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108화 (109/165)

108화

각자의 손에 들린 캐리어를 끌고 게이트로 나온 멤버들.

오는 내내 숙면을 취한 덕에 여전히 얼굴 위론 그것들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게이트의 자동문이 양쪽으로 열림과 동시에 부스스했던 저마다의 얼굴들은 일순 180도 달라질 수밖엔 없었다.

그곳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그림들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대체 어떤 상황인 건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었다.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져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버린 멤버들.

그러는 사이에도 수많은 프레쉬 세례는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고, 수많은 팬들의 환호성은 멈출 줄 몰랐다.

은호가 자신의 뒤와 옆,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준에게 낮게 물어왔다.

“야, 야…… 이분들 지금 우리한테 이러고 있는 거 맞아? 혹시 우리랑 같은 비행기 타고 왔던 다른 분들 있었어?”

은호의 물음에 이준도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오질 못했다.

자신 또한 은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광경을 몇 초간 더 훑다 이준이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때문에 이러고 계신 건 맞는 것 같은데. 저기 다 우리 이름만 쓰여 있는 걸 보면.”

이준이 눈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는 은호.

저마다 들려 있는 플래카드엔 분명 자신들을 향한 메시지들이 적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는 듯 말했다.

“아니. 대체 이분들이 여기에 왜…… 다른 것보다도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나올 걸 대체 어떻게 아신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각 방송사 음방 무대를 돈 게 활동의 전부였던 . 그것도 고작 3주 정도가 다였고.

물론 신인 그룹치고는 나름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고는 해도 이렇게 수많은 인파가 몰릴 정도의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이번 미국을 일정을 통해 로버트 펄론쇼, 그리고 안토니 콘서트 무대에 서는 영광들을 누렸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에서의 일이었고.

해당 소식들이 벌써 국내로 유입됐을리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렇다고 한들 이렇게나 빠른 반응들이 나올 순 없을 터였다.

기사로 내보내 봐야 고작 랭킹에도 들지 못할 몇 개가 전부였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안 되고 있는 한 가지.

이 수많은 인파가 멤버들의 입국 시간을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멤버들이 원래의 일정보다 앞당겨 온 것이었기 때문. 그것도 출발하기 고작 몇 시간 전에 변경된 거였고.

“하, 정말 믿기지가 않네.”

팬들도 팬들이지만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숱한 플래시 세례들은 이들의 어안을 더 벙벙하게 만들고 있었다.

각기 다른 매체에 속해 있을 기자들이 이곳까지 직접 나와 멤버들을 반긴다는 건,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판단했을 거니까.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리고 또 무슨 일로 여기까지.

그 순간 리더 이준의 시선이 자신의 옆으로 옮겨졌다. 그곳엔 자신들의 대표 하준이 서 있었고, 그와 동시에 이준은 속으로 확신 아닌 확신을 가졌다.

‘역시 대표님이…….’

그러나 이준의 그런 확신에 찬 생각과는 달리, 하준은 조금도 예상하고 있지 않던 광경들이었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멤버들의 스케줄로 출발 몇 시간 전 티켓 시간을 변경하기까지 했었는데.

한국에서 이 소식을 아는 이는 티켓 변경을 직접 해준 김지혜 한 명뿐.

그녀가 이 많은 인파를 불러 모았을리는 없을 것이기에 좀처럼 납득이 되질 않고 있었다.

즉,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멤버들의 모습과 하준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

“유하준 대표님! 이번 미국 일정은 다 본인의 계획에 있던 일이었나요?! 로버트 펄론 쇼와 안토니 콘서트 투어의 동행은 어땠는지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국내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그럼 앞으로 는 미국 활동에 더욱 치중하게 되는 건가요?”

“그곳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팬들이 멤버들을 향해 열띤 반응들을 보여오고 있던 때, 기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준에게로만 쏠려왔다.

게다가 그곳에서의 일들에 대해 이미 속속들이 다 꿰뚫고 있는 듯한 질문의 내용들이었고.

자신을 향해 답을 채근해 오는 기자들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는 하준.

그들이 쉴 틈 없이 찍어대는 카메라 버튼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준은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오히려 그들에게 질문을 건넸다.

“기자님들. 질문에 답하기 전에 혹시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나오신 건지 먼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들어온 거였는데.”

하준이 묻자, 도무지 그칠 줄 모르던 플래시 세례가 그제야 일순 멈추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하준의 바로 앞에 있던 한 기자가 무슨 소리냐는 듯 웃음소릴 내왔다.

“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대표님. 그럼 여기 있는 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가 입국할 때까지 죽치고 있었게요?”

그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잠시 겨드랑이 사이로 끼고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키패드를 몇 번 만지작거리는 듯싶더니, 곧 자신의 휴대폰 액정화면을 하준의 얼굴 바로 위로 내밀었다.

“보세요. 이렇게나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기사들이 숱하게 쏟아졌는데. 당연히 모를 수가 없죠. 하하, 대표님도 참.”

그가 손가락으로 스크롤 해가는 눈앞의 기사들을 보며, 하준은 절로 한숨이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일순 다 납득이 되는 것은 물론, 이곳에 모인 이들은 당연히 자신이 의도한 일이라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만했기 때문이었다.

하준이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하준은 잠시 기자들을 일별하곤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역시나 자신이 생각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 * *

“하아…… 죄송해요, 대표님. 대표님 없는 동안 저분들이 내내 여기에 죽치고 앉아서 계속 캐내려고 하는 바람에.”

멤버들을 숙소에 내려준 뒤 곧장 사무실로 온 하준.

통유리로 둘러싸인 미팅룸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김지혜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전해 듣고 있었다.

“대표님이 티켓 변경해 달라고 전화하셨을 때 하필이면 저분들이 제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거든요. 그러고는 전화 끊자마자 바로 캐물으시더니 저기 저렇게 앉아서…….”

뒷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다소 황당한 기분을 느끼며 하준은 미팅룸 내부로 시선을 옮겼다.

미국 첫 일정부터 불이 붙기 시작했던 그들 간의 경쟁이 여태껏 이어져오고 있었다니.

이런 경쟁을 대체 왜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선 차치하고라도, 다들 이렇게나 한가한 인물들이었나 싶은 의구심이 가장 먼저 들 수밖엔 없었다.

하준은 짧게 숨을 내뱉곤 미팅룸 내부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각자의 노트북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그들이 하준을 발견하곤 일순 눈동자를 키워왔다.

“대표님!”

“아이고, 유 대표님!”

“오셨습니까!”

마치 대기업 회장님이라도 영전하는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준을 반겨오는 이들.

그들은 바로 최희원, 최윤섭, 그리고 박용태였다.

“다들 한창 바쁘실 시간에 여기에 모여 있다고들 하셔서 곧장 와봤습니다. 다들 저를 기다리고 있으시다 하길래.”

하준은 말을 내뱉으며 다시 앉을 것을 권유했고, 자신도 상석으로 자리했다.

가장 먼저 엉덩일 붙이며 박용태가 입을 열어왔다.

“아주 그냥 대표님이 오시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습니다. 아,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여기 이렇게 불청객들이 떡하니 사무실에 쳐들어와 있는데.”

최윤섭과 최희원을 곁눈질로 가리키며 ‘불청객’이라 표현하는 그의 말에 당연스럽게도 두 사람은 곧바로 반박해왔다.

“하, 참나. 누가 누구보고 불청객이래요? 아저씨야말로 진짜 민폐에 진상 손님이었으면서. 어쩜 그렇게 남의 사무실에서 커피며 다과며 잘도 빼먹던지. 내가 다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해지더라니까?”

“누가 아니래. 아주 그냥 여기서 먹고, 자고, 씻고. 팔도가 무슨 지 개인 사무실인 줄 아나.”

즉각적으로 내뱉어온 두 사람의 얘기에도 박용태는 입꼬리를 올리며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하. 그래, 그래. 마음껏들 떠들어 보라고. 이제 우리 유 대표님도 오셨으니 누가 진짜 이곳의 전속 기자인지 판가름이 나겠지. 그동안들 나름 즐거운 경쟁이었어? 응? 하하하.”

이미 그간의 일들에 대해선 김지혜에게 모두 전해 들었기에 하준은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하준이 없는 3주 동안 거의 매일 같이 팔도에 출입하며 자신들의 모든 업무를 이곳에서 처리한 세 사람.

각자 소속된 회사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이곳을 매일 드나들며 얼굴도장을 찍어댔고,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김지혜에게서 따끈따끈한 새 소식들을 업데이트 받는 것.

하준과 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은 김지혜에게 가장 먼저 전달된다는 걸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하루, 아니, 한 시간이 멀다 하고 내내 김지혜를 채근해 왔다고 한다.

물론 그녀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숱한 뇌물 조공 또한 빼먹지 않으면서.

그렇게 새 소식을 전달받으면 곧바로 그들만의 경쟁에 돌입하게 됐고, 그 순간부터 미팅룸 내부는 노트북 자판 치는 소리로만 몇 시간이고 계속 채워졌다고.

그중 최윤섭은 노트북 자판이 부서져 중간에 새 걸로 교체해오는 일까지도 생겼었고.

그렇게 그들 간의 끊임없는 경쟁의 결과물이 바로 오늘의 공항 사태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3주라는 시간 동안. 의 인지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공항에 도착한 이후로 도무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울려대는 하준의 휴대폰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서로의 얼굴들을 마주하며 연신 으르렁 거리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하준이 입을 열었다.

“세 분 모두 뭐 때문에 이러고 계시는지에 대해선 저도 이미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이들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이 세 사람의 경쟁이 하준과 팔도에게 많은 수혜를 안긴 것만은 틀림없었다.

이들이 속한 회사의 규모, 그리고 각자가 가진 인지도와 영향력은 그들 분야에서만큼은 결코 적지 않은 이들이었기에 더더욱 효과는 클 수밖에 없었고.

“음…… 오는 동안 생각을 좀 해봤는데 아무래도 제가 어떤 결정이라도 내려드려야 세 분 모두 계속 이렇게 고생하시진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도 맞고요.”

드디어 하준의 입에서 내뱉어질 그 말을 기다리고 있는 세 사람.

저마다의 얼굴 위론 지난 3주간의 노고를 무조건 자신에게 치하해줄 거란 확신들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하준, 그리고 그런 하준을 바라보며 동시에 목구멍으로 침을 넘기는 세 사람.

그런데, 곧이어 하준의 입에서 내뱉어진 말은 세 사람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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