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36화 (37/165)

36화

육아 프로그램의 2회차 방송분이 나가는 날.

현관문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준이 숙소로 들어왔다.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멤버들은 동시에 강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던 중, 은호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어? 잠깐. 이 냄새는…… 마늘 바사삭……!”

아니나 다를까, 모습을 드러낸 강준의 양손엔 치킨 봉지가 들려 있었다.

“어? 형 그거 뭐예요? 갑자기 웬 치킨?”

“진웅이 형이 주고 가셨어. 대표님이 다 같이 먹으면서 방송 보라고 하셨다고.”

“우와, 대박!”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거실 바닥을 치우기 시작했다.

일 분도 지나지 않아 세팅을 마친 멤버들이 둥글게 모여서는 저마다 치킨을 집어 들었다.

“진짜 이 마늘 바사삭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이지? 너넨 안 그러냐?”

“에이, 두말하면 입 아프죠! 전 삼시 세 끼 이것만 먹고도 살 수 있다니까요?”

“크큭, 그러다 지호 형이 닭 되는 거 아니에요? 삼시 세 끼는 좀 심했다!”

“야, 진짜라니까? 한번 실험해 볼래? 내가 삼시 세 끼 이것만 먹으면서 살 수 있는지?”

말을 내뱉으며 지호가 닭다리를 집어 들자, 은호가 곧바로 지호의 손을 툭 치며 말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다리 하나 더 집지 마라. 너 방금 하나 다 먹었잖아. 아직 강준이 안 먹었어.”

“에이, 우리 어차피 다섯 명이라 다리 하나 남잖아요. 귀여운 동생한테 양보한다고 생각하시죠, 형님?”

지호가 능청스러운 애교를 선보이자, 옆에 있던 이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귀여운 동생이면 하늘이한테 양보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럼, 그럼. 당연하지. 자, 하늘이. 네가 두 개 먹어.”

“헤헤, 감사합니다, 형들!”

마치 세상을 다 잃은 듯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의 닭다리를 쳐다보는 지호.

그러고는 곧 씩씩거리며 형들을 노려봤다.

“씨…… 하여튼 내 포지션이 제일 어중간하다니까. 형들은 맨날 하늘이만 챙기고.”

“지호 너는 한평생 잘 먹고 잘살았을 거 아냐. 집에 가면 이런 건 거들떠도 안 볼 녀석이.”

“아니거든요? 저도 나름 고충 있는 삶을 살았다고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크큭. 알겠다, 알겠어. 대신 이건 너한테 전부 양보할게. 자, 먹어라.”

은호가 각 치킨 박스에서 모아둔 목 부위를 지호에게 건넸다.

그러자, 이준이 말을 보태왔다.

“아, 아쉽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가 목이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오늘은 우리 지호한테 양보해야지.”

“씨…… 하늘이는 닭다리 주면서 저는 목 부위나 먹으라 이거예요?”

투덜거리는 듯싶던 지호가 이내 닭목 세 개를 휴지에 싸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키킥, 그렇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이건 이따가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뜯어야지!”

고이 싸둔 신문지를 주머니에 넣고는 지호가 다시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들 고개를 절레 내젓고는 야식을 이어갔다.

“근데 대표님은 많이 바쁘시대요? 오셔서 같이 드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많이 바쁘시대요, 형?”

하늘이와 지호가 강준을 쳐다보며 묻자, 이준이 대신 답을 해왔다.

“지혜 누나 말로는 요즘 회사 인터뷰에 우리 데뷔 준비로 정신없으신 것 같다던데. 아마 그것 때문에 피곤하신 게 아닐까? 게다가 이젠 채경 선배님까지 챙기셔야 하니까 더 그러실 거고.”

“아! 그렇겠다. 그래서 요즘 그렇게 계속 안 보이셨던 거구나.”

“그런데도 저희 먹으라고 이렇게 치킨까지 챙겨주시고…… 뭔가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지. 얼른 성공해서 대표님한테 빨리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맏형이자 리더 이준의 말에 멤버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형들은 한 번도 그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치킨박스가 바닥을 보일쯤, 대뜸 지호가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어왔다.

“왜 그 많고 많은 연습생들 중에 하필이면 대표님은 우리를 선택한 건지.”

다소 갑작스러운 지호의 말에도 불구하고, 멤버들 또한 다들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듯 공감의 표정들이 떠올랐다.

“그렇잖아요. 다 무너져 가는 사무실을 통째로 인수하신 것도 모자라, 이미 버려진 거나 다름없는 저희를 데뷔시키겠다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시고. 대표님 입장에선 너무 위험부담이 큰일이었을 텐데.”

“음…… 그러게. 지혜 누나한테 듣기론, 처음부터 우리가 팔도에 있다는 걸 알고 오신 것처럼 보였다 하더라고. 오시자마자 우리 숙소부터 물어본 것도 그렇고.”

“정말요? 전 지혜 누나가 말해줘서 우리가 아직 있다는 걸 아신 줄 알았는데…….”

하늘의 얘기에 이준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땐 지혜 누나도 우리가 당연히 흩어졌을 거라 생각했대. 그래서 극구 만류했는데도 대표님은 치킨까지 사 들고 우리 숙소로 오신 거고. 바로 우리가 대표님을 처음 만났던 그날.”

미처 모르고 있었던 사실에 하늘은 다소 놀란 듯 입을 벙긋거렸다.

“중요한 건 그 뒤로 우리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거지. 대표님을 만난 이후로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달라져 버렸으니까. 우리 환경도 상황도 전부 다.”

이준의 얘기에 멤버들이 자신들이 있는 숙소를 한번 훑고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들을 끄덕였다.

“참, 정말 뭐가 어떻게 지나간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지하방에 갇혀 빛도 못 보고 살던 우리였는데. 이젠 이렇게 좋은 숙소에서 치킨까지 뜯으며 우리가 나온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니. 가끔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니까.”

“저도 은호 형 말에 완전 공감이에요. 특히나 몇 개월 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땐 정말 언제 흩어질지 몰라서 매일매일 조마조마하면서 지냈었는데.”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다 지금쯤 어디서 뭐 하고 있었을까?”

낮은 목소리로 꺼내오는 강준의 물음에 멤버들 사이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굳이 내뱉지 않아도 모두가 그것의 답은 알고 있었기에.

켜놓은 TV 화면으로 육아 프로그램의 2회차 방송분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어머나, 얘들아 안녕?

깜짝 손님의 등장을 알리며 궁금함을 자아냈던 지난주 예고편.

현관문을 열고 등장하는 윤채경의 모습에, 멤버들이 일제히 정지된 듯한 리액션을 보이고 있었다.

“크큭. 나 저때 저거 완전 찐 반응이었는데. 채경 선배님이 오는 거 알고 있었는데도 등장하는 모습이 너무 말도 안 되게 예쁘니까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오더라?”

“완전 공감요! 꼭 영화 속 여주인공이 나타나는 느낌이었다니까요? 게다가 열고 들어오는 문이 우리가 살고 있는 숙소 문이니까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하, 다시 봐도 진짜 말도 안 되는 그림이기는 하다. 어떻게 윤채경 선배님이 우리랑 같이 저렇게 서 있을 수 있는 건지. 우리가 이러는데 방송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얼마나 어이없어하실까.”

반박할 수 없는 은호의 말에 멤버들도 수긍한다는 듯 웃음들을 지어왔다.

“근데 그날 촬영 때 보니까, 채경 선배님이 이제 우리 같은 식구니까 잘해보자고 하시던데. 정말 채경 선배님도 팔도 소속이 되신 거예요?”

하늘의 물음에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왔다.

“응. 이미 기사까지 떴더라고. 지혜 누나도 그렇게 얘기하고. 아마 그날 촬영장에 오신 것도 같은 회사 소속이니까 우리한테 도움 주시려고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하준과 윤채경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고 있을 이준과 멤버들.

그저 신기한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TV 속 윤채경의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켜 나갔다.

그러다 얼마 못 가, 또다시 관심이 하준에게로 옮겨졌다.

“근데 대표님은 이전에 어떤 일을 하셨던 걸까? 미국에 계셨다는 것 말고는 우리도 전혀 아는 게 없잖아요. 대표님 능력만 보면 평범한 일을 하셨을 것 같지는 않은데!”

다시 지호로부터 시작된 의문.

이번에도 역시 저마다 한마디씩을 내뱉었다.

“그쵸? 저도 궁금해서 언제 한번 꼭 물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전 다른 것보다 윤채경 선배님이 전속 계약까지 할 정도면 대표님 이전 이력이 엄청 대단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시진 않지 않았을까? 그러기엔 우리를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많이 바꾸어놓으셨으니까.”

“하긴. 대형 소속사가 아닌 이상 우리 같은 케이스는 진짜 드물긴 하지. 아니, 아예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대체 대표님 정체가 뭘까…….”

분명 오늘에서야 처음 내뱉어진 주제였지만, 각자가 이미 품고 있던 의문들이었던 듯 진지한 표정들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하준이 보여온 행보는 직접 경험하고도 믿기 힘든 것들이었으니까.

사뭇 진지해진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은호가 손뼉을 마주치며 입을 열어왔다.

“자자,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지금은 우리 스스로한테만 집중하도록 하자. 뭐가 됐건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반드시 성공해서 대표님한테 받은 것들을 돌려 드려야 하는 거잖아? 그게 대표님이 바라는 거이기도 할 거고.”

맏형 은호의 얘기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내 둘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시무룩해 보였다.

“근데 저희가 대표님이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못 내면 어떡하죠……? 대표님은 우릴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 우리가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

하늘도 한숨을 내뱉으며 덧붙여왔다.

“대표님한테 계속 빚만 지는 것 같아서 자꾸 죄송스러워요. 그렇다고 저희가 지금 당장 어떤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꼭 성공해야 하는데…….”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동생들의 모습에, 지켜보던 이준이 다소 냉정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도 우리한텐 사치야. 대표님도 우리가 그런 생각하길 바라지도 않으실 거고.”

그러고는 진지한 얼굴을 유지하며 멤버들을 바라봤다.

“은호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보답할 길은 성공해서 돌려 드리는 것, 그것밖에 없어. 그 전엔 다른 생각 같은 건 아무것도 할 필요도 없고. 애초에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우린 세상에 나오지도 못 했을 거니까.”

평소와 달리 단호하게 내뱉는 리더 이준의 말에 멤버들의 표정도 사뭇 바뀌었다.

그런 멤버들을 향해 이준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꼭 성공하자. 대표님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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