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88화 (89/165)

88화

“아악! 안 돼요!”

일촉즉발이 돼 버린 룸 안의 상황.

김봉식이 던진 유리잔의 파편이 바닥 여기저기로 흩뿌려져 있었고, 황수철은 갑자기 이슬아에게로 다가와 그녀의 파우치를 집어 들었다.

“후우,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했지? 그럼 탄탄대로만 달리게 될 거라고. 뭐 그렇게 무리한 요구라고 그걸 뻐팅기고 있어?!”

김봉식과 마찬가지로 황수철 또한 꽤나 술에 취한 듯 거친 어투를 내뱉어왔고.

이슬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파우치를 강제로 뺏어서는 그녀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휴대폰의 액정화면을 확인한 순간.

그의 얼굴이 일순 굳어 버렸다.

“……뭐야?”

배터리가 없어 휴대폰을 켜지 못한다는 이슬아의 액정화면 위론 누군가와의 통화 화면이 띄워져 있었고, 그 시간은 벌써 한 시간이 넘어가고 있는 상태.

“서이준?”

수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곤 그가 전화기를 귀에다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낮고도 위엄 있는 어투로 그가 말을 내뱉자, 곧바로 통화를 종료시켜 버리는 맞은편의 상대.

그와 동시에 황수철의 표정은 더욱더 크게 일그러졌다.

“주, 주세요! 그냥 친구예요!”

이슬아의 거친 만류를 힘으로 밀어내곤 휴대폰 화면을 터치해 가는 황수철.

그녀의 통화 목록을 찾아 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 이것 봐라? 어제 나 만나고 있을 때도 이놈이랑 줄기차게 통화를 해대고 있었네? 것도 딱 나 만난 시간이랑 헤어진 시간이 정확히 일치하면서?”

황수철의 일순 달라져 버린 태도에 풀린 눈으로 웨이터를 노려보고 있던 김봉식이 물어왔다.

“통화? 무슨 통화?”

황수철이 김봉식의 눈을 마주하며 숨을 섞어 말했다.

“후우…… 감독님. 아무래도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네요. 애초에 배우라곤 관심도 없는 년을 이런 자리에 데리고 오다니.”

말을 내뱉고는 다시 이슬아에게로 시선을 옮기는 황수철.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매섭게 그녀를 노려봤다.

“너,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접근했던 거지? 누구야? 나랑 일면식도 없는 네가 스스로 이런 짓을 꾸몄을 리는 없을 거고. 어떤 새끼가 시켜서 한 거냐고.”

“무, 무슨 말씀이세요. 저한테 먼저 연락한 건 사장님이시잖아요! 이건 그, 그냥 혹시나 싶은 마음에 해둔 것뿐이라구요……! 저. 저도 여자니까!”

“하,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고는 그가 이슬아의 휴대폰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러고는 액정화면이 으깨져 버릴 때까지 구둣발로 거칠게 밟아대기 시작했다.

“야. 야 이년아. 내가 너 같은 애들을 한두 번 상대해본 줄 알아? 눈빛만 봐도 얘가 지금 대가릴 굴리고 있는지 아닌지 훤히 다 보인다고. 어디서 주둥일 함부로 놀리고 있어?!”

황수철이 이슬아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으며 거칠게 목을 꺾었다.

“누구야. 누가 너한테 이런 짓 해오라고 시키디? 순순히 불면 넌 오늘 내가 여기서 빠져나가게 해줄게. 누군지, 왜 이런 짓을 시킨 건지만 얼른 불어봐.”

“지, 진짜 생각하시는 그런 쪽은 아니에요! 이건 정말 만약을 대비해서 한…… 읍!”

순순히 실토할 것 같지 않자, 그가 잡았던 머리카락을 거칠게 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왼쪽 손에 감겨 있던 시계줄을 풀며 숨을 내뱉었다.

“후, 순순히 안 불겠다면 어쩔 수 없지. 불 때까지 여기선 한발자국도 못나가게 해주는 수밖엔.”

꽤나 많은 알코올을 쏟아부은 상태의 황수철은 당장에라도 무슨 짓을 저지를 것 같은 태세로 이슬아를 겁박해왔다.

이런 상황까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탓에 이슬아 또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시계를 풀고는 황수철의 오른손이 다시 그녀의 머리 쪽으로 뻗어오고 있었고, 이슬아는 이성을 잃은 듯 보이는 그의 눈빛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런데, 그때.

“슬아야!”

룸의 문이 열리며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이 다급히 쳐들어왔고, 목소리에 눈을 뜬 이슬아는 그들이 누군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이준아!”

잔뜩 겁에 질린 이슬아의 얼굴, 그리고 위화감 가득한 자세로 그녀에게 손을 뻗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이준과 은호 모두 상황의 심각성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준? 서이준?”

이슬아의 입에서 내뱉어진 이름을 듣자, 황수철은 아까 전 휴대폰 화면에서 보았던 이름을 떠올렸다.

“오호, 너구나? 이런 짓을 꾸민 놈이. 게다가,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이었네?”

이슬아에게 뻗으려던 손을 거두고는 두 사람에게로 걸음을 옮기는 황수철.

비열한 미소를 흘리며 걸어오는 그의 모습에 이준과 은호는 한발자국을 물러서며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어떡하지……? 벌써 다 눈치챈 것 같은데……?”

“일단 어떻게든 슬아는 여기서 빼내야지. 그게 가장 일 순위야.”

“후우, 오케이.”

들릴 듯 말 듯한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두 사람. 그사이, 황수철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그들의 눈을 마주했다.

“뭐야. 새파랗게 어린놈들이었잖아? 니들이 저년한테 이런 짓 하라고 시킨 거야? 어?”

“…….”

“왜, 뭐 땜에? 뭐 나한테 원수 갚을 일이라도 있었어? 누가 나한테 당했다고 복수 좀 대신 해달라디?”

한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선 비열한 웃음을 연신 띠우고 있는 그의 모습에 이준의 주먹엔 힘이 들어갔다.

“어른이 물으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냐, 이 새끼들아. 모자에, 마스크에 얼굴은 잔뜩 가리고 와 가지고는. 지들이 뭐 각시탈인 줄 아나.”

말을 내뱉고는 두 사람의 마스크를 벗기려는 듯 두 손을 동시에 얼굴 위로 뻗어오는 황수철.

그때, 김봉식의 앞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웨이터 남자가 황급히 황수철의 앞으로 뛰어나오며 그를 만류했다.

“하하, 저 사장님? 가게 안이 소란스러워지면 저희도 좀 이래저래 곤란해져서요! 이만 노여움 푸시고 마저 술자리 즐겁게 가지시는 게…….”

“아 근데 이 새끼가 아까부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웨이터를 향해 황수철이 대뜸 멱살을 잡고는 그를 바닥으로 강하게 넘어뜨려 버렸다.

그러고는 구둣발로 그를 마구 밟아대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주제를 알아야 할 거 아냐, 주제를. 어디 삐끼 주제에 아까부터 함부로 끼어들고 있어?!”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 쉴 새 없이 그를 밟아대는 황수철의 모습에 김봉식도 당황한 듯 그를 만류했다.

“황, 황 사장님. 그만 흥분 가라앉히시는 게……!”

그때, 바닥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웨이터 남자가 황수철의 구둣발을 양손으로 잡고는 그를 붙들었다.

그러고는 이준과 은호를 향해 말했다.

“얼른 여자분 데리고 가요! 여긴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마치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다는 듯 내뱉어오는 그의 말에 은호는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준은 곧바로 이슬아에게로 다가갔다.

“가자. 얼른.”

“어? 어어.”

이슬아의 팔목을 잡아 끌고는 이준이 문 쪽으로 다가왔고, 은호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문을 열었다.

“거기 안 서?! 야, 너 이 새끼 이거 안 놔?! 진짜 죽고 싶어?!”

구둣발로 강하게 짓밟힐수록 남자는 더욱더 필사적으로 황수철의 다리를 붙들었고, 그러는 사이에 이준과 이슬아는 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처절한 상태로 바닥을 쓸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은호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시간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던 은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황수철의 얼굴 위로 마구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악!!!!!”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멤버들 몰래 챙겨온 호신용 스프레이.

손바닥보다도 작은 그것의 기체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은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어, 얼른 나오세요! 빨리요!”

한 손으론 그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마구 뿌려대며 남은 한 손으론 남자를 일으켜 세우는 은호.

그러고는 기체가 모두 빠져나가 더 이상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그것을 황수철의 얼굴에 던지고는 곧장 룸 밖을 뛰쳐나왔다.

“으아악!! 거기 안 서?!”

눈 주변은 물론, 얼굴 전체가 스프레이로 범벅이 된 황수철은 제자리에서 절규하듯 소리쳤고, 놀란 표정으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김봉식이 그에게 다급히 물병을 건네왔다.

“이, 이걸로 얼른 좀 씻어봐요! 이러다 실명되겠네!”

“으윽, 으윽.”

앞이 보이지 않아 허공에 손을 내젓던 황수철이 이내 물병을 집고는 얼굴에 마구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거칠게 세수를 해대고 나자, 겨우 눈앞의 시야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니들 오늘 다 뒈질 줄 알아라.”

참아지지 않는 분노를 가득 담아 문 쪽을 쏘아보는 황수철.

이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빠르게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 * *

“형! 슬아 누나!”

가게 입구를 빠져나오는 이준과 이슬아의 모습에 지호가 곧장 뒷문을 열고는 소리쳤다.

발레파킹 입구를 지나 이준과 이슬아가 차에 올라타자, 강준이 곧바로 물어왔다.

“은호 형은요? 왜 같이 안 나왔어요?”

강준의 물음과 동시에 하늘이 입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요! 은호 형 나왔어요!”

한 남자와 함께 그를 부축하듯 이끌며 다급히 차량 쪽으로 다가오는 은호.

그러고는 그를 먼저 차에 태우고는 뒤따라 운전석으로 몸을 실었다.

“이, 이분은 누구예요?”

“우릴 도와주신 분이야. 일단 빨리 출발하자.”

“아, 네!”

지호가 남자를 3열 시트 쪽으로 옮김과 동시에 하늘이 곧바로 뒷문을 닫았고, 은호는 빠르게 기어를 D로 바꾸고는 액셀을 밟아 나갔다.

한편, 흐릿한 시야 사이를 뚫고는 빠르게 가게 밖으로 빠져나온 황수철.

생수로 빠르게 응급처치를 한 덕에 그의 눈앞은 이제 온전한 시력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으론 한 고급 외제차 안으로 다급히 몸을 싣고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다시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차량은 출발해 버렸고, 황수철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주변을 훑었다.

그러고는 뭔가를 포착한 듯, 발레파킹 직원이 서 있는 곳으로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어, 어. 왜, 왜 이러세요 손님!”

이제 막 주차를 끝마치고 나온 직원의 손에 들린 차키를 뺏어서는 막무가내로 운전석 문을 열어젖히는 황수철.

직원이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만류하자 황수철이 거칠게 그의 몸을 밀어 버리고는 차문을 쾅 닫아 버렸다.

“소, 손님!! 이거 절도예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술에 잔뜩 취한듯한 그의 모습. 게다가, 발렛파킹 중인 차량의 키를 뺏어 그것의 운전대를 잡는 황수철의 모습에 직원은 차 문을 강하게 두드리며 만류했다.

그러나 그를 막아서기엔 이미 늦어 버린 타이밍.

거칠게 차를 후진시키며 빠르게 도로로 진입한 독일산 외제차량은 마치 누군가를 쫓듯 엄청난 액셀 소리를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또 다른 한 차량이 곧바로 그의 뒤를 따르며 도로로 진입하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그 차량의 외관은. 무척이나 낯이 익은 한 검은색 고급 세단 차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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