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헌터 각성
아침 해가 떠오르자 차태식은 외출 준비를 했다.
보통 헌터가 레이드를 뛰기 위해선 팀을 구하는 게 먼저였다.
개인으로 뛰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며 위험부담이 너무 컸으므로 아무리 잘난 헌터라도 한 명 이상의 팀원이랑 같이 행동했다.
우선 헌터가 팀을 구하기 위해선 온오프라인으로 알아보는 게 먼저였으나, 차태식에겐 경험 많은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를 통해 헌터 생태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차태식이 일찍부터 외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외출하기 직전, 차태식이 말끔한 차림으로 제 아들을 불렀다.
“아들, 아빠 밖에서 친구 좀 만나고 올게.”
헌터로 각성 된 아빠가 바삐 움직일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석민이 한 번 예상해보자면 차태식은 레이드를 바로 뛰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두 달 과정의 기초헌터교육을 수료할 것으로 보였다.
그게 아니면 일주일 과정의 초특급 단기 과정을 수료하던가.
어찌됐건 차태식은 초짜로 바로 레이드를 뛸 순 없었다.
일단 게이트 경험도 없고, 마나 활용에 대해서도 배워야 했으니까.
“혹시 강형태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거야?”
“어, 우리 아들 잘 아네?”
“아빠 친구가 헌터잖아. 그래서 내가 짐작했지.”
“아빠 혹시 늦을지도 모르니까, 밥 챙겨 먹고 있어. 아니다. 뭐 하나 시켜먹어라. 아빠가 이제부터 돈 왕창 벌어다 줄 테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응, 그건 알아서 할 게. 아빠 잘 갔다 와.”
“그럼 이 아빤, 거지같았던 인생 재구축하러 간다.”
석민은 농담과 함께 떠나가는 차태식의 뒷모습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아빠가 저렇게 웃는 거 정말 오랜만에 본다.’
가방을 챙긴 석민도 등교를 했다.
학교에 도착한 석민은 시끌벅적 떠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석민의 시야가 고정된 곳은 바로 헌터닷컴.
거기서 레이드 팀 구성을 위한 구인광고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수업이 시작했음에도 석민의 머릿속은 오직 레이드 밖에 없었다.
‘역시 힘들겠지?’
레이드에 관해선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본인이 어리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악튜러스의 등급이 매우 낮았다.
개체 등급 E+
통상적으로 E등급 골렘들은 대전용이나 게이트 탐험용으로 쓰이기엔 부적절했다.
그런 골렘들은 건설 현장이나 물류 창고에 투입되어 막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불법 경기장에서 이긴 걸 잘 어필해야 돼. 보통 불법 경기장에서 이길 정도가 되면 예선전 턱걸이 기준인 DDD등급 정도로 보니까.’
아마 불법 경기장을 나가지 않았다면 레이드를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나마 불법 경기장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어 석민도 감히 레이드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악튜러스가 어떤 골렘인지 헌터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테니까.
‘레이드는 골렘 파이트랑 달라. 위험한 일이라 어른들도 신중하게 생각하니까.’
학교가 끝나자 석민도 하교를 했다.
그러다 학교 정문에서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가 돌려졌다.
“석민아.”
같은 반 친구인 정유이였다.
유아용 드레스를 입고 학급에서 유일하게 포켓을 가진 여자아이.
석민이 정유이와 마주봤다.
“유이야, 나 불렀어?”
“응.”
“왜 불렀어?”
“그게...”
유이는 쭈뼛쭈뼛 서 있다가 주변 눈치를 보더니 석민에게 포켓에서 꺼낸 무언가를 조심스레 건넸다.
“이거.”
“이거 뭐야?”
“초콜릿이야. 미국에서 돌아온 이모가 선물로 줬어.”
“그래? 그런데 왜?”
“너한테 주려고. 너 초콜릿 좋아하지 않아?”
“초콜릿? 음... 싫어하진 않아.”
“그럼 너한테 줄게. 너 혼자 먹어.”
“이거 선물이야?”
“응.”
“고마워. 잘 먹을게.”
유이 앞에서 포장지를 뜯어낸 석민이 초콜릿을 먹으며 떠나가자 유이는 두 볼만 발그레 붉혔다.
그러다 정문 앞에 주차되어 있는 검은색 벤츠에서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유이가 뛰어가는 벤츠 안에선 운전기사와 유이의 엄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쟨 누구에요?”
“네, 사모님. 차석민이라고 같은 반 친구입니다.”
“우리 유이가 많이 좋아하는 거 같은데, 뭐하는 아이죠.”
“크게 특별한 것은 없고,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꽤 영특한 아이라고 합니다. 예의 바르기도 하고요. 저번에 한 번 대화해봤는데 착하더라고요.”
“그래요? 그쪽 부모님은 뭐하시는데요.”
“엄마는 없는 것 같고, 아빠는 고물상을 한다고 합니다.”
“예? 고물상이요?”
“네, 사모님.”
그녀는 대번 표정을 구겼다.
자기 딸이 관심을 갖는 아이가 고물상집 아들이란다.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이때 석민은 유이가 준 십만 원짜리 초콜릿을 먹으며 핸드폰 속만 들여다봤다.
‘우선 여기다 지원해보자. 탱커급구니까 급하면 나한테 연락이 올지도 몰라.’
석민이 관심을 가진 건 D급 탱커를 급하게 구한다는 구인광고였다.
보통 레이드 팀을 꾸리는데 주체가 되는 사람은 탱커가 많았다.
탱커가 있어야 레이드가 성립되고 보다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탱커가 아닌 사람이 리더가 돼서 레이드 팀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 경우엔 레이드 팀원보다 등급이 한두 단계 더 높은 헌터가 주체가 되어 팀원을 모으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탱커가 쉽게 안 구해지는데, 석민은 그 점을 노린 것이다.
‘탱커 없이는 레이드가 힘들 테니까 기다리다 보면 나한테 연락이 올지도 몰라. 어쩌면 형식적으로 탱커를 구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석민의 생각대로 지원서를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기 D급 레이드에 지원하신 분 맞으시죠? 동부관문이요.”
“네, 안녕하세요.”
“예? 저기 목소리가...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지원서에 적어놨는데요.”
“잠시만요.”
당장 탱커가 급했던 이루리는 지원서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석민에게 전화를 걸게 됐다.
몇 시간 째 지원이 없다가 딱 하나 올라온 것을 보고는 냅다 전화를 건 것이다.
자세한 건 통화로 해결하면 됐으니까.
“야, 꼬마야. 지금 나랑 장난하니? 너 여기서 이런 장난치면 안 돼.”
“장난 아니에요. 저한테 대전 골렘이 있어요. 그걸로 탱커 뛰려고요. 제가 골렘 파이터거든요.”
사정이 급하지 않았다면 바로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애랑 장난칠 시간이 없었으니까.
“뭐? 골렘 파이터?”
이루리는 다시 지원서를 살펴봤다.
레이드에 어린 아이가 끼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쪽 바닥에선 누구든 능력만 있으면 장땡이었으니까.
그리고 요즘 골렘 파이트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두각을 나타낸단다.
최근에 한국에 찾아온 유럽 신생팀, 슈나이더에서 베가라는 골렘을 다루는 파이터가 어린 아이니 말 다한 셈.
이루리는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에 바로 전화를 끊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아이가 올린 지원서 내용을 살펴보니 인내심을 발휘한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개체 등급 E+
“꼬마야, E등급 골렘이면 게이트를 못 넘어가. 이런 건 물류창고에서 짐이나 나르는 거야. 대전 골렘도 아니고.”
“헌터협회에서 측정한 거라 정확한 정보는 아니에요.”
“아무튼 안 돼. 전화 끊는다.”
“잠시만요. 저 불법 경기장에서 우승한 적 있어요.”
“뭐? 불법 경기장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고?”
“네.”
어린 아이랑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이루리는 忍(참을 인)자를 더 새기고 아이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불법 경기장에서 이겼다면 E등급 골렘은 아닐 것이다.
일단 출전 자체가 D등급 골렘에 한정됐으니까.
정말 우승한 적이 있다면 적어도 국내 예선전 출전 자격인 DDD등급은 될 것이다.
그리고 대전 골렘이 DDD등급이면 탱커로 써도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어중간한 C급 탱커보단 나았으니까.
“증거는 있어? 장난치는 거면 진짜 혼난다?”
“튜브에 제가 나온 영상이 있어요. 지원서에 링크해놨는데, 거기서 보시면 돼요.”
“기다려. 지금 확인해볼 테니까.”
이루리는 노트북에서 지원서에 링크 된 동영상을 열어봤다.
해당 동영상에는 악튜러스가 불법 경기장에서 나름 선전하는 모습들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나온 꼬마가 너니?”
“네.”
2초 정도 생각했을까?
이루리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어디니? 지금 누나가 그쪽으로 갈게.”
“저 영등포에 있어요. 자세한 위치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용달차 하나만 불러주세요.”
“그거 골렘 때문이지?”
“네.”
“일단 만나자. 주소부터 보내.”
“네, 바로 문자로 보낼게요.”
나름 C급 헌터로 잘 나가고 있는 이루리는 자신의 애마인 페라리를 끌고 석민고물상을 찾아갔다.
영등포에 위치한 낡은 고물상.
그녀도 이런 곳은 TV에서나 보던 곳이다.
도착한 이루리는 선글라스를 벗고 검은 나시 차림으로 고물상 안으로 들어섰다.
“오셨어요?”
석민이 찾아온 이루리를 봤다.
화장은 진하지 않았고 적당하면서 머리가 단발이었다.
나이는 스물 중반 정도.
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어른이었다.
“네가 그 꼬마니? 아까 나랑 통화했던.”
“네, 맞아요.”
일단 아이는 맞았다.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골렘.
“그 골렘은 어딨니?”
“뒷마당이요. 절 따라오세요.”
이루리는 석민을 따라 악튜러스도 보게 됐다.
그녀가 악튜러스까지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게 왜 E+ 등급이지? 못해도 D등급은 넘어 보이는데.’
“꼬마야, 이게 왜 E+등급이니?”
“저도 몰라요. 헌터협회에서 개체 측정을 했더니 악튜러스한테 E+등급을 줬어요.”
“그래?”
헌터협회에서 실시하는 헌터 자질 검사나 골렘의 개체 측정이 부실하다는 건 이루리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개체 측정이 완전 잘못 됐네. 동영상에 나온 게 맞다면 최소 DD등급은 나와.’
DD등급이면 탱커로 써도 손색이 없었다.
이루리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런데 네가 레이드 뛰려고? 부모님은?”
상대가 아이다 보니 반사적으로 아이의 부모부터 찾았다.
“부모님 몰래 뛰려고요.”
“뭐? 몰래 뛴다고?”
“네, 그게 제가 제시하는 조건이에요. 아빠가 모르셨으면 하거든요.”
곤란했는지 이루리는 엄지를 깨물었다.
‘얘 데려갔다가 괜히 큰일 나는 거 아니야?’
“그럼 안 되는데. 부모 허락 없이 널 데려가는 건 나도 곤란해.”
“동영상에 나온 곳도 저 혼자 갔어요. 아빠 몰래요.”
“엄마는?”
“엄마는 안 계세요.”
“미안.”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키지 않는지 이루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닌 듯싶은데.’
그런 이루리를 꼬드겨야 하는 석민은 그녀가 혹할 수 있는 말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누나, 탱커 구하기 참 힘드시죠. 누나가 리더라서 일반적인 탱커들이 누나가 만든 팀을 기피할 거예요.”
탱커들은 레이드에서 분배되는 몫이 가장 컸다.
레이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다보니 자연스레 그 몫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 리더 자리도 겸하면서 지시 같은 것도 편하게 내렸다.
하지만 리더가 아닌 팀원으로 속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기 몫도 작아질 뿐더러 지시 내리기가 힘들어졌다.
리더는 따로 있었기에.
그래서 탱커들은 자기가 리더가 되어 팀을 직접 꾸리려 했지, 팀원이 되어 어느 레이드 팀에 속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루리가 탱커를 구하면서 애를 먹는 이유 중 하나였다.
“C급 헌터시던데, 본인 입장에선 D급보단 C급 탱커를 원하시겠죠. 하지만 C급 헌터면 자기가 팀을 꾸리려 하지 누나가 만든 팀에 굳이 들어오려고 하진 않을 거예요.”
“그런 건 어디서 들었니?”
“인터넷에서 찾아봤어요. 지식인에 가면 많이 나와요.”
석민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루리는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고, 솔직히 아이에게 큰 문제만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어중간한 C급 탱커보다 아이가 데리고 다니는 골렘이 더 나았으니까.
“너 자신 있니?”
“자신 없으면 지원도 안 했겠죠.”
“게이트 너머는 정말 위험한 곳이야. 나도 죽을 뻔했던 적이 두세 번 정도는 있어.”
“네, 알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충분히 감안하고 가는 거니까요.”
아이답지 않은 담대함.
이루리는 한참을 생각하다 마지못해 결정을 내렸다.
“좋아. 대신 네가 동의하는 걸 동영상으로 찍어야겠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나도 도망칠 구멍은 만들어놔야 하니까. 이건 괜찮겠지?”
“편한 대로 하세요. 대신 아빠한테는 비밀이에요.”
“굳이 아빠한테 비밀로 하는 이유가 있니? 아빠한테 혼나서?”
“아니요. 걱정하시니까요.”
이루리는 용달차를 불러 골렘을 싣고 집결지이자 게이트가 열려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는 관악구 서림동으로 향했다.
서림동에는 이계와 연결되는 게이트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군부대가 넓게 퍼져 있었다.
한국에 위치한 게이트는 한국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게이트 출입은 오직 마나를 다루는 헌터들에게만 국한됐다.
하지만 어디서나 예외는 있는 법.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사람이나 취재 기자, 그리고 골렘을 다루는 골렘 파이터는 헌터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골렘 파이터도 돈이 궁한 만큼 레이드를 뛰었으니까.
그리고 골렘 파이터가 가진 헌터 자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마나 자체를 골렘이 다루었음으로.
미리 도착해 있던 이루리의 팀원들은 용달차에 실려 온 녹슨 골렘을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저걸 탱커로 쓸 생각은 아니겠지?
그들의 우려는 곧 현실로 다가왔다.
“제가 탱커 구해왔어요.”
이루리가 말하자 군복차림의 중년 남성 하나가 딴죽을 걸어왔다.
송대영.
D급 헌터로 팀원 중에서 유일하게 총기를 다루는 헌터였다.
“아니 이 씨, 저딴 걸로 탱이 되겠어요? 녹슬었는데? 그래서 등급은?”
그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건 역시나 골렘의 등급이었다.
대전 골렘이 레이드 뛰는 경우야 많았으니 문제가 없었는데, 녹슨 골렘이면 이야기가 달랐으니까.
“등급은 낮은데, 불법 경기장에서 우승한 적이 있데요. 그것도 최근이에요.”
불법 경기장에서 이겼다고 하자 미리 모여 있던 셋이 서로를 쳐다봤다.
저걸 데리고 레이드를 뛰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무언의 대화를 나눈 것이다.
다음으로 말을 꺼낸 건 긴 칼을 장비한 이대운이었다.
“그런데 골렘 파이터는 어딨어요? 저기 용달차 아저씨 그냥 가버리는데?”
그러자 이루리 뒤에 서 있던 석민이 나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가 골렘 주인이에요.”
송대영은 바로 목소리를 냈다.
“아니 이 씨, 지금 미쳤어? 레이드에 애를 데려가겠다고?”
이루리가 바로 받아쳤다.
“애가 아니라 골렘 파이터죠. 그리고 일단 제가 보여주는 영상이나 보고 판단하시죠.”
이루리가 혹했던 것은 역시나 불법 경기장에서 선전하는 악튜러스의 영상이었다.
머잖아 해당 동영상을 보게 된 헌터들이 입술을 매만지거나 고심하는 눈치를 보였다.
우선 골렘이 보기와 다르게 싸움을 잘했다.
그리고 이 정도 대전 골렘이면 최소 C급, B급 레이드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
D급 레이드를 뛰는 그들에겐 좀 과분한 골렘이었다.
“아니 이게...”
이대운이 뒷말을 잇지 못하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김한송이 목소리를 냈다.
“데려가 보죠. 보니까 저희보다 훨씬 나은 데요 뭘. 이거 이번 레이드에서 저 골렘이 다 때려잡겠는데요?”
대전 골렘이 탱커도 되고 딜러도 된다면 금상첨화.
이대운이 의문을 표했다.
“그럼 우린 뭐해?”
이루리가 답했다.
“여러분들은 아이를 지키셔야죠. 아이는 헌터가 아니거든요.”
송대영과 이대운이 서로를 쳐다봤다.
둘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지. 아이는 우리가 지키는 걸로.”
“그렇게 합시다.”
이루리가 눈빛을 바꿨다.
“그럼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