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파이트-168화 (168/173)

< #48 결전 >

피할 수 없는 화살이라.

악튜러스는 이면세계까지 쫓아와 제 머리 위로 떨어지는 화살들을 그대로 맞아줄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가 없으니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면세계에서 쏟아지는 마법의 화살들로 인해 벌집이 된 악튜러스가 이면세계 밖으로 걸어 나왔다.

다만 그 몸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마법의 화살이라도 악튜러스의 견고한 장갑은 뚫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보통 방법으론 악튜러스에게 타격은 무의미했다.

보다 유의미한 타격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전보다 강한 공격 수단이 필요해보였다.

화살비를 맞고도 멀쩡한 악튜러스를 보고서 석민이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장갑 상태가...’

악튜러스의 방어력은 가히 최강.

저 정도면 충분히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스피카도 악튜러스 못지않게 장갑 상태가 좋긴 했지만 악튜러스의 상체 장갑은 진실로 뚫을 길이 없어보였다.

운철 100%.

그런 장갑을 가진 골렘은 아마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악튜러스만이유일해보였다.

석민은 생각했다.

이 싸움을 끝내려면 결국 저 장갑을 뚫어내야 한다는 것을.

‘저 장갑을 뚫어서 마법의 문구를 지우지 못한다면 이 싸움은 지루하게 계속 될 거야.’

용왕과 천신의 싸움이었다.

두 절대자의 싸움이니 당연히 싸움 자체가 길어지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다.

악튜러스는 이면세계에서 걸어 나온 직후 아직도 활을 들고 있던 스피카에게 말했다.

“이면세계까지 쫓아오는 화살이라.”

이때 악튜러스가 짓는 웃음은 확실히 악당이 짓는 것과 흡사했다.

“큭큭, 인정해주지. 그런 것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의미 없는 공격이었다. 결국 맞춰도 타격을 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별빛 장갑의 위용을 과시하는 악튜러스가 검고 부정한 기운을 발산하더니 이를 전신에 휘감았다.

용왕의 힘이 계승되자 방금 전 화살 공격으로 생긴 기스 같은 것들이 전부 말끔히사라져버렸다.

용왕의 힘이었다.

이에 맞서는 스피카 역시 천신의 힘을 끌어내 전신을 빛으로 감쌌다.

이는 정녕 빛과 어둠의 싸움이었다.

스피카를 노려보던 악튜러스가 아다만틴 롱소드를 고쳐 잡았다.

“또 시작해보지.”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

악튜러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스피카를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공간 절삭.

공간과 공간을 절삭하는 마법의 검격.

하지만 악튜러스는 전과 다르게 공간 절삭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 힘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아다만틴 롱소드로 내리그은 곳에 시공안의 힘까지 추가시켰다.

이는 석민도 모르는 악튜러스가 생각해낸 기술이었다.

공간 절삭 위에 공간 절단까지 곁들어졌다.

이렇게 두 개의 힘이 합쳐지자 모든 걸 베는 절대 검격이 완성됐다.

그 검격에 맞서 스피카가 칼라드볼그를 앞세웠으나 칼라드볼그는 이를 막지 못해두 동강이 나버렸다.

아다만틴으로 주조된 무기가 절대 검격 앞에서 베어진 것이다.

놀람도 잠시.

악튜러스가 만들어낸 절대 검격은 멈추지 않고 스피카까지 노렸다.

만약 스피카가 파쇄안을 사용했다면 방금 전 절대 검격이야 막아냈겠지만, 파쇄안은 마나 소모량이 무식하게 많아 항상 사용할 수 있는 동력이 아니었다.

필요할 때에만 써야 했는데, 석민은 너무 당황해서 파쇄안까지 사용할 겨를이 없었다.

아다만틴으로 주조된 창이 악튜러스 검격에 베어질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석민이 틈을 보일 때, 악튜러스 절대 검격은 스피카를 완벽히 노리고 있었다.

정상적이었다면 스피카는 악튜러스의 절대 검격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악튜러스가 내리그은 선대로 베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놀랍게도 스피카는 그 검격을 맞고도 건재했다.

칼라드볼그는 천신의 수호가 지켜주지 못했지만, 천신 세트를 입고 있는 스피카는 달랐기 때문이다.

천신의 수호가 악튜러스 절대 검격을 튕겨냈다.

이번엔 악튜러스가 놀라움을 드러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찰나 같은 순간.

서로 놀랐다.

악튜러스는 상대가 가진 절대 방어 능력에 놀랐고, 반면 석민은 방금 전 스피카가끝장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끝날 뻔했어.’

확실히 악튜러스는 다른 골렘과 다르게 무서운 골렘이었다.

재질이 아다만틴인 창을 검격으로 베어냈다.

아다만틴이란 금속이 둘로 나눠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혹감에 젖어 있던 석민은 급히 정신 차리고 눈빛을 매섭게 했다.

‘확실히 악튜러스는 강하구나.’

그러면서 악튜러스의 절대 검격이 나온 배경까지 눈치 챘다.

‘나도 생각만 해봤었는데, 저게 되는구나.’

롱소드의 절단 능력과 시공안의 동력이 합쳐질 줄이야.

그걸 생각해낸 악튜러스도 대단했고, 마찬가지로 그걸 빠르게 눈치 챈 석민도 괴물이었다.

둘로 나눠진 칼라드볼그.

그것은 있는 그대로 무기가 됐다.

한 차례 주고받고 잠시 거리를 벌린 두 골렘은 누가 신호할 것도 없이 득달 같이 서로를 향해 덤벼들었다.

악튜러스가 또 다시 절대 검격을 준비하려 했으나 석민이 방금 전 동력 사용을 눈치 채고 파쇄안을 개안시켰다.

‘두 번은 안 당해!’

그러면서 이 생각을 했다.

악튜러스의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파쇄안을 사용하기로.

또 어떤 기발한 공격을 보여줄지 모르니 그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파쇄안이 사용되자 악튜러스의 시공안이 제약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절대 검격은 더 이상 완성되지 못했고, 아다만틴 롱소드에 의한 공간 절삭만이 유효하게 됐다.

하지만 공간 절삭만으로는 아다만틴이란 금속을 종이 가르듯 벨 수 없었다.

스피카는 악튜러스의 이어지는 검격들을 둘로 쪼개진 칼라드볼그로 무난히 막아냈다.

잃었던 아다만틴의 위상을 다시 살린 것이다.

사실 칼라드볼그는 창의 역할을 상실했으나, 몽둥이와 같은 느낌으로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나무 몽둥이도 아니어서 악튜러스의 롱소드를 훌륭히 받아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스피카가 둘로 쪼개진 칼라드볼그를 매섭게 다루자 검격으로 끝장 보려는 악튜러스도 곤란해졌다.

악튜러스가 스피카의 목을 노리고 검격을 날리자 스피카가 칼라드볼그로 가볍게 쳐내면서 오히려 카운터로 그 머리를 노렸다.

악튜러스는 이면세계에 숨어들었고, 스피카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또 다시 사라진 악튜러스.

하지만 이는 스피카도 마찬가지였다.

은신 능력으로 숨는 스피카도 악튜러스 입장에선 나름 골치였다.

‘은신인가? 아무런 정보가 없어 곤란하군.’

더군다나 이면세계와 달리 스피카의 은신 능력은 제약이란 게 그리 크지 않았다.

결국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악튜러스였다.

그런 악튜러스를 뒤에서 기습한 건 스피카였고, 악튜러스는 낌새를 느낀 직후 바닥을 굴러 스피카의 공격을 피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두 골렘이 다시 대치하게 됐다.

석민은 아까 전 보았던 악튜러스의 절대 검격이 계속 거슬렸다.

‘방심하는 순간 바로 끝날 거야. 절대 방심하면 안 돼.’

그나마 다행인 건 악튜러스가 천신 세트의 효과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천신의 수호도 여러 번 발동되는 것도 아니고 쿨타임이란 게 있었다.

즉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발동한다는 것인데, 만약 이것을 악튜러스가 알았다면 아마 집요하게 파고들어 끝장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가 없으니 악튜러스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신중함이 악튜러스에겐 독이 되고 있었다.

악튜러스와 대치하던 석민은 생각했다.

‘정말 다행인 건 악튜러스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만약 알았다면 이 싸움은...’

스피카가 이제 몽둥이로밖에 쓸 수 없는 칼라드볼그를 버렸다.

그리곤 두 주먹을 꽝! 부딪쳤다.

천신 세트 중 하나인 전능자의 주먹도 재질이 아다만틴이었다.

즉, 있는 그대로 무기란 소리다.

그런 스피카를 두고 악튜러스가 살며시 비웃었다.

자기가 알던 스피카라면 절대 창을 버리지 않았다.

분명 아이의 생각일 터.

‘그런다고 변하는 건 없다. 이 몸의 장갑은 견고하니까.’

악튜러스는 롱소드를 고집했다.

맨주먹과 칼의 싸움이라면 당연히 칼이 유리했으니까.

맨주먹을 앞세우는 스피카가 먼저 치고 나왔다.

지척까지 거리를 좁힌 스피카가 주먹을 매섭게 뻗어냈다.

악튜러스는 당연히 거리를 좁히고 들어오는 스피카를 향해 롱소드를 내리그었다.

하지만 그 검격은 스피카의 주먹에 의해 무산됐다.

칼날을 아다만틴 주먹으로 쳐낸 것이다.

그리곤 다른 주먹으로 악튜러스의 턱주가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턱이 흔들린 악튜러스가 잠시 무방비 상태가 됐다.

그 틈을 무섭게 파고는 스피카가 악튜러스 상체 장갑을 향해 원투주먹을 꽂았다.

굉장히 빠른 주먹!

그 타격에 악튜러스 상체가 흔들렸다.

이에 만족하지 않는 스피카가 다시 거리를 좁히며 악튜러스 복부에 어퍼컷을 꽂았다.

적중!

하지만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먹을 바꿔가며 다시 꽂는다.

두 번째 적중!

아직이다.

좀 더!

악튜러스 상체가 세 번에 걸쳐 크게 들썩이더니 마지막 어퍼컷에 맞고는 뒤로 넘어갔다.

급하게 칼을 챙기며 일어서는 악튜러스를 스피카는 곱게 두지 않았다.

이번엔 발차기다.

상체를 일으킨 악튜러스의 턱을 스피카가 발로 찼다.

빠른 몰아침에 악튜러스가 다시 바닥에 나자빠졌다.

그 위로 스피카가 깍지 낀 양손으로 찍어버리려 했으나 악튜러스가 이면세계로 숨는 바람에 무산됐다.

때리는 주먹이 아주 매서웠다.

‘큭! 역시 방심하면 안 되는 아이야.’

자기도 아이와 경기를 뛰면서 느낀 것이었지만.

센스가 꽤 좋은 아이였다.

이면세계에서 몸을 추스른 악튜러스가 스피카의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스피카.

악튜러스가 롱소드를 크게 젖혔다.

떨어지려는 검격.

하지만 그 검격은 갑작스런 뒷발차기로 인해 막히게 됐다.

너무 뻔한 공격은 어림도 없다는 석민의 경고였다.

다시 바닥에 나자빠진 악튜러스와 그런 악튜러스를 향해 스피카가 몸을 돌렸다.

스피카는 다시 한 주먹을 부딪치며 전의를 보였다.

석민은 자꾸만 이면세계에 숨어드는 악튜러스에게 슬슬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다.

‘얼마 안 있으면 이면세계에 못 숨을 거야.’

석민 말대로 악튜러스는 슬슬 이면세계로 출입하는 빈도를 줄여야만 했다.

자칫 잘못한다면 이면세계에 갇혀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테니까.

석민은 근처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까리뽕을 통해 제 목소리를 악튜러스에게전달했다.

“더 이상 못 숨겠지? 빨리 항복해. 항복하면 봐줄 테니까.”

아이의 같잖은 경고에 악튜러스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큭큭큭.”

이 싸움은 악튜러스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 맞았다.

일단 자기 전력은 상대가 꿰뚫고 있었고, 반면 자신은 상대 골렘이 어떤 이능력을가졌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만약 이 싸움에서 지게 된다면 오직 그게 이유라.

하지만 악튜러스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 발견된 점을 알리며 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대가 하나 모르는 게 있다. 사실 나도 근래에 알아차린 것이지만 이면세계에 오래 있다고 해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악튜러스는 펼친 검지로 제 눈을 가리켜주었다.

시공안이었다.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되지. 이면세계 탈출도 이 시공안만 있으면 가능하다.”

< #48 결전 > 끝

ⓒ 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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