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결전 >
#48 결전
파쇄안을 얻게 되자 모든 천신 세트가 갖춰졌고, 이는 각 세트끼리 서로 상호작용하여 그 영향력을 전 세계에 미치게 했다.
단순히 제로스 뿐만 아니라 칠죄종 세트처럼 지구까지 그 영향력을 미쳤다는 말이다.
어둠만 가득하던 하늘.
그 하늘에서 찬란한 빛줄기가 수없이 내려오고 이는 어둠을 몰아내는데 일조하기시작했다.
이제 하늘은 빛과 어둠의 전쟁터가 됐다.
고물상에 있다가 밖에서 소란이 일자 밖으로 나간 석민은 검게 변한 하늘을 몰아내려는 빛줄기들을 보았다.
‘천신 세트가 완성됐구나.’
거리 위 사람들도 난리였다.
“이게 시방 뭔 일이래. 참말로 사이비 교주가 말했던 종말의 때인가?”
“아주 난리 났네. 대체 무슨 일이야?”
하늘에서 빛줄기가 내려오기 시작하자 석민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번호를 보니 라시타 컴퍼니의 대표 번호였다.
하지만 전화를 건 상대는 분명 그 아이일 것이다.
석민은 걸려온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았다.
“누구세요.”
통화를 시작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석민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줄기를 보았다. 아무래도 해낸 모양이구나.”
석민은 대답 대신 가만히 듣기만 했다.
므라두앙느도 그의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
“마법사. 기대하겠다.”
또 마법사란다.
이젠 그러려니 넘기는 석민은 알았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천신 세트가 다 모였으니 이제 스피카의 힘도 악튜러스와 대등할 거야. 그럼 악튜러스를 막을 수 있어.’
석민의 눈빛이 무섭게 변했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마쳐졌다.
이제 남은 건 스피카가 무너진 고대 왕국 악튜러스를 찾아가 그곳에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악튜러스를 저지하는 일이다.
‘악튜러스... 너도 알고 있겠지. 곧 갈게.’
석민이 악튜러스를 생각하고 있을 즘.
게이트 안에 위치하던 악튜러스 역시 변화된 하늘과 스피카의 기운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녀석이군...”
칠죄종 세트를 전부 모으게 되자 악튜러스도 이제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녕 전지전능한 용왕의 힘을 계승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난 거지?’
의문이었다.
스피카라면 그때 분명 마법의 문구를 꿰뚫으면서 죽였다.
마법의 문구가 사라진 골렘은 두 번 다시 깨어날 수 없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
하지만 악튜러스는 이 의문을 오랫동안 품지 않았다.
왜냐면 자신조차 그런 죽음에서 한 번 살아났기 때문이다.
‘설마...’
의심은 곧 확신이 되었다.
자신이 매몰차게 떠나갈 때 아이는 극구 말렸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주인을 너무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그냥 놔두는 게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악튜러스가 가진 악감은 오직 제국과 교단에만 국한된 것.
자신을 살려낸 그 아이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과거에도 지금도 후에도 없었다.
어차피 그 아이와는 끝까지 같이 가야할 운명이었으므로.
‘흠...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겠군. 녀석을 기다릴 수밖에.’
아이가 스피카를 살려냈고, 그 스피카는 생각지도 않게 천신 세트를 모아 자신에게 대항할 힘을 갖추게 됐다.
여기서 악튜러스의 실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천신 세트가 이렇게 단시일 내에 모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점이다.
‘이건 확실히 생각도 못했군. 아이의 대응이 너무 빨랐어.’
그만큼 자신을 말리고자 하는 아이의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를 막을 순 없다. 이건 내가 살아가는 이유 자체니까.’
증오와 복수.
그런 부정한 감정으로 태어난 악튜러스의 길은 너무나도 뻔했다.
그런 길을 아무리 제 주인이라고 해도 막을 순 없는 것이다.
‘기다리면 알아서 오겠군. 어차피 나를 막고자 함이니.’
천신 세트를 다 모은 것도 저를 저지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악튜러스는 성급하게 나설 필요 없이 상대를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악튜러스가 그런 마음을 먹고 있을 쯤.
변화된 하늘을 보고 놀란 베가가 황급히 왕좌를 지키고 있던 악튜러스를 찾아와 말을 붙였다.
‘하늘을 보았나?’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아직 재건 중인 악튜러스 왕궁은 천장이 복구되지 않아 고개만 젖혀도 하늘이 다 보이고 있었으니까.
악튜러스는 담담한 투로 대답해주었다.
“봤다. 아무래도 천신이 깨어난 모양이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상대는 천신의 힘을 가졌다.’
여기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과거 세계를 파멸로 이끌던 드래곤과 그 드래곤을 잡은 어느 거신의 이야기였다.
용왕 베헤모스.
제로스 최초이자 마지막 레전더리 드래곤으로 제로스의 그 어떤 드래곤보다 강력한 힘과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전설적 드래곤을 잡은 게 바로 천계에서 강림한 천신이란 존재였다.
둘의 싸움은 백일 동안 계속되었고, 백일 뒤 천신이 용왕 베헤모스를 여섯 개의 힘으로 나누면서 싸움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물론 천신도 그 힘이 다해 8개의 파편으로 쪼개지게 되었는데, 이 파편들은 훗날 칠죄종 세트와 천신 세트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너도 그 옛날 이야기를 모르진 않겠지? 용왕의 힘이 거대했다고는 하나, 그걸 막은 게 바로 천신이었다. 그 천신이 지금 깨어났다. 그것도 너를 한 번 죽였던 놈이 그 힘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어찌할 생각이냐?’
그 물음에 악튜러스는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서두를 거 없다. 어차피 천신조차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제국은 무너트릴 수 없으니.”
그만큼 제국이 거대한 존재였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란 소리다.
때마침 막시무스가 찾아왔다.
미국방부에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며 만들어낸 세계 최강의 수식어를 달고 있는 대전 골렘.
이 대전 골렘은 시종일관 악튜러스에겐 눈엣가시 같은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늘을 보아하니 뭔가 깨어난 모양이군.’
항상 악튜러스를 의심하던 그의 태도는 여기서도 변함이 없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조금 곤란한 모양인데. 큭큭큭, 옆에서 잘 지켜보겠다.’
그 말은 이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기는 나서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겠다는 의미였다.
그런 막시무스가 좋을 리 없는 악튜러스가 표정을 살며시 구겼다.
‘저놈은 계속 거슬리는 군.’
칠죄종 세트를 다 얻었어도, 무식한 코어 출력과 아다만틴 외골격을 가진 막시무스는 있는 그대로 골치였다.
악튜러스는 찾아올 스피카를 의식하여 막시무스를 그냥 놔두기로 했다.
괜한 시비에 말려 싸우게 된다면 찾아올 스피카에게만 좋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놈은 곧 온다. 그러니 여기서 나 혼자 힘을 뺄 건 없겠지. 녀석을 처리하는 건 다음이다.’
비아냥거리는 막시무스가 떠나가자 베가가 마찬가지로 표정을 구겼다.
‘저놈은 항상 말썽이군. 저런 녀석을 계속 둘 생각이냐?’
“어차피 놈은 나중에 차근히 정리할 생각이다. 필요한 만큼 써먹고 나중에 버리면 돼.”
‘그랬으면 좋겠지만 내가 볼 땐 저놈은 우리 손에 놀아날 놈이 아니다. 영악한 면이 너무 짙어. 괜히 놔뒀다간 우리 뒤통수만 칠 수 있다.’
“하나 지금은 필요하다.”
‘흠... 알겠다. 일단 놔두기로 하지.’
베가는 이제 스피카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놈이 오고 있다.’
“나 역시 알고 있다. 놈은 곧이다.”
‘놈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지금 악튜러스를 찾아오고 있는 스피카는 있는 그대로 악튜러스를 막아보려는 아이의 마음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틀어지려는 자신을 막아보려는 아이의 발악과도 같은 것.
악튜러스는 이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넘어설 벽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가만히 앉아 기다릴 생각이다. 어차피 놈을 잡지 않으면 두고두고 골치가 될 테니.”
‘내가 막을까?’
“너는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어차피 이건 나와 녀석의 싸움이다.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
‘그래... 알겠다. 그리 말했으니 굳이 나서진 않겠다.’
베가의 말대로 곧 있을 싸움은 악튜러스와 스피카 간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둘의 숙명이니 베가는 나서지 않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로 했다.
악튜러스는 덤덤한 투로 혼잣말을 했다.
“이는 왕이 된 자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왕은 왕좌를 지키며 항상 도전을 받아야 하지. 상당히 귀찮은 자리야.”
그 말을 마치며 악튜러스는 왕좌에 앉아 그대로 침묵했다.
그 시각.
스피카가 모든 준비를 마치자 이제 그 조종은 석민이 맡게 됐다.
“기분은 어때?”
“이 힘이라면 용왕의 힘을 가졌다는 놈과 한판 붙어볼만 하다.”
악튜러스에게 패했을 때 스피카는 장비탓 같은 것을 했었다.
사실이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감이 넘쳤다.
여기서 진다면 그건 자기가 모자라서 진 것이라.
“놈은 내가 잡는다.”
“싸움은 내가 할 거야. 너희 둘 다 내 골렘이야. 어디서 주인 앞에서 서로 으르렁거려.”
석민이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너희들끼리 으르렁거리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이제부터는 내가 확실히 관리할 테니까.”
석민은 이후부턴 두 골렘을 확실히 잡아놓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번 다시 악튜러스 같은 일은 없을 거야.’
스피카는 이제부터 모든 걸 석민에게 맡기기로 했다.
라피너스와 싸웠을 때 느꼈던 것이지만.
아이가 자기보다 잘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주인답다고.
자기 앞에서 무릎 꿇으며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말하던 그 병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짜 주인을 만났군.’
모든 준비가 끝나자 석민은 잘못된 모든 걸 바로잡기로 했다.
석민의 눈빛이 매서웠다.
“그럼 가자.”
천신.
그 힘은 전지전능했다.
천신의 힘을 얻게 된 스피카는 전능안을 개안시켜 시공을 꿰뚫었다.
스피카와 함께 있던 까리뽕이 목소리를 냈다.
“용왕과 천신의 싸움이라... 볼만은 하겠습니다만. 저는 비폭력주의자이니 멀찌감치 떨어져 가만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피카가 포탈을 열었다.
포탈은 정확히 악튜러스가 왕좌를 지키고 있는 고대 왕국과 연결되었다.
시공을 꿰뚫은 스피카가 포탈을 타고 고대 왕국 악튜러스로 향했다.
포탈을 넘어서자 빛과 어둠의 싸움으로 요란한 하늘 아래 몬스터가 즐비한 옛 왕국에 도착하게 됐다.
“실로 오랜만이군. 이게 몇 천 년 만이지?”
과거 스피카는 이곳에서 악튜러스와 결전을 치르려 했었다.
악튜러스 주인이 나서서 악튜러스를 허무하게 끝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번엔 진짜 붙겠군.”
스피카의 등장에 노역을 하던 몬스터들이 주춤거렸다.
근처에서 감독하던 골렘들도 스피카의 등장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스피카는 빛을 머금고 악튜러스와 같은 거대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일개 골렘들이 덤빌 그런 대전 골렘이 아니었던 것이다.
포탈에서 나온 스피카가 목청 터져라 소리쳤다.
“대장 나와!”
스피카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제 존재감을 알리자 저기 멀리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걸 부수며 달려오는 골렘 하나.
동방불패였다.
무식한 황소처럼 돌진하는 동방불패가 다짜고짜 스피카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 주먹을 한 손바닥으로 받는 스피카가 서서히 출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파워 건틀렛에 의한 파워업까지 이어지자 동방불패가 힘에서 굴복 당했다.
꼴사납게 무릎을 꿇은 동방불패에게 빛의 날개를 뻗히는 스피카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이 몸께선 조무래기에겐 관심이 없거든?”
말은 스피카가 했지만 조종 자체는 석민이 하고 있었다.
스피카가 무슨 말을 하든 관심이 없는 석민은 힘에 굴복당해 무릎을 꿇은 동방불패의 턱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그리곤 칼라드볼그를 잡아 내리꽂았다.
동방불패가 그대로 침묵했다.
석민은 이것을 몸 풀기 정도로 생각했다.
“자 이제 악튜러스를 만나러 가자.”
석민이 한 말은 스피카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예예 주인님. 그럼 그 앞까지 잘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스피카가 전능안을 개안시켰다.
열리는 시공.
포탈이 보이고 그 너머로 왕좌에 앉아 있는 악튜러스가 보였다.
결전의 순간이 찾아왔다.
< #48 결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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