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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109화 (110/165)

109화

잠시 후,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가 흘러나오자 세 사람의 표정은 일순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반응을 보여오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박용태.

셋 중 가장 자신만만해하고 있던 사람이기도 했거니와, 하준이 이런 얘길 할 거라곤 조금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표님……?”

최희원이 묻자, 하준은 온화한 얼굴을 유지하며 말했다.

“말 그대롭니다. 세 분 모두 제겐 꼭 필요한 분들이라서요. 게다가, 앞으로 팔도가 나아갈 방향들을 생각하면 더욱이 누구 한 분만 고를 순 없어서.”

하준이 살짝 미소를 띠며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아 물론, 고른다는 표현이 조금은 이상해 보일 순 있겠지만요.”

여전히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하준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기자님들도 잘 아시겠지만, 엔터 회사엔 애초에 전속 기자라는 게 없습니다. 그저 두루 친하고 가까운 사이들은 존재할지 몰라도요. 그럼에도, 이렇게 세 분 모두 제게 보여주신 호의와 관심들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 최 기자님을 시작으로, 다른 두 분의 기자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단기간에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진 못했을 거예요.”

불과 1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견제하고 으르렁거리기 바빴던 세 사람은 하준이 꺼내온 얘기들에 다소 누그러진 얼굴로 서로를 힐긋거렸다.

“그래서 지금의 부탁이 다소 염치없기도 하고 또 원하시는 대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실례를 무릎 쓰고 이렇게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저와 팔도를 위해 지금처럼만 애써주시기를요.”

진중하면서도 무척이나 예의를 지키며 내뱉는 하준의 말들에 세 사람 모두 선뜻 대꾸할 수가 없었다.

비록 그게 자신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을지라도.

미팅룸 내부로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박용태가 짧은 숨을 내뱉으며 하준에게 물었다.

“우선 그 전에, 대표님이 말씀하신 앞으로의 팔도의 방향이란 게 어떤 겁니까? 그걸 알아야 저나 이 친구들도 무슨 답이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금의 규모만 놓고 보면 굳이 저희 셋 다 필요할까 싶긴 한데.”

현재 팔도의 소속 연예인이라곤 고작 셋.

윤채경과 김민정, 그리고 가 전부였다.

물론 애초에 팔도를 위해 이런 관심과 호의들을 베푼 게 아닌, 그곳의 수장인 하준만을 보고 온 것이었기에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의 물음은 그가 어떤 계획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이 더 컸던 것이었다.

박용태의 질문에 최윤섭과 최희원도 하준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말은 하지 않아도 둘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음.”

짧게 운을 떼며 천천히 고갤 주억거리는 하준.

곧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와 함께 말을 꺼냈다.

“앞으로는 이곳을 더 크게 키워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규모나 평판, 그리고 인지도 면에서도 월등한 회사로요.”

하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세 사람의 얼굴 표정은 또 한 번 크게 바뀌었다.

이것 또한 조금도 예상하고 있지 못했던 유의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최윤섭이 곧바로 물어왔다.

“그 말씀은…… 팔도를 다른 대형 기획사들처럼 만들 계획이라는 얘기이실까요?”

다른 두 사람은 몰라도 최윤섭만큼은 그간 하준이 어떤 마인드로 이곳을 운영해 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윤채경과의 계약 과정이 어땠는지를 그녀에게서 직접 전해 들은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국내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인 윤채경을 밀어낼 정도로 오로지 하나만 생각해 왔던 그.

그런 그가 이곳을 더 크게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혀오니 최윤섭은 꽤나 놀랍게 받아들여질 수밖엔 없었던 것이다.

최윤섭의 물음에 하준은 긍정인 듯 아닌 듯한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반은 맞고, 또 반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규모나 크기면에선 분명 그럴 계획이지만,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 다른 부분들이 존재할 테니까요.”

“혹시, 왜 갑자기 그런 계획을 새우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최윤섭의 물음에 그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던 박용태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야, 최윤섭이.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사업하는 사람한테 회사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지. 거기에 왜가 어딨어? 왜가.”

박용태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최윤섭은 여전히 하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고, 하준도 그런 그와 눈을 마주했다.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해오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부분.

하준은 온화한 얼굴 표정을 유지하며 입술을 뗐다.

“딱히 거창한 이유나 포부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먼 미래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해보려고 하는 거라.”

곧바로 이해하기 힘든 하준의 얘기에 최윤섭이 반문했다.

“먼 미래라면 어떤.”

“음, 글쎄요. 아직까진 구체적인 구상이 있다기보단 그냥 그게 가깝고도 먼 미래일 수도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는 거라서요.”

이번에도 역시나 뜻 모를 소릴 내뱉곤 미소를 띄워 보이는 하준.

여전히 물음표 같은 세 사람의 얼굴 표정이었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얘기 또한 지금은 이게 전부였다.

이미 멤버들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가지고 있던 ‘그 생각’을 이들뿐 아니라 아직은 그 누구에게도 드러낼 타이밍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이 내뱉은 그 말처럼 그 미래가 가까울 수도, 혹은 멀 수도 있다는 것 외엔 아직 확정적인 건 아무것도 없기도 했고.

확실한 한 가지는, 자신의 이 모든 생각들은 오로지 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자 결정이라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 * *

잠시 후,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졌던 대화들이 일단은 마무리 지어지고, 조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인사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박용태와 최희원이 미팅룸을 빠져나가자 최윤섭이 하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대표님. 소식은 들으셨죠?”

하준이 눈썹을 살짝 올리며 의미를 묻자, 최윤섭이 곧바로 말했다.

“박 대표 재판 결과 말입니다. 실형 선고 받은 거 알고 계시나 해서.”

그제야 무슨 얘길 하고자 하는 건지 이해 한 하준은 짧게 고갤 끄덕였다.

“네, 알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했고요.”

“그쪽 변호사 인터뷰한 거 보니까 곧바로 항소 준비하려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 봐야 재판이 뒤집어질 일은 없겠지만.”

“네, 그럴 겁니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되는 거고요.”

확신과 단호함이 섞인 하준의 얘기에 최윤섭은 잠시 지긋이 그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몇 초간의 시간을 더 보낸 뒤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대표님.”

“네, 기자님.”

“일전에 제게 알아봐달라고 했던 그분 말입니다. 그, 배우 이수연 씨. 그분 본명이 이정화 씨더라고요. 그 전에 대표님이 교통사고 건으로 제게 알아봐달라고 했던…….”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는 최윤섭의 모습에 하준은 그가 어떤 의도로 꺼내온 얘긴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네, 맞습니다. 그분이 제 어머니. 물론 저도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 역시 맞았군요. 그분이.”

이미 수차례 알아보고 또 알아봤기에 확실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음에도 하준의 입으로 직접 그것을 듣고 나자, 최윤섭은 다소 심란한 마음이 들 수밖엔 없었다.

하준과 박성환 간의 관계, 그리고 박성환과 그녀의 관계를 떠올리니 이 모든 것들이 마냥 우연처럼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준은 모르고 있는, 오로지 자신만이 알고 있는 ‘그 사실’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고 있었고.

시선을 아래로 둔 채 다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최윤섭을 바라보며 하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고맙습니다, 기자님. 그간 여러모로 많은 도움 주신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

하준의 얘기에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최윤섭.

하준은 같은 표정과 어투를 유지하며 짧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기자님.”

* * *

“후후! 아아! 아에이오우! 냠냠, 쩝쩝!”

다음 날부터 곧바로 시작된 의 본격 스케줄.

첫 일정으로 잡힌 광고 촬영 현장에 도착한 멤버들은 헤어 메이크업을 받으며 저마다 준비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발음 연습을, 또 누군가는 표정 연습을, 그리고 어떤 이들은 맛있게 먹는 제스처들을.

모두가 처음인 탓에 아무리 연습을 해봐도 어색하게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듯싶었다.

“휴우. 형들, 우리 잘할 수 있겠죠? 광고 촬영은 될 때까지 찍는 거라 우리가 제대로 못하기라도 하면 막 며칠씩 찍어야 할 수도 있다던데.”

가장 먼저 분장을 끝마친 지호가 형들의 뒤편에 서서는 걱정이라는 듯 말했다.

그러자 은호가 힘없는 목소리로 고갤 내저었다.

“아, 몰라 몰라. 일단 난 어제 낮부터 계속 쫄쫄 굶고 있는 상태라 빨리 촬영이나 들어갔으면 좋겠다. 얼른 촬영 들어가서 햄버거나 실컷 먹을 수 있게!”

“에이, 형 그렇다고 막 먹다가 나중에 배부르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한 두 개 먹어서 끝날 게 아닐 텐데!”

“참 나. 걱정할 게 없어서 그런 걸 걱정하냐? 너 우리 반지하방에 살 때 기억 안 나? 우리 같은 날 월급 들어와서 햄버거 막 몇십 개씩 쌓아두고 먹었었잖아. 그때 그렇게 먹고도 모자라서 비빔밥까지 막 비벼 먹어놓고는.”

“그거야 그렇지만…… 에이, 그래도!”

“아, 몰라 몰라. 이건 연습이 따로 필요 없는 것 같애. 그냥 우리의 평소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아주아주 굉장히 자연스럽게! 다들 무슨 말인지 알지?”

다소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부정할 순 없는 은호의 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 하나만큼은 세상 그 어떤 이들보다도 자신 있는 멤버들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하준 또한 이번 촬영만큼은 조금의 걱정도 되질 않고 있었다.

에게 들어온 숱한 광고들 중, 찍기로 결정한 모든 광고는 전부 멤버들의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먹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즉, 오늘 촬영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연이은 광고 촬영 또한 하준의 입장에선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단 뜻이었다.

얼추 분장을 마무리 지으며 멤버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때.

오늘의 촬영을 지휘할 최형수 감독이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다들 일찍부터 와선 벌써 준비들 다 끝낸 모양이네? 아직 촬영 들어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말과는 달리 몇 시간이나 일찍 와 이미 준비를 끝마친 멤버들을 꽤나 흐뭇하게 보고 있는 듯한 그의 얼굴이었다.

평소 시간 약속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그였기에 더더욱.

멤버들 얼굴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가 손에 들고 있던 파일 하나를 건넸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걸 받아낸 은호가 파일을 펼치자, 최형수가 설명을 해왔다.

“오늘의 촬영 콘티야. 약간 수정된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얘기해줬어야 했는데. 이렇게 미리 와 있으니까 준비할 시간도 넉넉하고. 아주 나이쓰한데? 하하하.”

호탕한 그의 웃음 사이로 수정됐다는 촬영 콘티를 확인하는 멤버들.

모두가 꽤나 집중한 얼굴들로 간간이 고갤 주억거리며 내용을 이해해가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로 갑자기 은호의 얼굴 표정이 일순 변하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동시에 두 눈과 입이 커질 대로 커진 은호는 곧바로 최형수를 바라봤다.

“저, 가, 감독님…… 이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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