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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스타 메이커-10화 (11/165)

10화

BJ 레티의 방송 스튜디오로 사용되고 있는 도곡동의 한 오피스텔.

방음 시설이 갖추어진 방 안에선 레티와 그의 매니저가 방송 세팅을 하고 있었고, 대기실로 쓰이는 거실에선 다섯 아이들이 자릴 잡고 있었다.

“대박! 형 우리 진짜 레티 방송에 출연하는 거 맞아요?”

지호의 물음에 은호가 되물었다.

“레티가 그렇게나 유명한 사람이야? 얼마나 유명한데?”

그러고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준을 쳐다봤다.

“야, 서이준. 넌 아냐? 레티?”

이준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이, 형들도 참! 파프리카 TV 대상 BJ이자 너튜브 구독자 200만에 달하는 레티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이런 건 기본 상식 같은 건데!”

“뭐? 상식? 이 자식이. 공부하라고 학교 보내놨더니 너 맨날 그런 거나 보고 있었냐?”

“아악! 왜 때려요!”

기어이 은호한테 이마를 쥐어 박히고는 머리를 매만지는 지호의 모습에 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표님. 근데 저희 정말 오늘 이 방송에 출연하는 거예요? 이 분 엄청 유명하신 분인데…….”

하늘의 물음에 하준이 되물었다.

“왜, 긴장돼?”

“아뇨 그렇다기보단…… 이렇게 유명하신 분이 아직 데뷔도 못한 저희 같은 그룹이랑 합방을 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요.”

하늘의 얘기에 나머지 애들 또한 같은 얼굴로 하준을 쳐다봤다.

“뭐 어차피 나중엔 너희가 훨씬 더 유명해질 거 아냐?”

“……그거야 그러면 좋겠지만.”

“흠. 아직 방송 시작도 전인데 다들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어서 되겠어? 인터넷 방송이긴 해도 너희를 처음 알리는 자린데 최대한 열심히 하고 가야지.”

하준의 얘기에 처져 있던 고개들이 하나둘 주억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위해 하준이 어렵게 마련했을 자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내 하늘이 하준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어 보였고, 나머지 애들도 심호흡들을 내뱉으며 방송에 임할 준비를 시작했다.

잠시 후, 방송 준비를 끝마친 레티가 하준에게로 다가왔다.

“대표님! 이제 방송 들어갈 건데 다들 준비는 다 되신 거죠?”

하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어려운 부탁이었을 텐데 흔쾌히 수락해줘서 고마워요.”

“하하, 이 정도로 뭘요. 월말인데도 그렇게나 후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게다가, 나중에 데뷔해서 잘 되면 그땐 저도 도움받는 날이 있지 않겠어요?”

하준이 긍정의 미소를 짓자, 레티도 씩 웃어 보이고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인터넷 방송은 처음이시라 낯설게 느껴지시는 것들이 많을 거예요. 예를 들면 채팅 문화라든가. 제가 원래 여자 게스트 위주로만 합방을 해왔어서 오늘은 유독 반응이 좋지 않을 수도 있구요. 뭐, 그래도 상처받지 마시고 편하게 하시면 돼요. 아시겠죠?”

“네!”

“그럼 대본 숙지 꼭 하시고, 조금 있다 저희 매니저가 싸인 드리면 들어오세요.”

레티가 얘길 마치고는 스튜디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 하준을 바라봤다.

“대표님, 오늘 같은 방송은 정말 ‘도 아니면 모’예요.”

정확한 의미를 묻는 하준의 표정에 경험 많은 레티가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였다.

“완전 망하거나. 아니면 레전드 찍거나.”

* * *

“형님들 반갑습니다! 아이고, 우리 신선과일 형님! 시작부터 500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시작부터 수금?

-찬다 찬다

-레티 업!

-오늘 메이저 다 휴방 ㄹㄱㄴ

-오늘 빈집이다 레게노 방송 한번 찍즈아!

“자자, 형님들. 잠시 집중해 주시구요. 오늘은 제가 중대 발표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갑자기? ㅋㅋㅋㅋ

-웬 중대 발표?

-또 대본 지겹 ㅋㅋㅋ

-백 퍼 대본이고 주작이다 ㅋ

-됐고. 그래서 게스트 ㄴㄱ?

“우선, 오래전부터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인 만큼 다들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진지한 척 개웃기네 ㅋㅋㅋㅋ

-연기 오지구요

-휴방각 잡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봇 연기 ㅋㅋ

“저 레티. 오늘부로 파프리카, 너튜브 등 모든 플랫폼에서 은퇴를 선언하는 바입니다.”

-???

-??

-????????

-헐

-갑자기?

-미친

-왜???

-너무 뜬금포 아님?

-ㅋㅋㅋㅋㅋ주작이겠지

“그리고 앞으로는, BJ가 아닌 한 명의 가수로서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될 것 같습니다.”

-?????? ㅋㅋㅋㅋㅋㅋ

-장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탱

-ㅋㅋㅋㅋ 레티 음치인 거 모르는 사람 없쥬?

-ㅋㅋㅋㅋㅋ진짜 올해 들은 소리 중 제일 쌉소리네

-ㅋㅋㅋㅋ레티 음치 박제 영상 조회 수가 몇인데 ㅋㅋㅋㅋ

-구라도 성의가 있어야지 ㅉㅉ

채팅창을 확인한 레티가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말했다.

“네, 그동안 웃기려고 괜히 음치인 척한 거구요. 잠시 방제 좀 바꾸고 갈게요.”

[레티, 오늘부로 연예계로 떠납니다. 함께할 데뷔 멤버 전원 공개.]

방 제목이 바뀌고 나자 채팅창의 화력은 더욱더 거세졌다.

어그로가 끌린 레티 방은 빠르게 시청자 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자, 아직도 믿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으니까 더 질질 끌지 않고 바로 저희 멤버들 소개하겠습니다. 데뷔를 앞두고 있는 신인들인 만큼 다들 매너 채팅 부탁드릴게요.”

레티가 옆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얘들아, 나와.”

-?? 진짜임?

-아니겠지 설마 ㅋㅋ

-레티가 진짜 아이돌을 한다고?

-사실 인기로만 보면 못할 건 없긴 한데…….

-ㅋㅋㅋㅋㅋ이걸 믿는 혹우들은 진짜 ㅋㅋㅋㅋ

-와, 만약 진짜면 레게노다.

-제발 대본이어라

-이거 구라면 너튜브 채널 삭제 ㄱㄱㄱ

레티가 주고 있는 비장한 분위기에 채팅창 또한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청자는 계속 차오르고 있었다.

곧이어 레티의 스튜디오 안으로 모습들을 드러내기 시작한 다섯 명의 아이들.

레티를 포함한 여섯 명의 인원이 일열로 대열을 갖추고 나자, 레티가 다시 한번 진지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아직 데뷔 날짜는 안 정해졌지만, 아마도 올해 안으로 이렇게 6인조 그룹으로 데뷔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주셨던 관심과 사랑, 앞으로도 쭉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다들 인사!”

“안녕하세요!”

-헐 뭐야. 진짜임?

-비주얼들 보니까 진짜인 것 가튼데?

-와…… 미쳤다. 대박.

-어디서 섭외해 온 애들임?

-소속사는 ㅇㄷ?

-근데 레티 나이가 아이돌 할 나이는 아니지 않음?

-나락!

-나락!

-나락!

어느새 과몰입한 시청자들로 인해 채팅창의 화력은 더욱더 거세지고 있었다.

이미 상황을 숙지하고 있던 아이들 또한 생각 이상의 반응들로 인해 당황한 기색을 숨기기 어려웠다.

하지만 레티만은 여전히 비장한 표정을 유지한 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20초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레티가 대열을 빠져나오더니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자, 이제 시청자 수 5만 돌파했으니까 다시 방제 바꿀게요!”

[그래미 어워드 출시 아이돌 그룹! 최초 합방!]

바뀐 방제에 또 한 번 채팅창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 새끼 이럴 줄 알았다. 또 어그로였음 ㅡㅡ

-너튜브 채널 삭제해라.

-지금 당장 구독 취소하러 간다.

-ㅋㅋㅋㅋㅋㅋ 속은 니네가 ㅂㅅ아님?

-대본이라고 했잖아ㅡㅡ

-레티 이러는 거 하루 이틀 봄? ㅋㅋㅋ바보들

“아잉 형님들 왜 그러쎄영~ 제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아이돌은 무슨 아이돌입니까앙~”

늘상 있던 일인 듯, 능청맞은 애교를 선보이고는 레티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 일단 이쪽으로 앉으시고요.”

그러고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아이돌 데뷔는 어그로였고요! 오늘은 방제에 써놓은 것처럼 두 번 모실 수 없을 ‘진짜’ 아이돌분들을 초대했습니다. 자그마치 그래미 어워드!”

특정 단어에서 레티가 말을 멈추자, 비난을 이어가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미 어워드 출신이라고? 진짜 ㄹㅇ임?

-헐,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ㄴㄱ임?

-??? 출시라고 돼 있는데?

-그런 애들이 여기 왜 나옴? ㅋㅋㅋㅋ

-잘 보셈. 출시임. 또 어그로ㅡㅡ

-시작부터 구라의 연속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아이, 구라라뇨, 형님들~ 출시라고 했잖아요~ 친구들! 미래에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 받을 거예요, 안 받을 거예요?”

불쑥 들어온 질문에 지호가 황급히 답했다.

“아, 받을 거예요!”

“것 보세요, 형님들~ 제 말이 맞나 안 맞나는 몇 년 뒤에 직접들 확인해보시구요. 자, 그럼 제가 간단히 소개부터 해드릴게요.”

채팅창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듯 레티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일단은 이제 데뷔를 막 앞두고 있는 따끈따끈한 신인 그룹인데, 정식데뷔 전에 방송 경험도 해보고 얼굴도 알릴 겸 해서 이렇게 합방을 하게 된 거구요. 이게 뭐 오디션 같은 건 아니지만, 방송이 끝날 즈음엔 이 그룹이 잘될 것 같은지 안 될 것 같은지 시청자 투표 한번 받아볼 예정이거든요? 다들 동의하시죠?”

“아, 네!”

“형님들도 오케이?”

-니 혼자 오케이?

-남자에 관심 없다 ㅡㅡ

-부를 거면 걸그룹을 불렀어야지. 레티 감 다 떨어졌네 ㅉㅉ

-요새 아이돌 보면 다 거기서 거기임. 구분 안 됨.

-ㅋㅋㅋㅋㅋㅋㅋ 괜히 나왔다가 상처만 입고 가겠네

-시청자 수 빠진다!

이미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레티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자 그럼 다들 오케이하신 걸로 알고요. 일단 채팅창 보니까 다들 편견들이 좀 있는 것 같은데.”

레티가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저도 아이돌하면 떠오르는 선입견 같은 게 있었거든요? 일단 뭐, 눈만 뜨면 매일같이 모르는 그룹들이 생겨나고 그러니까 솔직히 관심이 안 생기게 되는 것도 맞고요. 근데! 제가 이 영상을 보고는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뭐랄까, 이 친구들은 진짜 좀 다른 것 같다는 그런? 아, 일단 영상 하나 띄워 드릴게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방송화면 위로 떠오르는 영상 하나.

바로 며칠 전, 김진성과 있었던 테스트 장면이었다.

하지만 레티가 띄운 영상은 첫 번째 정식 테스트가 아닌, 김진성의 요청으로 이뤄진 두 번째 영상.

그곳에 서 있는 아이들은 일제히 안대를 낀 채로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영상 대신 채팅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레티.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얼굴엔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채팅창의 분위기가 그가 원했던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쟤네 왜 안대 끼고 하는 거?

-저거 투명 안대임?

-헐…….

-미친. 안대를 끼고 어떻게 저렇게 잘 출 수가 있지?

-이 정도면 춤추는 기계들 아님?

-소름 돋…….

-올해 본 영상 중에 제일 레게노다.

안무가 진행되는 3분여 동안 채팅창은 쉴 새 없이 위로 올라갔고, 대부분의 반응들이 영상을 보기 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려 2년 동안이나 방치돼 있어서 아무런 코칭도 받지 못 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이런 실력들과 합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연습입니다.”

“연습?”

“네.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어서.”

“허, 참. 대체 어느 정도로 연습을 해야 이 정도 수준이 나올 수 있는 거야?”

테스트가 모두 끝난 후 김진성과 이준의 짧은 대화 장면이 흘러나왔고, 김진성의 감탄 섞인 혼잣말과 함께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헐, 저거 김진성 아님?

-진짜 김진성이네. 이거 대체 무슨 상황임?

-ㅋㅋㅋㅋㅋ김진성이 감탄하고 있는 표정이 아까 내 표정이었음.

-와. 완전 연습벌레들인가 보네.

-레게노다, 레게노.

-근데 왜 방치돼 있었음? 소속사 없음?

-소속사 일 드럽게 못 하나 보네.

-영상 보고 나니까 느낌 확 달라진 거 실화임?

아이들은 모르게 하준이 레티에게 건네준 해당 영상은 예상대로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레티가 아이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도 신기해서 몇 번이나 돌려본 영상이었는데, 지금 채팅창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게 ‘대체 왜 2년 동안이나 방치돼 있었냐’라는 질문이거든요? 이거에 대해 아무나 답변 좀 해줄 수 있을까요?”

채팅창과 레티를 번갈아 바라보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준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곧 이준이 천천히 입을 열어왔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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