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주표묘록-123화 (123/360)

123

2장. 첫 출정 (1)

성제 3년, 8월 초닷새.

희야가 고개를 들었다. 달이 가느다랗게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비늘구름이 낀 흐릿한 날씨였다. 뭉게뭉게 구름무늬가 짙은 남색빛 밤하늘을 촘촘하게 뒤덮었다. 우연은 희야의 곁에서 모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어 옆에 놓아두고 나란히 담벼락에 앉아 있었다. 밤바람 속 두 발이 서늘했다. 희야는 우연, 여귀진과 함께 성 밖으로 나갔던 때를 떠올렸다. 두 다리를 차가운 계곡물에 담그고 셋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따스한 오후 햇살 속에서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잠들었더랬다.

지금은 산보를 나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희야는 쇳빛 갑옷을 걸치고 어깨에는 기장의 군 휘장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희야는 멀리 성벽 위의 등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출정해 공적을 세우고 웅장한 제 이상과 포부를 이룰 것이다. 사자 같다는 그 사내도 만날 것이다. 개선해 돌아와 성문 아래를 지날 때면 그는 선봉에서 기병대를 이끌고 양쪽 길가에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을 것이다. 누구도 그의 영광을 무시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어쩌면, 이번에 사자 같은 사내의 칼에 죽을 수도 있다.

“야, 바보. 문제 낼게. 맞춰봐.”

우연이 불쑥 말을 꺼냈다.

“응, 말해.”

“상양관에 가니까 상양관의 고사에 관해 물어볼게. 너희 동륙 문자에서 ‘상(殤)’ 자는 죽음을 뜻하는 불길한 글자야. 근데 왜 상양관이라고 하는지 알아?”

우연이 희야를 돌아보았다. 우연은 긴 머리카락을 말꼬리처럼 하나로 묶고 있었는데 제대로 틀어 올리지 못한 머리칼 한 가닥이 바람 속에서 오르락내리락 흩날렸다.

그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간 희야를 향해 우연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책 안 읽지! 때려죽여도 책이라곤 안 읽는 잘난 소!”

“잘난 소?”

희야는 깜짝 놀랐다. 우연은 희야를 그렇게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떨 때는 나무토막, 어떨 때는 야생 원숭이라 불렀으며, 어떨 때는 겁쟁이 곰이라 했다. 하지만 잘났다는 식으로 불러준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넌 멍청한 소야. 멍청이! 멍청해!”

우연은 코를 찡그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우연은 희야에게서 고개를 휙 틀어버렸다.

“장미 황제 백윤이 병사를 이끌고 양관 습격을 강행해서 10만 명이 넘게 전사했어. 담벼락 아래 쌓인 시체로 비탈길이 만들어져 양관 위로 걸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였지. 백윤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양관의 이름을 ‘상양관’으로 바꾼 거야. 슬픔을 의미하는 거지.”

희야는 한마디를 보탤 뿐이었다.

“나도 알아. <사주장전록(四洲長戰錄)>에서 봤어.”

희야가 아는 고사는 시장의 이야기꾼들에게서 들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왜 양관 습격을 강행했지?”

우연이 희야를 돌아보며 물었다.

“장미 공주가 죽게 생겼으니까. 장미 공주는 죽기 전에 백윤이 태청궁 황좌에 오르는 걸 보고 싶어 했잖아.”

희야가 대답했다. 그는 연의 소설에서 제멋대로 풀어낸 이야기를 제 손금 보듯 훤히 꿰고 있었다.

“내가 곧 죽는다면 너도 병사를 이끌고 상양관을 무너뜨릴 수 있어?”

희야는 흠칫 놀랐다. 갑자기 바뀌어버린 화제에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희야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지만 넌 아무 일도 없잖아. 내가 황제가 되길 바라지도 않고.”

“가정이잖아! 가정!”

우연은 언짢아졌다.

“내가 곧 죽는다고 가정하고 너더러 상양관을 무너뜨리라고 하면 할 거야?”

“하지만…….”

희야는 소녀 같은 치기에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 살짝 어안이 벙벙해졌다. 희야가 생각하기에는 우연도 벌써 열다섯이나 먹은 아가씨였으니 이제 어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네가 죽게 생겼는데 뭘 해달라든 다 해줘야지.”

희야는 그리 진지할 필요 없다고, 그저 생떼 부리는 소녀를 달래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성의가 없잖아!”

우연이 바락 성질을 냈다. 그녀는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처럼 힘껏 이를 드러내 보이고는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한참이 지나도 우연은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우연은 아무 말이 없었고 희야도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우연?”

희야는 조심스레 우연을 불러보았다.

우연은 대답이 없었다.

“우연?”

희야가 우연의 어깨를 밀어보았다.

우연은 어깨를 비틀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병사를 이끌고 가서 상양관을 무너뜨릴게.”

더는 참지 못한 희야가 담벼락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천둥이 치듯 우렁찬 목소리였다.

“네가 나보고 황제가 되라고 하면 천계성도 무너뜨리러 갈 거야.”

마침내 고개를 돌린 우연은 희야를 흘겨보았다.

“병사? 병사가 어디 있어서?”

“병사가 있으면 병사를 이끌고 가고, 없으면 혼자라도 갈게. 이제 만족해?”

희야가 눈을 크게 떴다.

“너 좋을 대로 하셔! 난 상관없어!”

우연도 일어서며 입을 비죽거렸다. 우연은 두 팔을 벌려 균형을 잡았다. 시장의 줄타기꾼처럼 담벼락을 따라 몇 걸음 걷다가 돌연 훌쩍 뛰어오르더니 새처럼 멀리 달려갔다.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는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

희야는 물끄러미 우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발아래 돌멩이 하나를 툭 떨어뜨렸다. 돌멩이는 담벼락 아래 강물로 떨어졌고 잔잔하게 물결이 일며 수면 위 달빛이 부서졌다. 희야는 자신을 쳐다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보았다.

여귀진이 하얀 가죽 갑옷을 걸치고 강가에 서 있었다.

“희야. 가자. 장군께서 유풍당에서 우릴 기다리고 계셔.”

여귀진은 희야를 보지 않았다. 그는 멀어져간 새 같은 인영이 밤빛 아래 담벼락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유풍당.

식원도 비늘 갑옷에 검을 차고 중정에 서 있었다. 희야와 여귀진이 들어오자 식원은 다가가 군례를 행했다. 세 사람은 친구인지라 전에는 정식으로 예를 갖추지 않았다. 희야와 여귀진은 이 예절의 장엄함을 깨닫고 각각 군례로 답했다.

“숙부께서는 방 안에서 수양 중이셔서 내게 말을 전하라 하셨어. 여귀진 세자는 동쪽 곁채로 가고 희야는 여기에서 명령을 기다리래.”

“알겠어!”

여귀진은 대답하고는 홀로 후원을 향해 갔다.

여귀진이 멀어지자 식원은 고개를 돌려 희야를 보며 말했다.

“숙부께서 선물이 있다면서 나더러 여기서 기다렸다가 주라고 하셨어. 너는 숙부의 제자니까 첫 대면 선물을 줘야 하는데 그동안 줄 만한 게 마땅치 않았대. 이건 네가 분명히 좋아할 거라고 하시더라.”

희야는 깜짝 놀랐다.

“꽃… 같은 건 아니겠지?”

희야가 물었다. 그냥 하는 농담이었지만 사실 식연의 선물이 뭔지 희야는 정말로 상상이 되지 않았다.

“직접 봐.”

식원이 한쪽으로 비켜섰다.

희야는 마침내 선물을 보았다. 식원의 뒤에 있던 고동색 나무틀에는 오래되고 묵직한 창이 가로로 걸려 있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창날에는 처연한 빛이 흘렀다. 희야는 창을 보자마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창에서 흘러나오는 모종의 외침이 느껴졌다. 오래되고 묵직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희야는 손을 내밀었다. 손이 바르르 떨렸다. 창에 가까워질수록 기묘하고 긴 음률이 창에서 흘러나왔다.

희야는 덥석 창을 움켜잡았다!

그래, 이거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한 마리 살아 있는 독룡을 움켜쥔 느낌! 창 주인의 손아귀에서는 차갑고 단단하지만 고개를 쳐들고 포효하며 천하를 집어삼킬 수 있었다!

희야는 이번 생에 맹호소아창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희야의 핏줄에 이어진 듯한 이 창은 마치 그날의 깊은 밤에 부러진 적 없었던 것처럼 다시 그의 수중에 들어왔다. 희씨 가문 선조의 무기인 이 창은 오늘날 그의 성씨와 핏줄, 외침에 응답하며 돌아왔다.

식원이 희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묻지 마. 나도 모르니까. 하지만 숙부께서 그러셨어. 이 물건은 주인을 알아본다고. 이 창은 네 거야. 그래서 널 찾아 돌아온 거야.”

여귀진은 동쪽 곁채로 들어갔다. 유풍당은 본래 국주가 피서를 오는 별장이었기에 동쪽 곁채는 궁전처럼 웅장하지는 않아도 널찍한 방이었다. 안에는 찬바람이 서늘하게 불었고 등은 켜져 있지 않았다.

“왔구나.”

넓은 죽렴 뒤에서 노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여귀진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린 다음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와 그의 스승은 죽렴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이곳에서의 열네 번째 만남이었다.

하지만 여귀진은 죽렴 너머 스승의 용모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여귀진이 아는 것은 식연이 처음 그를 이곳에 데려왔을 때 죽렴을 가리키며 저 안에 있는 사람이 그의 스승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제자가 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전부였다. 당시 죽렴 너머는 조용했고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귀진은 가닥가닥의 한기가 대나무발을 뚫고 나와 그의 얼굴을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식연을 보았다. 하지만 식연은 여귀진을 보지 않고 엄숙한 얼굴로 묵묵히 죽렴을 응시할 뿐이었다.

하여 여귀진은 무릎을 꿇고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열네 번의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죽렴 뒤의 사람은 한 번도 밖으로 걸어 나와 시범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스승은 무술의 심술(心術)과 규칙을 가르쳐줄 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노쇠했으나 노래를 부르듯 아름다웠다. 사람의 마음을 관통하는 그의 가르침은 마치 신의 계시처럼 저항할 수가 없었다. 여귀진은 그에게 절옥경(切玉勁)을 배우고 식연에게 쌍수도검술(雙手刀劍術)을 배웠다. 그리고 다시 이 스승에게 모든 기예를 응집해 갑옷을 베고 쇠칼을 자를 수 있는 쌍수도난무전술(雙手刀亂舞戰術)을 배웠다. 무기는 한낱 쇠에 지나지 않았다. 여귀진은 쇠 한 덩이에 응집된 기예가 이 정도까지 정교하고 심오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귀진에게 이 스승은 신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네 스승이다.”

죽렴 너머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3년간 나는 너를 열네 번 만났다. 그동안 힘을 쓰는 법과 몸놀림의 기술을 가르쳐주었는데 네게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내 수업은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나는 곧 이곳을 떠난다. 너도 내 가르침의 진수를 다 배웠다. 나머지는 전장에 나가 직접 체험하는 데 달렸다. 너는 곧 전장을 밟을 것이다. 사람이 일단 전장에 서면 모든 무술은 그의 마음속에서 더는 원래와 같지 않아진다. 더는 칼을 휘둘러 말뚝을 베거나 칼을 뽑아 공중에서 머리카락 한 가닥을 베는 것이 아니다. 이제 너는 칼을 베었을 때 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피를, 칼날이 피부와 근육과 뼈를 베는 촉감을 알게 될 것이다. 잔인하지만 매 감각을 장악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네가 향후 앞으로 발전할 것인지 퇴보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근본이 된다. 실수 한 번에 전부를 잃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너는 똑똑한 아이다. 하지만 모질지 못해. 모든 무술은 결국에는 사람을 죽이는 수단이다. 태곳적에 모든 종족이 쇳돌에서 생철을 뽑아 칼을 주조하고, 나뭇가지를 다듬어 곧은 막대를 만들고 그것으로 우전을 만들었을 때 이미 정해진 운명이다. 이 무기들은 결국 적의 몸에 던져질 것이다. 이 피비린내 나는 사실은 바꿀 수도 없고 바꿀 필요도 없다.”

“아… 알겠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었고, 기억도 하겠지. 네가 알겠다고 한 대답이 정말 이해하고 한 말이기를 바란다.”

스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으로서 네게 선물을 주어야겠지. 너를 제자로 거둔 첫날, 준비해둔 것이다.”

죽렴이 1척쯤 걷히고 늙은 손 하나가 그 너머에서 5척 길이의 패도(佩刀)를 밀어냈다. 여귀진은 놀란 눈으로 오래된 칼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긴 칼은 처음 보았다. 칼은 칼집에 싸여 모양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칼집이 뻗어 나가는 형태만으로도 이 칼이 지닌 우아하고 삼엄한 날의 굽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칼이 네 성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여귀진은 손을 내밀어 칼집을 만져보았다.

“잡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뽑지는 마라.”

여귀진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눈으로 죽렴을 바라보았다.

“칼에는 유감을 품은 영혼이 기생하고 있다. 전 주인은 수도 없이 사람을 죽인 자다. 그보다 더 이전의 주인도 그 칼로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였지. 칼날이 심하게 마모되었는데 내게 좋은 벗이 있어 그것을 고쳐주었다. 이 칼이 네가 사용하기에 적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길기는 하지만 식연의 쌍수도검술은 길이에 상관이 없으니까.”

여귀진은 감탄하며 칼집을 어루만졌다. 그는 이처럼 정교한 솜씨는 처음 보았다. 칼자루며 칼날 부분과 날밑의 장미은에 새겨진 장식은 예스럽고 호방했으며 하락 제품 특유의 기백이 느껴졌다. 가죽 칼집을 손에 쥐자 투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칼자루를 움켜쥐었을 때는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뽑아보고 싶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에 나가 사람을 죽이면 마음에 살기를 품게 된다. 마치 칼끝을 손에 쥔 것처럼 위험하지. 네가 그것을 이해하길 바란다. 무기를 쥐는 것은 적을 위험하게 할 뿐만 아니라 네 스스로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네 마음이라면 이 칼에 기생하는 불안한 영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의 이름이 뭔가요?”

여귀진이 물었다.

“영월. 도중명월이다. 밝은 달의 쌍둥이 달을 아느냐? 빛이 없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달의 칠흑 같은 그림자다. 새빨간 피에 잠겼을 때 모습을 드러내며 보름달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찬연하게 빛난다!”

스승이 몸을 일으켰다.

“이것은 사악한 칼이다. 잘 간수해라.”

여귀진은 칼을 받아들고 엎드려 절했다.

그는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죽렴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스승이 처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 발소리는 여귀진의 곁을 지나 입구로 향했다.

“네 스승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냐?”

스승의 목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왔다.

여귀진은 고개를 들고 몸을 돌렸다. 문가의 달빛 아래 펄럭이는 긴 도포가 보였다.

“희야에게 지지 마라. 강경함과 부드러움은 무술의 두 가지 극치다. 희야는 희양의 혼을 얻었고 너는 내 의지를 얻었다. 내 오랜 동료에게 지고 싶지 않구나!”

스승의 마지막 당부였다.

그가 달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을 똑똑히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귀진은 노인이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지어 보인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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