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파이트-161화 (161/173)

< #46 빛의 무기고 >

참으로 무식하고 못 배운 골렘이었다.

남의 집에 쳐들어가서 저런 행패라니.

그것도 그 악명 높기로 소문난 카렌 총독의 고성에서 말이다.

스피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고성을 가득 메우자 여기저기서 육중한 크기의 수문장들이 튀어나왔다.

던전의 보스몹 정도 되어 보이는 블러드 오우거, 대형 트롤, 데스 클로에서 저 고성 끄트머리엔 드래곤 한마리가 내려앉았다.

스피카는 등에 메고 있던 칼라드볼그를 한 손으로 잡았다.

이어 다른 손으로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던 몬스터들에게 손짓으로 오라는신호를 보냈다.

도발.

가장 먼저 발끈한 오우거가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 손엔 나무 둔기가 있었고, 광기를 머금은 것처럼 입가엔 침까지 튀기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물러서지 않는 스피카는 달려오는 오우거의 미간을 향해 마창을 뻗어냈고, 그대로 침묵시켰다.

오우거 한 마리가 끝났다.

스피카가 입을 열었다.

“다음.”

그러자 철퇴로 바닥을 사정없이 부수는 트롤 두 마리가 나섰다.

대전 골렘처럼 전신에 갑옷을 입은 전투형 트롤이었다.

스피카는 이번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잠시 후 트롤 중 한 마리는 머리가 날아갔고, 나머지 하나는 넘어진 다음 그 목이 마창에 꿰뚫렸다.

스피카가 마창을 뽑아 요란하게 피가 튀었다.

“다음.”

오우거 한 마리와 트롤 두 마리가 순식간에 당했다.

고성으로 밀려나온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이를 보고 일제히 뒷걸음질을 쳤다.

“전부 겁쟁이냐.”

씩 웃는 스피카가 걸어 나갔고, 뒷걸음질 치던 몬스터 무리는 뒤에서 밀려드는 아군으로 인해 그 움직임이 막히자 잠시 후 괴성을 지르며 스피카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그 위로 내려앉아 있던 드래곤 하나가 화염 브레스를 멋스럽게 뿜어냈다.

그렇게 큰 소란이 났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자 고성 안에 위치해 있던 카렌 총독이 반응을 보였다.

“뭐야. 뭔데 이렇게 시끄러워?”

카렌 총독이 밖을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곤 창가 아래쪽을 보니 제 부하들 시체가 요란히 나뒹굴고 있었다.

팔과 다리가 잘려 비명을 지르는 녀석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어떤 녀석은 목이 사라져 있었고, 목 없이 서 있는 몸뚱이는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카렌 총독.

그는 전신 갑주를 입은 거인이었다.

특징이라고 한다면 빛을 뿜어내는 요대를 차고 있었다는 점이다.

속으로 구시렁거리던 카렌 총독이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복도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집무실 문이 뻥 열리며 붉은 골렘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피카였다.

“네놈이냐?”

갑주 거인.

카렌 총독이 나섰다.

그러자 그의 빛나는 벨트를 본 스피카가 반응을 보였다.

“오호라. 그게 빛의 무기고냐? 이 몸께서 그것을 접수하러 오셨다.”

“제국에서 보낸 개새끼인가. 하여간 이 제국놈들은 상종을 하면 안 된다니까.”

카렌 총독이 천신 세트의 힘을 발동시켰다.

그가 빛나는 벨트를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그의 뒤로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무기고가 생겨났다.

거치대엔 정확히 다섯 개의 무기가 걸려 있었다.

다섯 마왕의 무기들.

창의 왕, 레전드 스피어 아가레스.

갑의 왕, 히멜아머 비욘드.

활의 왕, 니므라츠하트 발레포르.

둔기의 왕, 오딘즈저스티스 마르바스.

도끼의 왕, 트윈브라더 바르바토스.

빛의 무기고가 열리고, 과거 천신이 오망성으로부터 수집한 무기들이 그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스피카는 허공에 펼쳐진 무기고를 보고서 군침을 흘렸다.

“너 꽤 좋은 걸 가지고 있구나.”

이때 카렌 총독은 요대를 만지작거려 펼쳐낸 빛의 무기고에서 활 하나를 잡아들었다.

활의 왕이라 불리는 발레포르였다.

“웬 시건방진 새끼가 남의 구역에 함부로 찾아와서 행패야. 내가 네놈에게 예의란 걸 가르쳐주마.”

카렌 총독이 활시위를 당기자 검게 휘몰아치는 마법의 화살이 생겨났다.

전설 속 모든 걸 꿰뚫는다는 활이다.

“이걸로 어디에 바람구멍을 내줄까 애송아?”

가소롭게 생각하는 스피카가 마창으로 그를 겨누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쏴.”

씩 웃는 카렌 총독이 당겼던 활시위를 놓자 마법의 힘을 머금은 화살이 공기층을 무섭게 갈랐다.

화살이 순식간에 그 거리를 좁히자 스피카가 반사적으로 마창을 휘둘러 그 화살을 쳐냈다.

그 바람에 날아가던 화살은 궤도가 틀어져 건물 외벽을 관통하였고, 그대로 계속 날아갔다.

스피카가 의기양양해졌다.

“입만 산 새끼가 어디서 까불어.”

그러자 카렌 총독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이 아무 것도 모르는 무식한 놈.”

카렌 총독이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가 놓았다.

이번에도 스피카는 여유롭게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쳐낼 생각이었다.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만 없었다면 말이다.

스피카는 급히 몸을 수그려 옆으로 굴렀다.

그 사이 두 개의 화살이 아까 스피카가 서 있던 곳을 관통하며 지나쳤다.

반사적으로 몸을 피한 스피카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카렌 총독이 세 번째 활시위를 당기며 활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련한 새끼. 이 활로 쏜 화살은 무조건 맞을 때까지 날아가지.”

그렇게 세 번째 화살이 날아갔다.

뭔가 했더니 죽을 때까지 상대를 맞추는 유도탄이었던 것이다.

스피카가 세 번째 화살을 피해 건물 외벽을 부수고 뛰어내렸다.

그리곤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던 드래곤 등허리를 밟았고, 그대로 바닥까지 내려왔다.

그런 스피카를 놓칠 리 없는 카렌 총독이 부서진 외벽에 서서 활시위를 또 당겼다.

“개새끼야 어딜 가는 거냐!”

오만가지 욕을 해대는 카렌 총독이 계속해서 활시위를 당겼다.

그 순간 요란하던 하늘에서 한 줄기의 빛이 카렌 총독을 관통했다.

바로 천벌이었다.

시커멓게 타오른 카렌 총독이 두 무릎을 꿇자 스피카는 제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이끌고 카렌 총독 뒤로 갔다.

그리곤 카렌의 머리를 날아오는 화살 쪽으로 향하게 했다.

“잘 봐라. 저 화살이 어떻게 되는지.”

카렌이 쏘아낸 유도탄은 그대로 날아 카렌을 꿰뚫은 채로 그 끝을 맞이하게 됐다.

잠시 후 쓰러진 카렌에게서 빛의 요대를 뺏어낸 스피카가 이를 착용했다.

반짝이는 샤이닝 벨트.

이어 벨트를 만지작거리자 그 뒤로 빛의 무기고가 펼쳐졌다.

아까 카렌 총독이 썼던 활의 왕이 보였고, 그 옆으로 창, 갑옷, 둔기, 도끼가 보였다.

‘이게 그 빛의 무기고인가?’

스피카가 카렌 총독을 죽이고 그가 가진 천신 세트를 습득하자 까리뽕이 찾아와 목소리를 냈다.

“훌륭합니다. 아주 굳입니다. 굳.”

스피카는 무기고 거치대에 있던 창 하나를 뽑아들었다.

빛을 머금은 마법의 창.

왠지 모르게 칼라드볼그에 씌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두 창을 든 스파카가 하나로 합치자 이어 둘은 하나가 됐다.

“오호라. 합칠 수도 있네?”

칼라드볼그가 창의 왕과 하나가 되자 빛을 머금은 창이 됐다.

스피카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옆 건물을 향해 던졌고, 옆 건물은 창에 직격당한 직후 건물 외벽이 요란스레 무너져 내렸다.

“위력이 배가 됐어.”

스피카는 빛의 무기고에서 갑옷의 왕이라 불리는 히멜 아머를 꺼냈다.

그리곤 천신 갑옷과 합치니 제가 입고 있던 갑옷이 빛을 뿜어냈다.

“이것도 합칠 수 있구나. 이거 좋은데?”

요대가 무기고일 줄이야.

정말 신기했다.

근처에 있던 까리뽕이 입을 열었다.

“아주 훌륭한 아티팩트입니다. 아티팩트급 무기를 다섯 개나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기존에 있는 것과 하나로 합칠 수 있다니 말입니다.”

“내가 봐도 좋아보인다. 좋아 이건 내가 접수.”

그렇게 스피카는 천신 세트 중 하나를 제것으로 만들게 됐다.

이제 남은 건 두 마안이다.

“이제 뭐가 남았더라?”

스피카의 말에 까리뽕이 즉시 답했다.

“이제 남은 건 천신이 애용했다는 두 마안입니다. 하나는 전능안이고, 또 하나는 파쇄안이지요.”

스피카는 악튜러스와 마주했을 당시 동력 차이로 인해 허무하게 졌던 게 아직도 생각이 났다.

‘그때 동력만 있었어도 녀석과 붙어볼만 했는데...’

때마침 석민이 연락을 취했다.

“뭐야? 벌써 끝났어?”

이는 석민이 잠시 라면을 끓이러간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카렌 총독 본부에 처들어가 스피카가 모든 걸 끝장낼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석민이 스피카를 다시 봤다.

“와 너도 싸움을 잘하네? 다시 봐야겠다.”

스피카는 가소롭다는 듯이 씩 웃었다.

‘당연한 것을.’

빛의 무기고를 습득한 스피카와 까리뽕은 꼬봉 103호를 데리고 전능안이 잠들어있다는 볼락으로 향했다.

볼락에는 장미친위대라는 것이 고대 왕을 수호하고 있었고, 그 고대 왕이 천신의 두 마안 중 하나를 보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거 확실한 정보야?”

스피카가 불스아이를 무섭게 노려봤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왕고블린 불스아이가 대형 손수건으로 꺼내들며 답했다.

“제가 알고 있기론 그렇습니다.”

까리뽕이 나섰다.

“이놈은 겁쟁이라 감히 거짓말을 할 위인이 아닙니다. 믿으셔도 좋으니 그대로 진행하시지요.”

“만약 거짓말이거나 거기에 마안이 없으면? 난 헛수고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

어두운 밤하늘 아래.

붉은 거신이 으름장을 내놓자 불스아이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계속 닦아냈다.

“진짜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됐으니 없을 수도 있지요. 왜 저를 못 잡아먹어서안달이십니까? 아니 진짜 제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오히려 불스아이가 억울한듯 눈물을 훔쳤다.

그러더니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스피카가 표정을 구기더니 까리뽕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야. 네 부하가 울고 있잖아?”

“원래 이런 놈이었습니다. 가끔 심하게 갈궈서 안 보인다 치면 어디 구석탱이에 가서 서럽게 울던 놈입니다. 그냥 무시하시면 됩니다.”

서럽게 울던 불스아이가 가까스로 그 울음을 멈췄을 때 그들은 다시 불락으로 향했다.

도착한 불락.

불락은 불타는 사막이었다.

이 사막은 특이하게도 하늘에서 내리쬐는 빛이 강렬해서 뜨거운 곳이 아니었다.

불에 타는 모래로 인해 뜨거운 곳이었다.

“불타는 모래로군요.”

스피카가 불타는 모래를 한 움큼 쥐었다가 이를 손가락 사이로 흘러 보내자 그의 손에서 마치 불의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뜨거운 대지.

하지만 스피카는 골렘이었다.

더군다나 혼돈의 골렘이니 이런 열기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내 특징이 뭔지 알아?”

스피카가 자신감 있게 입을 열자 까리뽕이 그가 무엇을 위해 운을 띄웠는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이놈 새끼. 또 지 자랑하려고.’

“허험. 모르겠습니다. 뭡니까?”

“내가 말이야. 속성 싸움에서 절대 안 지거든. 그래서 이런 열기쯤이야 아주 우습지.”

“하하, 그것 참 대단하군요.”

까리뽕이 속으로 욕했다.

‘내 전성기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도 못한 것이 어디서 자랑질인지. 가소롭다 못해기가 차는 놈이군.’

여기서 불스아이는 어디서 고블린 굽는 냄새가 나자 코를 킁킁거리다가 제 몸이 익고 있다는 걸 알고선 비명을 내질렀다.

가까스로 도착한 장미친위대의 은신처.

사방팔방이 불로 뒤덮여 있던 사막 대지에서 유일하게 불타지 않는 곳이 바로 장미친위대의 은신처였다.

사람들은 이곳을 오아시스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불타는 사막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 오아시스 입구에 도착한 스피카가 또 다시 제 존재감을 모두에게 알렸다.

“대장 나와!”

< #46 빛의 무기고 > 끝

ⓒ 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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