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39화 (40/165)

39화

“우와.”

논현동 소재의 삼겹살집.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굽히고 있는 노릇한 삼겹살들을 사이에 두고,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색적인 광경에 멤버들이 신기한 듯 감탄들을 내뱉었다.

“꼭 우리 아빠 같아요! 아빠가 소주 까기 전에 항상 저렇게 탁탁 쳐대던데!”

“저게 독소를 빼는 거라던가? 뭐 그렇다던데.”

“우와…… 소주 저렇게 좋아하는 외국인 처음 봐요. 대체 이게 몇 병째지…….”

마치 서커스를 보고 있는 듯한 멤버들의 반응에 하준이 웃어 보였다.

“미국에 있을 때도 늘 저렇게 먹는 친구니까 신경 쓸 거 없어. 다들 배고팠을 텐데 타기 전에 얼른 고기부터 먹어.”

“네, 대표님! 잘 먹겠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옆자리로 시선을 옮기는 하준.

그곳에선 김진성과 지현성이 안토니를 상대로 끊임없이 소주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지현성이 고개를 절레 내저으며 하준에게 속삭였다.

“하아. 이건 뭐 완전 술고래가 따로 없네요. 저는 세계에서 한국 사람들이 술 제일 잘 먹는 줄 알았더니. 웬걸. 저거 다 받아주다간 제가 골로 가겠는데요, 대표님?”

이미 꽤나 얼굴이 붉어져 있는 지현성의 옆으로, 김진성도 혀를 내둘러왔다.

“이 친구 설마 한국에 있는 동안 매일 이렇게 퍼마시는 건 아니겠죠? 그랬다간 작업은커녕 간만 잔뜩 썩어서 돌아갈 것 같은데.”

“하하. 이 친구가 길바닥에서부터 술 마시면서 작업해 오던 습관이 있어서. 그래도 작업하는 동안에는 절대 마시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뭐. 세계적인 스타가 저희 녹음실까지 직접 와서 작업해 주겠다는데. 뭐든 못해주겠어요? 이 정도면 엄청 싸게 치는 거지. 크흐.”

김진성의 말에 지현성도 기대감이 한껏 부푼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도 엄청 기대 중이에요. 이준이랑 작업하는 거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신기할지. 후후, 제 작곡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정말 대표님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꿀 일이라니까요?”

지현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안토니가 새 소주병을 들이밀며 말을 건네왔다.

“헤이, 친구들! 빨리빨리 마셔야지. 이제 시작이라고~”

안토니의 채근에 김진성과 지현성은 짧게 한숨을 내뱉은 뒤,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는 각자의 술잔을 들어 올렸다.

“오케이, 오케이! 렛츠 고, 렛츠 고!”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그림이었던 듯, 하준은 미소를 띤 채 멤버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많이들 먹어. 내일부턴 녹음 준비부터 해서 일정들이 빠듯할 거니까 체력들 잘 비축해 둬야지.”

“대표님은 안 드세요? 저희만 먹고 있는 것 같은데…….”

“난 이쪽 테이블에서 먹고 있으니까 너희들 많이 먹어. 다른 것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 더 시키고.”

“헤헤, 넵!”

그러다 강준이 가게 내부를 훑으며 의아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근데 가게에 우리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다. 여기가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는 곳은 아니었는데.”

강준의 얘기에 다른 멤버들도 의아하다는 듯 가게 내부를 훑기 시작했다.

하준이 멤버들의 음료 잔에 콜라를 따라주며 말했다.

“통째로 빌려서 그런 거야. 다들 편하게들 먹으려면 아무래도 그편이 나을 것 같아서.”

하준의 말에 멤버들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에? 이, 이 가게를 통째로요? 헉…… 그런 건 드라마에서나 보던 건데.”

“……그럼 삼겹살값보다 가게 대여료가 더 비싼 거 아, 아닌가? 대체 이 삼겹살 하나에 얼마인 거야, 그럼……?”

난생처음 경험하는 신기한 일에 멤버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이준이 이유를 알겠다는 듯 하준을 바라봤다.

“안토니 형 때문이시죠? 아무래도 곡이 나오기 전까진 비밀 유지가 되어야 하니까.”

하준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오늘뿐 아니라 아마 한국에 머무는 동안엔 계속 이렇게 해야 할 거야. 그만큼 보안 유지가 중요한 문제니까. 그래야 나중에 곡 발표했을 때 파급 효과도 더 클 거고.”

“아!”

하준의 의도를 이해한 멤버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 왔다.

“그럼 우리도 보안 유지 잘 해야겠다. 가족들한테도 절대 비밀로 하고.”

“당근이지. 특히 지호와 하늘이는 더더욱 조심하고. 학교 친구들한테 절대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에이, 그럼요! 입 꾹 닫고 학교에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 거예요. 꼭 묵언 수행 하는 사람처럼.”

“야, 또 너무 그러면 선생님이 혹시나 괴롭힘당해서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대화는 섞도록 해. 괜히 왕따처럼 있지 말고.”

“아, 그런가? 헤헤, 네!”

멤버들을 지켜보던 하준이 아까의 주제를 이어가기 위해 입을 열어왔다.

“음, 스튜디오에서 하던 얘기를 마저 하자면 너희들 데뷔 앨범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구성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활동도 마찬가지고. 거기에 대해 각자 의견들은 어때?”

하준의 물음에 강준이 가장 먼저 답해왔다.

“저는 당연히 찬성이기는 한데…… 그런 건 보통 인지도 높은 그룹들이 해왔던 것 같아서 저희 같은 신인 그룹이 그래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다른 멤버들도 저마다 의견들을 꺼내왔다.

“전 저희가 인지도도 없는 상태에서 괜히 더블 타이틀곡으로 했다가 둘 다 잘 안 되면 너무 피해가 클 것 같아서요…… 대표님뿐만 아니라 카인 형이랑 안토니 형한테도 너무 죄송하고.”

“카인 형이랑 안토니 형이 만든 곡이 당연히 안 좋을 리는 없고. 잘 안 되면 저희들이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 있는 멤버들과 달리, 하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희들이 왜 인지도가 없어? 육아 프로도 첫 주보다 시청률은 더 올랐고, 방송 끝나면 곧바로 기사도 올라올 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게다가, 팬카페 회원 수도 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

‘팬카페’라는 단어에 멤버들이 일제히 눈동자를 키웠다.

“패, 팬카페요? 저희한테 팬카페가 있었어요……?”

“아, 지혜한테 아직 못 들었어? 첫방 나가고 나서 바로 개설됐었는데. 물론 우리 쪽에서 한 건 아니고 방송 본 팬들이 자발적으로.”

하준이 휴대폰을 꺼내 멤버들에게 팬카페 화면을 보여주었다.

[존버의 아이콘! 준비된 초특급 신인! 아이돌계의 핵신성! 앞으로 꽃길만 걸을 ‘V.V.I.P’ 팬카페입니다!]

팬카페 운영자가 걸어놓은 카페 소개글.

멤버들은 신기한 듯, 놀란 듯 하준의 휴대폰 액정 이곳저곳을 계속해서 터치해 나갔다.

“아직 너흰 시작도 안 한 상태야. 이제 막 걸음마를 떼려고 하는 단계니까 당연히 벌써부터 겁먹을 필욘 없는 거고. 너희가 확신이 없는데 아무리 좋은 곡과 운이 따라준다 한들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잖아? 안 그래?”

“아, 네. 대표님…….”

분명 성공하겠노라 매순간 다짐하고 또 다짐해 왔던 멤버들.

그럼에도 매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하준의 계획들에 다소 주눅이 들 수밖엔 없었다.

무엇보다, 불과 3개월 전의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쭌~ 나 한국이 너무 좋은데 아예 여기서 눌러 살까? 집 좀 알아봐줘~ 여기 이 브로들이랑 맨날 삼겹살에 쏘주 먹으면서 지낼 수 있게 말야! 하하하.”

꽤나 취기가 오른 듯,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김진성과 지현성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르는 안토니.

그의 팔 틈에 껴 있는 두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밌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하준에게 이준이 말을 건네왔다.

“대표님. 근데 안토니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세요? 대표님 부탁으로 이렇게 한국까지 와줄 정도면 꽤 많이 가까운 사이신 것 같은데.”

이준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도 줄곧 궁금했다는 듯 일제히 시선을 집중시켜 왔다.

“저도 계속 궁금했어요! 안토니 형 같은 세계적인 스타면 당연히 계신 곳으로 저희가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무리 삼겹살에 소주가 좋다고 해도 이 먼 한국까지 직접 오는 게…….”

“게다가 지금 신곡 활동으로 엄청 바쁜 시기일 텐데 우리 앞에서 저렇게 소주에 삼겹살을 먹고 있는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아요. 대체 대표님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멤버들의 연이은 말들에 하준이 턱을 매만지며 되물었다.

“음, 궁금해?”

“네!”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안토니한테.”

지호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으헝. 그럴 수 있으면 당장에라도 물어봤겠죠…… 근데 저희가 다 영어를 못하잖아요. 은호 형이면 몰…… 어?”

눈동자를 키우며 갑자기 은호를 쳐다본 지호가 은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형이 좀 물어봐 주면 안 돼요? 형은 이민자 출신이니까 완전 유창하게 물어볼 수 있잖아요오.”

지호의 부탁에도 웬일인지 답을 않고 있는 은호.

무언갈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꽤나 간절해 보이는 지호의 표정에 하준이 웃으며 입술을 뗐다.

“미국에 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사이야. 그 뒤론 같이 일하면서 지금처럼 가까워진 거고. 아무래도 일하는 분야가 같다 보니까 이렇게 협업할 기회도 생기고 그러네.”

“아하! 근데 대표님은 거기서 무슨 일 하신 거예요? 안토니 형이랑 같이할 만한 일이 뭐가 있지이.”

입술에 손가락을 얹으며 고민하는 지호의 모습에 하준은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그때, 지호의 옆에서 줄곧 뭔가를 생각하던 은호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안토니를 발굴해 준 누가 있었다고 했는데…….”

“응? 뭐라고요, 형?”

지호의 되물음에 은호가 좀 더 목소리를 키우며 말했다.

“아니, 나 미국에 있을 때 안토니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첫 수상하고 엄청 주목받고 있을 때였거든. 노숙자 신세에서 일 년 만에 그래미까지 왔다면서. 근데, 그때 수상 소감에서 자기를 그 자리까지 오게 만든 누가 있다고 했었어. 그 사람한테 공을 다 돌리기도 했었고.”

꽤나 진지한 은호의 말들에 멤버들이 흥미롭다는 듯 시선을 집중했다.

“그게 누군데요?”

“H. 그냥 ‘H’로만 알려져 있었어. 한국인이라는 거 외에 다른 정보는 일절 없는 상태로.”

“한국인이라고요?! 대박…… 그럼 그 한국인이 안토니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지호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 은호.

마치 이제야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반쯤 벌린 입으로 하준을 바라봤다.

“혹시 그 ‘H’가…….”

은호의 의도를 알아차린 하준은 말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거 아냐? 은호 너라면 진작 맞힐 거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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