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48화 (49/165)

48화

각종 음원 사이트에 의 데뷔곡이 발매되고 몇 시간 뒤.

사무실 근처의 곱창집으로 하준과 멤버들, 그리고 팔도의 식구들이 모였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굽히고 있는 곱창들을 뒤집으며 김지혜가 감탄을 내뱉었다.

“이야, 신인 그룹은 차트 인만 해도 진짜 대단한 건데. 어떻게 한 곡도 아니고 더블 타이틀곡 두 개가 다 10위 안에 들었지? 니네 정말 짱이다, 짱. 완전 대박이야.”

김예슬도 공감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아이돌만 수년 째 맡아왔지만 신인 그룹이 이렇게 높은 순위에 오르는 건 처음 본다니까요? 그것도 데뷔곡을. 이런 건 대형 기획사 아니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뭐,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최근엔 음원 사재기 놈들이 판치기도 했으니까.”

김진성의 말에 김지혜가 코웃음을 치며 하준을 가리켰다.

“우리 대표님 성격에요? 어휴, 아마 미국에만 있다 오셔서 애초에 사재기 논란이 뭔지도 모르실걸요?”

김지혜가 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쵸, 대표님?”

“음, 날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것도 하극상 아닌가?”

“에? 하극상이라뇨! 놉, 그럴 리가요. 쳇, 그나저나 미국에 있다 오신 분이 너무 수직적이신 거 아니에요? 미국은 다 수평적이라던데!”

김지혜의 말에 하준이 김지혜의 집게를 가져오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럼 수평적이겠네. 그렇지?”

“헤헤, 그럼 어디 대표님이 구워주는 곱창을 맛있게 먹어볼까나?”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멤버들만큼은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마다의 휴대폰 액정 화면 위로 나타나 있는 메론 차트의 음원 순위.

멤버들의 더블 타이틀곡 <로즈>와 <우산>은 각각 6위와 9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좀처럼 믿기지 않는 상황에 멤버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만을 짓고 있었다.

멤버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지현성이 웃어 보였다.

“지금 이게 막 다 꿈같고 그렇지? 지금 이 순간을 실컷 만끽해 둬. 음원이란 게 발매한다고 매번 좋은 결과만 있는 건 아니니까. 즐길 수 있을 때 마구 즐겨놓는 게 좋아.”

지현성이 곱창을 질겅거리며 말을 이었다.

“처음 공개됐을 때는 30~40위권으로 진입하더니 한 시간마다 쭉쭉 치고 올라오더라고? 아마 이 기세면 몇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지도 않을까 싶은데.”

지현성의 얘기에 지호가 눈동자를 키우며 물었다.

“에? 여기서 더요?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긴. 원래 차트라는 게 상위권에 있으면 계속 유입이 늘어나는 건데 뭐. 내 말이 맞나 안 맞나 좀 있다 지켜보라고. 한 시간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될 거니까.”

“……허.”

지금의 순위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말에 멤버들이 눈을 마주치며 헛웃음들을 지어 보였다.

김지혜가 멤버들의 앞접시 위로 곱창들을 올려주며 말했다.

“아 참, 아까 SNS 보니까 안토니도 너희 음원 발매 축하한다고 올렸던데!? 이준이랑 작업한 곡 커버 사진이랑 같이! 와, 근데 역시 세계적인 스타라 그런지 좋아요 올라가는 속도가 장난 아니더라?”

“맞아, 맞아. 저도 팔로우 해둬서 올라온 거 봤어요! 이러다 다음엔 빌보드 글로벌 차트까지 진입하는 거 아니에요? 그럼 대박인데!”

김예슬의 말에 김지혜가 되물었다.

“글로벌 차트? 그게 뭔데?”

“어…… 그러니까. 글로벌 차트면 뭐 글로벌한 순위 그런 거 아닌가?”

김예슬의 두루뭉술한 답변에 하준이 웃으며 대신 답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의 스트리밍이나 판매 집계 순위야. 생긴 지 얼마 안 된 차트이기도 하고.”

“응? 빌보드가 미국 거 아니었어요? 근데 왜 미국을 제외해요?”

“빌보드에서 1위를 했다고 해서 그게 세계적으로도 1위라는 뜻은 아니니까. 글로벌 차트를 통해서 좀 더 넓게 보겠다는 거지.”

“아~ 오! 그럼 예슬이 말대로 안토니가 자기 SNS에 홍보까지 해줬으니까 정말 그 순위에 들 수도 있는 거네요?! 게다가 안토니가 직접 작업한 곡이기도 하니까! 와, 니네 진짜 짱이다!”

“이제 겨우 음원 하나 발매된 건데 뭘. 괜히 김칫국부터 마시다 실망하지 말고.”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하준 또한 흐뭇한 마음이 들 수밖엔 없었다.

이미 의 먼 미래를 알고 있는 자신. 조금 전 김지혜의 말은 전혀 김칫국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오늘의 음원 성적 또한 기대 이상의 결과였고.

하나씩 차근차근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었다.

하준이 멤버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다들 틈틈이 외국어 공부도 하나씩 시작하도록 하자. 지혜한테 얘기해서 과외 선생님도 붙여줄 테니까. 활동하다 보면 해외 나갈 일도 많이 생길 텐데 팬들과 기본적인 소통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특히나 해외공연에선.”

“해, 해외 공연요?”

하늘이의 말을 자르며 지호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해외 공연요? 그럼 저희 비행기도 타는 거예요? 막 열두 시간씩 비행기 안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잠도 자고 하면서……?”

혹시나 비행기를 못 타는 병이라도 있나 싶어 하준이 말없이 바라보자, 지호가 갑자기 입꼬리를 한껏 올려왔다.

“와, 대박! 나 진짜 그런 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저 태어나서 비행기 한 번도 안 타봤거든요. 진짜 어릴 때부터 비행기 한 번만 타보는 게 완전 소원이었는데!”

지호의 격한 반응에 은호가 의아한 듯 물어왔다.

“응? 너네 집 그렇게나 잘 사면서 비행기를 한 번도 안 타봤다고? 혹시 비행기 말고 전세기만 타봤다는 소린 아니지?”

“에이, 무슨요! 비행기라곤 아빠가 크리스마스 때 사준 장난감 비행기 말고는 구경도 못했다니까요? 심지어 저 여권도 없다구요!”

지호가 다시 하준을 바라보며 눈빛을 빛내왔다.

“대표님! 저 외국어 공부 엄청 열심히 할게요! 엄, 뚤헤쥬르? 패뤼스 바겟~?”

“너 설마 그거 영어라고 한 건 아니지?”

“응? 영어 아니에요? 빵집에 다 영어로 적혀 있던데?”

은호가 할 말을 잃은 듯 한심하게 쳐다보자, 다른 멤버들도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하준의 일행들로만 차 있던 곱창집 안으로 현관문의 방울 소리가 울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또 다른 팔도의 가족인 그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내가 좀 늦었죠? 설마 벌써 식사 다 끝난 건가?”

흰 티에 청바지 차림, 그리고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테이블로 다가오는 윤채경.

동네 곱창집에서 마치 CF를 연상케하는 그녀의 등장에 모두가 감탄한 얼굴로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누나! 저희 이제 굽기 시작해서 바로 드시면 돼요!”

“우와, 누나는 촬영 없는 날에도 엄청 예쁘시네요. 들어오는데 CF 보는 줄 알았어요!”

“진짜, 진짜. 완전 광고의 한 장면이었어.”

이젠 제법 가까워져 친근한 호칭으로 윤채경을 부르는 멤버들.

그런 멤버들의 연이은 칭찬에 윤채경이 눈웃음을 지으며 하준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많이 먹어야지! 오면서 보니까 음원 반응도 엄청 좋던데? 나도 오는 내내 무한 반복하면서 왔다니까? 훗.”

윤채경이 자신의 플레이리스트 목록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우산>은 이준이가 직접 작사 작곡까지 다 한 거라면서? <로즈>도 좋은데 난 <우산>이 내 취향에 딱 맞더라! 뭔가 요즘 아이돌 음악스럽지 않으면서 가사도 너무 좋고. 아무래도 나는 나이가 좀 있다 보니까 그런 스타일이 더 끌리더라고.”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누나.”

이준이 쑥스러운 듯 살짝 웃어 보이자, 윤채경이 다른 멤버들을 향해서도 칭찬의 말들을 내뱉었다.

“나는 니네가 노래 부르는 거 처음 들어봐서 그런지 듣자마자 엄청 의외였다? 다들 순딩순딩하게들 생겨가지고는 어쩜 그렇게 노래들을 잘하는지. 누구 하나 구멍이 없는 거 보고는 진짜 가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니까? 호호.”

현시점에서 팔도의 소속 연예인이라곤 멤버들과 윤채경뿐.

그래서일까, 곱창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멤버들에 대한 칭찬만 연신 내뱉고 있었다.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하준이 윤채경에게 젓가락을 건넸다.

“아직 식사 전이시죠? 배고플 텐데 얼른 드세요. 갈 때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어머, 정말요? 그럼 한번 마음 편하게 먹어볼까아? 이모, 여기 소주도 한 병만 주세요!”

하준의 연락을 받고는 매니저도 없이 곧장 택시를 타고 달려온 윤채경.

멤버들에게 오늘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함께 축하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하준도 모르지 않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 수밖엔 없었고.

잠시 일적인 대화는 접어두고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이어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준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옆으론 소주병이 점차 쌓여갔고, 모처럼 갖는 회식 자리에 기분 좋은 웃음들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러다 윤채경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하준을 향해 물었다.

“아 참, 아까 낮에 이 감독님한테 전화 왔는데 갑자기 제작사가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제작비 문제가 해결됐다면서. 근데 그러면서 대뜸 대표님한테 정말 감사하다고, 앞으로 촬영하면서 섭섭한 일 같은 건 일절 안 생기게 하겠다고 하던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뭐가 고맙다는 건지.”

물음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채경에게 하준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보죠. 섭섭치 않게 잘해주시겠다고 하면 저희 입장에서야 좋은 일인 거고.”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뜬금없잖아요. 대낮부터 술 드시고 전화하셨을 리는 없고.”

하준과 윤채경의 대화를 지켜보던 김지혜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불쑥 끼어들었다.

“아참! 채경 언니. 언니 혹시 B&D에 오창석 본부장이라고 아세요?”

갑자기 내뱉어진 달갑지 않은 이름에 윤채경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바뀌었다.

“어, 당연히 알지. 얼마 전까지 같이 일했던 사람이니까. 근데 그 사람은 왜?”

“아, 그게요!”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려는 듯싶자, 하준이 김지혜를 막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지혜도 하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입을 꾹 닫았다.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냥 아시는 분인가 해서. 헤헤…….”

하지만, 이미 그의 이름까지 듣고선 윤채경이 그냥 넘어갈 리는 만무.

윤채경이 하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뭔데요, 대표님? 지혜 입에서 그 인간 이름이 갑자기 왜 나와요?”

“아.”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아 김지혜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하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곧 입을 열었다.

“아까 낮에 사무실로 찾아왔었습니다. 저한테 따로 할 얘기가 있다고.”

“할 얘기요? 그 인간이 대체 대표님한테 할 얘기가 뭐가 있는데요?”

제법 술까지 마신 터라 윤채경의 목소리엔 꽤나 가시가 돋쳐 있었고, 하준은 낮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설명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윤채경이 테이블 위로 자신의 소주잔을 내려치며 미간을 확 구겼다.

“하, 나 어이가 없어서!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그딴 소리를 지껄여?”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는 다른 이들은 처음 보는 윤채경의 모습에 눈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반응이었기에 실제인지 연기인지 조심스럽게 눈치만을 살피며.

“후, 진짜 내가 웬만하면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빨개진 얼굴로 갑자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윤채경.

그러고는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거친 말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야이 미친 XX들아!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아주 그냥 가마니로 보이지?! 이런 XXX, XXX, XXX들이!! 니네 진짜 다 XX!!”

* * *

같은 시각, B&D 대표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거친 말들에 오창석이 급히 통화를 종료시키고는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누군데 그렇게 쌍욕을 해대? 너 뭐 밖에서 욕먹을 짓이라도 하고 다니는 거야?”

박성환의 물음에 오창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뇨! 아닙니다, 대표님.”

한심하다는 표정을 잠시 지어보이고는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 박성환.

낮에 있었던 일들의 보고를 끝마친 지도 벌써 십여 분이 흐르고 있었고, 박성환은 내내 말없이 담배 연기만 내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몇 분이나 더 지속된 잠시 후, 박성환이 오창석을 불렀다.

“창석아.”

“예, 대표님.”

“팔도 대표한테 제안하려고 했던 거. 전면 철회다. 그렇게 알고 있어.”

팔도 대표가 보였던 태도와 행동은 박성환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그것.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오창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만들어뒀던 문서들은 전부 다 폐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내가 알아보라 했던 건 이미 확인 끝냈으니까 더 알아볼 필요 없다.”

박성환의 얘기에 잠시 기억을 상기시키던 오창석이 조심스럽게 되물어왔다.

“그럼 그때 최 기자 관련해선 확인이 다 끝나셨다는…….”

오창석의 물음에 다시 말없이 담배연기만 내뱉는 박성환.

오창석이 팔도의 대표를 만나고 있는 동안, 그는 이미 해당 가라오케의 CCTV 영상까지 모두 확인을 끝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제보자의 정체를 확인한 뒤로 내내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든 계획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인물이 바로 팔도의 대표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첫 번째 윤채경 때의 일, 그리고 이번 제작사 관련한 문제까지.

자신의 자존심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들에, 박성환이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비며 작게 내뱉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아군이 될 수 없다면 철저히 적으로 대해줘야지.”

* * *

2주 뒤, 이른 새벽.

멤버들의 숙소 앞으로 검은색 벤 한 대가 멈추어 섰다.

아직 잠이 완전히 깨지 못한 멤버들이 부스스한 얼굴들을 하고선 아파트 단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잠시 후, 벤 앞에 서 있는 하준을 보고는 놀란 표정들을 지어왔다.

“어? 대표님이 직접 나오셨네요?”

멤버들의 물음에 하준은 당연하다는 듯 온화한 미소로 화답했다.

“당연하지. 오늘이 바로 의 데뷔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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