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주표묘록-22화 (22/360)

22화

2장. 세자 (1)

석 달 후. 한주 초원에도 봄이 왔다.

저료해(海)의 물기와 따스함을 머금은 바람이 불었다. 거대한 빙하가 갈라지고 그 틈으로 눈이 녹은 물이 흘러내렸다. 오랫동안 고요했던 대지는 다시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고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푸르고 여린 풀이 지면을 뚫고 나왔다. 가없이 펼쳐진 연녹색 풀빛은 대지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온 짙푸른 봄물이 초원의 능선을 따라 하늘가까지 넘쳐흐르는 듯했다.

파지국이 가장 먼저 만개했다. 국화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사실상 들풀로 땅바닥에서 낮게 자라난다. 황야의 추위를 가장 잘 견디며 뿌리만 있으면 죽지 않았다. 봄이 오면 파지국 가지는 잎겨드랑이에서 두 줄기의 가늘고 긴 꽃대가 자라나며 꽃잎이 다섯 장인 연황색 작은 꽃을 피워낸다.

삭방원은 한주 전체에서 파지국이 가장 무성하게 피어나는 곳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파지국이 피었다. 연황색 꽃물결은 마초(馬草)의 녹색을 누르고 하늘가까지 쭉 뻗어나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꽃방석을 이루었다.

50여 년 전, 동륙의 풍염 황제는 4월의 이른 봄날 삭방원에서 철수했다. 그때 햇빛은 초원을 두루 비추고 바람은 대지에 바짝 붙어 흘렀으며 수천수만의 작은 노란 꽃은 흔들흔들 늘어져 엄동설한의 참혹한 전쟁이 남긴 백골을 덮어 감추었다.

광대한 초원은 흡사 한 겹의 금빛 햇살에 뒤덮인 듯했다. 말을 몰아 떠나가던 풍염 황제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만족의 황금이로군. 이 땅의 생기는 절대 끊어지지 않겠구나.”

만족은 파지국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흥(感興)을 느꼈다. 찬란한 4월이면 안달이 난 청년들이 사냥한 야생 여우의 가죽을 마음에 둔 소녀의 장막 밖에 두었다. 소녀의 부모는 보고도 못 본 척 소녀들이 몰래 그들의 말에 올라타고 등에 바짝 기댄 채 초원을 달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흑마 한 마리와 백마 한 마리가 초원 비탈을 미친 듯이 질주했다. 말이 노란 꽃을 밟고 지나간 흔적은 두 줄의 칼 빛처럼 남아 봄날의 정적을 갈랐다.

두 마리 모두 갓 자라난 새끼 말들이었다. 가슴은 어느새 꽤 넓어졌고 갈기도 짙어졌으며 다리에 지방도 줄었다. 질주할라치면 전신의 근육이 물결처럼 떨렸다. 말을 모는 기사도 열두셋쯤 된 소년이었다. 몸에는 여우 가죽 갖옷에 구멍을 뚫어 만든 민소매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만족 부잣집 자제들이 즐겨 입는 복장이었다.

소년들은 활을 움켜쥐고 있었다. 말고삐를 손에서 놓았지만 격렬하게 들썩이는 말 위에서도 그들은 침착하고 태연했다. 자잘한 노란 꽃이 말발굽에 짓밟혀 흩날려 올랐다가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말 뒤로 흡사 연황색 잔 눈이 내리는 듯했다.

앞다투며 달리던 말들이 갑자기 앞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막상막하의 기마술이었다. 소년들의 손에 들린 각궁(角弓)은 길이가 족히 2척 반은 되었다. 활등은 박달나무로, 활시위는 소 힘줄로 만들어졌다. 성인이 사용하는 큰 활의 형태였다. 활시위에 낭아전을 걸친 채 두 사람의 시선이 전방의 흰색 자그마한 것을 쫓고 있었다. 그것은 깡충깡충 거의 1척 높이에 달하는 노란꽃과 푸른 풀 사이에서 숨었다 나타났다 하면서 민첩하게 갈지자를 그리며 달아났다.

사냥감과의 거리는 20~30장 남짓. 눈앞은 광활한 대지였다. 작은 사냥감도 위기가 닥쳐왔음을 알았는지 갈팡질팡하며 피하려 했지만 끝내 말의 속도를 이기지는 못했다. 백마를 몰던 소년이 두 발로 말의 옆 배를 힘주어 찼다. 그러자 백마가 길게 울부짖으며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 순식간에 흑마보다 반쯤 앞섰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두 팔을 앞뒤로 쭉 펴며 활을 팽팽하게 당겼다. 새카만 화살촉이 햇빛 아래 반짝였다. 흑마를 탄 소년 무사도 마음이 급해졌는지 힘껏 두 발로 말의 배 옆을 찼다. 흑마가 분발하며 다시 백마를 앞질렀다. 검은 말을 탄 소년은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동무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순간의 기회밖에 없었지만 그 찰나의 우세면 충분했다. 온 힘을 다해 활을 잡아당긴 그는 갑자기 뛰어오르는 사냥감을 향해 화살촉을 고정했다.

귀청이 째질 듯한 외침이 등 뒤에서 전해졌다!

“화살 쏜다!”

흑마 위의 소년은 심장이 철렁해 급히 고개를 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몸 하나가 그의 머리 위로 훌쩍 뛰어올라 눈부신 태양을 가렸다. 뛰어오른 몸체를 뒤덮은 찬란한 금빛에 소년은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철엽!”

흑마를 탄 소년이 동무의 이름을 외쳤다.

말안장 위로 훌쩍 뛰어오른 철엽은 말 안교를 딛고 활을 당겼다. ‘응안랑(鷹眼郎)’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활시위가 “팽.” 울리더니 우전(羽箭)이 유성처럼 날아갔고, 뛰어오르던 사냥감은 그대로 덤불 속에 처박혔다.

착지하자마자 곧장 사냥감을 쫓아간 철엽은 덤불 속에서 화살에 맞은 작은 그것을 잡아 꺼냈다. 그리 크지 않은 흰 토끼였는데 몸에 백악이 묻어 더욱 하얘 보였다. 토끼는 화살에 맞았지만 여전히 앞발을 흔들며 발버둥 쳤다. 화살에 동그란 꼬리가 꿰뚫렸을 뿐 급소를 다치지는 않은 까닭이었다.

“내 거야! 내가 먼저 쏴서 잡은 거야. 형이 또 졌어!”

토끼를 맞힌 철엽은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그는 토끼의 귀를 집어 들고 춤을 추더니 가재걸음을 흉내 내며 제 형을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철엽의 형, 철안은 흑마를 감싸며 그를 한 번 흘겨보았다.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철안과 철엽은 청양의 대장군 철익의 아들로 만족 아명은 파로와 파찰이었다. 나이는 한 살 차이였으며 모두 세자 아소륵의 심복이었다. 둘 다 귀족 자제 중 가장 용감했다. 철안은 검술과 말타기에 뛰어났지만 기마궁술(騎馬弓術)1)에서는 민첩하고 유연한 철엽이 더 뛰어났다.

철안은 동생과 사냥 시합을 하면 이기기보다 질 때가 더 많았다. 방금 전에 동생의 시야를 막은 것도 괜히 훼방을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철엽은 하늘 높이 뛰어올라 활을 쏘았고, 역시 이번에도 명중했다. 철안도 속으로는 자기가 동생보다 기마궁술에서 한참 못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입으로는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고작 토끼 맞혀놓고서는. 칼을 겨뤄서 네가 날 이긴 적 있어?”

철안이 투덜거렸다.

자신의 백마 옆으로 달려온 철엽은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제 형을 향해 혀를 내밀었다.

“모우, 모우.”

체구가 우람한 철안은 힘은 좋지만 민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는 ‘모우’란 별명이 있었고 철엽은 언제나 그 별명으로 제 형을 지치지도 않고 놀려댔다.

“야!”

철안이 버럭 고개를 들고 제 동생을 노려보았다. 그는 철엽만큼 영리하지는 않았지만 놀림을 당하면 참지 못하고 폭발해 동생을 붙들고 한바탕 두들겨 패서 화를 풀곤 했다.

철엽도 형이 진짜로 성내는 것은 무서웠던지라 얼른 제 입을 틀어막았다.

“안 할게. 안 해.”

불현듯 불안한 느낌이 든 철안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이상하다. 세자는? 세자는 어디 있지?”

철엽도 세자를 떠올리자 아연해졌다.

“어, 이상하네. 아까까지만 해도 말 뒤를 쫓아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철안은 말을 채찍질해 비탈 위로 달려가 멀리 내다보았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4~5리 앞까지 내다볼 수 있는 곳인데 노란 꽃으로 뒤덮인 초원에는 개미 한 마리 안 보였다. 철안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려갔다. 철엽은 조금 무서워져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오늘은 네가 세자를 지켜보기로 했잖아! 승부욕만 강해 가지고!”

정말로 화가 난 철안이 말 등 위의 동생을 확 밀치며 말했다.

“토끼 한 마리 맞히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세자가 또 사라졌잖아. 어떡할 거야?”

철엽은 파지국 덤불 속에 내동댕이쳐졌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그는 형에게 대들지는 못하고 제 머리통을 움켜쥔 채 작은 소리로 꿍얼거렸다.

“세자, 세자. 말이 좋아 세자지. 언젠가는 대군이 폐위시킬 텐데. 그래 봤자 우리처럼 어린애인걸. 길을 잃으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누가 그 녀석을 해칠 거라고.”

아소륵이 살며시 힘을 주자 피리 구멍에서 맑은 샘물 같은 소리가 흘러나와 천천히 대지 위를 채워나갔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등 뒤를 비추고 종달새가 경쾌하게 하늘을 스쳐 지나갔다. 노란 파지국 꽃이 무릎 높이까지 쌓여 이룬 꽃 바다가 시선이 닿지 않는 까마득한 곳까지 이어졌다. 이따금 멀찍이 풀 비탈 위에 하얀 구름 같은 것이 흘러가기도 했는데, 방목하는 소년이 양 떼를 이끌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파지국이 바람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꽃물결이 일었고 대지는 천천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대추색 망아지가 주위를 어지러이 돌아다니며 이쪽 풀을 뜯어 먹다가 또 저쪽으로 가서 풀을 뜯어 먹었다. 그러고는 아소륵을 바짝 붙어 지나가며 그의 뺨을 핥았다 아소륵은 작게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말의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쌍은 바보야. 철안과 철엽도 못 쫓아가면서 말썽이나 부리지.”

동륙에서 태어난 망아지는 아소륵의 탈것이었다. 아소륵이 건강을 회복한 후 그의 아버지는 무예를 못 익히게 했다. 웅장하던 북륙의 말도 못 타게 하고 온순하지만 장난기가 많은 망아지로 바꿔버렸다. 철안과 철엽의 말은 군마의 후손으로 말 다리가 무쌍의 다리보다 배는 더 길었다. 무쌍은 뛰고 또 뛰다가 끝내 뒤처졌고 결국 아소륵은 이곳에 앉아 자신의 심복을 기다려야 했다.

귀족 소년들은 무술을 연마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심복을 둔다. 집안 형편에 따라 적게는 두셋, 많게는 십 수 명을 두기도 한다. 심복은 제 주인과 함께 무술을 연마하고 사냥을 하며 함께 커나간다. 훗날 전쟁터에도 함께 나가 적을 무찌르며 평생 충성스럽고 용감하게 주인을 수행한다.

아소륵은 아홉 살이 되어서야 자기 심복이 생겼다. 대군은 본인이 직접 철익의 두 아들을 아소륵의 심복으로 지명했다. 철익은 1왕자파의 인물로 대군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날 철익과 철엽을 부른 대군은 친히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앞으로 너희가 세자의 심복이다. 죽든 살든 너희는 늘 세자를 따라야 한다!”

소녀는 아소륵의 뒤편에서 옆으로 다리를 뉘고 앉아 실 끝을 입에 물고 바늘귀에 실을 꿰었다.

그녀는 녹색 마보 치마를 입고 흰색 비단으로 허리를 동여맸다. 넓은 치맛자락이 노란 꽃 위로 펼쳐지며 황갈색 사슴 가죽 신발이 가려졌다. 만족 소녀들은 이런 차림을 좋아했다. 마보 치마는 활짝 펼치면 외투 같았고 허리에 둘둘 휘감아 옷고름으로 묶으면 치마가 되었다. 상반신은 몸에 딱 붙어 굴곡진 몸 선을 드러내면서 치마폭은 넓어 말을 타고 활을 쏘기에 편했다. 소녀들은 화족 미인들이 좋아하는 비단신을 신지 않고 종아리를 감싸는 부드러운 가죽 장화를 신었다. 그래야 남자처럼 성큼성큼 뛰어다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소륵 등 뒤의 소녀는 조용하고 나긋하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실만 꿰었다. 소녀는 새카만 머리카락을 풀고 있었다. 머리칼 끝에는 작디작은 금방울을 묶어 두어 바람이 불 때면 딸랑딸랑 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면 소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잠자코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은 남쪽이었다. 한때 철선강 부근의 목장에서 진안이라 불리던 부족이 소와 양을 방목했다.

피리 소리가 갑자기 멈추더니 끝음이 길게 이어졌다. 아소륵이 자리를 옮겨 소녀의 옆에 가 앉았다.

“소마. 고향이 그리워?”

소녀가 묵묵히 고개를 저으며 한쪽으로 살짝 떨어져 앉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옷고름을 꿰맸다.

“늘 고향을 그리워하는 거 알아. 비록 말은 안 하지만.”

용격진황의 딸 용격응 소마는 그해 열셋이었다.

초원의 유목민들은 시간이란 안장이 없는 야생마라 질주하기 시작하면 번개와도 같으며 제아무리 최고의 기수(騎手)라도 부릴 방법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처음 청양부에 왔을 때 열두 살에 불과했던 소마는 얼굴이 수척하고 낯빛이 누래 가난한 집 사내아이 같았다. 아리따운 언니 용격심의 옆에 서 있는 그녀에게는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는 파지국을 똑 닮았다. 열두셋은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나이였다. 모두의 시선 속에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피부는 붉게 물든 연옥 같았고 새카만 눈 속에는 투명한 남색 빛이 서렸다. 눈썹은 옅은 붓으로 그려낸 듯했고 깡말랐던 몸매는 늘씬하면서도 보기 좋게 살이 올랐다. 가슴도 점점 풍만해져 가느다란 허리가 더욱 도드라졌다.

어쨌든 소마도 용격심의 친동생이었다. 사람들은 용격진황의 부인이 초원의 선녀이니 당연히 선녀 같은 딸들을 낳은 거라고 말했다.

북도성의 귀족 소년들은 세자에게 아름다운 여자 노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소륵이 소마를 데리고 나가 말을 타면 소년들도 매의 눈을 하고 뒤쫓아 가 구경하면서 무례하게 휘파람을 불곤 했다.

“소마, 소마. 내가 피리 불어줄게.”

아소륵이 말했다.

“나는 피리를 불고 너는 춤을 추는 거야.”

아소륵은 소마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었다.

소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기 귀를 가리켰다. 춤은 추지 않고 피리 연주만 듣겠다는 뜻임을 아소륵은 알았다. 소마는 진안부의 여자 중에서 가장 춤을 잘 췄다. 아소륵은 진안부에 있을 때 매년 소고절이면 용격심이 노래를 부르고 소마가 불더미 옆에서 춤을 추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은 다 지나갔다.

아소륵은 살짝 힘을 모아 조금 높은 음을 내보려 했다. 삐익. 그러나 음정이 나갔다. 울적한 소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였다. 흠칫 놀란 소마가 고개를 들었다. 아소륵은 난감해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소마는 수를 놓고 있던 옷고름에 바늘을 꽂아두고 아소륵이 들고 있던 피리를 가져왔다. 그리고 자기 입술을 가리키며 입 모양을 보여주었다. 아소륵은 피리도 소마에게서 배웠다. 처음 진안부에 왔을 때 그는 여섯 살이었고 소마는 벌써 여덟 살이 된 다 큰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몇 년이 흐르자 소마가 아소륵보다 몇 살이나 더 많은지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소마의 넷째 손가락이 피리 구멍 위에서 사뿐사뿐 뛰놀기 시작했다. 피리 소리는 메아리치는 새 소리 같았다. 풀 사이에서 작은 참새가 지지배배 맑게 울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눈으로 그들을 쫓던 아소륵은 이내 넋을 놓았다.

하늘가의 구름이 나른하게 모였다가 흩어지고 대지는 조용하고 향기로운 것이 흡사 봄날 오후의 꿈에서 막 깨어난 것 같았다.

* * *

1)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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