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파이트-92화 (92/173)

< #31 Korea Knight >

-파이어 번 시전까지 앞으로 0:02.

-파이어 번 시전까지 앞으로 0:01.

-Fire Burn!

-하트다운까지 앞으로 20초.

악튜러스가 불길에 휩싸이자 김철민은 순간 당황했다.

어스 골렘이 어떻게?

-파이어 번이 감지됐습니다.

-주의! 적의 출력이 상승합니다.

어리둥절하는 것도 잠시.

김철민은 코리아 일렉트로닉스에서 후원해준 걸 상기시켰다.

‘KA 청룡 기술이 전부 넘어간 건가?’

파이어 번.

버프효과로 오버하트와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 가사폭주를 일으킨다.

이것이 김철민이 알고 있던 파이어 번의 전부였다.

사실 KA 청룡 전을 대비하며 알고 있었던 것인데, 이 정보를 악튜러스 전에서 다시 기억할 줄은 꿈에서도 몰랐을 것이다.

악튜러스를 응원하는 팬들도 살짝 당황했다.

전에 보지 못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파이어 번 상태로 돌입한 악튜러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좁혀진 거리.

김철민이 보던 시야는 순식간에 악튜러스로 가득 찼다.

‘빨라.’

빠르다고 인지한 순간 악튜러스가 휘두른 대검에 K 나이트의 허리가 살짝 꺾이며그 시야까지 붕 떴다.

유효타.

이어지는 검격이 K 나이트의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을 가로질렀다.

또 다시 유효타.

제아무리 장갑 표면을 오리하르콘으로 대체시켰더라도 마나로 된 검날엔 답이 없었다.

미스릴이었다면 모를까.

K 나이트를 지키는 외부 장갑이 타격을 받자, 해당 부분이 적색으로 표시되어 김철민에게 알려졌다.

‘일반 대검이 아니야. 대체 무슨 아티팩트지?’

악튜러스가 착용하고 있는 별빛 갑옷에 대한 재조명은 있었지만, 브로큰 블레이드에 대한 재조명은 없다시피 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타격을 받네요?”

경기를 자세히 지켜보던 김요한 해설위원이 입을 열었다.

강동준 해설위원도 덩달아 입을 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네, 타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K 나이트 장갑이 오리하르콘인데, 악튜러스가 가진 마나 대검이 이를 뚫어내네요? 신기합니다.”

“기존에 있던 장비 맞죠?”

“네, 맞습니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나요?”

“잠시만요.”

김요한 해설위원이 차석민과 인터뷰했던 내용들을 들춰보았다.

“제가 인터뷰 내용을 찾아보니까 차석민 선수가 어느 헌터한테서 300만원에 구입했다고 하네요.”

“네? 고작 300만원이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거 아닙니까? 말이 안 되는데요.”

고작 300만원짜리 장비가 지금 수십억을 호가하는 오리하르콘 외골격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재조명 받을 수밖에.

“상대 장갑은 오리하르콘으로 특수처리 된 외골격입니다.”

“네, 차석민 선수는 반신반의하며 구입했다고 하네요. 그 당시 저도 부러진 외관만 보고 깊게 살펴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고대 유물 같네요.”

“300만원에 고대 유물이라... 그걸 누가 팔았는지는 몰라도 판 사람이 땅을 치고후회할 것 같은데요?”

대한골렘대전.

일이 너무 바쁜 한국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부분 직장 내에서도 몰래 챙겨보는 게 바로 골렘 파이트였다.

더군다나 준결승 전.

특히나 레이드 외엔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헌터들이 이 경기를 절대 놓칠 리 없었다.

석민에게 헐값으로 브로큰 블레이드를 넘긴 헌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 시발.”

그때 봤던 꼬마가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세상에 자기가 헐값에 팔아넘긴 아티팩트가 고대 유물일지도 모른단다.

“아오... 스트레스.”

그의 표정은 참 가관이었다.

“돌아버리겠네.”

다시 경기장.

악튜러스의 빈틈없는 공세에 K 나이트가 흔들렸다.

외골격이 타격받고 위태로워진다.

그럼에도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악튜러스는 대검으로 K 나이트를 계속 압박했다.

‘피해야...’

피해야 된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K 나이트.

다시 한 번 이어지는 검격에 또 다시 허리가 꺾였다.

대신 이번엔 더 심한 유효타였다.

지금까지 외부 장갑에 가로막혀 옆구리를 뚫지 못하던 대검이 마침내 K 나이트의허리를 베어낸 것이다.

오리하르콘으로 특수처리 된 외부 장갑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마나로 된 대검은 K 나이트의 허리를 1/3정도 베어냈다.

김철민의 시야가 붉게 변했다.

‘이렇게 질 수는!’

K 나이트가 이기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전에 악튜러스의 공세가 너무 거셌다.

이어지는 악튜러스의 손이 K 나이트의 안면부를 잡아 쥐었다.

저항하려는 K 나이트의 두 손이 악튜러스에게 향했으나 이를 무시하는 악튜러스는 큰 거 한방을 준비했다.

-피스트 브레이커 준비 완료.

악튜러스가 대기업 후원을 받게 되면서 파이어 번만 넘겨받은 것은 아니었다.

KA 청룡이 습득하고 있던 모든 것.

그리고 그것 중엔 골렘이 배워야할 기본적인 마법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마나 쉴드라든지.

피스트 마법의 상위호환인 헬피스트라든지.

그리고 궁극의 피스트 마법인 드래곤 피스트라든지.

-드래곤 피스트 중비 중.

-마나 차지 0:03.

-마나 차지 0:02.

-마나 차지 0:01.

-마나 충전 완료.

-드래곤 피스트 장전 완료.

뒤로 살짝 젖혀진 피스트 브레이커에 강대한 마나가 실리며 그 뒤로 흙먼지가 치솟아 올랐다.

지금 악튜러스가 선보이려는 드래곤 피스트는 다른 골렘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같은 걸 배웠어도, 써먹는 형태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악튜러스는 저항하는 K 나이트 따윈 무시하고 그대로 마법 주먹을 날렸다.

맨 주먹만으로 240% 증폭 데미지를 뿜어내는 피스트 브레이커가 마법적인 힘까지 더해지자, 그 위력은 상상할 수조차 없이 강력해졌다.

악튜러스가 주먹을 뻗어내자 뒤에 치솟아 올랐던 흙먼지가 드래곤의 형상으로 K 나이트에 직격하더니, 이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위력이 거대했던 만큼.

이를 무방비로 맞받아친 K 나이트는 그대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꿰뚫린 코어.

김철민의 시야가 순식간에 검게 변했다.

김철민은 자신이 패했다는 걸 뒤늦게 인지했다.

검게 변한 시야는 계속 밝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으므로.

‘진...건가?’

두 눈을 깜빡이며 돌아올 신호를 기다려보지만.

어둑한 시야는 그대로였다.

김철민이 어렵사리 스카우터를 벗어 내렸다.

육안으로 경기장을 쳐다보니 흙먼지만 자욱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시끄럽게 굴던 관중들도 두 골렘이 흙먼지 속으로 사라지자 응원소리를 낮추며 경기장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잠시 후 흙먼지가 걷히고, 경기 결과가 나왔다.

악튜러스는 서 있었고, K 나이트는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악튜러스를 응원하는 함성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김철민은 제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K 나이트가 졌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었다.

K 나이트가 저렇게 무력했었나?

상대는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신인이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꼭 우승할 줄 알았는데...

난 이제 어떻게 되지?

그리고 우리 스텝들은.

여러 생각들이 그를 괴롭혔으나,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자기야 지거나 패하는 게 익숙하다지만, 이번에 자기를 보고 따라 붙은 스텝들과 후원처들에겐 할 말이 없었다.

뭐라고 변명해야할지.

아니 애당초 졌는데 변명하는 게 맞는 건지.

그런 김철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길동이 목소리를 냈다.

“네, 경기 결과가 나왔군요. 승자, 악튜러스! 이렇게 되면 결승까지 진출합니다.”

아나운서들도 그 입이 바빠진다.

“아 이렇게 경기가 끝나는 군요. 악튜러스, 풀파워로 장전 된 드래곤 피스트를 통해 K 나이트의 코어를 뚫어내면서 경기를 가져가게 됩니다.”

이용호 캐스터가 말했다.

“경기 결과가 나름 일방적이지 않았습니까? 물론 극초반엔 K 나이트가 악튜러스를 몰아붙이면서 기세를 잡았나 싶었는데, 결국엔 악튜러스의 파이어 번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K 나이트가 불리했던 경기인 만큼, 악튜러스의 일방적인 승리가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습니다.”

“경기 전 승패예측에서도 악튜러스가 7대 3으로 K 나이트보다 우세하지 않았습니까?”

“네 맞습니다. 베타고는 악튜러스의 승리를 내다봤고 경기 결과도 그렇게 나왔네요.”

“역시나 대기업 후원이 무섭긴 하네요. 저도 악튜러스 전력이 이 정도까지 높게 뛸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히 장비 지원뿐만 아니라 파이어 번에 드래곤 피스트까지,정말 다방면으로 지원해줬네요.”

“저는 파이어 번이 나온 순간 뭔가 했습니다. 진짜 대기업 후원이 무섭긴 하네요.”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김철민 선수가 무척 아쉽게 됐습니다.”

두 해설위원 중 김요한 해설위원이 특히나 큰 아쉬움을 보였다.

“김철민 선수, 올해 우승을 위해 쉴 틈 없이 지금까지 달려오지 않았습니까? 개인적으로 진짜 좋아하던 선수였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 할 말이 없어지네요.”

이용호 캐스터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김철민 선수, 진짜 노력을 많이 한 선수였는데. 올해엔 악튜러스란 신인 강자를 만나 우승에 대한 꿈이 좌절됐네요. 하지만 저는 김철민 선수가 지금까지 보여 왔던모습 그대로, 내년 이맘때쯤 꼭 좋은 결과를 맺으리라 봅니다.”

이용호 캐스터가 곧바로 결승에 대한 언급을 시작했다.

“그럼 결승에선 레드 데빌과 악튜러스가 만나게 되겠네요. 결승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두 분께서는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강동준 해설위원이 나섰다.

“저는 반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악튜러스 전력이 전보다 더 강해진 건 맞지만, 레드 데빌은 이미 수년 전부터 대한민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같은 골렘이라서요.”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레드 데빌이 약간 더 우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홍진영 선수가 경험이 많지 않습니까? 월드 그랑프리 출전 경험도 가지고 있고.반면 상대는 이번에 처음으로 치고 올라온 새파란 신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어 수준이 안 받쳐주면 레드 데빌과의 장비 차이가 나게 됩니다.”

“레드 데빌이 가진 장비도 엄청 좋죠. 국내 탑급이니까요. 적어도 지금 악튜러스보다 못하진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게 코어인데, 지금 악튜러스 코어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승 가서 악튜러스가 레드 데빌에게 밀리는 모습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출력 차이는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선 이용호 캐스터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코리아 일렉트로닉스에서 악튜러스를 후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결승에서 새로운 코어를 지원해주지 않을까요?”

“그거야 제가 관계자가 아니니 뭐라 장담할 순 없겠지만. 아무튼 두 골렘 모두 장비 변동이 없다 치면 악튜러스가 결승 때 불리한 건 맞습니다.”

“네, 코어는 중요하니까요.”

“그럼 지원해주겠죠.”

“네, 그렇겠죠. 코리아 일렉트로닉스에서도 악튜러스가 우승하길 바랄 겁니다.”

그 시각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본사에선 해당 문제를 논의 중에 있었다.

회장이 물었다.

“장비 변동 없으면 결승전 승패 예측은 어떻게 되지?”

“베타고는 54대 46으로 레드 데빌이 우세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코어 때문에?”

“네, 코어 때문입니다.”

“54대 46이라...”

회장의 고민은 오래지 않았다.

“확률을 좀 높이자고. 우승은 해야지.”

< #31 Korea Knight > 끝

기다렸다는 듯이 강동준 해설위원이 나섰다.

“저는 반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악튜러스 전력이 전보다 더 강해진 건 맞지만, 레드 데빌은 이미 수년 전부터 대한민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같은 골렘이라서요.”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레드 데빌이 약간 더 우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홍진영 선수가 경험이 많지 않습니까? 월드 그랑프리 출전 경험도 가지고 있고.반면 상대는 이번에 처음으로 치고 올라온 새파란 신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어 수준이 안 받쳐주면 레드 데빌과의 장비 차이가 나게 됩니다.”

“레드 데빌이 가진 장비도 엄청 좋죠. 국내 탑급이니까요. 적어도 지금 악튜러스보다 못하진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게 코어인데, 지금 악튜러스 코어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승 가서 악튜러스가 레드 데빌에게 밀리는 모습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출력 차이는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선 이용호 캐스터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코리아 일렉트로닉스에서 악튜러스를 후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결승에서 새로운 코어를 지원해주지 않을까요?”

“그거야 제가 관계자가 아니니 뭐라 장담할 순 없겠지만. 아무튼 두 골렘 모두 장비 변동이 없다 치면 악튜러스가 결승 때 불리한 건 맞습니다.”

“네, 코어는 중요하니까요.”

“그럼 지원해주겠죠.”

“네, 그렇겠죠. 코리아 일렉트로닉스에서도 악튜러스가 우승하길 바랄 겁니다.”

그 시각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본사에선 해당 문제를 논의 중에 있었다.

회장이 물었다.

“장비 변동 없으면 결승전 승패 예측은 어떻게 되지?”

“베타고는 54대 46으로 레드 데빌이 우세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코어 때문에?”

“네, 코어 때문입니다.”

“54대 46이라...”

회장의 고민은 오래지 않았다.

“확률을 좀 높이자고. 우승은 해야지.”

< #31 Korea Knight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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