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97화 (98/165)

97화

“This is !”

안토니의 소개 뒤,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

어두워진 조명 아래 대열을 갖추고 있는 멤버들을 지켜보며 5만 명의 팬들은 오묘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게스트의 등장에 으레 그러하듯 적당한 환호성을 보내오면서도, 또 한편으론 들어본 적도 없는 그 이름에 의아한 표정들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말 그대로, 어색한 반응 그 자체.

그런 반응들 사이로 데뷔곡 ‘로즈’의 인트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첫 파트 담당인 이준은 동양적 사운드를 뚫고 앞 열로 걸어 나왔다.

“몸속을 파고드는 DNA, 선율을 따라 움직이는 레드 컬러.”

“뜨거운 숨결, 맞잡은 두 손. 있는 그대로의 모습 널 갖고 싶어.”

모두가 케이팝 그룹의 공연은 처음인 듯 낯선 한국어 가사에 귀를 기울이려는 듯한 모습.

서서히 빠른 템보로 바뀌어가는 무대를 지켜보며 여전히 별다른 리액션들은 터져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파앙!

잔잔한 동양적 사운드로 흘러가던 곡의 분위기가 무대 주변으로 터져 나온 불기둥과 함께 일순 달라지기 시작.

그와 함께 강준의 후렴구 파트가 공연장 전체로 울려 퍼지며 멤버들의 격한 칼군무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로즈, 로즈, 로즈. 우리 둘만의 공간. 로즈, 로즈, 로즈. 영원히 이 기억될 이 순간!”

시선은 무대 위로 둔 채 팔만 어색하게 휘적거리고 있던 관객들은 갑자기 일사불란해진 광경에 일순 동작들을 멈추곤 눈동자를 키워댔다.

그러고는 화려함 속에서도 결코 절도를 잃지 않는 끊임없는 동작들에 조금씩 빨려드는 듯한 얼굴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 얼 마이 로오즈!”

3옥타브가 넘어가는 강준의 고음이 터져 나오자, 잠시 멈춰 있던 팔들을 다시 머리 위로 올리는 관객들.

영혼 없이 그저 휘적거리기만 하던 조금 전과는 달리, 입 밖으로 환호성까지 내지르며 격한 팔동작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후우우!! 이쓰 어썸!”

“섹시 가이즈!”

가 처음 무대에 등장했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는 분위기는 물론, 줄곧 이어져 오던 안토니 스미스의 무대 때와도 너무나도 다른 열기를 내뿜고 있는 뉴욕 시티필드의 현황.

싱어송라이터이자 솔로 가수인 그의 공연에선 결코 볼 수 없는 엄청난 퍼포먼스에 모두가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들을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우 마이 갓! 쏘 어메이징!”

3분이 넘게 지속되는 동안에도 단 한번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동작들에 관객들의 리액션 또한 덩달아 격해지고 있는 상황.

쉴 틈 없이 빠르게 바뀌는 안무 속에서도 숨 차는 소리 한번 없이 완벽한 라이브까지 이어지자, 놀람과 감탄의 반응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케이팝 그룹의 실제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더더욱.

“하아…… 하아…….”

마침내 3분 40초 간의 무대가 끝이나고, 피니쉬 안무 동작과 함께 정면을 바라보는 멤버들.

참아왔던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소리가 이어 마이크를 타고 공연장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고, 관객들은 그 소리에 한껏 흥분해 격한 환호성을 내질러왔다.

“와아아아!!!!”

빈틈없이 꽉 들어찬 시티필드의 5만 관중의 환호성 사이로, 멤버들은 잠깐의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다음 무대의 대열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더 블타이틀곡 ‘우산’의 도입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 등장한 .

얼떨떨한 기분 탓에 미처 첫곡 ‘로즈’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팬들은 또 다른 곡이 곧바로 이어지자 반가운 함성을 연신 내질러 왔다.

그리고, 첫곡과는 전혀 다른 곡의 분위기에 조금 전과는 또 달라진 표정들로 무대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와우, 쟤 너무 귀여운 거 아냐? 완전 내 스타일인데?!”

“오, 댓츠 맨? 나는 센터에 있는 까만 머리! 너무 러블리하잖아~”

첫 번째 곡 ‘로즈’가 줄곧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남성적인 면을 강조했다면, 이번 곡 ‘우산’은 미디움 템포를 유지하며 보다 밝은 느낌을 주는 분위기였다.

당연스럽게도 처음 멤버들을 접하는 관객들에겐 무척이나 대조될 수밖에 없을 터.

불과 몇십 초 사이에 완전히 달라져 버린 컨셉에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다섯 명의 멤버들에게 완전히 매료되고 있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나란히 선 걸음으로 빗속을 걷고 싶어. 이 비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

멤버들 또한 첫곡을 무사히 마친 이후라 그런지 한껏 여유가 생긴 태도로 무대를 임하고 있었다.

앞열의 관객들에게로 다가오며 한국어 가사를 내뱉는 은호.

그리고 그런 은호를 필두로 각자의 파트마다 자신의 앞쪽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한껏 미소를 내비추는 다른 멤버들.

“Be my umbrella, Be my umbrella.”

줄곧 한국어로만 이어지던 가사들 사이로 갑자기 영어가 내뱉어졌고, 당사자는 다름 아닌 이준이었다.

자신의 짧은 후렴구 파트 중 일부를 영어로 바꾸어 부른 것.

그 가사를 내뱉으며 이준이 지어 보이는 살인 미소에 바로 앞 관객들은 마치 강한 어택이라도 당한 듯 가슴을 부여잡는 리액션을 보여왔다.

“땡큐! 땡큐, 땡큐!”

첫곡 ‘로즈’ 때보다는 한껏 여유롭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끝이난 두 번째 무대.

마지막 파트가 끝남과 동시에 멤버들은 5만 명의 관객들에게 일제히 인사를 건네며 손을 흔들어댔다.

난생처음 눈으로 마주한 케이팝 그룹의 공연 무대에 팬들도 그간 참아왔던 함성들을 내지르기 시작, 시티필드 공연장은 수십 초간 함성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어느새 의상을 갈아입은 안토니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와우, 어메이징! 이게 케이팝이야? 이게 코리아 아이돌의 실력인가?”

안토니의 등장과 함께 멤버들도 일열로 대열을 갖추었고, 안토니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과장된 리액션을 선보이며 멤버들의 옆으로 다가왔다.

“너희들도 지금 나랑 같은 거 본 거 맞지? 방금 무대 위에서 뭐가 슈욱, 슈욱 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던데. 거대한 AI 기계들 같은 거 말이야!”

멤버들의 일사불란하면서도 조금도 흐트러짐없는 칼군무를 AI에 빗대어 표현하자, 관객들도 열렬히 동의하는 리액션들을 보내왔다.

안토니가 고개를 절레 내저으며 감탄의 얼굴로 멤버들을 바라봤다.

“오케이, 가이즈. 일단 간단히 너희들 소개부터 좀 해볼까? 지금 다들 너희가 누군지 궁금해 미치겠다는 얼굴들이라고.”

안토니의 얘기에 이준이 가장 먼저 입을 떼며 자길 소개해 왔다.

“하이. 아임, 이준. 이 팀의 리더야.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무대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거에 굉장히 큰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어. 열심히 지켜봐줘서 고마워.”

옆에 통역사가 함께 올라와 있음에도 전혀 힘을 빌리지 않고 멘트를 내뱉는 이준.

꽤나 열심히 연습해 온 듯 전혀 어색함 없이 유창한 발음을 구사하고 있었다.

뒤이어 은호, 강준, 지호, 하늘 또한 자신들이 준비해 온 영어 소갯말을 무리없이 꺼내왔고, 관객들 또한 각양 각색의 리액션들로 저마다의 인사에 화답해 주었다.

“와우, 다들 영어 실력들이 유창한데? 고작 이틀 전에 미국에 온 애들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야. 하하.”

안토니가 멤버들을 향해 엄지를 펼쳐 보이곤 관객들에게 말을 이었다.

“얘네는 한국에서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돌 그룹이야. 그룹명은 . 이름처럼 무대도 아주 특별했지?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아주 화끈한 퍼포먼스로 말이야?”

씨익 웃어 보이고는 안토니가 조금 전 무대를 끝마친 ‘우산’을 언급해 왔다.

“아마 몇몇은 이미 눈치챘을 텐데. 조금 전 얘네가 부른 곡이 ‘우산’이라는 제목의 노래야. 바로 내가 몇 달 전 한국으로 가 직접 프로듀싱을 맡았던 곡이지.”

안토니의 얘기에 관객들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당시에도 SNS에 우산을 홍보해 주었던 안토니였기에 이곳에 온 팬들 또한 모르지 않는 내용이었으니까.

그 곡의 주인이 바로 눈앞에 있는 케이팝 그룹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한 반응들이었다.

“하하. 아마 또 몇몇은 의아해하고 있을 거야. 그치? 내가 왜 굳이 저 먼 한국까지 날아가 곡 프로듀싱을 맡고 이렇게 콘서트에까지 초대를 했는지 말이야?”

안토니의 멘트가 내뱉어질 때마다 멤버들은 통역사의 통역을 곧바로 전해 듣고 있었고, 안토니는 말을 마친 후 관객 앞쪽을 잠시 훑었다.

그러고는 오묘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바로 이 한국 국적의 다섯 아이들이 미지의 스타 메이커 ‘H’가 새롭게 키우고 있는 케이팝 그룹이거든.”

안토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이번엔 환호성이 아닌 엄청난 술렁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무척이나 화제가 됐던 미지의 스타메이커 ‘H’.

이미 몇 개월 전 그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물론, 이곳에 온 관객들은 모두 안토니의 팬들이었기에 결코 모를 수 없었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안토니를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올려놓은 이가 바로 그였으니까.

“하하. 역시 다들 이런 반응일 줄 알았지. 어때, 이제 다들 이해가 좀 되지? 왜 내가 이 케이팝 그룹을 내 콘서트장으로까지 불렀는지. 그리고, ‘H’가 키우고 있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애들일지 말야.”

안토니 스미스뿐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들을 여럿 키워낸 스타 메이커 ‘H’.

미국을 떠나 먼 한국으로까지 가 새로 키우는 가수가 바로 눈앞의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그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엄청난 호기심과 동시에 기대감 또한 들 수밖엔 없었고.

무엇보다 조금 전 5만 명의 눈이 그들의 무대를 직접 보고, 실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더욱.

안토니의 사뭇 근엄해진 멘트에 관객들 사이에서 또 한 번의 거센 함성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의 방향은 오롯이 멤버들을 향한 것이었다.

오늘의 무대에 대한 답례임과 동시에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겠다는 팬심을 담아.

시티필드 공연장이 떠나가라 내질러지는 환호성 속으로 멤버들은 모두가 벅찬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걱정 가득했던 무대를 무사히 끝낸 것에 대한 안도심도 강하게 밀려오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안토니는 무대 아래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곳엔.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제안한 그가 자신과 눈을 마주하며 옅은 미소를 보내오고 있었다.

* * *

그리고, 미국 시간으로 정확히 하루가 지난 시점.

그 어떤 언론사에게도 흘리지 않았던 멤버들의 소식들이 뜬금없이 국내 각종 연예란의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의 발단이자 주체는.

하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들에게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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