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파이트-91화 (91/173)

< #31 Korea Knight >

그 시각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본사.

간부급 인사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 되는 영상.

회장이 입을 열었다.

“베타고가 본 승산은 어떻게 되지? 장비를 저리 밀어줬는데 무난하겠지?”

그 물음에 전속비서가 답했다.

“악튜러스가 70%로 우세입니다 회장님.”

“70%? 고작 그것 밖에 안 되나?”

“코어가 좀 아쉽네요.”

회장이 알게 모르게 미소를 드리웠다.

스크린을 주시하는 시선은 그대로.

“오히려 잘 됐어. 너무 퍼주면 애새끼라 긴장이 풀릴지도 몰라. 적당히 쪼여주면서 가능성을 보자고.”

회장이 검지를 세웠다.

“중요한 건 우승이야. 국내 말고 해외. 해외에 나가서도 우승할 그릇인지 한 번 보자고. 고대 골렘이라고 해서 월드 그랑프리까지 우승하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악튜러스에게 이런저런 핑계로 코어를 내주지 않는 건 회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가 장비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고대 골렘 이야기로 어수선한 경기장.

고대 골렘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한 김철민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지금 무슨 소리죠? 고대 골렘? 저게 고대 골렘이라고요?”

김철민과 같이 있던 코치도 당황했다.

“나도 몰라. 이번에 처음 들었어.”

“그럼 베가 같은 건가?”

“그렇겠지?”

“베가라면 좋은 골렘이잖아요. 일반 골렘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고대 골렘이 대단하단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김철민이 당황할만 했다.

코치가 급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괜찮아, 괜찮아. 일단 집중해. 뭐 고대 골렘이라고 해서 별 거 있겠어? 이기면 그만이지.”

대기업 후원을 받은 것도 모자라 이번엔 고대 골렘이라니.

천하의 김철민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지는 거 아냐? 장비가 아예 바뀌었던데.’

김철민이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짓자 멀리서 지켜보던 그의 아버지가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스카우터를 쓰고 있던 김철민의 그 영상통화를 받았다.

“아버지.”

“철민아, 힘내. 넌 이겨낼 수 있어. 지금까지 다 이겨왔잖아. 저 골렘도 잡고 세계로 가야지.”

아버지의 응원이 힘이 됐을까.

김철민이 흔들거리던 마음을 다잡았다.

“네. 꼭 이길게요.”

의지를 다진 김철민이 링크를 시도했다.

김철민의 시야는 링크 된 골렘의 시야로 바뀌었다.

함성을 내지르는 관중들.

그 아래 넓은 공터.

김철민의 골렘, K 나이트가 정중앙에 섰다.

그리곤 마찬가지로 걸어 나온 악튜러스와 마주보았다.

외양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낡고 녹슨 느낌이 강했으니까.

하지만 그 속은 달랐다.

김철민은 스캔을 통해 악튜러스 장비를 전체적으로 살펴봤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골렘의 세부 정보를 갱신합니다.

[무장 목록]

우(右)무장 : [AA-] 브로큰 블레이드좌(左)무장 : [A-] 스턴건 피스트 브레이커보조 무장 : [A-]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안티 매직 미스릴 방패

[장갑 목록]

듀얼 코어 : [BB-] 쌍둥이 가고일 심장예비 코어 : [B+] 중형 크라켄 심장코어 캡슐 : [A]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스마트 코어 캡슐 SC 머리 가리개 : [A-]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미스릴 해드어깨 가리개 : [A-]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미스릴 덧대몸통 가리개 : [S-] 별빛 갑옷우(右) 손목 가리개 : [S-] 별빛 가리개좌(左) 손목 가리개 : [A-] 스턴건 피스트 브레이커다리 가리개 : [A-]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미스릴 각반우(右) 손 보호구 : [A-]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미스릴 강화 장갑좌(左) 손 보호구 : [A-] 스턴건 피스트 브레이커발 보호구 : [AAA] 칠죄종, 악한 일을 하려고 서둘러 달려가는 두 발

[골격 목록]

전체 골격 : [A-]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특수처리 바질리스크 뼈대

장비 종합효율 : 99%

장비 종합판정 : BBB

악튜러스가 왜 고대 골렘이라 불리는지 김철민은 스캔을 통해 바로 알아보았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S등급 장갑을 악튜러스가 가지고 있었다.

‘S등급 장비가 실재한다고?’

현존하는 장비 중 S등급 판정을 받은 장비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있다면 악튜러스가 착용하고 있는 상체 장갑이 처음이었다.

‘진짜 S등급이야?’

당황하는 것도 잠시.

마찬가지로 확 바뀐 악튜러스 장비에 대해 언급하는 해설위원들이 있었다.

특히나 김요한 해설위원이 장비 설명에 열정적이었다.

“코리아 일렉트로닉스가 후원하면서 악튜러스는 개체 정밀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아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고대 골렘인만큼 가지고 있던 장비중 하나가 별빛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아마 차석민 선수도 몰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장비 외관이 마치 녹슨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S등급이라... 잠시만요. 등급 판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저는 S등급장비가 있다는 건 오늘 처음 봤습니다.”

“기존의 강도를 훨씬 뛰어넘는, 초고강도 장갑의 경우. S등급 판정이 가능하다고들었습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막시무스가 쓰고 있는 아다만틴 장갑보다 더 단단하다는 겁니다.”

“이거 최초 아닌가요?”

“네, S등급 장비로는 최초일 겁니다. 코리아 일렉트로닉스에서 후원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고요.”

“김철민 선수, 오늘 악튜러스와 마주하며 적잖이 당황했을 거라 봅니다.”

“그나저나 대기업이 후원하면서 악튜러스 개체 등급이 순식간에 BBB등급까지 뛰었네요. 이거 코어만 바뀌면 거의 A등급 아닙니까? 코어만 준비되면 바로 월드 그랑프리까지 나가겠는데요?”

“네, 코어 수준이 좀 아쉽긴 한데. 코어만 따라준다면 A등급도 문제없습니다. 즉 아시아 지역 예선을 무시하고 월드 그랑프리에 나갈 수준은 된다는 말이죠.”

“이거 악튜러스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이번 경기 오히려 K 나이트가 불리해졌습니다. 김철민 선수,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결승까지 진출할지. 일단 지켜보겠습니다.”

김철민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길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김철민이 투지를 불태우고 있을 때, 뒤이은 홍길동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두 선수 모두 준비 됐습니까?”

환호성 아래 홍길동이 그 시작을 알린다.

“다 함께 소리쳐 볼까요! Ready, Fight!”

경기 시작.

이번엔 링크를 시도한 석민이 김철민의 K 나이트를 살펴보았다.

악튜러스와 마찬가지로 대검을 장비한 파이어 골렘이었다.

개체 등급은 BBB.

전체적인 장비 수준은 악튜러스가 살짝 웃돌았다.

하지만 악튜러스가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K 나이트가 쓰고 있는 듀얼 코어는 악튜러스보다 더 좋은 쌍둥이 심장을 쓰고 있었기에 출력이 더 좋았다.

즉, 힘에서는 K 나이트가 더 좋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악튜러스가 기죽을만한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나머지 부분은 악튜러스가 훨씬 유리해.’

K 나이트가 대검을 뽑아들었다.

마찬가지로 악튜러스 역시 대검을 뽑으며 이를 겨누었다.

두 골렘이 대검을 뽑아들자 경기장엔 전율이 감돌았다.

김철민은 노련한 선수였다.

‘기세부터 잡아야 돼.’

출력 자체는 K 나이트가 더 좋았으니 김철민은 우선 기세부터 잡기로 했다.

기세를 잡아야 승기 또한 잡을 수 있었으므로.

대검을 꽉 잡은 K 나이트가 출력을 높인다.

이를 본 악튜러스의 듀얼 코어도 푸른빛을 뿜어냈다.

두 골렘이 출력을 서서히, 이후엔 급격히 높였다.

폭발하는 출력.

이는 두 파이터의 투지를 불태웠다.

‘절대 안 진다!’

K 나이트가 돌풍처럼 치고나왔다.

치켜든 대검이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날카로운 검격이 되어 악튜러스를 노렸다.

섬광처럼 떨어져 내리는 검격.

악튜러스 역시 부러진 대검에서 마나의 칼날을 만들어내고, 이를 쳐올려 K 나이트의 검격을 막아냈다.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두 골렘이 격돌하자 사방팔방으로 광풍이 뻗어나가고, 그 광풍이 관중석에 닿기도 전에 두 골렘을 응원하는 함성이 덮쳐온다.

그 함성 아래 K 나이트는 다시 한 번 날카로운 검격으로 악튜러스를 노렸다.

‘이것도 막을 테냐!’

하지만 그 검격이 악튜러스를 반으로 쪼개놓기도 전에 마나의 칼날이 이를 받아쳐냈다.

역시나 출력 차이가 있다 보니 칼을 맞댄 두 골렘 중 악튜러스가 살짝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맞댄 칼이 자기 쪽으로 처지는 정도.

그렇다고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는 K 나이트.

대검을 휘두르며 악튜러스를 계속 몰아붙였다.

틈을 주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 보면 저걸 어떻게 피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K 나이트는 무섭게 악튜러스를 압박했다.

끊이지 않는 검격 속.

그것은 마치 검무와도 같았다.

하지만 악튜러스는 흔들리지 않고 그 칼들을 계속 피해냈다.

-주의! 적의 공세가 거셉니다.

-회피 동작을 계속 투영시키겠습니다.

굳이 필요가 없긴 했지만, 석민과 함께하는 베타고는 K 나이트의 검격에 맞춰 회피 동작 등을 석민 시야에 투영시켜주었다.

빛의 선으로 투영 된 악튜러스가 석민 시야에서 내리치는 검격을 어떻게 피하면 되는지 이를 전부 보여줬다.

싸움의 모범 답안이었다.

석민은 다시 한 번 베타고의 능력에 감탄했다.

‘이래서 KA 청룡이 유리했던 거구나. 너무 사기잖아.’

그 어떤 바보 멍청이라도 베타고가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면 반은 먹고 들어갔다.

그 정도로 베타고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석민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베타고와 함께 한 시간이 적었던 만큼, 석민은 베타고와 함께 하는데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빛으로 투영 된 가상의 악튜러스가 너무 요란스럽게 움직여대니 자기 또한 혼란스러워졌다.

“베타고, 너무 어지러워.”

마치 못해 석민이 한 마디 하자 베타고 역시 부정적으로 응대했다.

베타고 AI : 제가 제시하는 가상의 움직임은 모범 답안이라 감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대로 행동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시끄러워. 서포팅만 해.”

베타고의 고집은 그쯤에서 꺾였다.

베타고 AI : Roger That.

요란하게 움직여대던 가상의 악튜러스가 전부 사라지며 동시에 석민의 판단을 어지럽히던 혼란스러움도 사라졌다.

“좋아.”

석민의 눈빛이 달라졌다.

동시에 악튜러스의 눈빛도 달라진다.

날아오는 검격.

몸을 돌려 이를 피한 악튜러스가 그대로 대검을 휘둘러 K 나이트를 타격했다.

등에 직격한 검격.

첫 유효타였다.

일순간 악튜러스를 응원하는 환호성이 거칠어진다.

그 바람에 K 나이트의 전신이 앞쪽으로 쏠렸다.

가까스로 버텨내는 K 나이트와 김철민이 요동치는 시야 속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첫 유효타를 내줬다는 정신적 충격이 김철민을 괴롭혔으나 이는 오래지 않았다.

‘괜찮아. 잘하는 애잖아.’

김철민은 계속 2인자였다.

2인자였던 김철민에겐 이런 정신적 데미지는 오히려 1인자를 지켜왔던 홍진영보다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K 나이트가 다시 자세를 잡자, 이를 본 석민이 좋지 못한 눈빛을 지었다.

‘나라면 저기서 굴렀을 텐데.’

석민은 K 나이트의 대처 모습 등을 보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나라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

생각에 따라선 김철민이 우습게 보였겠지만, 석민은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방금 전 유효타로 기세가 바뀌자 이번엔 K 나이트가 악튜러스의 대검을 피하는 입장이 됐다.

악튜러스의 대검은 K 나이트의 검격보다 더 예리하고, 또한 더러웠다.

이 더럽다는 말은,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세 번 연달아 악튜러스의 대검을 피하던 K 나이트는 이어진 검격은 피하지 못하고 상체 부분을 타격받았다.

대검이지만 베어내지 못한 순간 둔기가 된다.

육중한 타격감에 K 나이트가 꼴사납게 나동그라졌다.

베타고가 미리 내다봤던 대로 70% 우세로 악튜러스가 경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김철민을 응원하는 관중석에선 슬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러다 K 나이트가 지는 건 아닌지.

하지만 김철민과 K 나이트는 아직이었다.

‘이길 수 있어!’

쾅! 홧김에 꽉 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친 K 나이트가 급히 몸을 추스르며 일어섰다.

골렘도 화가 났는지 그 불길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내열성 강한 금속 장갑이 붉게 달아오르고, 그 검도 시뻘겋게 변했다.

K 나이트가 붉어진 전신으로 악튜러스를 노려봤다.

무언가 보여주려는 K 나이트.

하지만 석민은 끝을 내다보고 있었다.

‘끝내자.’

난데없이 악튜러스에게 불꽃이 점화됐다.

어스 골렘이 파이어 골렘처럼 불꽃에 휩싸인 것이다.

K 나이트가 무엇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악튜러스의 코어로부터 시작되었다.

파이어 번.

-파이어 번 시전까지 앞으로 0:03.

< #31 Korea Knight > 끝

K 나이트가 다시 자세를 잡자, 이를 본 석민이 좋지 못한 눈빛을 지었다.

‘나라면 저기서 굴렀을 텐데.’

석민은 K 나이트의 대처 모습 등을 보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나라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

생각에 따라선 김철민이 우습게 보였겠지만, 석민은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방금 전 유효타로 기세가 바뀌자 이번엔 K 나이트가 악튜러스의 대검을 피하는 입장이 됐다.

악튜러스의 대검은 K 나이트의 검격보다 더 예리하고, 또한 더러웠다.

이 더럽다는 말은,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세 번 연달아 악튜러스의 대검을 피하던 K 나이트는 이어진 검격은 피하지 못하고 상체 부분을 타격받았다.

대검이지만 베어내지 못한 순간 둔기가 된다.

육중한 타격감에 K 나이트가 꼴사납게 나동그라졌다.

베타고가 미리 내다봤던 대로 70% 우세로 악튜러스가 경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김철민을 응원하는 관중석에선 슬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러다 K 나이트가 지는 건 아닌지.

하지만 김철민과 K 나이트는 아직이었다.

‘이길 수 있어!’

쾅! 홧김에 꽉 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친 K 나이트가 급히 몸을 추스르며 일어섰다.

골렘도 화가 났는지 그 불길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내열성 강한 금속 장갑이 붉게 달아오르고, 그 검도 시뻘겋게 변했다.

K 나이트가 붉어진 전신으로 악튜러스를 노려봤다.

무언가 보여주려는 K 나이트.

하지만 석민은 끝을 내다보고 있었다.

‘끝내자.’

난데없이 악튜러스에게 불꽃이 점화됐다.

어스 골렘이 파이어 골렘처럼 불꽃에 휩싸인 것이다.

K 나이트가 무엇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악튜러스의 코어로부터 시작되었다.

파이어 번.

-파이어 번 시전까지 앞으로 0:03.

< #31 Korea Knight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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