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렘파이트-50화 (50/173)

< #19 선두 굳히기 >

차태식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침에 문의했던 지하 벙커에 관한 이야기.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와도 된단다.

전화를 받고 난 차태식은 강준에게 신림 쪽에 위치한 군부대로 차머리를 돌릴 것을 주문했다.

차머리가 돌려지자 석민이 아쉬움을 뱉어냈다.

“골렘도 포켓 안에 들어가면 좋을 텐데, 왜 못 들어가는지 모르겠어요.”

강준도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그러게 말이다. 장비는 넣을 수 있는데 왜 골렘 자체는 못 넣는지 모르겠다. 막말로 대형 포켓은 건물도 넣을 수 있다고 하던데.”

차태식도 한 마디 거들어주었다.

“골렘 같은 건 못 넣잖아? 들어보니까 살아 있는 몬스터도 못 넣는다던데.”

몬스터 사체와 여러 물건들, 아티팩트에 심지어 건물까지 넣을 수 있는 포켓.

하지만 그러한 포켓에도 제한이란 게 있었다.

골렘을 못 넣는 건 그러한 제한 중 하나.

“이유가 뭘까요?”

“글쎄다...”

“아빠가 알기론 원래 그렇다는데?”

“아빠, 원래 그런 게 어딨어. 다 이유가 있겠지.”

왜 골렘을 포켓에 넣을 수 없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때 조용하던 까리뽕이 목소리를 냈다.

“그건 제가 알지요.”

차태식이 깜짝 놀랐다.

“뭐야, 포켓이 말도 하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말하는 포켓입니다.”

“진짜 말하는데?”

“아빠한테 소개 안 시켜줬구나. 아빠, 얜 내 친구 까리뽕이야. 까리뽕 인사해.”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차태식은 아들이 포켓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말하는 포켓이었다는 건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말하는 포켓이면 좀 많이 유니크하지 않나?”

차태색은 포켓을 줬다는 강준을 보고 물었다.

강준은 난처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네, 많이 유니크하죠.”

“비싸죠? 많이 비쌀 거 같은데.”

강준이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S급 헌터라 불리는 아이 아빠한테 거짓말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네, 많이 비쌉니다.”

“신생업체라면서 지원이 너무 빵빵한데요? 그리고 9대 1 아니던가? 꼴랑 1하나 먹고 이렇게까지 지원해줍니까?”

까리뽕이 말함과 동시에 차태식에겐 전에 없었던 의문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아까 아들이 말한 100억도 그렇고, 거기다 말하는 포켓까지.

이걸 전부 매니지먼트와 엮기엔 충분히 무리였다.

“아들, 아빠 몰래 뭘 한 거야? 아까 100억도 그렇고 엄청 수상한데?”

그렇다고 해서 차태식은 자기 아들이 게이트까지 넘어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상식적으로 어린 아들이 군부대가 지키고 있는 게이트를 혼자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대신 자기 몰래 도박이나 주식 같은 것에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고 어림짐작해보았다.

이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주 예전에 아들이 주식 차트를 살펴보던 게 떠올랐으니까.

“아들, 솔직히 말해봐. 아빠 몰래 주식하는 건 아니지?”

“주식? 아들 주식 안 해.”

“그래? 흠...”

주식이 아니면 뭘까?

“그럼 인터넷 도박은 아니지?”

머리가 비상했기에 인터넷 도박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도 아닌데.”

“그럼 비트 코인?”

“아빠, 아들은 도박 싫어해.”

“그럼 아까 말한 100억은 대체 어떻게 번다는 거야? 도저히 모르겠네.”

차태식의 궁금증이 폭발한 건 전부 말하는 포켓으로 시작됐다.

그런 아빠를 잠재우기 위해 석민은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어느 정도 거짓을 섞기로 했다.

곧이곧대로 말했다간 두 번 다신 게이트 출입은 불가능할 테니까.

이건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그 누가 자기 자식을 위험한 곳에 보내겠는가?

“아빠, 이거 비밀이야. 이거 아빠만 알고 있어야 돼.”

“어, 말해봐.”

석민은 차태식만 들을 수 있도록 그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여주었다.

그 내용은 돈 7천만 원으로 100억을 만드는 마술.

바로 마정석 농사다.

대신 여기선 용맥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해주었다.

그걸 말했다간 게이트 출입을 알게 될 테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차태식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그게 가능하다고?”

“쉿! 아빠, 이거 절대 비밀이야.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그런 거 대체 어디서 들었어?”

“까리뽕이 말해줬지.”

“포켓이 말해줬다고?”

차태식은 마정석 농사가 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가 힘들었다.

‘그게 진짜 가능한 건가? 된다면 대박인데.’

아들이 비밀이라고 했기에 누군가에게 떠벌릴 일은 없겠지만, 차태식은 아직도 그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그런다고 그게 100억이나 돼?”

“아빠, 쉿!”

이때 강준은 두 부자를 힐끔거리며 물음표를 띄웠다.

‘아니 무슨 이야기를 하기에 저래. 나한테도 알려주면 안 되나? 아니, 우리가 남이가?’

그런 강준이야 사뿐히 무시해주는 차태식은 아들에게 다른 걸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7천만 원은 또 어디서 난 거야?”

“그거 강준 아저씨 회사에서 지원해준 돈이야. 그렇죠 아저씨?”

“어?”

강준은 살짝 당황했다가 이내 아이 장단에 잘 맞춰주었다.

“네, 그 돈은 저희가 지원해줬습니다.”

차태식은 그 정도 돈은 매니지먼트에서 충분히 마련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골렘 대가리에 씌우는 투구만 억대인데, 그까짓 몇 천만 원도 못 지원해준다면 그건 골렘 매니지먼트라고 보기에도 힘들었다.

“뭐 7천 정도면...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된다고? 아빤 아직도 모르겠다.”

“기다려야 돼. 당장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그러다 쪽박 차는 건 아니지?”

“아빠, 아들 쪽박 차면 안 되지. 그럼 아들 망해.”

“뭐 그렇긴 한데...”

나름 우승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아들을 보니 차태식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졌다.

“그래, 아빠가 이번 레이드 나가기 전에 대출 좀 받아볼게.”

“대출?”

석민은 대출 이야기가 나오자 좋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악튜러스나 자기한테는 당장 좋은 일이 되겠지만, 본디 대출을 받아 빚을 만든다는 게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신용대출로 땡기면 못해도 몇 백억은 땡길 수 있을 걸? 이것도 다 아빠니까 가능한 일이야.”

차태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세상에 별로 없는 S급 헌터의 위엄.

“그거 다 빚이잖아?”

“아이 그것도 아빠가 금방 갚을 수 있으니까 은행에서도 그렇게 빌려주는 거야. 아들, 은행들이 바보가 아니야. 걔들이 얼마나 지독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석민보다 강준이 더 관심을 보였다.

“아버님, 그럼 얼마나 땡길 수 있습니까?”

“글쎄요. 저도 은행에 가봐야 알겠는데 못해도 몇 백억은 땡기지 않을까요? 막말로 저번 레이드에서 제가 주워온 천신 세트만 거의 천억이라던데.”

“와, 기가 막히네요. 단순 신용대출로 몇 백억이면... 하, 저도 헌터로 태어났어야 하는 건데.”

“헌터도 헌터 나름이겠죠.”

“하긴 S급이시니까.”

“그래도 아직 신용이랑 인지도가 많이 부족해서 생각보다 못 땡길 수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땡기는 돈이 그렇게 작지는 않을 겁니다.”

“우와.”

이쯤에서 차태식은 다시 말하는 포켓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아니 그런데 무슨 매니지먼트에서 말하는 포켓도 빌려주는 겁니까? 이거 좀 오바 같은데?”

거짓말은 항상 거짓말을 낳는다.

강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게 저희 사장님께서 특수 포켓 수집가라서요. 생각보다 가지고 있는 포켓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 내준 거예요.”

“아, 그래요? 하긴 그렇겠지.”

말하는 포켓 가격이 대충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 차태식은 그러려니 넘어가주었다.

차태식은 까리뽕을 불렀다.

“까리뽕이라고 했나?”

“네, 부르셨습니까?”

“아까 하려던 말이나 계속 해보지?”

“아, 그거 말입니까?”

모두의 관심이 석민의 어깨 위에 떠있던 까리뽕에게 집중됐다.

까리뽕은 그들에게 왜 골렘을 포켓에 담을 수 없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골렘도 포켓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몬스터나 그 무엇이라도 포켓에 담을 수 있었죠. 그러던 중 탑의 관리자와 개척자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그들도 잘 모르는 게이트 너머의 이야기.

“어떤 문제로 둘이 싸웠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야기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개척자는 관리자를 죽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죠. 혼자서 죽이기엔 관리자는 너무 거대한 존재였습니다. 군대가 필요했죠. 그래서 개척자는 아무도 모르게 자기 포켓 안에다가 군대를 집어넣었습니다. 여기엔 대전 골렘도 있었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들도 있었습니다.”

까리뽕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 뒤 관리자를 찾아간 개척자는 포켓에서 군대를 꺼내 관리자를 죽였습니다.”

“잠깐, 관리자를 죽이는 게 가능해?”

차태식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관리자는 달리 말하면 게이트 각 층을 지배하는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신을 죽이다니...

“네, 가능합니다. 이미 어떤 개척자가 증명해보였거든요. 아무튼 그 일이 있고 나서 관리자들은 포켓 사용자가 군대를 조직해서 포켓 안에다 넣는 걸 전부 막아버렸습니다. 그래서 포켓 안에는 골렘도 못 집어넣고, 살아 있는 몬스터도 못 집어넣는 겁니다. 관리자들이 막아버렸거든요.”

포켓에다가 골렘을 못 집어넣는 이유.

그 이유가 밝혀지자 석민은 그러려니 수긍해주었다.

거기에 대해 뭐라 반박해봤자 바뀌는 건 없을 테니까.

그들이 타던 무빙 아머리는 신림 근처에 위치한 군부대에 도착하게 됐다.

도착한 군부대는 총을 든 군인들과 게이트에 출입하려는 헌터들로 분주했다.

어디 그뿐이랴?

일렬로 도열 된 신형 탱크들도 보였다.

마도 공학이 접목되어 마나포까지 쏘아대는 최신예 기갑 전차부대였다.

끝없이 도열 된 탱크부대에 넋을 잃은 강준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짜 여기다 두는 겁니까?”

“네, 장관님이 여기 두라고 하네요.”

“와... 다른 건 모르겠고, 보안만큼은 확실하겠네요. 여길 누가 털까요?”

“터는 게 어딨습니까? 터는 순간 전쟁인데.”

세상 어떤 간 큰 도둑이 골렘 하나 털자고 기갑부대와 최신 헌터 부대가 주둔하고있는 이곳까지 쳐들어올 수 있을까?

아마 미치면 가능할 것이다.

미치면 객기를 용기로 충분히 착각할 수 있을 테니까.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미리 마중 나와 있던 군인사들이 그들을 지하 벙커까지 안내해주었다.

게이트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지하 벙커.

그곳엔 무빙 아머리를 위한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앞으로 무빙 아머리는 이쪽에 주차하시고 필요할 때마다 가지고 나가시면 됩니다. 적어도 보안 문제만큼은 저 오성식이 확실히 책임지겠습니다.”

별 세 개.

수도방위사령관 오성식이 보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석민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신형 골렘을 보게 됐다.

외골격이 국방색으로 디자인 된 대전 골렘.

스턴건의 피스트 브레이커를 연상케 하는 장비를 양손에 달고 있었다.

“와, 저 골렘은 뭐예요?”

석민이 가리키는 골렘은 이제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한국군의 자랑이었다.

바로 KA 청룡.

수도방위사령관 오성식은 너털웃음과 함께 KA 청룡을 그들에게 아주 자랑스럽게소개해주었다.

“아 저 골렘은 저희 국방부가 몇 년간 여러 방산 업체들과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KA 청룡입니다. 올해 국내 대회도 출전할 예정이죠.”

이후 오성식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다.

KA 청룡이 가진 출력이며 전투 능력 등.

이야기를 듣던 석민이 미간을 좁혔다.

‘적이네.’

오성식의 장황한 설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KA 청룡의 경우 코리아 일렉트로닉스 본사에 위치한 베타고가 도와주게될 겁니다. 막시무스 골렘 파이터가 제리코 본사에 위치한 알파고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조종은 저기 있는 박대한 대위가 맡을 예정입니다.”

사령관이 언급하기가 무섭게 어느 군인 하나가 그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올렸다.

“충성!”

그는 KA 청룡의 골렘 파이터, 박대한 대위였다.

< #19 선두 굳히기 > 끝

ⓒ 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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