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96화 (97/165)

96화

안토니가 보내온 헬기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를 날아온 하준과 멤버들.

첫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눈앞의 광경에 모두가 넋을 잃고야 말았다.

“컥…….”

“이, 이게 안토니 형 집이라구요……? 이, 이게 전부 다요?”

외국 영화에서나 접해왔던 호화스러운 저택.

집이 아닌 저택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외관에 멤버들은 일제히 굳은 상태가 돼 버렸다.

그에 반해 하준은 담담한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이번에 새로 이사한 집이라던데, 나도 여긴 처음 와보는 거야. 전보다 좀 작은 곳으로 옮겼다곤 하던데.”

“컥…… 이게 전보다 작은 곳이라고요……? 아니 대체 그럼…….”

“전엔 얼마나 큰 집에 살았길래…….”

불과 몇 개월 전, 자신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은 사람이라곤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 그의 집 풍경.

게다가, 그의 지난 히스토리를 생각하면 더더욱 충격적일 수밖엔 없었다.

“와…… 진짜 사람 인생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구나. 노숙자 신세에서 어떻게 이런 초호화 저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건지…… 진짜 대단하다, 안토니 형.”

감탄해 마지않는 지호의 반응에 은호가 공감을 표하면서도 살짝 말을 정정해 주었다.

“안토니 형도 형이지만, 대표님이 엄청 대단하신 거지. 노숙자 신세였던 사람을 발굴하고 이만큼 키워내신 거니까.”

“아, 그거야 그렇죠!”

당연하다는 듯 지호가 고갤 크게 끄덕이고는 담담한 얼굴의 하준 쪽을 살짝 곁눈질로 바라봤다.

이 호화로운 저택의 주인을 발굴한 이가 바로 하준이라면. 그렇다면.

‘그럼 대체 대표님은 얼마나 부자이신 거지……?’

안토니 스미스뿐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를 여럿이나 더 키워낸 하준의 재력은 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단순 계산만으로 머리를 살짝 굴려본 지호는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크기에 입이 떠억 벌어졌다.

그때, 드넓게 펼쳐진 수영장 길을 가로지르며 이 호화로운 저택의 주인이 멤버들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헤이! 브로!”

“어! 안토니!”

몇 개월만에 재회하게 된 그의 외모는 한국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외모가 아닌 그의 옷차림과 각종 장식구들이 그러했다.

한눈에 봐도 수억은 족히 넘을 것 같은 다이아몬드로 점철된 왼쪽 손목의 시계. 그리고 목이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휘황찬란하게 감겨 있는 금테 가득한 목걸이들까지.

한국에 머무는 내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만 있던 그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외관을 선보이고 있었다.

“다들 그동안 잘 지냈쥐? 와우, 몰라보게들 멋있어진 것 같은데?”

내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껏 반가운 리액션을 선보이고는 멤버들 하나하나와 격한 포옹을 나누는 안토니.

마지막으론 하준에게 다가와 주먹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다시 돌아오니까 어때? 완전히 오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그러진 않어?”

하준도 가볍게 주먹을 들어 그에게 부딪치곤 웃음을 띠었다.

“음, 글쎄. 그건 앞으로 3주 동안 지내보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안토니가 여기 생활을 얼마나 즐겁게 만들어주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오우! 오케이, 오케이. 그런 거라면 아무 걱정 말라고.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고 느끼게 해줄 테니까.”

안토니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하준도 만족한다는 듯 웃음으로 화답했다.

잠시 후, 수영장을 가로질러 한참이나 걸어온 끝에 일행들은 저택 안으로 입성했다.

“커억…… 저, 저게 다 뭐야? 저거 설마 다 소주야?”

그리고,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을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장식장.

보통의 경우 고급 양주나 위스키, 또는 값비싼 와인 등으로 채워져 있어야 할 그곳엔 너무나도 예상을 빗나가는 물건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광경에 모두가 입을 떠억 벌리며 감탄을 내뱉었다.

“대박…… 여기 각 지역 대표 소주들이 다 있어요! 심지어 제주도 것까지!”

“아니, 대체 이걸 다 어디서 구한 거지……? 심지어 나도 처음 보는 브랜드도 있어.”

“와, 안토니 형 진짜 소주 마니아시구나…….”

안토니가 뿌듯한 얼굴을 하고선 은색 소주병을 가리켰다.

“어때? 죽이지?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건데, 언젠간 꼭 한번 제주 아일랜드에 가서 먹어볼 생각이야. 물론 우리 쭌이랑 같이. 크큭.”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라는 듯, 하준과 제주도 대표 브랜드 소주를 번갈아 바라보는 안토니.

잠시 후, 그의 안내를 받아 대저택의 구경을 모두 끝마친 멤버들이 거실에 모여앉아서는 넋을 놓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었어, 안토니 형. 한국에선 너무 친근한 이미지라 그냥 동네에 웃긴 외국인 형으로만 생각했는데.”

“그러게…… 여기에 오고 나니까 확실히 알겠다. 우리랑 얼마나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인지. 우리와 얼마나 큰 벽이 있는 사람인지…….”

“휴. 우리 정말 안토니 형 콘서트에 게스트로 설 수 있을까요? 아무도 우릴 모를 텐데.”

“그러게…… 오히려 공연 분위기만 망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웬 듣보 애들이 나와서 가사도 안 들리는 한국말로 노랠 부른다고. 휴우.”

땅이 꺼져라 한숨들만 내뱉고 있는 멤버들 사이로 하준과 안토니가 잠시 얘길 나눈 뒤 다가왔다.

침울해 있는 멤버들과는 달리 한 손에 소주병을 들고 있는 안토니는 한껏 업된 기분의 상태였다.

“헤이, 브로? 쭌이랑 얘길 좀 해봤는데 더블 타이틀곡 두 개 다 무대에서 선보이는 게 어떨까 싶은데. 브로들 생각은 어때?”

“……네? 두, 두 곡 다요?”

그간의 꾸준한 공부 덕분인지 멤버들은 안토니의 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눈동자를 키워왔다.

멤버들의 되물음에 하준이 답했다.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안토니 의견이야. 이왕 미국까지 와서 공연하는 거 너희들 이름을 제대로 알리고 가는 게 좋지 않겠나 하더라고.”

“아……!”

멤버들이 이토록 놀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앞으로 3주간 진행될 안토니 스미스의 콘서트 투어.

이미 지난 공연들뿐 아니라 앞으로 남은 일정들 또한 모든 좌석들이 진작 매진 상태였다.

거기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팬들이 몰려들기로도 유명한 그의 공연.

어마어마한 관객 수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무대를 보러온다고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엔 없는 것이었다.

이제 막 데뷔해 무대라곤 고작 각 방송사 음악 방송 외엔 서본 적이 없는 였기에.

3주간 섰던 각 방송사 음악방송의 관객수를 다 합치더라도 그의 단 한번의 콘서트 관객 수엔 턱없이 모자랄 것이었다.

어딘가 기가 푹 죽어 있는 멤버들의 반응에 하준이 물었다.

“왜, 무슨 걱정들이라도 있어? 다들 아까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하준의 물음에 하늘이 곧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뇨, 아뇨! 저희야 대표님 결정이면 무조건 따라야죠! 안토니 형도 저흴 위해서 엄청 신경 써주고 배려해주시는 건데.”

강준도 곧바로 하늘의 의견에 말을 보태왔다.

“어떤 걸로 무대에 설지 몰라서 우산이랑 로즈 둘 다 연습은 충분히 해뒀어요. 그래서 그건 문제없을 것 같은데…….”

“같은데?”

하준의 물음에 이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멤버들의 반응을 설명해왔다.

“다들 기가 좀 죽어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직접 와서 보니까 안토니 형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제대로 실감이 되기도 하고, 또 콘서트 규모를 생각하면 지금껏 저희가 섰던 무대하고는 차원이 다르기도 하니까.”

“흠.”

이준의 얘기에 하준은 소파에 앉아 있는 멤버들의 얼굴을 차근차근 훑어갔다.

이준의 조금 전 말을 수긍한다는 듯 저마다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는 멤버들.

다소 기가 죽은 멤버들을 바라보며 하준은 어떤 말로 복돋아주는 게 좋을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이번 일정을 계획한 자신의 의도들을 떠올리곤 그 생각을 떨쳤다.

그러고는 이준의 말을 수긍한다는 듯 고갤 천천히 주억거려왔다.

“그래.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인데 당연히 대단하게 보일 수밖엔 없지. 이번 콘서트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거고.”

“…….”

“그중 너희를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거야. 어쩌면, 단 한 사람도 모를 수도 있는 거고.”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내뱉는 어투만큼은 꽤나 냉정함이 묻어 있는 하준의 얘기들.

멤버들의 얼굴은 더욱더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 잘된 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그 신선함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엔 없을 거니까. 무엇보다, 너흰 이미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이라는 한국 팬들에게도 이미 검증을 끝마친 상태잖아?”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하준의 말들에 멤버들이 숙이고 있던 고개들을 서서히 올려왔다.

하준은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멤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죽지 말고 한번 제대로 보여줘봐. 국내 팬들 앞에서 보여줬듯,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도.”

* * *

이틀 뒤, 안토니 스미스의 뉴욕 시티필드 콘서트장.

무대 위에선 안토니가 이번 자신의 타이틀곡 ‘Thanks’를 선보이고 있었고, 멤버들은 저마다 이어 마이크를 착용하고선 무대 뒤편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 ‘Thanks’ 공연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무대에 투입될 .

빈틈없이 꽉 들어찬 5만 명의 관객들은 게스트의 여부는 물론, 가 다음 무대에 서게 될 거라는 거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안토니 스미스의 콘서트엔 게스트 초청이 손에 꼽을 만큼 없었기에 누구도 예상치 못하고 있을 터였고.

게다가, 그 게스트가 케이팝 그룹이라고는 더더욱.

‘Thanks’의 후렴구 가사가 콘서트장내로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준이 멤버들을 불러모으며 말했다.

“어제 대표님 말 기억하지? 전 세계 팬들 앞에서 제대로 한번 보여주라고 하셨던 거. 한번 해보자. 어차피 아무도 우릴 모른다고 생각하면 우리 입장에선 겁 먹을 것도 없잖아. 애초에 우릴 보고 온 분들도 아니니까.”

리더 이준의 얘기에 맏형 은호도 곧바로 말을 보태왔다.

“그래! 까짓껏 한번 해보는 거야. 그래봤자 데뷔 무대보다 더 떨리기야 하겠냐? 5만 명 중에 단 몇 명은 우릴 좋게 봐주겠지!”

두 맏형들의 얘기에 동생들도 크게 숨을 내뱉고는 고갤 끄덕였다.

“그래. 우린 연습 때처럼만 하는 거야. 형들 말대로 우린 잃을 거 하나 없는 상태니까.”

막내 라인 둘을 바라보며 내뱉는 강준의 얘기에 지호와 하늘도 비장한 표정을 띄웠다.

“저흰 걱정 마세요! 어제 밤새도록 같이 콘서트 영상 보면서 이미 마인드컨트롤은 다 끝낸 상태니까! 아주 무대를 씹어 먹고 오기로 약속했어요!”

막내 라인까지 강한 의지를 비춰오자, 이준이 고갤 한번 끄덕이곤 말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우린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오로지 대표님만 생각하면서 다 뚫고 나가보자. 알겠지?”

“네!”

“좋아. 가보자.”

그와 동시에 콘서트장 내로 들려오는 안토니의 육성.

그리고, 이어지는 의미심장한 멘트들과 함께 그의 입에선 한 케이팝 그룹의 이름이 내뱉어졌다.

“This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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