뱉어가던 그때.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준이 꺼내왔다.

순간 무슨 의미인가 싶어 최윤섭이 눈동자를 키우며 되물었다.

“뭘 부탁하신다는 건지…….”

“지금 하고 계시는 그 일, 그 ‘제너럴’이라는 그룹과의 모임. 혹시 그만둘 생각을 하고 계신 거라면 당분간만 더 유지해 주실 수 있으실까 해서요.”

“……아니, 왜 그런 말씀을…….”

분명 자신이 꺼낸 얘기들에 충격은 물론, 자신에게 큰 실망을 할 거라 생각했던 최윤섭은 그의 말들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질 않고 있었다.

자신의 모친과 관련된 일뿐 아니라 한 엔터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가 그 일을 계속 유지해 달라니.

그들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어떤 방법들을 이용하는지 이미 다 털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최윤섭은 눈과 입을 동시에 벌리며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고, 하준은 그런 최윤섭의 눈을 마주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위압감 가득한 어투로 말을 뱉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요. 그리고, 만약 그게 다 들어맞게 된다면 그땐 제가 직접 나서야 할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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