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106화 (107/165)

106화

“오! 마이! 갓!”

촬영장 내 모든 시선이 닿은 그곳으로 고갤 돌린 멤버들.

그와 동시에 토크쇼 진행자 로버트는 자릴 박차고 일어나 엄청난 리액션을 보여왔다.

이보다 더 커질 순 없을 정도로 두 눈과 입이 팽창된 것은 물론, 엄청난 톤으로 소리까지 내지르며.

“What am I looking at right now? Is this for real(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이거 진짜야?!)”

그저 소리만 내뱉고 있지 않을 뿐, 멤버들의 반응 또한 그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들.

무엇보다, 그가 등장할 거라는 건 사전에 전혀 듣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더더욱.

그러는 사이, 가 앉아 있는 자리 바로 앞까지 그가 다다라 멤버들과 눈을 마주했다.

“컥…… 대, 대표님?”

그들의 눈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하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그의 모습에 멤버들은 놀란 표정을 도무지 숨길 수가 없었다.

“와우,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거 아니지? 너 정말 ‘그’가 맞는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내내 떠들어대고 있던 ‘그’ 말이야, ‘그’!”

로버트가 지호에게 질문을 던진 것과 거의 비슷했던 타이밍.

무척이나 과장된 리액션을 선보이곤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던 듯한 모양새였다.

토크쇼 진행자도 모르는 게스트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니까.

그의 등장에 필요한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해 지호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고.

하준은 조금의 긴장한 기색도 없이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별도로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수백여 명의 방청객들의 시선은 하준에게 고정된 채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미지의 스타 메이커 ‘H’가 지금껏 방송 매체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스럽게도 그의 얼굴을 접하게 된 것 또한 모두가 처음일 수밖엔 없는 일일 터였고.

“와우, 하하하. 지금껏 내 쇼에 나온 게스트들 중에서 가히 최고라 말할 수 있겠어! 헤이, H. 네 입으로 직접 너를 소개 해주는 거 어때?”

로버트의 제안에 하준은 줄곧 짓고 있던 미소를 유지하며 짧게 고갤 끄덕였다.

“우선 이런 유명 토크쇼에 출연할 수 있게 된 걸 개인적으론 무척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 이름보단 ‘H’란 닉네임이 더 익숙하실 텐데, 저를 이렇게 소개하는 자리가 처음이라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네요.”

하준이 로버트와 잠깐 시선을 마주하곤 다시 입을 열어왔다.

“제 이름은 유하준입니다. 국적은 한국이고요.”

“와아아!”

하준의 이름과 뒤이어 ‘코리아’란 단어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방청석에선 열띤 환호성들이 터져 나왔다.

그의 정체가 처음 밝혀졌을 당시에도 그의 본명과 국적에 대해선 이미 공개된 상태.

하지만, 그의 얼굴까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터라 그의 실물을 마주한 방청객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케이팝 그룹의 멤버들과도 조금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그들보다 더욱더 빛이 나는 느낌마저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가 아닌, 스타의 위치에 오르게 만드는 게 그의 역할일 텐데.

“오케이, 오케이. 다들 진정들 하라고. 너희가 어떤 마음인진 알겠는데 자꾸 ‘H’에게만 집중하게 되면 여기 이 케이팝 친구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고. 어떻게, 그냥 이 친구들 너희들 옆으로 보내버릴까?”

방청석을 가리키며 능청스러운 제스처를 취해보이는 로버트에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멤버들을 향해 조금 전 하준에게 했던 것처럼 환호성들을 보내왔다.

“우우~ 쏘 큐티 보이즈!”

“우우~ 케이팝!”

자신들에게 쏠려온 반응들에 멤버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지금 이 순간 이목이 하준에게 집중되는 건 백 프로 당연한 일이었기에.

로버트가 관중들의 소리를 잠재우며 입을 열었다.

“오케이, 오케이.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이거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거야.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고. 그러니까 지금부턴 딱 중요한 질문들만 던지도록 하겠어.”

말을 마치고는 다시 하준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는 로버트.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헤이, H. 아니, 하준. 이곳까지 직접 발걸음한 이유가 뭐야? 무려 7년 동안이나 꽁꽁 숨어 있던 네가 이런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크쇼에 출연한 저의가 뭐냔 말이지.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꽤나 진지하면서도 비장하게 물어오는 로버트의 모습에 하준이 웃음을 지었다.

“음, 난 로버트 펄론 쇼라고 해서 나왔는데. 이거 웬 CSI 수사관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지금 나 범죄자로서 심문당하고 있거나 한 건 아니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센스 있게 말을 받아내자, 방청객 곳곳에선 웃음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그 말에 공감하고 있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그러자 로버트도 피식 웃어 보이곤 살짝 표정을 달리해 왔다.

“오우 씻. 이런 토크쇼는 분명 처음일 텐데 굉장히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 군그래? 오케이, 자 다시 묻겠어. 하준, 이 위대한 로버트 펄론쇼 에 나온 너의 목적이 뭐지? 지금 네 옆에 있는 저 케이팝 그룹을 위해서인가? 아님 너를 본격적으로 알려보고 싶어서?”

이미 모든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쇼의 흥미를 한껏 끌어 올리기 위해 연기를 이어가고 있는 로버트의 모습.

다른 이들은 몰라도 하준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과 를 위해 그가 지금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그의 질문을 받은 하준은 자신의 왼쪽편으로 잠시 고갤 돌렸다.

자신의 출연 여부에 대해선 멤버들 또한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을 터.

아니나 다를까, 아직까지도 그 감정들이 얼굴 곳곳에 묻어 있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하준이 다시 로버트에게로 시선을 옮기곤 옅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 전자지. 난 당신처럼 스타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나를 사람들에게 알릴 필욘 없는 거고.”

짧게 답하곤 멤버들을 가리키는 하준.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약간의 고민이 있긴 했지만 내가 이 쇼에 출연하는 게 조금이나마 이 친구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단 판단이었어. 내 친구들도 적극 추천하기도 했고 말이야.”

“오우, 너의 친구들이라면 설마 그들을 말하는 건가? 안토니 스미스, 제프 깁슨, 존 로이드?”

하준이 고갤 끄덕이며 한 명을 더 추가했다.

“거기에 레일리까지.”

“오우, 하하. 다들 내 토크쇼에 한 번씩 등장했던 인물들이군. 특히 제프는 한바탕 사고까지 치고 간 놈이고 말이야.”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는 듯 로버트가 몸을 바르르 떠는 제스처를 짧게 취해 보였다.

하준도 그 사고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기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곤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여기선 다소 평범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무대 위에선 전혀 다른 모습들을 드러내는 친구들이야. 이미 안토니의 공연장에서 그 모습을 한차례 선보이기도 했었고. 앞으로 남은 미국 일정 동안 란 이름을 최대한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는 게 내 목표지.”

“오호, 그렇군. 헤이, 하준. 이건 쇼와 상관없이 내 개인적인 질문인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하준이 흔쾌히 고갤 끄덕이자 로버트가 살짝 자세를 고쳐 잡곤 물어왔다.

“대체 한국으론 왜 갑자기 갔던 거지? 여기에 계속 머물면서 그냥 편하게 남은 인생을 살아도 됐을 텐데 말이야. 여기서 벌어들인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잖아?”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의 미국.

그렇기에 세계적인 스타들을 여럿이나 키워낸 하준의 재력이 어떠할지에 대해선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말.

하준은 딱히 부정하지 않는다는 듯 웃음소릴 내왔다.

“하하.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은 생을 평생 놀고먹으며 살 수만은 없지 않겠어? 무엇보다, 여긴 내 고향이 아니기도 하고.”

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하준.

멤버들 또한 하준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처럼 보이고 있었고, 하준은 멤버들을 일별하곤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이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어. 저마다 대단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단 걸 알게 됐었거든. 아까 전 너희가 봤던 그 사진들처럼 말이야.”

“오우, 그건 정말 끔찍했던 사진들이었어. 난 절대 그런 곳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없다고.”

“하하. 직접 가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아. 나름 안락한 곳이었어.”

하준의 얘기에도 로버트는 고개를 연신 내저었고, 하준은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을 만난 뒤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어갔지. 역시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 친구들이 제대로 증명해 주더라고. 국내뿐 아니라 이곳 미국에 와서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통역을 통해 하준의 얘길 전해 듣자, 멤버들은 다소 부끄러운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로버트는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듯 물어왔다.

“그럼 대체 이 친구들이 거기에 있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던 거야? 설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아낸 건 아닐 텐데 말이야.”

이건 지극히 로버트의 개인적인 질문이라는 걸 하준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능력에 대해 무척이나 집요하게 캐왔던 그였기에.

하준은 진심 반 농담 반을 담아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꿈. 꿈에 나오더라고. 여기 이 친구들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빛나는 별들처럼 말이야.”

하준의 대답에 로버트는 일순 실망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우, 씻.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지금 무슨 판타지 소설에 대해 얘기하는 거 아니지? 후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곤 로버트가 곧장 멤버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가장 하준과 가까운 쪽에 앉아 있는 리더 이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헤이, 아무래도 타깃을 너로 바꿔야겠어. ‘H’가 처음 너희들 앞에 나타나 했던 얘기가 뭐였지? 의미심장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나 이 말이야.”

로버트의 물음에 웬일인지 당황한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는 이준. 오히려 곧바로 무언갈 답하기 위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준을 잠시 바라본 이준이 고갤 끄덕이며 짧게 답해왔다.

“있었죠. 아주 의미심장하면서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말을 남기셨으니까.”

“리얼리? 그게 뭐였지?”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의 로버트를 바라보며 이준은 그때의 그 말을 똑같이 내뱉었다.

“앞으로 너희들의 ‘로드’가 될 유하준이라고 한다.”

“……왓?”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내뱉어지자 고개를 까딱거리며 실망하는 로버트.

그러고는 곧 그 말의 뜻을 이해한 듯 말을 내뱉어왔다.

“그러니까 매니저를 뜻하는 로드인 동시에, 앞으로 이 아이들의 길이 되어주겠다 뭐 이런 뜻이었던 거야? 응? 그런 거야?”

로버트의 물음에 이준이 멤버들을 가리키며 고갤 끄덕였다.

“우린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그 말이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고.”

“오우.”

아무래도 자신이 원하는 답을 유도하기란 어려울 거라 판단한 로버트.

이제 남은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곤 방청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케이. 이 케이팝 그룹을 위해 ‘H’가 직접 이곳까지 나와줬는데. 이 친구들의 실력을 감상하지 않고 넘어가면 꽤 서운하지 않겠어? 마지막은 이 친구들의 무대로 장식해 보자고.”

말을 내뱉고는 로버트의 시선이 다시 하준에게로 옮겨졌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헤이, 하준. 마지막 질문은 너에게 던지도록 할게. 너의 마지막 목표가 뭐야? 이 친구들 다음은 또 누가 너의 타깃이 되는 거지?”

매번 성공만을 달려온 미지의 스타 메이커 ‘H’.

로버트 자신뿐 아니라 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 또한 궁금해할 질문이기에 꺼낸 얘기.

그의 질문을 받은 하준은 곧바로 답하기보단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몇 초간의 시간을 더 보낸 뒤, 작게 웃어 보이며 답했다.

“다음 목표는 없어. 이 친구들이 내겐 마지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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