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파이트-125화 (125/173)

< #38 JP >

지금 악튜러스라면 JP도 두렵지 않았다.

현존하는 골렘 중 A급 세트 아티팩트를 악튜러스만큼이나 모은 골렘은 단연코 없었으니까.

겐지를 멀리서 지켜보던 석민이 목소리를 냈다.

“그래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봐요. 대만 골렘을 그렇게 잡았는데도 저렇게 말하는 거 보면요.”

“믿는 구석이 있다고?”

강준이 보기에도 지금의 악튜러스라면 JP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겐지 선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만약 질 걸 조금이라도 예상했다면 저런 식의 자신감은 내비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 저렇게 떠벌리다가 지기라도 하면 망신 중에 개망신이었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석민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 조금이라도 질 것 같았다면 저렇게는 말 못하지. 네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JP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혹시 저희가 모르는 비장의 무기 같은 게 있으려나?”

“비장의 무기?”

강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게 있던가?

“JP야 뭐 일본 대표 골렘이니까 비장의 무기 같은 게 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국 경기들을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게 없던데?”

“전부 챙겨 보셨어요?”

“챙겨봤지. 그래도 네 매니저인데 그걸 안 챙겨봤을까?”

“저도 보긴 했는데, 대충 넘겨서 봤거든요. 아저씨 말대로 딱히 눈여겨 볼만한 장면은 없었던 거 같아요. 새로운 무기 같은 것도 없었고. 그냥 제가 알던 JP 그대로였어요.”

일본 본토에서 열린 골렘 대전에서 JP는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새로운 장비나 기술.

그 무엇도 없었다.

“맞아. 나도 그렇게 봤어. 그럼 뭐지? 무슨 자신감으로 저딴 말을 찌끄린 거야. 그냥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인가?”

“아니요. 겐지 선수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에요. 분명 뭔가 있을 거예요.”

석민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악튜러스와 JP를 비교해본다면 악튜러스가 더 유리하다는 것을.

그만큼 악튜러스 장비가 더 좋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장비 차이를 겐지 선수가 모를 리 없다고 판단했다.

“JP가 악튜러스보다 좋은 게 코어인데. 코어만으로는 저렇게 말 못해요. 분명 저희가 모르는 뭔가 있을 거예요. 아니면 저렇게까지 자신감을 보일 수 없거든요. 이건 제가 확신해요.”

말을 들어보니 강준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석민은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악튜러스가 대만 골렘을 그냥 압살해버린 거. 그럼 저 자신감의 근거는 대체 뭘까요?”

“글쎄다. 네 말대로 뭔가 있기는 한 거 같은데 난 잘 모르겠다.”

“혹시 저희 모르게 좋은 장비를 얻었을까요? 예를 들면 A급 세트 아티팩트 같은 거요.”

“A급 세트 아티팩트?”

이번 예선에 출전한 JP가 A급 세트 아티팩트를 장비하고 경기에 임하진 않았다.

하지만 겐지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판단한 석민이 조심스레 추측이란 걸 해보았다.

“어쩌면 JP에게 칠죄종 세트에 버금가는 세트 아티팩트가 있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다고 들은 거 같기는 한데.”

석민은 작년 세계 대회를 떠올려봤다.

‘JP에게 뭐가 있었더라...’

석민은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그래 맞아. 아저씨 말대로 JP에게도 A급 세트 아티팩트가 있었지.’

루슬렉 쌍대검.

석민은 작년 뉴월드 매거진에 봤었던 미쓰비시 매니지먼트와 제리코 코퍼레이션간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JP 소속사, A급 세트 아티팩트 완성을 위해 제리코와 협상했으나 실패.’

JP 소속사에서 사상 최초로 A급 세트 아티팩트를 완성시키려 했으나, 제리코에서 거절하여 실패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러고 보니 JP에게도 A급 세트 아티팩트가 있었네요.”

“그런 게 있었다고? 진짜야?”

“네. 루슬렉 쌍대검이라고 작년에 잠깐 들고 나왔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어쩔 수없이 들고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왜냐면 상대 무기를 받아칠만한 게 루슬렉 쌍대검말고는 없었거든요.”

“그래? 그런데 그렇게 좋은 장비가 있었으면서 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거야?”

“본래 루슬렉 쌍대검이 두 자루거든요. JP에겐 한 자루 밖에 없어서 결국 세트 효과를 못 봐요. 그리고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개발한 JP 전용 무기도 나름 나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근래까지 안 쓰던 거겠죠.”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거 말고는 제가 아는 게 없긴 한데, 만약 이걸 다 모았다면 아까 기자들 앞에서 보인 자신감이 설명되긴 한데... 아마 아닐 거예요.”

“왜? 모았을 수도 있잖아.”

“나머지 하나를 제리코에서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리코에서도 JP랑 같은 생각이라 절대 안 팔았을 거예요. 오히려 사려고 했다면 모를까. 그리고 루슬렉 쌍대검이 있다면 올해 예선에 들고 나왔겠죠. 후원 기업에서 개발한 전용 무기가 아무리 좋아도 세트 효과를 누리는 루슬렉 쌍대검보단 좋을 수 없거든요.”

“그렇긴 하네. 그럼 뭐야? 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그거 말고 다른 장비가 있으려나...”

석민은 고개를 젓다가 스카우터를 썼다.

“아 이건 베타고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네요. 베타고.”

석민은 베타고를 불러 겐지 선수의 자신감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몇 가지를 일러주니 베타고가 알아서 검색에 들어갔다.

스카우터를 벗어낸 석민이 강준에게 말했다.

“베타고에게 시켜놨어요. 뭔가 잡히면 저한테 알려주겠죠. 아무튼 JP에게 분명 뭔가 있어요. 그게 뭔지 모를 뿐이죠.”

“키야 슈퍼 컴퓨터라. 그래, 베타고가 검색하면 뭐라도 건질지 모르겠다.”

“코리아 일렉트로닉스에서 잘 쓰라고 저한테 준 건데 필요할 때 잘 써먹어야죠. 그냥 놔두면 아깝잖아요.”

그날 이후로도 악튜러스는 연전연승을 이어나가며 오키나와 지역 예선에서 독주를 이어나갔다.

모든 언론들이 악튜러스를 칭찬했고, 그런 악튜러스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상대는 일본의 자존심, JP 외엔 없다고 내다봤다.

“악튜러스! 단순 동력만으로 상대를 굴복시킵니다!”

“중력안에 적의 쉴드가 속수무책으로 찌그러지네요! 대체 얼마나 큰 힘으로 짓누르는 겁니까!”

“악튜러스 또 이겼습니다! 이 정도면 중국 킬러인데요? 만나는 중국 선수는 죄다잡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JP! 과연 일본의 JP도 중국처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악튜러스의 승전보가 대한민국에 전해질 때마다 한국팬들은 더욱 더 열광했다.

석민은 JP와 결전이 있던 전날 밤, 킹사이즈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악튜러스와 관련된 한국 기사를 읽었다.

‘악튜러스, 내일 JP 사냥에 성공할 것인가!’

[전체 댓글 41531]

dfds****

오늘 이 글이 베댓이 된다면 내일 나하 경기장에 출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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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er****

악튜러스 : 방사능 원숭아 보고 있냐? 내일 니 제삿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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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fgw****

이번에도 겐지 선수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아무래도 작년에 가지고 나왔던 루슬렉 쌍대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찾아보니까 며칠 전 제리코와 협상도 마쳤다는데, 오늘 이 글을 오키나와에서 분투 중이신 우리 KRG 관계자들과 어린 석민이가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베댓으로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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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34****

나는 jp만 보면 홍진영 밖에 안 떠올라. 우리 홍진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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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1****

드디어 내일 결승이네요. 내일도 출근이지만 상사 몰래 훔쳐보면서 응원하겠습니다.

악튜러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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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그 댓글들을 읽어 내리던 석민이 설핏 웃었다.

응원은 선수에게 큰 힘이 된다.

그것은 석민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날 응원하고 있어.’

다른 건 몰라도 JP는 꼭 잡고 싶었다.

석민이 그 의지를 다진다.

‘다른 골렘이라면 몰라도 원숭이가 조종하는 골렘한테는 절대 안 질 거야.’

그때 석민에게 카톡 문자가 왔다.

한국에 있는 유이에게서 온 응원 메시지였다.

석민이 카톡 대화창을 열자, 유이가 즐겨 쓰는 토끼 이모티콘이 보였다.

정유이 : 석민아 화이팅! 내일 꼭 이겨 ♡♡♡석민은 곧장 답장을 보냈다.

차석민 : 고마워 유이야. 내일 꼭 이길게.

정유이 : 내일 기도할게.

차석민 : 기도 안 해도 돼 ㅎ

정유이 : 아니야 나 꼭 기도할 거야. 석민아 잘자~♡♡♡대망의 날이 밝았다.

현재 지역 예선에서 선두로 달리고 있는 골렘은 연전연승 중인 악튜러스와 JP 외엔 아무도 없었다.

오늘 이 두 골렘이 맞붙게 되면서 그 승자가 지역 예선의 우승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앞을 다투어 보도했다.

무빙아머리가 따라오는 벤 안에서 석민은 KRG 관계자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됐다.

대부분은 며칠 전 제리코와 협상에 성공한 미쓰비시 매니지먼트에 관한 이야기였다.

강준이 마주한 석민에게 진지한 투로 말을 전했다.

“석민아, 오늘 JP가 루슬렉 쌍대검을 들고 나올 거야. 우리가 여러 루트로 알아보니까 이미 제리코랑 협상을 마쳤단다. 제리코에서 빌려주기로 했나봐.”

“알고 있어요. 베타고가 이미 알려줬거든요.”

“절대 방심하면 안 돼. JP가 출력도 위고, 이번에 루슬렉 쌍대검까지 가지고 나왔으니까.”

“걱정 마세요. 칠죄종 아티팩트도 루슬렉 아티팩트에 절대 안 지거든요.”

도착하게 된 경기장.

경기장 밖은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KRG 소속사 벤이 도착하게 되자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석민에게 마이크를 내밀기 시작했다.

“차석민 선수! 오늘 JP와 결전이 있는데 어떤 심정이시죠?”

“JP가 제리코와 긴 협상 끝에 루슬렉 쌍대검을 구했다는 후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진행이 바쁜 석민은 KRG 관계자들이 나서서 길을 터주자 대답 없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경기장에 도착하게 된 석민은 JP와의 결전을 준비했다.

이때 차태식이 슈트 차림의 석민에게 응원 메시지를 건넸다.

“아들, 긴장 풀고. 원숭이 같은 건 콱 잡아버려. 알았지?”

그런 아빠를 두고 있는 석민이 의지를 불태운다.

“아빤 아들만 믿고 있어. 오늘 아들이 확실하게 교육시켜줄 생각이거든.”

“그래, 장하다 내 아들. 일본 골렘 같은 건 다 부숴도 괜찮아. 이 아빠가 허락해줄테니까 본선도 못 나가게 다 부숴버려. 알았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석민은 지금까지 겐지 선수가 보여 왔던 몰상식한 태도 등을 봤을 때 가만히 놔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독도는 우리 땅이야.’

상대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석민과 다르게 겐지는 평소와 다르게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겐지는 푹신한 의자에 엉덩이만 걸터앉아 한쪽 다리를 심하게 떨었다.

어려운 상대와 맞붙게 되었을 때 종종 보이는 모습이었다.

코치가 이를 보고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꽉 쥐었다.

“긴장 풀어.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이잖아? 벌써부터 이렇게 초조하게 굴면 막시무스는 대체 어떻게 잡으려고.”

겐지는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길게 내뱉어주었다.

‘그래, 상대는 애새끼야.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라고.’

하지만 대놓고 무시하는 애한테 크게 데인 적이 있던 겐지는 그 초조함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아오 그때 일 생각나네. 진짜 왜 어른 경기에 애새끼들이 찾아와서 난리야. 경기 규정 안 바뀌나? 최소 연령 제한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적어도 내가 애새끼랑 못 붙게.’

아쉽게도 그런 규정은 없었다.

그 초조함을 버리지 못한 겐지가 세차게 마른세수를 했다.

때마침 찾아온 대회 관계자 겐지 선수와 함께 있던 코치에게 말을 전했다.

“준비하세요. 곧 시작입니다.”

처형장으로의 초대.

그 초대장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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