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41화 (42/165)

41화

전화를 받기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고 있는 최윤섭.

마치 충격적인 소식이라도 전해 들은 듯, 그의 표정엔 심각함이 묻어나 있었다.

잠시 후, 최윤섭이 시선을 거두고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말했다.

“일단, 그 올라왔다는 사진부터 나한테 보내봐. 내가 알아보고 다시 연락 줄 테니까.”

통화를 종료시킨 뒤 최윤섭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달라진 그의 분위기에 구세희와 세련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왜 그래요 최 기자님? 회사에 무슨 일이라도 터졌어요?”

“대체 무슨 일이길래. 최 기자님 이렇게 심각한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물음에도 말없이 휴대폰만을 응시하고 있는 그.

그러다 잠시 후, 울리는 진동 소리에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

한참이나 액정 화면 속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시키던 그가 곧 하준을 향해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유 대표님. 혹시 미국에서 오셨다는 손님이 이분인가요?”

구세희와 세련의 물음표 같은 표정 사이로 최윤섭의 휴대폰을 건네받는 하준.

이내 휴대폰 액정화면 위로 떠 있는 사진 한 장을 확인하고는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사진 속 남자는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거고. 그 옆에 계신 분, 대표님 맞으시죠?”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최윤섭의 말들에 구세희가 못 참겠다는 듯 하준에게 손을 뻗었다.

“대체 뭔데 그래? 봐도 되지?”

곧바로 휴대폰을 가져가서는 화면 속 그것을 확인하는 구세희와 그 옆의 세련.

그곳엔, 어느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떠 있었다.

[초초초초대박 소식! 안토니 스미스 우리 연습실에 옴!!]

‘안토니 스미스’라는 단어에서부터 눈동자를 키운 두 사람은 곧바로 사진 속 인물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곳엔 정말로 한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그의 얼굴이 떠 있었다.

“정, 정말로 이게 안토니 스미스라고?”

“잠깐. 그 옆에 이거…….”

사진을 응시하던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하준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몇 번이고 휴대폰과 사진을 번갈아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렸다.

“이, 이거 하준이 너 아냐? 복장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지금 너랑 완전 똑같은데……?”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달라붙는 시선에 하준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해당 사진의 장소는 분명 김진성의 안무 연습실.

보안 유지를 위해 일부러 짧게 인사만 나누고는 곧바로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겼던 건데.

혹시나 했던 우려가 정말로 현실이 될 거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다.

무엇보다, 김진성에게 따로 당부의 말을 남기지 않은 게 큰 실수였고.

하준이 잠시 고뇌에 빠져 있던 때, 커뮤니티의 댓글을 살피던 세련이 눈동자를 키우며 입을 열어왔다.

“여, 여기 이 사람들이 이 남자가 ‘H’ 아니냐고 그러는데?”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거기 얘랑 안토니 둘밖에 없…….”

그 순간, 구세희의 머릿속으로 며칠 전 있었던 하준과의 대화가 스쳐 갔다.

키링에 대해 물었을 때, 곧 알게 될 거라 했던 하준의 대답.

동시에, 구세희의 시선이 하준에게로 향했다.

“설마 너…….”

“…….”

이렇게 된 이상 하준도 더는 부정할 수가 없는 상황.

물론, 애초부터 필사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안토니를 한국으로 부른 것부터가 자신의 정체를 오픈하겠다는 전제하에 했던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 멤버들에게도 밝혔던 거였고.

다만, 지금의 상황은 계획에 있지 않던 일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최윤섭은 꽤나 이름 있는 연예부 기자였고, 그에게 오픈한다는 건 곧 전 국민에게 오픈하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었기에.

“…….”

고뇌의 표정이 떠올라 있는 하준에게로 세 사람의 시선은 더욱더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그렇게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고.

마침내 결정을 내린 하준이 최윤섭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 기자님.”

“네, 대표님.”

“아까 제게 그러셨죠. 기삿거리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얘기해 달라고. 크게 이슈로 만들어주시겠다고.”

의미심장한 하준의 말에 최윤섭이 침을 한번 넘기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예, 그랬죠.”

“그럼 그 말씀대로 이슈 한번 만들어주시겠어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아주 크게.”

늘 그래왔듯,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갈 수는 없는 법.

이미 머릿속으로 모든 정리를 끝마친 하준은 앞당기기로 했다.

‘그 시기’를.

* * *

[<단독> 안토니 스미스, 존 로이드, 제프 깁슨 등을 키워낸 최고의 스타 메이커 ‘H’! 드디어 정체 밝혀지다!]

[미지의 스타 메이커, ‘H’! 국내 신생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밝혀져!]

[팔도 엔터테인먼트의 유하준 대표, 그가 세계 최고의 스타 메이커라 불리는 이유는?]

정확히 이틀 뒤, 각종 포털사이트의 연예란은 뜨겁게 타올랐다.

<단독>이란 타이틀까지 내걸고 보도된 최윤섭의 기사를 시작으로, 온갖 언론 매체에서는 ‘H’에 대한 어뷰징 기사들을 쉴 틈 없이 쏟아냈다.

미지의 스타 메이커, ‘H’.

한국인이란 것 외에는 지난 수년간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있었던 인물.

그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매체들 또한 앞다퉈 그의 이력들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지난 이력들보다 더 화제를 모은 건 하준의 외모이긴 했지만.

‘H’, 그리고 하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팔도 엔터테인먼트로 이어졌다.

[최고의 스타 메이커 ‘H’의 등장으로 국내 엔터계도 덩달아 긴장! 과연 팔도는 대형 기획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H=유하준 대표, 그가 세운 팔도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회사?]

[유하준이 선택한 ! 벌써부터 거대 팬덤 생성 기류!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는?]

팔도의 유일한 연습생인 . 하준의 정체가 밝혀짐과 동시에, 대중들이 가장 먼저 주목해 온 건 바로 멤버들이었다.

안토니 스미스, 존 로이드, 제프 깁슨 등 세계적인 스타를 발굴해 낸 하준의 바로 다음 픽이었기에.

거기에 하준과 안토니 스미스가 함께 찍힌 사진은 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뜨겁게 만들었다.

[<단독> ‘H’가 픽한 ! 안토니 스미스와 데뷔 앨범 공동 작업 중!]

[의 리더 서이준, 안토니 스미스와 함께 신인 그룹 최초 ‘더블 타이틀곡’ 작업 중! 목표는 빌보드?]

[세계적인 싱어송 라이터 안토니 스미스! 와의 협업 끝내고 금일 전세기로 출국! ‘와 빌보드 무대에서 다시 만나겠다’]

아직 데뷔도 전인 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안토니 스미스라는 세계적인 스타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어느새 멤버들의 인지도 및 파급력은 대형 기획사의 그것 못지않은 수준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에 따라, 멤버들이 찍고 있는 육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올라간 건 말할 것도 없었고.

[NTV 예능 프로그램 <아이돌 육아 일기>, ‘V.V.I.P’ 후광으로 또 최고 시청률 갱신! 역대 NTV 통틀어 1위!]

[<아이돌 육아일기>의 윤정유 PD, 그녀의 깨지지 않는 성공 비결은? ‘나는 운이 좋은 사람. 모두 멤버들 덕분’]

그렇게 하준과 팔도, 그리고 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에 따라 팔도도 새로운 변화를 도모했다.

[팔도 엔터테인먼트 사옥 이전! 유하준 대표의 본격적인 국내 엔터 초읽기 시작!]

허름한 3층짜리 건물에서 고작 한 층만을 사용하던 팔도는 여느 대형기획사들과 마찬가지로 강남 한복판으로 사옥을 이전.

그에 따라 내부 시스템 또한 완벽히 다른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김진성이 총괄을 맡은 A&R 및 콘셉트 스토리 기획 파트, 그의 밑에 있던 안무팀의 퍼포먼스 디렉팅, 지현성이 담당하게 된 레코딩 파트까지.

이 밖에 디자인 파트와 홍보 마케팅 파트 등 새로운 사옥에서의 팔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형태의 면모를 나타냈다.

물론, 팔도의 초기 멤버라 할 수 있는 김지혜 또한 경영지원팀의 수장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었고.

그렇게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준의 팔도 엔터테인먼트는 무서운 속도로 초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 *

고급 대리석이 거실 전면을 도배하고 있는 평창동의 단독 주택.

넓은 유리창 너머로는 정원사의 관리를 잘 받은 듯한 푸르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론 오늘도 역시나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고 끝마친 한 노년의 남성이 이마의 땀을 훔치고 있었다.

잠시 후, 집 안으로 들어온 구명호가 식탁에 앉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곰탕이 먹고 싶던 참이었는데. 아줌마가 내 머릿속을 잠깐 들어왔다 나가기라도 했는가 보구만? 허허허.”

정갈하게 잘 차려진 반찬들 사이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는 하얀색의 곰탕.

구명호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한껏 지 어보이고는 곧바로 아침 식사를 시작해 나갔다.

그렇게 구명호가 한참을 식사에 집중하던 때, 늘 그렇듯 가사 도우미가 신문을 들고 와 구명호에게 건넸다.

“회장님, 오늘자 신문입니다.”

“으음, 거기 둬요.”

아침 식사 후 늘 서재에 들어가 그날의 신문을 읽은 뒤 출근하는 구명호.

그는 가사도우미가 식탁 위로 올려둔 신문을 잠깐 흘깃하고는 다시 식사를 이어가기 위해 숟가락을 들었다.

시선을 거두었던 구명호의 눈빛이 사뭇 다르게 바뀐 건 그때였다.

동시에 그가 식탁 위의 신문을 집어 들고는 곧바로 헤드라인의 문구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팔도 엔터테인먼트 유하준 대표, ‘ 국내를 넘어 세계를 활동무대로 하게 될 것’]

하던 식사까지 멈추고는 기사의 세세한 내용들까지 빠짐없이 읽어나가던 구명호.

잠시 후, 신문을 내려놓는 그의 얼굴 위론 어딘가 모를 짙은 어두움이 깔려 있었다.

해당 페이지 전체에 실려 있던 하준의 인터뷰 내용들.

그곳엔 그가 이루어낸 지난 이력들 뿐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 나갈 그의 미래에 대한 계획들이 실려 있었다.

그런 하준의 행보를 접한 구명호의 수심은 무척이나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 길만은 부디 가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랐던 구명호였기에.

‘왜 하준이 너마저 그 길을 가려 하는 거냐. 왜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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