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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40화 (41/165)

40화

비슷한 시각. 강남에 위치한 차이나 레스토랑.

구세희와 세련, 그리고 최윤섭이 원형 회전판을 사이에 두고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최 기자님은 참 중식을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야. 어떻게 식사 때마다 중국집으로만 예약하시지?”

구세희의 얘기에 최윤섭이 세련 쪽을 힐긋하고는 말했다.

“하하. 왜요, 중식 맛있지 않습니까? 참, 저는 이 짜장면이 그렇게 많이 먹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단 말이죠? 평생 이것만 먹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연신 세련 쪽을 힐긋거리는 최윤섭.

그 모습에 구세희가 한숨을 내뱉었다.

“참나. 세련 언니가 중식 좋아해서 여기로 예약한 거 다 알고 있거든요? 저번에도 세련 언니 오는 줄 알고 중식집으로 예약했던 거고. 어휴, 하여튼 속마음을 숨길 줄을 모르신다니까.”

구세희의 타박에도 최윤섭은 아랑곳 않고 연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떻게, 세련 씨 입맛엔 좀 맞으세요? 그래도 여기가 강남에선 제일 맛있다고 소문난 집입니다! 물론 그만큼 가격대는 좀 있지만. 하하하.”

최윤섭의 마지막 말에 구세희는 질색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절레 내저었다.

“어휴. 안 해도 될 말까지 굳이 하시네.”

“네, 맛있네요. 근데 어떻게 마침 최 기자님도 강남에 계셨네요? 인터뷰 때문에 오신 건가?”

“아, 그게요.”

세련의 물음에 구세희 쪽을 잠시 쳐다보는 최윤섭.

사실 오늘의 식사 자리는 구세희가 세련 몰래 마련해 준 것이었다.

지난번 하준과 최윤섭의 첫 만남 당시 자신이 약속했던 게 있었기에.

물론 최윤섭이 시도 때도 없이 채근해 온 탓도 있었고.

“하하. 네, 맞아요! 근처에 인터뷰 일정이 있었는데 우연히 구 사장님하고 연락이 닿았지 뭡니까. 마침 세련 씨도 같이 있다시길래 식사 한번 대접해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자릴 마련해 봤어요. 지난번 만남 때 언제 한번 식사 같이하자고 하셨잖아요, 하하. 기억하시죠?”

“아, 네. 그랬죠. 여러모로 최 기자님이 저희한테 도움도 많이 주셨으니까.”

“아이, 도움은요 뭘. 세련 씨 일이라면 제가 얼마든지 발 벗고 나서 드려야죠.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주저 말고 연락 주세요. 아시겠죠?”

정말이지 팔불출 딱 그 자체인 듯한 최윤섭의 모습에, 구세희는 할 말을 잃은 듯 젓가락질에만 집중을 이어나갔다.

그때, 세련이 구세희에게 물었다.

“하준이는 언제 온대? 음식 식기 전에 와야 할 텐데.”

“걔 지금 밥 먹는 중이래. 손님 와서 회사 식구들이랑. 그래도 얼굴은 비추겠다고 식사 끝나면 잠시 들른다네?”

“그래? 얼른 오라 그래. 하준이 한국 오고 한 번도 못 봐서 얼마나 달라졌나 궁금해 죽겠는데.”

구세희와 세련의 대화를 귓바퀴로 주워 담던 최윤섭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혹시 유 대표님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유하준 대표님?”

“아, 네. 유 대표도 마침 근처에 있다길래 잠깐 오라고 했는데. 괜찮으시죠?”

“아, 그럼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 대표님인데. 언제든 환영이죠. 두 분은 모르시겠지만, 저희가 그사이에 아주 굉장히 가까운 사이가 됐거든요. 요즘 애들 말로 베프라고 하죠? 베스트 쁘랜드. 하하하.”

“……아, 그러시구나.”

하준의 성격을 잘 아는 구세희와 세련이었기에 둘 다 최윤섭의 말에 별다른 감흥을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대화의 지분율을 80% 이상 최윤섭이 이끌어가던 때, 룸의 문이 열리며 하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하준아!”

가장 먼저 자신을 반겨오는 세련에 하준도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지? 세희 옆에서 일하느라 고생이 많겠네.”

“에이, 그거야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할말하않’이다, 얘! 그나저나 넌 안 본 사이에 완전 남자가 다돼 버렸네? 미국 갈 때만 해도 빡빡머리였던 애가. 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많은 일이 있었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빈자리에 앉는 하준.

그러자 구세희가 눈을 흘기며 하준과 세련을 번갈아 노려봤다.

“참나. 당사자가 버젓이 앞에 앉아 있는데 대놓고 호박씨를 까? 나 없는 데선 아주 난리도 아니겠다?”

“호호. 그냥 하는 얘기지 뭐. 밥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뭐 좀 시키고.”

세련의 말에 구세희가 코를 킁킁거리며 대신 답해왔다.

“안 먹기는. 우리보다 더 맛있는 거 먹고 온 것 같은데? 아주 고기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진동을 해. 회식이라도 했나 보지?”

“미국에서 손님이 와서. 난 괜찮으니까 식사들 마저 해. 마침 근처라길래 얼굴이라도 비출 겸 온 거니까.”

말을 마친 하준이 최윤섭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오랜만이네요, 기자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저야 똑같죠, 뭘. 맨날 그놈의 특종거리 찾으러 다니느라 아주 죽을 맛입니다. 하하. 어디 기삿거리라도 있으면 저한테 귀띔 좀 해주세요. 그럼 제가 아주 시원하게 이슈 만들어 드릴 테니까!”

“하하, 네. 연락드릴 일 있으면 가장 먼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미국에선 누가 왔는데? 회사 식구들이랑 다 같이 강남에서 회식까지 할 정도면 꽤 중요한 사람인가 보다?”

구세희의 물음에 하준이 물잔을 들어 올리며 답했다.

“미국에서 알게 된 친구. 한동안 한국에 계속 머물 것 같아서.”

“그래? 그럼 이것저것 좀 챙겨주고 해야겠네? 나 시에리 호텔 회원권 있는데 그 친구 머무는 동안 거기서 지내게 해, 그럼. 안 그래도 올해 한 번도 안 가서 연회비 아까워하고 있던 참인데.”

구세희의 입에서 내뱉어진 말에 최윤섭이 눈동자를 키우며 물어왔다.

“시에리 호텔 회원권요? 설마 그…… 입회비만 1억 원에 연회비 500만 원이 넘는다는 그 시에리 호텔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놀란 반응의 최윤섭에게 세련이 대신 답해왔다.

“얘 돈만 내고 거의 안 가요. 아마 그 호텔에서 잠잔 날보다 사장실 소파에서 잔 날이 더 많을걸요?”

“허억…… 우리 구 사장님,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부자셨구나…….”

구세희의 배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최윤섭은 다소 놀란 듯 입을 닫지 못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은 우리 집에서 머물게 될 것 같아. 호텔은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서.”

“응? 너희 집에서? 왜 좋은 호텔 놔두고 너희 집에서 잔대? 그것도 이 먼 한국까지 와 가지고는?”

“와, 하준이 너랑 되게 가까운 사이인가 보다? 그렇게 집까지 내줄 정도면.”

구세희와 세련의 연이은 말들에 하준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을 두 사람이기에 대화를 이어갈수록 의아함만 커질 테니까.

하준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최윤섭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기자님. 매번 프로그램 관련 기사 좋게 잘 써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저희 애들 인지도도 많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하하, 아, 서로 돕고 살아야죠! 저번에 윤채경 씨 전속계약 관련해서 제 마음대로 기사 내보냈다고 채경 씨한테 얼마나 쿠사리를 먹었다고요. 뭐 꼭 그게 아니더라도 기사는 매주 빼먹지 않고 써드릴 테니까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 주세요. 하하하.”

“그럼요. 여러 잔 사 드려야죠.”

대화를 듣던 구세희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하준을 쳐다봤다.

“아, 맞아. 안 그래도 저번에 너 만났을 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너 갑자기 안 하던 인터뷰를 다 했더라? 게다가 회사 관련 기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요즘 열일하나 봐?”

“얘, 당연하지. 전속계약 관련으로 기자들이 인터뷰 요청 엄청 해왔을 텐데. 그거 거절했다가 괜히 또 악의적인 기사 내보내고 그러면 얼마나 골치 아파지겠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그냥 이번 기회에 회사 홍보도 제대로 하면 좋은 거지.”

“으흠, 뭐 누가 뭐래? 그냥 얘가 인터뷰도 한다고 하니까 뭔가 낯설어서 그런 거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최윤섭이 웃음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세련 씨 말이 맞죠. 저도 같은 기자지만 계속 거절당하고 그러면 괜히 기분이 상하고 그러거든요. 하물며, 그 상대가 신생 기획사 대표라고 하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거고요. 이건 유 대표님이 잘하신 거예요. 하하.”

그러고는 하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 참,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대표님. 구 사장님 말씀으로는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셨다고 하던데. 그럼 미국에서도 엔터 관련 일을 계속 하셨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 히스토리에 대해 한번 기사로 내보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회사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최윤섭의 말에 세련이 좋은 생각이라는 듯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안 그래도 지금 하준이 경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던데. 미국에서부터 관련 일을 해왔다고 하면 적어도 무시하는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쪽 시장은 여기보다 훨씬 크니까. 게다가, 남다른 이력에 사람들의 흥미도 이끌어낼 수 있을 거고.”

하준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듯, 일제히 그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세 사람.

하준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답을 해왔다.

“좋은 제안이긴 합니다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뭐 언젠간 알게 될 얘기들이겠지만 지금 오픈하기엔 이른 감이 있어서.”

“에이, 이를 게 뭐 있어. 아까도 말했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게 좋은 거지. 뭐 그렇다고 네가 거기서 ‘H’ 같은 엄청난 스타 메이커였을 리는 없을 거고.”

아무 뜻 없이 내뱉은 세련의 말에 하준은 대답 대신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 멤버들에겐 오픈한 사실이었지만, 대외적으론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었다.

자신으로 인해 멤버들이 주목받는 것보단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에.

그때, 가까운 곳에서 진동 소리가 울려왔고 곧이어 최윤섭이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 왜. 나 지금 식사 중이라 급한 거 아니면 조금 이따 통화하자.”

중요한 전화는 아닌 듯 짧게 내뱉고는 통화를 종료하려던 최윤섭.

하지만, 꽤나 중요한 일인지 상대방이 통화를 계속 이어가려는 듯싶었다.

“뭔데 그래? 대체 무슨 특종이길래 그렇게 말까지 더듬으면서 난리야?”

탐탁지 않아하던 최윤섭의 표정이 일순간 눈에 띄게 굳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뭐? 무슨 사진이 올라왔다고? 누가 누구랑 같이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수화기에 대고 재차 묻는 최윤섭.

그러다 갑자기 그의 시선이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하준에게로 향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 빌보드 가수 안토니가 한국에 와 있다 이거야? 그리고 사진에 같이 있는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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