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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23화 (24/165)

23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서서히 모습의 드러내는 그.

바로, 썬데이미디어 소속 연예부 기자 최윤섭이었다.

한껏 들뜬 미소와 함께 룸 안으로 들어온 그는 곧장 좌석부터 훑기 시작했다.

그러다 구세희의 옆자리를 확인하고는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최윤섭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구세희가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참나, 아무리 세련 언니가 없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대놓고 실망하는 표정 짓는 거 아니에요 기자님? 일단 앉아서 서로 인사부터 나누시죠?”

“……으흠.”

최윤섭이 자리에 앉으며 하준을 짧게 훑었다.

“일행분과 같이 오신다길래 전 당연히 세련 씨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분은 누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유하준이라고 합니다.”

하준이 인사와 함께 명함을 내밀자, 최윤섭이 한 손으로 건네받고는 명함을 훑었다.

“흠, 팔도엔터테인먼트라…… 난생처음 들어보는 회사 이름이기는 하네요.”

말을 내뱉은 그는 별 관심 없다는 듯 명함을 테이블 위로 툭 올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구세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 세련 씨는 따로 선약이 있으시다던가요? 혹여나 어디선가 혼자 드시고 계신 거라면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오시라고 하는 게…….”

“어휴, 기자님도 참. 세련 언니 지금 중요한 미팅 중이라 우리보다 훨씬 더 비싸고 맛있는 거 먹고 있을 거예요. 세련 언니랑은 제가 조만간 따로 자리 한번 마련해 줄 테니까 일단 오늘은 이 자리에만 집중하시죠?”

구세희의 얘기에 최윤섭이 못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곧 반색하는 표정을 내비쳤다.

그러고는 곧바로 메뉴판을 집어 들며 말했다.

“아, 그러시구나. 하하. 아 그럼 물론이죠! 누구와의 식사 자린데요. 자자, 오늘은 제가 쏘기로 한 자리니까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마음껏 시키세요. 어떻게, 아예 코스요리로 갈까요?”

말을 내뱉은 그가 곧바로 종업원을 호출했다.

그리고 메뉴판을 훑으며 주문할 음식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때, 하준이 메뉴판을 덮으며 종업원에게 말했다.

“D 코스 요리로 세 개 부탁드립니다. 식사는 나중에 따로 주문하는 걸로 하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이 인사와 함께 룸을 빠져나가자, 최윤섭은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엇보다 그 정도 가격대의 요리를 대접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하준이 곧바로 옅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처음 뵙는 자리인만큼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님.”

“아니, 대표님이 왜요? 오늘은 제가 우리 구 사장님께 대접할 일이 있어서 마련한 자리인데.”

“네, 압니다만 오늘은 여러모로 제가 사는 게 맞는 자리인 것 같아서 그러니, 부담 없이 편하게 드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준의 말에도 최윤섭은 여전히 께름칙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턱을 매만졌다.

“흠…… 부담 없이라. 그러기엔 우리 서로 일하는 분야가 전혀 관련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뭣보다 그냥 가볍게 얻어먹기엔 가격대 자체가 전혀 가볍지 않은 것 같고.”

최윤섭의 말에 구세희가 끼어들며 말했다.

“아이참. 평소엔 여기저기서 잘도 얻어먹으면서 갑자기 왜 이러실까, 우리 최 기자님? 나한테 빚 갚기로 한 건 그냥 이걸로 받은 셈 칠 테니까 오늘은 그냥 유 대표님이 대접하는 걸로 해요. 그럼 서로 윈윈이고 좋잖아요, 그쵸?”

구세희의 얘기에 최윤섭이 앞에 앉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흠, 윈윈이라고 하는 걸 보니 정말 뭐가 있긴 있나 본데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선 팔짱을 끼는 최윤섭.

“어떤 부탁인지 일단 들어나 봅시다. 어차피 할 부탁이라면 밥 나오기 전에 듣는 게 아무래도 맘 편할 것 같으니까.”

잠시 후, 주문했던 코스 요리가 회전판 위로 가득 채워졌고 식사를 이어가던 최윤섭은 하준의 얘기에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저한테 파워블로거에 대한 악의성 기사를 써달라 이겁니까?”

“사실 위주의 내용이 될 테니 악의성은 아닐 겁니다.”

“아니, 출처를 밝힐 수 없다면서요? 그럼 유 대표님 말만 듣고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건데. 그러다 팩트가 아니기라도 하면 어떻게 책임지시려고요? 이거 까딱하다 역풍 맞으면 한순간에 기레기로 전락해 버릴 만한 기삿거리예요.”

‘기레기’라는 단어에 옆에서 듣고 있던 구세희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최윤섭은 구세희 쪽을 잠깐 힐긋하고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으흠. 뭐 아무튼, 그것도 그거지만 제가 명색에 연예부 기자인데 그깟 파워블로거에 대한 기사나 쓴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뭣보다, 저한테 득이 될 거라곤 하나도 없는데.”

최윤섭의 말에 하준은 미래 예지를 통해 얻은 정보들, 그리고 이곳에 오는 동안 조사한 것들을 떠올렸다.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피해자가 다수인 상황입니다. 머지않아 곧 터지게 될 문제이기도 하고요. 만약 이런 상황에서 기자님이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내보내게 된다면 기자님 이미지엔 꽤나 큰 득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기자님의 행보와는 전혀 다르다 보니 오히려 더 대비되는 효과도 있어 보일 거고요.”

하준의 마지막 말에 구세희가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윤섭은 그런 구세희를 또 한 번 힐긋거리고는 혼잣말을 작게 내뱉었다.

“참나. 내 행보가 대체 뭐 어쨌다는 건지…….”

앞에 놓인 물잔을 들이켜고는 최윤섭이 하준을 바라봤다.

“그러는 유 대표님은 대체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나서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엔터 쪽 일이랑은 전혀 무관한 것 같은데. 혹시 뭐, 피해자 중에 지인이라도 있는 겁니까?”

최윤섭의 물음에 구세희도 하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 또한 하준의 부탁에 수락하긴 했지만, 그의 의중까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깐의 텀을 둔 하준은 짧게 답했다.

“네. 그리고, 저 또한 포함이고요.”

갑자기 나타난 미래예지.

그리고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어 버린 미래.

하준은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라는 것을.

그런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면 멤버들뿐 아니라, 하준 자신에게도 무척이나 큰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하준이 생각해 낸 방법은 이것이었다.

자신만이 아는 정보를 이용해 사건을 일찍 터뜨리는 것.

어쨌거나 해당 사실이 팩트인 것만은 변함 없었으니까.

꽤나 진지하게 내뱉는 하준의 말에 구세희는 물끄러미 하준을 바라봤다.

분명 그동안 하준에게서 봐왔던 모습과는 꽤나 이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최 기자님. 유 대표님이 말씀하신 그 기사, 그냥 저 믿고 한 번만 써주세요. 혹여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은 제가 다 질 테니까.”

“예? 아니 구 사장님이 왜요?”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최윤섭에게 구세희는 담담하게 내뱉었다.

“얘 일이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

“얘…… 얘요?”

최윤섭의 눈동자가 더욱더 키워졌고, 하준 또한 갑작스러운 발언에 그녀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구세희는 여전히 같은 표정을 유지한 채로 단호하게 답했다.

“네. 얘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니까요.”

* * *

오후 늦은 시각의 촬영장.

어느덧 창문 바깥으로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안쪽에선 막바지 촬영 준비를 위해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메인 작가 이진주가 이제 막 인터뷰를 끝내고선 윤정유에게 다가왔다.

“어머님 인터뷰는 잘 끝냈어요 PD님! SNS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미인이시던데요? 호호.”

“고생했어.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고?”

“아, 다른 건 딱히 없었는데 출연료 인상 얘기를 좀 하시더라고요. 사전 미팅 후에 생각해 보니까 너무 페이가 작은 것 같다면서. 그래서 일단은 PD님께 여쭤보고 말씀드리겠다고만 했어요.”

“흐음.”

잠시 고민하던 윤정유는 곧 고개를 끄덕여 왔다.

“원하시는 액수가 있는지 물어보고 최대 1.5배까지는 맞춰 드려. 방송 날짜도 얼마 안 남았는데 괜히 이런 걸로 문제 생기지 않게.”

“네, 알겠습니다 PD님!”

노트에 메모를 하고선 메인 작가가 다시 물어왔다.

“그나저나 첫 촬영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PD님은 어떠셨어요? 멤버들도 의외로 침착한 모습들이었던 것 같고.”

“응, 나쁘진 않았어. 근데 너무 침착하기만 하니까 그게 오히려 좀 아쉽기는 하더라.”

윤정유의 말뜻을 이해한 이진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그건 그렇죠. 휴, 원래 계획대로 쌍둥이들이 섭외됐으면 훨씬 더 재밌는 그림들이 많이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아쉽긴 하다, 그쵸?”

“뭐 어쩔 수 없지. 편성 날짜가 앞당겨지는 바람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니까.”

말을 내뱉고는 윤정유가 촬영장을 훑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진주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촬영 내내 유 대표님이 안 보이시는 것 같던데. 어디 계신지 알아?”

“아뇨. 그렇지 않아도 아까 매니저분한테 물어봤더니 급하게 볼일이 있으셔서 잠시 나가셨다고만 하더라고요. 그래도 멤버들 첫 촬영인 만큼 같이 있어 줬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한데.”

멤버들이 하준에게 얼마나 의지하는지는 윤정유도 잘 알고 있던 터라, 이진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이기는 했다.

얼추 다음 촬영 준비가 끝나가는 것 같아 윤정유가 대본을 넘기려던 그때.

“피, 피디님! 얼른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마치 비상 상황이라도 터진 듯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는 막내 작가의 모습에, 윤정유도 대본을 놓고선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윤정유의 닫혀 있던 입술이 꽤나 크게 벌어질 수밖엔 없었다.

[모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 예정이었던 인플루언서 A씨. 알고 보니 ‘악질 블로거지’로 밝혀져.]

자극적인 헤드라인부터 시작해, 기사의 본문을 빠르게 읽어나가던 윤정유는 해당 기사의 A씨가 누굴 가리키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전 방송사를 통틀어 육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곳은 오직 자신뿐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레 터져 나온 뜬금없는 기사에 윤정유는 곧바로 기사의 하단을 확인했다.

그러자 그곳엔, 무척이나 익숙한 기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메인 작가와 막내 작가도 해당 기자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입을 열어왔다.

“어? 잠깐만…… 이 기사 쓴 사람이 최윤섭 기잔데요?”

“그러네! 이 인간이면 애초에 근거없는 기사일 확률이 높잖아요!”

방송 제작자들 사이에선 기레기 중에 기레기로 불리우는 최윤섭.

그런 그의 기사였기에 작가진은 당연히 터무니없는 뉴스일 거라 믿고 있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윤정유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전화 목록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곧 어느 한 이름에 멈춰 서서 지체하지 않고 바로 통화를 연결했다.

“최 기자님. 저예요, 윤정유. 제가 전화한 이유에 대해선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겠죠?”

윤정유가 통화를 이어가는 동안, 메인 작가와 막내 작가는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대화의 방향을 추측해 나갔다.

그녀들의 바람을 윤정유가 반드시 이루어줄 거란 기대감과 함께.

그런데, 기세등등하게 시작했던 그녀의 표정이 웬일인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꽤 큰 충격을 받은듯한 얼굴로 윤정유가 입을 벙긋거렸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누가 제보한 거라고요?”

그때, 말을 내뱉은 윤정유의 시선이 현관문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름아닌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내뱉은 바로 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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