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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파이트-164화 (164/173)

< #47 시계탑 태엽인형 라피너스 >

그런 라피너스를 본 까리뽕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어차피 자기야 안 싸울 거지만 그래도 같이 다니는 입장이니 나름 배려해준 것이다.

“시계탑 주인인 라피너스는 아주 유명하지요.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법 잘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파쇄안 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그런 마안이 지금까지 무사히 있었던 이유도 전부 다 라피너스의 월등한 전투력에 있었다.

“아무튼 방심하지 말고, 진지하게 임하십시오.”

말을 마치매 라피너스가 스피카를 향해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총탄처럼 빠른 움직임.

그런 라피너스를 본 스피카가 반사적으로 움직여 이를 피했다.

스피카 역시 반응이 좋았다.

스피카를 놓친 라피너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초남짓.

그 거대한 기계 덩치를 생각해본다면 정말 빠른 것이다.

반응 좋게 피한 스피카도 적의 움직임 앞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움직임이 좋은데?’

전능안을 얻었을 때 잡았던 드래곤 녀석도 저 기계인형보단 덜했다.

확실히 까리뽕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오래 산 시계탑 주인이라면 그 이유가 있을 터.

‘잘 싸우나보군.’

이때 라피너스의 입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괴광선이었다.

파괴광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스피카에게 직격했다.

피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스피카에겐 천신의 수호가 있었다.

에이션트 아머에 깃든 이능력.

천신의 수호가 무방비에서 직격 당한 스피카를 가까스로 지켜주었다.

하지만 천신의 수호가 계속 발동되진 않는다.

게임처럼 쿨타임이 있는 것이다.

“적 방어. 적 공격.”

기계적인 음성을 반복하던 라피너스가 다시 한 번 스피카를 노리며 달려왔다.

워낙 빨라 눈으로 읽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피카는 그 즉시 전능안을 개안시켰다.

“요오놈!”

전능안이 개안됨과 동시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던 라피너스의 움직임이 스피카에게 잡혔다.

스피카가 창을 꽉 잡았다.

그리곤 이를 휘둘러 빠르게 접근하는 라피너스의 목을 치려했다.

하지만 라피너스는 계산된 움직임으로 이를 깔끔하게 피했고, 마치 곡예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스피카를 농락했다.

스피카의 공격이 무산되고 라피너스는 유유히 제 자리로 돌아갔다.

“적 동력 확인. 개안. 개안.”

라피너스가 마안을 개안시켰다.

스피카의 전능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다.

파쇄안이 개안됐다.

모든 걸 무위로 돌린다는 궁극의 마안.

그 마안 앞에서 모든 마법과 동력이 무의미해진다.

스피카는 전능안을 다시 한 번 발동시켜 라피너스 머리 위로 거대한 중력장을 만들었다.

전능안.

모든 마안을 흉내낼 수 있는 궁극의 마안.

하지만 파쇄안이 이를 무위로 돌리면서 중력장 생성이 무효화됐다.

스피카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정말이군.’

스피카도 파쇄안에 대해선 들어만 봤지 그 위력은 여기서 처음 보았다.

확실히 어떤 마법이나 동력도 파쇄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았다.

스피카가 다시 창을 잡았다.

그리곤 이번엔 자신이 총탄처럼 튀어나갔다.

목표는 라피너스의 코어.

기계의 몸을 가졌다 할지라도 마법 공학으로 태어난 기계 인간이라면 골렘처럼 코어란 게 있을 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스피카가 칼라드볼그를 무섭게 뻗어냈다.

적의 심장부를 노리는 날카로운 찌르기.

하지만 그 찌르기보다 라피너스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라피너스는 몸을 가속시켜 곡예 같은 움직임으로 스피카의 창끝을 피하더니 오히려 온몸에서 톱날이 달린 기계 팔들을 뻗어내 반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덩달아 입고 있던 철제 드레스마저 요란하게 돌아가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신이 무기였다.

“큭!”

스피카는 라피너스의 몰아침에 상체 여러 군데를 공격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큰 데미지는 없었다.

스피카 장갑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스피카는 저를 한 차례 지나치고 다시 돌아오려는 라피너스를 오히려 역으로 노리기로 작정했다.

물론 상대는 빨랐지만 정신을 집중하고 한 곳을 꿰뚫는다면 분명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금만 더!’

라피너스가 다시 돌아와 전신에서 톱날 달린 기계 팔을 뻗어낼 때 스피카의 안광이 번뜩이며 그 틈을 무섭게 파고들었다.

이어 전능안을 통한 가속안 개안.

그 몸이 배로 빨라지고, 라피너스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 스피카가 다시 한 번 손에 쥔 칼라드볼그를 힘껏 뻗어냈다.

덩달아 발현시킨 마법은 덤이다.

“부류- 나크!”

혼돈의 기운이 휘몰아치는 창끝이 라피너스의 몸을 꿰뚫었다.

아다만틴으로 주조된 창끝은 정말 매서웠고, 그 창끝에 당한 라피너스는 그 즉시 움직임을 멈췄다.

스피카가 창을 거뒀다.

“생각보다 골치 아픈 놈이었군.”

하지만 라피너스는 아직이었다.

창에 꿰뚫린 직후 망가진 기계처럼 행동하더니 이내 두 팔을 땅에 짚고 물구나무를 섰다.

기묘한 움직임에 스피카가 고개를 갸웃한다.

‘뭐야?’

라피너스는 두 팔을 마치 발처럼 사용하여 그 몸을 거꾸로 세웠다.

그리곤 두 다리를 회전시키는 윈드밀 공격을 선보였다.

회전하는 두 다리에 맞고 나가떨어진 스피카가 어리둥절했다.

‘끝난 거 아니었나?’

라피너스는 물구나무 자세를 계속 고수했다.

그러면서 두 다리를 마치 칼날처럼 변형시켰다.

“적 강함. 모드 B. 전투 속행.”

발레리나가 화려하게 뛰기 직전 도움닫기를 하듯이 라피너스도 두 팔을 발처럼 사용하며 뛰기 시작했다.

스피카가 주춤하는 사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라피너스가 두 다리를 회전시켜 스피카의 목을 노렸다.

다행인 건 하늘에서 천벌이 떨어져 그런 라피너스의 공격을 한 차례 막아냈다는 것이다.

“휴~ 뒤질뻔 했네.”

스피카가 뒤로 살짝 물러선 다음 다시 마창을 앞세웠다.

“그래, 한 번 질퍽하게 놀아보자고!”

스피카가 튀어나갔다.

마찬가지로 두 다리를 무기로 활용하는 라피너스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꽤나 화려하게 발을 놀리는 라피너스가 스피카를 전 방위에서 압박했다.

덩달아 몸에서 쏘아지는 마공포는 덤이다.

사방팔방으로 파괴광선이 쏘아지고 입에서 뱉어난 동그란 구체가 주변 가득 메우는 것은 마치 게임 속 최종 보스를 연상시켰다.

스피카가 그런 라피너스와 맞붙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드디어 석민이 개입했다.

사실 스피카가 라피너스와 싸우고 있을 때 석민은 나서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스피카가 얼마나 잘 싸우는지 앉아서 구경한 것이다.

하지만 스피카는 다소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석민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석민은 스피카와 링크를 시도했다.

처음은 아니었지만 급박한 전투 상황 속에서 이뤄지는 링크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이놈은 내꺼다!”

스피카가 살짝 저항하면서 무섭게 몰아붙이는 라피너스에게 공격을 허용한 것이다.

라피너스의 두 다리에 치인 스피카가 바닥을 나뒹굴고, 라피너스에서 나온 마법 구체가 스피카에게 적중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천신의 수호가 스피카를 지켜주었다는 것.

그 사이 석민은 스피카와 링크를 완벽하게 끝냈다.

“까불지 말고 가만히 있어!”

스피카의 저항이 사라졌다.

천신의 수호 아래 석민이 스피카의 시야를 넘겨받았다.

우선 석민은 라피너스의 공격 패턴을 읽는데 주력했다.

두 다리를 무섭게 회전시키며 매직 미사일을 쏘는 라피너스는 있는 그대로 게임의 최종 보스를 연상시켰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격 패턴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이다.

‘어렵지 않아.’

우선 패턴부터 읽어낸 석민은 악튜러스를 조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능숙하게 스피카를 다뤄냈다.

그저 주인 명령대로 움직이는 스피카도 자신이 이처럼 쉽게 라피너스의 매직 미사일들을 피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잘 하는데?”

말을 흘리는 스피카에게 석민은 가차 없었다.

“바보야 집중해.”

공중을 촘촘히 매우는 매직 미사일들은 정말 요란했다.

이걸 어떻게 피하나 싶었는데, 놀랍게도 석민은 이를 해냈다.

스피카는 제 주인이 가진 능력에 감탄했다.

저로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30초가 흘렀을까?

라피너스가 갑작스레 공격을 멈췄다.

“위험. 위험. 공격 패턴 변경.”

스피카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공격 패턴을 읽어버리자 라피너스가 위기 대처법에 따라 공격 패턴을 변경시켰다.

하지만 석민에겐 그것조차 가소로웠다.

그래봤자 패턴이지 않는가?

변형된 패턴에도 석민은 빠르게 적응했다.

스피카는 그 패턴을 읽어가며 간간히 라피너스를 공격했고, 이를 통해 데미지를 중첩시켰다.

하지만 골렘처럼 자기수복 능력이 있는 라피너스에게 간헐적인 공격은 소용이 없어보였다.

‘큰 게 필요해.’

방법을 강구하던 석민은 스피카가 천신 세트 중 극히 일부분만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장비하고 있는 세트의 수만 해도 7개였다.

다만 몸에 익지 않은 장비라 빛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석민은 장비하고 있던 천신 세트 중 망토가 가진 이능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라피너스의 매직 미사일을 미꾸라지처럼 피하고 있던 스피카가 갑자기 그 모습을감추었다.

“적 사라짐. 적 사라짐. 스캔 중.”

요란하게 움직이던 라피너스가 동작을 멈추고 사라진 스피카를 찾기 위해 주변을무섭게 훑었다.

주변은 마치 고요한 바다처럼 조용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20분 정도 흘렀을까?

주변은 고요했고, 라피너스는 숨어 있는 스피카를 찾지 못했다.

상대가 도망쳤다고 판단한 라피너스가 공격을 멈추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적 도망. 전투 중지.”

이때를 기다리고 있던 스피카가 은신을 풀어내며 라피너스에게 창을 뻗어냈다.

공기층을 무섭게 가르는 마창이 라피너스의 가슴에 직격했다.

“적 발견.”

라피너스가 뒤늦게 반응해보지만 이 순간만을 숨죽이며 기다려온 스피카의 공격을 막기엔 무리수였다.

창에 꿰뚤린 라피너스가 요란스럽게 그 몸을 다시 변형시켰다.

“속았음. 전투 속행.”

하지만 창에 꽂힌 채로 몸을 변형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스피카는 제가 차고 있던 빛의 요대를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스피카 뒤로 빛의 무기고가 펼쳐졌다.

스피카는 라피너스가 회복하기 전에 빠르게 공격하기로 했다.

스피카는 빛의 무기고에 저장되어 있던 여러 무기 중 창을 꺼내들었다.

창의 왕이라 불리는 아가레스였다.

아가레스를 꺼낸 스피카가 이를 곧바로 던졌다.

그러자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아가레스가 삐걱거리고 있던 라피너스에게 직격했다.

연달아 공격을 허용한 라피너스가 전보다 더 요란하게 몸을 떨었다.

이를 본 석민은 지금이 끝낼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 끝내야 돼.’

스피카는 뒤에 있던 무기고에서 쌍도끼를 꺼내 잡았다.

도끼의 왕 바르바토스였다.

그리곤 바닥을 굴러 라피너스와의 거리를 좁히더니 일어섬과 동시에 쌍도끼를 휘둘러 라피너스의 목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뎅강 잘려나가는 라피너스 목이 바닥을 구른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스피카가 손에 쥔 쌍도끼를 그대로 내리긋자 라피너스의 두 팔이 절단됐다.

그렇게 라피너스도 끝을 맞이했다.

전투가 끝나자 스피카는 라피너스 한쪽 눈에 박혀 있던 마안 하나를 챙겨들었다.

‘이게 바로 파쇄안이로군.’

이로써 모든 천신 세트가 모이게 됐다.

< #47 시계탑 태엽인형 라피너스 > 끝

ⓒ 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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