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주표묘록-184화 (18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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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영혼 없는 자들이 질주하는 밤 (10)

그는 허공을 선회하는 새를 예의주시했다.

“부엉이입니다.”

“부엉이?”

“사체를 먹는 새의 한 종류이지요. 온몸이 시커멓고 우는 소리가 사람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저희 집은 본래 사냥꾼 집안이라서 숲속에 살았는데 이런 새는 실수로 쏘더라도 버리고 먹지 않습니다.”

고월의는 잠시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체를 먹어서군, 그렇지?”

“네. 그래서 전장에 가장 많습니다. 이 새들은 어디에서 큰 전쟁이 일어날지도 느낄 수 있는지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죽은 사람이 있으면 곧장 달려들어 먹습니다. 저희 토박이들은 살기와 죽음의 기운이 부엉이를 소환한다고 말합니다. 매우 오묘한 기운으로 전쟁 전에 반드시 나타나며 부엉이는 그것을 느낄 수 있지요. 다 시골 사람들이 하는 말이니 장군께서는 괜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다만…….”

백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왠지 근처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계속 지켜보는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본다고?”

깜짝 놀란 고월의가 성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널브러진 시체들이 켜켜이 쌓인 황폐한 땅과 아득히 먼 곳에서 휘청휘청 흔들리는 칠흑 같은 숲뿐이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해 바람이 사사삭 나뭇잎 사이를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이따금 들리기도 하고 안 들리기도 했다. 성 밖 전쟁터, 여전히 곧게 세워진 철갑창에는 죽은 자의 머리가 꽂혀 있었다.

“저 부엉이들은 줄곧 내려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이 저리 많은데도 하늘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아까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서워서 내려와 먹을 엄두를 못 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리군이 남긴 척후가 부근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군. 사람을 보내 전방의 숲을 탐색해 보았는가?”

“사람을 보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부엉이는 척후를 겁내지 않습니다. 전쟁터에서는 가끔 한쪽에서 싸우고 있으면 다른 쪽에 내려와 시체를 쪼아 먹기도 하거든요. 부근에 어마어마한 군대가 숨어 있다면 또 모르죠. 저희 시골 사람들은 부엉이가 산 사람의 기운을 무서워한다고 말합니다.”

“산 사람의 기운?”

고월의는 순간 놀랐다.

갑자기 아래에서 묵직한 충격음이 들려왔다. 불을 둘러싸고 앉아 있던 군사들도 삽시간에 소리를 죽였다. 그들은 가장 정예한 출운기군 궁수들이었다. 신병이라고 해도 청각이 가장 민감해서 화살이 목표물에 명중하는 소리만 듣고도 나무에 맞았는지, 갑옷이나 사람 몸에 맞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소리는 아래에서 들려왔고, 아래는 바로 상양관 성문이었다. 묵직한 충격음은 천천히 반복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고월의는 허리칼을 움켜쥐며 물었다.

“아래에 아직 밥 먹으러 올라오지 않은 병사가 있나?”

백부장도 고월의처럼 허리칼을 움켜잡고 입을 꼭 말아 문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묵직한 소리가 계속되었다. 한 차례, 한 차례 울릴 때마다 쭈뼛쭈뼛해지는 느낌이었다.

고월의는 조심스럽게 성가퀴 너머로 몸을 반쯤 내밀었다. 성문 밖 상황을 제대로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밤이라 잘 보이지가 않았다. 달빛이 성벽에 가려져 성문 앞은 온통 깜깜했다. 고월의는 그곳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증명할 그 어떤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다. 날씨가 추워졌는데도 성 밖의 시체에서 기이한 냄새가 나는 탓에 군사들도 밖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 바깥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한데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 나고 있었다. 정말 누군가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내려가 보자.”

고월의는 들고 있던 죽 그릇을 내려놓았다.

50여 명의 군사가 허리춤의 각궁을 뽑아들고 묵묵히 고월의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재빨리 성 아래로 내려가 성문 뒤로 반월진(半月陣)을 쳤다. 가장 강력한 궁수 진형 중 하나였다. 반월진에서 목표물로 화살이 쏘아져 나가면 적은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방어할 수가 없었다. 출운기군은 자신이 있었다. 그들의 활은 강했다. 날카로운 화살 50여 대가 첫 공격에 모든 적을 고꾸라뜨릴 것이었다.

“현이.”

고월의가 나직하게 말했다.

군사들은 화살촉을 바닥으로 향한 채 각궁을 반쯤 잡아당겨 화살을 잡은 손을 볼에 붙였다.

“영월.”

군사들은 일제히 화살을 가득 당겼다. 50여 개의 활이 좁은 성문 틈으로 집중되었다.

충격음이 계속 들려왔다. 느리고 묵직한 소리였다. 군사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 소리는 군사들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 머릿속에서 괴상한 박자로 끊임없이 반복되며 쿵쿵 울리는 듯했다.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아까 그 젊고 준수한 군사가 나왔다.

백부장은 잠시 망설였다. 성문 밖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들짐승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늘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법.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청년을 보내려니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백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 청년이 스스로 나섰으니 어리다는 이유로 못 가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누구나 통수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 보일 기회를 원했다.

“조심해라. 틈만 살짝 벌리고 얼른 한쪽으로 피해. 그게 뭐든 다 꿰뚫어 버리게.”

백부장이 당부했다.

청년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횃불을 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통수 앞에서 처음 제 능력을 보이는 일이었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이미 다 생각해 두었다. 성문의 구리로 만든 기괄을 풀고 성문을 살짝만 열어 곧장 횃불을 내던질 것이다. 그럼 바깥의 존재가 무엇이든 눈이 부셔서 시야가 가물거릴 터. 그때 자신은 재빨리 피하고 후방의 전우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면 해결될 것이다.

이 성문은 새것이었다. 예전 성문은 벌써 서각충에 파손되었다. 바로 이 성문 안에서 위무왕 영무예가 말을 달려 나가며 혼자 힘으로 서각충과 하당군 방진을 무너뜨렸다. 아직도 서각충 잔해가 성문 밖에 남아 있었다.

청년은 기괄을 힘껏 젖혔다. 옛 성문에서 떼어낸 이 기괄은 100년 넘게 사용해온 오래된 물건이었지만 여전히 성능이 좋았다. 톱니바퀴가 꽉 맞물리며 천천히 돌아갔고 잠겨 있던 성문의 쐐기가 빠졌다. 성문은 끼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청년은 활 연습을 할 때 표적을 조준하는 것처럼 결연하게 문틈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횃불이 충분히 통과할 만큼 틈이 벌어진 순간, 횃불을 문틈에 던졌다.

청년은 재빨리 피하려 했으나 무언가의 속도가 그의 횃불보다 훨씬 빨랐다. 금속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란 무기 하나가 문틈으로 찌르고 들어왔다. 그 무기는 청년이 내던진 횃불을 날려버리고 그의 전포를 꿰뚫고 흉골을 부수며 가슴을 관통했다!

활을 당긴 채 대비하던 진북국 군사들은 상황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뿐더러 대응할 새도 없었다. 들리는 것은 묵직한 소리뿐이었는데 누군가가 철제 장화를 신은 발로 세게 성문을 차는 것 같았다. 젊은 군사는 성문 앞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바깥의 발길질에 성문이 열렸다. 청년이 던진 횃불이 바닥에 떨어지고 사방으로 불꽃이 튀며 청년의 인영을 비추었다. 청년의 몸은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문 밖에서 우람한 인영 하나가 기다란 무기에 찔린 청년을 공중으로 들어 올린 것이었다.

모두의 시야에 그 무기가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초위국 산진창병이 사용하던 거대한 철갑창이었다. 이 무시무시한 철갑창은 적려를 봉쇄한 강철 가시를 만든 무기였다.

“파로!”

고월의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고월의는 어째서 성문 밖에 초위국 군사가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자가 자신의 부하를 한 명 죽였다. 고월의는 엄청난 위험에 직면했다고 느꼈다. 궁기병인 고월의는 수중의 각궁을 믿었다. 모든 위험은 최단 시기에 화살을 퍼부어 평정해야 했다.

50여 대의 날카로운 화살이 쌩 하며 쏘아졌다.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모든 화살이 명중했다. 어떤 사람도 이런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설령 미쳐 날뛰는 수소라 할지라도 화살에 맞아 물러날 것이었다. 우람한 인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꽂힌 채 묵직하게 쓰러졌다. 청년을 관통한 긴 창도 바닥에 떨어졌다.

궁기병들은 다시 화살을 집었다. 경계심을 풀 수 없었다. 밖에 누가 더 숨어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들이 두 번째 화살을 활시위에 거는데 밖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바람소리 같기도 했지만, 십수 명이 동시에 크게 호흡하며 무언가를 힘껏 들어 올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군사들은 각궁을 가득 잡아당겼다. 동작에는 일말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너무나도 괴이한 상황에 두려움이 일체를 압도했다.

“장군, 비키십시오!”

백부장이 돌연 포효했다.

그는 몸을 훌쩍 날려 고월의를 밀쳐냈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검은 형상 하나가 공중에서 휙 성문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검은 형상이 일으킨 바람소리만으로도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었다. 애당초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닥에 떨어졌으나 멈추지 않고 군사들 쪽으로 굴러왔다. 속도가 몹시 빨라 군사들은 흩어질 새도 없었다. 그것이 사람들의 몸 위로 굴러갔다. 짓눌린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기껏해야 한 차례 짧게 울부짖었을 뿐이었다.

고월의는 한눈에 보고 알았다. 그것은 서각충의 거대한 채였다. 윗면에는 영무예의 패도에 잘려나간 쇠사슬이 붙어 있었다. 본래는 성 밖에 가로놓여 있던 것으로 십수 명의 군사들도 옮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그것을 안으로 던진 것이다.

고월의가 훌쩍 뛰어 일어났다. 백부장도 일어났다. 죽은 사람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실수를 만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성문 밖에는 아직 사람이 있었다. 비록 어떤 적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문을 열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제 남은 인원으로는 소규모 공격도 막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무슨 수를 써서든 성문을 닫아야 한다!

고월의가 채 돌진하기도 전에 쌩 하는 우전 소리가 덮쳐왔다. 화살촉이 만들어낸 기류가 느껴질 정도였다.

성문 밖에서 쏘아진 강한 화살은 출운기군의 화살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고월의는 고개를 숙이고 웅크려 앉았다. 화살이 그의 머리카락 사이를 스쳐 지나갔고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나갔다. 상대의 무시무시함을 깨달은 고월의는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 화살은 흠 잡을 데 없이 강하고 정확했다. 고월의는 10년간의 꾸준한 훈련과 직감에 의지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고월의가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두 번째 화살이 그의 앞에 당도했다! 고월의는 아무 생각 하지 않고 허리칼을 뽑아 가로로 휘둘렀고 두 번째 화살은 반토막이 났다. 그는 살짝 뒤편으로 고개를 틀어 첫 번째 화살이 파고든 마초 운송 수레를 보았다. 화살 꼬리가 웅웅 울리는 것만으로도 화살에 실린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쌍련주(雙聯珠)’라는 궁술로 매우 심오한 궁술의 정수였다. 출운 궁기병 중에서도 전수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첫 번째 화살은 그저 적을 압도하기 위함이었다. 진정한 살인술은 거의 쉼 없이 바로 날아온 두 번째 화살에 숨어 있었다.

“문을 닫아라!”

고월의가 고개를 돌려 거대한 추를 피한 군사에게 호통쳤다.

호령하자마자 쌩 하는 화살 소리가 재차 고월의 앞으로 날아왔다. 그가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세 번째 화살이 그의 뒤통수 가까이 다가왔다.

삼련주(三聯珠), 고월의도 들어보기만 했던 궁술의 기적이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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