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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94화 (95/165)

94화

“이모! 여기 한우 꽃갈비살 3인분 추가요! 6인분 같은 3인분으로 부탁드려요~!”

메인 작가 이진주의 우렁찬 외침에 옆에 있던 윤정유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야. 4인분 같은 3인분은 들어봤어도 6인분 같은 3인분은 뭐니? 그 정도면 순 날강도 아냐?”

윤정유의 얘기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막내 작가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풉. 이거 진주 언니 트레이드마크예요. 가게만 가면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거든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챙겨준다고.”

“암암, 그럼그럼. 이렇게 얘길 해야 몇 그람이라도 더 챙겨주지. 안 그럼 저울 안 달아본다고 대충 눈대중으로 주고 만다니까?”

말을 내뱉고는 육회 한 점을 크게 집어 입으로 옮기는 이진주의 모습에 정진웅이 감탄의 눈길로 쳐다봤다.

“와…… 작가님 진짜 멋있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저 같음 적게 주면 주는 대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먹고 말았을 텐데!”

“으음, 노노. 그럼 나 하나만 당하는 게 아니라 오는 손님들마다 다 호갱으로 보고 다 후려친다니까요? 이래서 기선제압이 중요한 거라구요.”

“와아…….”

마치 명강의라도 펼치듯 내뱉는 이진주, 그리고 찬양하듯 연신 감탄만 내뱉고 있는 정진웅의 모습에 모두가 다소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다시 식사들을 이어갔다.

오늘은 의 첫 예능이자 데뷔 프로그램이었던 <아이돌 육아일기>의 종방 회식 자리.

보통의 예능 프로의 경우 종방을 기념하는 회식 같은 건 없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오늘은 하준의 주최하에 마련된 자리였다.

잠시 하준이 자릴 비운 와중, 윤정유가 소주잔을 입안에 털어놓곤 말했다.

“크흐, 그나저나 그렇게 숱한 예능을 해오면서도 이렇게 종방 회식을 갖는 건 또 처음인 것 같다, 그치? 되게 어색한데?”

윤정유의 말에 작가진들도 공감한다는 듯 일제히 고갤 끄덕였다.

“그쵸?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좀 이상하긴 해요. 예능에 종방연이라니! 너무 매칭이 안 되는 단어 아니에요?”

“누가 아니래. 이렇게 시청률, 화제성, 마무리까지 딱 완벽한 프로가 또 있었나 싶다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난생처음으로 종방연이라는 것도 해보는 거지.”

작가진들의 연이은 말들에 옆 테이블에 있던 지호가 물어왔다.

“왜요? 원래 프로그램 끝나면 종방연 같은 건 당연히 하는 거 아니에요?”

지호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도 궁금하다는 듯 시선을 보내왔고, 윤정유가 다시 소주잔을 채우며 답했다.

“예능엔 ‘유종의 미’ 같은 게 없거든. 보통은 시청률이 밑바닥을 찍거나,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종방을 하는 거니까. 게다가, 그 대부분마저도 다 위에서 갑자기 폐지 통보를 해오는 경우들이고. 그러니까 사실상 서로 웃으면서 훈훈하게 작별 인사 하는 경우는 잘 없지.”

윤정유의 말을 메인 작가 이진주가 이어서 보태왔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건 다 끝을 보고 달리지만 우린 애초에 그런 게 없으니까. 중간에 출연진이 교체되든 아니면 시청률 부진으로 프로그램이 폐지가 되든, 어느 쪽이든 좋게 마무리 짓긴 힘들지. 그냥 이번에도 그렇게 됐구나 하면서 다음을 또 기약하고 씁쓸하게 헤어지는 것 말곤.”

“아……!”

미처 몰랐던 예능 프로의 뒷얘기들에 질문을 건넨 지호의 얼굴 위론 미안함이 떠올랐다.

그러자 막내 작가가 그럴 것 없다며 웃어 보였다.

“그래도 이번엔 정말 말 그대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니까 이렇게 회식도 하고 하는 거죠. 도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우리 시청률도 초대박 터지고! 이렇게 완벽한 결과가 또 어딨겠어요? 훗훗.”

이번 막내 작가의 말엔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만족스러운 얼굴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NTV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들을 남기게 된 <아이돌 육아일기>.

순간 시청률은 물론, NTV 개국 이래로 가장 높은 평균 시청률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명실상부 NTV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릴 잡았다.

거기에 프로그램 초반 회차부터 완판되기 시작한 협찬 광고들은 NTV에 막대한 수익들을 가져다 주었고, 이것 또한 역시나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최초의 일.

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날로 치솟는 멤버들의 주가는 NTV의 전체 매출과도 정비례해 나갔고, 결국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달성하고야 말았다.

‘NTV 역사상 흑자를 기록한 최초의 분기’.

<아이돌 육아일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가 없었을 수도, 또한 반대로 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었기에 콕 짚어 누구의 덕이라고 말할 순 없는 지금의 상황.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든 일에 있어 운과 타이밍이 적절히 들어맞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일들의 전초이자 발단이라 할 수 있는 그가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응? 대표님, 그게 다 뭐예요?”

잠시 자릴 비웠다 돌아온 하준의 양손에 커다란 쇼핑백들이 들려 있자 작가진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준이 자리 쪽으로 다가와선 곧장 그중 하나를 윤정유에게 건넸다.

“이, 이걸 왜 저한테……?”

쇼핑백 표면으로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명품 브랜드 로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윤정유는 그 로고만으로도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엔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 브랜드의 평균 가격대가 어떤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달라붙은 가운데, 하준이 온화한 어투로 말했다.

“그동안 저희 애들 신경 써주신 거에 대한 답례입니다. 신경 써주신 거에 비하면 큰 선물은 아니니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주셨으면 해요.”

“아, 아니…….”

지나가는 초등학생도 다 알 만한 명품 브랜드의 선물을 주고선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달라니.

윤정유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 사이로 내용물을 확인한 작가진들의 동공은 무척이나 커졌다.

“대박. 이거 이번에 한정판으로 나온 그 백이잖아요?! 프랑스 명품 브랜드랑 콜라보 한 거라 수량도 엄청 적게 풀렸다던데!”

“그, 그쵸? 그거 맞죠? 헐…… 이거 없어서 못 산다고 다들 난리던데……!”

역시나 이런 것에 있어선 그 누구보다 빠삭하게 꿰뚫고 있는 작가진.

윤정유가 조심스럽게 백을 꺼내자,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값비싸 보이는 귀티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니, 대표님…… 제가 뭘 해드렸다고 이런 걸…… 오히려 멤버들이 너무 잘해줘서 제가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인데…….”

“애초에 저희 애들을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신 게 피디님이니까요. 피디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빠르게 자리 잡진 못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하준의 감사 인사에 윤정유는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멤버들도 무척이나 흐뭇한 미소들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리고, 하준은 남은 쇼핑백들을 작가진들에게 차례대로 건넸다.

“작가님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 저, 저희 거도 있는 거예요? 헐…….”

같은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들을 하나씩 쥐고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을 짓고 있는 작가진.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자, 역시나 상상을 초월한 가격대의 상품들이 자신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대, 대표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감격의 얼굴로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하준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동안 애들 컨디션이나 스케줄에 따라 많이 배려해 주셨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이미지 잡힐 수 있도록 밤낮으로 고생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이참…… 저희가 뭘 한 게 있다고…… 저희야 멤버들이 만들어 놓은 그림 안에서만 짠 것뿐인데…….”

기어이 닭똥 같은 눈물을 쪼르륵 흘리고 마는 메인 작가의 모습에 멤버들이 곧장 장난스러운 말들을 뱉어왔다.

“에에, 진주 작가님 여기서 울면 마스카라 다 번지실 텐데? 못생겨 보이는 거 누구보다 제일 싫어하시잖아요~”

“게다가 어제 눈썹 문신 하셨다면서요. 그렇게 울어도 괜찮으신 거예요오?”

“안 되겠다. 메인 작가님이 저렇게 우시는데 우리도 같이 울어드려야지. 이런 종방연 자리에선 그런 게 예의 아니겠어?”

“에이. 진주 작가님 지금 우는 게 종방연 때문이 아니라 명품 선물 때문인 것 같은데?”

코까지 훌쩍이며 울어대던 이진주가 휴지를 뽑아 코를 시원하게 풀어재끼며 나지막이 말했다.

“흑…… 은호 정답.”

그러고는 코 푼 휴지로 얼굴에 묻은 눈물들을 그대로 찍어내며 말을 이었다.

“저 이렇게 값비싼 선물 처음 받아보거든요…… 흑. 평생 가보로 간직해야지…… 흑흑.”

이진주의 말에 모두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가방을 자식 돌보듯 꼬옥 껴안는 그녀를 일별하곤 윤정유가 말했다.

“감사해요, 대표님. 오히려 저희가 고마운 게 훨씬 많은데. 이렇게 회식 자리에 선물까지…… 어떻게 다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윤정유의 말에 하준이 멤버들 쪽을 잠시 힐긋하곤 답했다.

“앞으로 또 새로운 프로그램 하시게 되면 저희 애들 잊지 말고 또 불러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아휴, 참. 무슨 그럴 말씀을. 오히려 그건 제가 부탁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맞아요! 여기서 좀만 더 떠버리면 이젠 함부로 섭외 요청하기도 어려운 대스타가 돼버릴 텐데!”

막내 작가가 곧바로 말을 보태오자, 멤버들이 쑥스러운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그때, 하준을 바라보고 있던 윤정유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곧바로 통화를 연결했다.

“아, 네. 사장님. 어쩐 일로.”

‘사장님’이란 단어에 작가진들을 비롯한 주변의 시선들이 일제히 윤정유에게로 달라붙었고, 곧이어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말을 전해 듣고선 윤정유가 입을 반쯤 벌려왔다.

“……네? 포, 포상 휴가요? 그것도 일주일씩이나요?”

이번에도 역시나 윤정유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고, 윤정유는 여전히 같은 표정을 유지한 채로 상대방의 말을 말없이 경청하고 있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팀원들하고 얘기해 보고 날짜 픽스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와 함께 윤정유가 통화를 종료하자, 곧바로 이진주가 물어왔다.

“포상 휴가요? 사장님이 저희 포상 휴가 보내주신대요?!”

“……어. 그것도 일주일씩이나. 하와이로.”

“하, 하와이요? 일, 일주일?!”

지금껏 숱한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해 오면서도 단 한 번도 전례가 없었던 일에 모두가 믿기 힘든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윤정유가 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장님께서 멤버들이랑 스태프들 시간 다 조정해서 날짜 얘기해 주면 그날로 픽스해 주시겠다고 하시는데. 대표님은 혹시 언제가 괜찮으세요?”

이미 해당 소식에 대해선 구세희에게서 전해 들은 상태의 하준.

윤정유를 비롯한 작가진들의 표정과는 달리 꽤나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준이 온화한 얼굴로 답했다.

“저희야 언제든 상관없으니 스태프분들 편하신 날짜로 잡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보단 스태프분들이 메인이시니까.”

하준의 얘기에 막내 작가가 곧바로 손을 내저어왔다.

“에이, 저희야 프로그램 다 끝나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널널하죠. 저희보단 멤버들 스케줄에 맞추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윤정유도 동의를 표해오자, 하준이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그러고는 잠시 멤버들이 있는 테이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는 하준.

멤버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차근차근 훑어나가더니 곧 오묘한 말을 내뱉어왔다.

“저흰 당분간 미국에 계속 있을 예정이라서요. 그 기간 안에만 오신다면 저흰 언제든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전혀 예고도 없었던 하준의 발언에 멤버들의 얼굴 위론 물음표와 느낌표가 일순 공존하기 시작.

그 사이로, 하준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들 시간만 괜찮으시다면 공연 보러 한번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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