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56화 (57/165)

56화

화려하고도 뜨거웠던 의 데뷔 무대.

데뷔 무대와 동시에 엔딩 무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각 매체의 연예란은 연일 뜨겁게 불타올랐다.

‘역대급 대형 신인의 탄생’이란 헤드라인이 단골 문구로 실리는 건 기본.

각 멤버들에 대한 디테일한 소개가 담긴 기사들도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스럽게도.

지난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들의 위상은 놀랍도록 달라져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게 정말 내 계정이라고? 진짜?”

카메라 리허설을 위해 다시 방송국으로 향하는 차 안.

시트에 기대 자신의 SNS 계정을 확인하던 은호가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급격히 눈동자를 키웠다.

“아니, 대체…… 내 SNS 계정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팔로우를 한 거지?”

개설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

사진이라곤 급하게 찍어 올린 자신의 셀카 몇 장이 다였음에도 놀랍도록 많은 팔로워 숫자에 은호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멤버들 또한 은호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첫방 무대 올라가기 전에 찍은 사진에도 댓글들이 엄청 달려 있는데요?! 와,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 우리 팬분들이신 건가……?”

“이래서 대표님이 SNS 개설하라고 하신 거구나! 팬분들이랑 엄청 가깝게 소통하고 있는 느낌인데요?”

지호의 물음에 저마다 휴대폰에 시선을 응시한 채로 세차게 고개들을 끄덕여왔다.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계정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가운데.

갑자기 은호가 자신의 양옆에 있는 강준과 지호의 휴대폰 액정화면을 빠르게 스캔하기 시작했다.

“후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팔로워 숫자는 내가 제일 많네? 흐음, 이런 걸로 괜히 팀 내 분란 만들고 싶지는 않은데 말야? 크큭.”

뱉은 말과는 달리 연신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를 내오는 은호.

멤버들의 팔로워 숫자를 확인하고는 한껏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호의 말에 지호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곧바로 이준의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쳐왔다.

“풉. 형보다 이준 형 팔로워 숫자가 훨씬 더 높은데요? 그것도 무려 20만 명이나 더?!”

“……뭐?”

지호가 내뱉은 숫자에 이번엔 은호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곧바로 이준의 휴대폰을 빼앗었다.

“컥…… 마, 말도 안 돼. 얘는 대체 뭔데 이렇게 숫자가 높은 거야? 같은 그룹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거지?”

황당함을 넘어 황망한 얼굴로 변해 버린 은호의 모습에 지호가 당연하다는 듯 답해왔다.

“에이, 이준 형은 우리보다 해외 팬들이 훠어어어얼씬 많으니까 당연하죠. 안토니 형 별스타그램에 이준 형 태그 단 거 못봤어요? 아마 앞으론 훠어어어어얼씬 더 많아질걸요? 형이랑은 훠어어어어얼씬 더 차이 날 거고?”

얄미워도 이렇게 얄미울 수 없는 지호의 어투에 평소라면 진즉 꿀밤이라도 나갔을 은호.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시무룩한 모습이었다.

“……좋겠다, 넌. 해외 팬도 많이 생기고. 에휴.”

힘없는 얼굴로 이준에게 휴대폰을 건네고선 은호가 다시 시트에 몸을 기댔다.

그러고는 긴 한숨과 함께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에휴. 난 미국에서 직접 살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나 해외 팬이 없을 수가 있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내뱉는 은호의 팔을 지호가 톡톡 토닥였다.

“에이~ 그래도 우리 뮤직비디오 댓글엔 형 얘기가 제일 많던데요? 형 토끼 복장할 때랑은 다르게 완전 카리스마 막, 막 넘친다면서?”

지호가 강준과 하늘에게 곁눈질을 보내며 얼른 거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그거 벌써 조회 수도 천만이나 넘었던데? 사실상 은호 형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

“그럼, 그럼요! 해외 팬들이 아직 은호 형을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당연히 안 빠져들 수가 없죠. 누가 봐도 우리 팀 내 최고의 매력남인데!”

동생들의 연이은 칭찬에도 은호의 고개는 좀처럼 돌려지질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이준이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은호 팔로워 수가 갑자기 확 늘어나는데?”

이준의 얘기에 멤버들이 이준의 휴대폰으로 몰려들었다.

“어? 정말이네? 은호 형 사진 밑에 댓글도 갑자기 확 늘어났는데요?”

“우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누가 우릴 지켜보기라도 하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멤버들의 반응에 그제야 고개를 돌려오는 은호.

곧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켜고는 SNS 계정을 확인했다.

그러다 슬금슬금 몸을 일으키더니 시무룩해져 있던 입꼬리가 야금야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이참, 뭘 또 이렇게들 찾아오셔가지고는...... 휴, 죄다 외국어뿐이라 댓글을 읽을 수가 없잖아?”

불과 몇 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갑자기 확 늘어난 팔로워 수.

게다가, 자신이 올렸던 사진들마다엔 영어로 적힌 댓글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물론 이민자 출신인 은호가 그것들을 읽을 수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고.

그렇게 은호가 한껏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던 때.

강준이 뭔가를 알아냈다는 듯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멤버들에게 보여왔다.

“아, 이준 형이 계정에 은호 형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네. 은호 형 아이디도 같이 태그 달아서.”

“잉? 정말요? 아~ 그래서 그렇게 막 외국어 댓글들이 갑자기 달렸던 거구나? 어쩐지!”

“우와, 이준 형이 은호 형 서운해하지 말라고 올렸나 보다! 헤헤. 역시 이준 형이야.”

그 사이, 이준의 SNS 계정을 확인한 은호가 이준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감동이 가득 섞인 눈빛을 보내려는데.

이준이 손으로 가로막고는 먼저 입을 열어왔다.

“아아, 너 삐지면 우리 생방에 지장갈까 봐 그런 거니까 그런 낯간지러운 눈빛은 보내지 말아줄래? 그건 좀 별로라.”

“크큭, 짜식. 하여튼 의리는 있어가지고! 그럼 나 앞으로도 쭈우욱 안 삐지도록 종종 태그 달아서 올려줘라? 안 그럼 확 그냥 제대로 삐져 버릴라니까? 알겠쥐?”

“……너 하는 거 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온 은호.

두 맏형의 우애(?) 깊은 모습에 지켜보던 멤버들도 훈훈한 미소를 띄웠다.

잠시 후 멤버들을 태운 차량이 SBC 별관에 도착했고, 정진웅이 주차를 마치며 멤버들에게 말했다.

“다들 서두르자. 카메라 리허설 끝나면 바로 사전녹화 들어가야 해서 좀 빠듯할 거야.”

“넵!”

우렁찬 대답과 함께 멤버들이 내릴 준비들을 시작했다.

그때, 차량의 뒷좌석 문이 먼저 열려오더니, 반가운 얼굴이 멤버들을 맞이해 왔다.

“어? 대표님!”

먼저 도착해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준.

오전 드라이 리허설 때는 없었던 터라 멤버들의 반가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다들 점심들은 든든히 먹었지? 오늘 사전녹화 땐 일부 팬들 입장시킨다고 하니까 미리 알고들 있어. 지난번 사전녹화 때랑은 느낌이 다를 거니까.”

“우와, 정말요? 그럼 생방이랑 거의 비슷한 느낌이겠네요?”

“후후, 그래도 한번 경험해 본 뒤라 그나마 다행이네. 안 그랬음 엄청 떨렸을 건데.”

불과 몇 시간 뒤면 오르게 될 멤버들의 첫 지상파 데뷔 무대.

‘지상파’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첫 방송 때와는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멤버들이 차에서 내리자, 하준이 정진웅에게 말했다.

“진웅인 잠시 내 차에서 물건 좀 빼자. 애들 리허설 하는 동안 돌리려고 사인 CD들 좀 챙겨 와서.”

“아, 예. 대표님!”

하준을 따라가며 정진웅이 멤버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네, 형!”

하준과 정진웅이 잠시 자릴 비우고 멤버들만 지하주차장에 남은 상황.

강준이 더블 타이틀곡 <우산>을 흥얼거리고 있자, 지호가 형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들! 우리도 시그니처 안무 하나 만들어보는 거 어때요?”

“시그니처? 뭐 어떤 걸로.”

“음…… 뭐든 만들어보는 거죠! <로즈>는 그럴 여유가 없을 것 같으니까 좀 그렇고, <우산>은 그래도 곡 분위기에 맞게끔 하나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을 내뱉고는 지호가 <우산>의 작곡가 이준을 바라보며 의견을 물었다.

“이준 형 생각은 어때요?”

“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굳이 매번 같은 시그니처만 고집할 것 없이 다양하게 해봐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각 멤버별로 돌아가면서 하거나.”

“오오, 좋은데요? 전 찬성!”

“나도 오케이! 각자 아이디어 모아서 대표님께 한번 여쭤보자. 대표님이 수락하시면 그걸로 하는 걸로 하고.”

“좋아요.”

“헤헤, 재밌겠다!”

이미 한 번의 데뷔 무대를 경험해 본 뒤라 그런지, 시그니처까지 고민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멤버들이었다.

한참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가볍게 내고 있던 때.

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멤버들을 향해 흥분된 목소리를 내뱉어왔다.

“어? 이게 누구야?! 와, 여기서 이렇게 다 만나게 되다니! 다들 그동안 잘 지냈어? 잘 지냈어요, 오빠들?!”

멤버들의 시선이 목소리의 방향으로 옮겨졌고, 그녀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멤버들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의 시선이 닿은 그곳엔.

무려 3년 만에 만나는 김예나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오랜만이네. 우린 잘 지냈지.”

반겨오는 김예나와는 달리 다소 사무적인 어투로 짧게 답하는 이준.

다른 멤버들의 표정 또한 김예나와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강준이 가장 그러했고.

“우와, 그렇지 않아도 오늘 같은 무대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살다 보니 우리가 같은 방송에 나오는 날도 생기네? 호호.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진짜 상상도 못 했는데!”

멤버들의 건조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김예나는 개의치 않다는 듯 연신 웃음을 띠우고 있었다.

그러다 강준을 바라봤다.

“김강준! 커피 한잔 마시게 언제든 연락하라니까. 한 번을 안 하더라? 한 번쯤은 오겠지 했는데!”

강준과 김예나, 두 사람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멤버들은 잠시 분위기를 살피더니 곧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김예나 또한 자신의 멤버들이 타 있는 밴 쪽을 잠깐 흘깃하고는 다시 강준을 바라봤다.

“진짜 성공했다 얘. 지난번 방송국에서 만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아주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니던데? 내가 아는 그 촌스럽던 사람들이 맞나 싶더라니까?”

지난번 NTV에서의 만남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

다른 멤버들과는 무려 3년여 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된 김예나였다.

과거의 일 같은 건 모두 잊은 듯, 아무렇지 않게 멤버들을 언급해 오는 김예나의 모습에 강준의 표정은 한층 더 냉담해졌다.

“외모가 촌스러운 거야 얼마든 바꿀 수 있는 거니까. 그보단 마음이 촌스러운 게 더 큰 문제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강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김예나가 고갤 까딱거리자, 강준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냐, 이해 못했으면. 아무튼 오늘 무대 잘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는 걸로 하자. 먼저 가볼게.”

강준이 돌아서려 하자, 김예나가 눈동자를 키우며 강준의 팔을 붙잡았다.

“응? 그냥 이대로 가려고? 그러지 말고 만난 김에 기념사진이나 하나 찍자. SNS에 올리면 팬들 반응도 좋을 것 같은데!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었는지도 알릴 수 있을 거고, 훗.”

말을 내뱉고는 곧바로 강준에게 밀착해 오는 김예나.

강준이 미처 거부할 새도 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괜찮지? 찍는다?”

무작정 들이미는 김예나의 행동에 강준도 별 다른 대처를 하지 못 하고 있었고, 곧이어 김예나가 한껏 미소를 지으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하나, 둘!”

그때였다.

김예나의 엄지손가락이 휴대폰 액정화면을 터치하려던 그 순간, 누군가가 손바닥으로 카메라를 가려오더니.

이내 김예나의 얼굴 위를 그림자로 덮으며 차분한 음성을 내뱉어왔다.

“음, 이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강준과 김예나가 동시에 고개를 들자, 그곳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준이 서 있었다.

“우리 강준이 팬들이 알면 분명 좋아할 것 같진 않아서.”

“……아.”

하준을 마주함과 동시에 곧바로 휴대폰을 내려놓는 김예나.

그가 누구인지는 따로 설명하지도 않아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준이 강준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혹시나 누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한 오해 살 만한 일은 안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아, 네. 대표님.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이는 강준, 그리고 그 옆에서 뻘쭘한 듯 서 있는 김예나.

하준이 김예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강준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다음부턴 조심하면 되니까.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아무나랑 막 사진 찍고 그러는 건 앞으로 특히 더 주의하도록 하자. 알겠지?”

하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아무나’란 단어에 순간적으로 바뀌어 버린 김예나의 표정.

그런 김예나를 앞에 두고선 하준이 다시 입을 열어왔다.

“아, 그리고. 이건 좀 이따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얘기하려고 했던 건데.”

운을 띄우고는 김예나를 향해 뜻 모를 미소를 지어보이는 하준.

그러고는 다시 강준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덧붙였다.

“벌써부터 광고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야. 그래서 어떤 걸 찍을지 너희들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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