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프가 좋아-149화 (149/354)

149. 차별화된 서비스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공 프로님 이니셜을 딴 TPK 골프 컴퍼니, 공 프로님이 주도하는 기업이 맞습니까?

“주도라는 표현, 적절치 않지만 서로 뜻이 맞아 투자를 결정했고 가장 어린 제가 앞장서서 궂은일을 맡은 것뿐입니다.”

-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골프 선수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골프 관련 사업이고 첫 삽은 골프클럽 개장과 운영입니다.”

-새로운 코스를 건설, 개장한다는 말씀인가요?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좋은 코스가 많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코스를 건설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럼 기존의 명문 골프장을 인수한다는 거군요.

“그 일은 이미 진행 중에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창업 기념식에서 발표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골프장 체인 사업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미 선도하는 기업도 있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파산하는 기업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 회원제 골프장들이 만성 적자에 허덕여 필수불가결한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PK는 여타의 기업과 다르다. 어떤 코스인지는 상관도 없이 사업의 주체가 너무도 특별하기 때문이다.

뭔가 특별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조합이기 때문인지 사방에서 질문이 쇄도했다.

-혹시 최상급 명문 골프장을 운영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코스는 골프의 진미를 느낄 수 있도록 리노베이션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분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공유 멤버 클럽을 지향합니다.”

-공유 멤버 클럽이라는 의미는 뭔가요? 어차피 기존 회원제 골프장도 다 공유의 개념이잖습니까!

“비슷한 듯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저희는 일단 아시아 주요 3개국에 10개의 코스를 마련할 겁니다. 정해진 기간에 일정 횟수를 이용할 수 있는 소멸성 멤버십을 판매할 것이고 그 비용은 퍼블릭코스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 될 겁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게 가능한가요?

“소위 명문 골프장이라고 지칭되는 코스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PGA나 EUR도 개최할 수 있는 챔피언십 코스에서 훨씬 저렴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면 기자님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예약 없이는 라운드를 할 수 없을 겁니다.”

현재 일본이나 한국의 라운드 비용은 지나치게 비싸다.

골프 저변을 넓히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될 수준이다. 하지만 그건 경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빚을 내서 골프장을 짓고 회원권을 팔아 그걸 메운다. 그렇다 보니 회원들이 내는 저렴한 비용으로는 직원들 급여를 주기도 빠듯하다.

그렇다 보니 비회원의 라운드 비용은 너무 과도해 접대가 아닌 이상 제 돈 주고 치기 부담스럽다. 텅텅 비는 이유다.

그에 비해 퍼블릭코스는 저렴한 데도 수지타산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워낙 들쑥날쑥하고 지나친 경쟁 때문에 제 살을 깎아 먹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코스의 상태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TPK라는 이름을 거는 순간,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기자들도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왔다.

-그래도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골프장을 운영할 필요가 있나요?

“수익성만을 따지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구상하는 것은 골프 코스만 달랑 있는 기존의 코스와는 다를 겁니다.”

-돈이 될 부수적인 사업도 병행한다는 건가요?

“저희는 골프를 즐기러 오시는 분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휴양과 종합 레저는 물론이고 차별화된 저희만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해 아직은 밝히실 수 없는 건가요?

“하하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타이거나 필, 또 제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한 서비스,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대체 그게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현역 투어프로만이 가능한 게 무엇인지 몰라도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라면 확실한 장점이다.

그런 와중에 기자 한 명이 정확한 대목을 찌르고 들어왔다.

-혹시 동반 라운드를 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극히 제한된 분에 한해서겠죠.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레슨 프로그램입니다. 초보자, 중급자, 그리고 프로가 되고자 하는 지망생들까지 다양한 레슨 프로그램과 훈련 캠프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아! 그건 좀 새로운 발상이네요!

기존 골프 체인들도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경주해 왔다. 하지만 사업적인 마인드로 다가갈 수 있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러나 타이거와 필, 그리고 필상이 나서서 골프를 가르칠 수 있는 인력 풀을 만든다면 그건 확실한 경쟁력이 된다.

골프채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더 잘 치고 싶다는 욕망을 가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레슨을 받지 않고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입문 과정에서 몇 개월 정도 배우는 게 고작이다.

수없이 많은 비용을 골프에 쓰면서도 실제 자신의 실력을 가다듬는 투자에는 인색하다. 그 이유는 과연 배운다고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저희 TPK의 멤버가 되시면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자신의 스코어가 확실하게 줄어드는 놀라운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와아아아!”

필상의 그 한 마디가 이번 인터뷰의 포인트였다. 모든 골퍼가 바라는 바, 놀라운 실력의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TPK 멤버를 사는 순간, 자신의 실력에 맞는 레슨 프로그램이 추천되고 그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 핸디캡을 부여받는다.

본인이 원하면 당연히 더 높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도전의 끝에는 프로 선수가 되는 마지막 관문까지 마련된다.

“저희는 아마추어 골퍼 여러분을 위한 정기적인 대회를 개최할 것이며 저희 프로그램을 통해 레벨이 향상되시는 분들에게는 다양한 혜택을 마련할 것입니다.”

나라별로, 단체별로 핸디캡 인증서를 제공하는 곳이 있지만 현재 아마추어들의 실력을 검증하는 공인된 단체는 없다.

PGA와 같은 기존 단체는 대부분 프로들을 위한 협회의 성격을 지녔고 투어 대회를 유치, 개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마추어 골퍼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필상은 바로 아마추어 골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걸 사업의 모토로 삼았다.

-상당히 독특한 발상이지만 희망하는 모든 아마추어들의 레슨을 하려면 엄청난 인력 풀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소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 일본은 필 미켈슨이 직접 자신이 신뢰하는 코치진을 데리고 올 것입니다. 그중에는 PGA 프로들을 가르치는 유명한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신청하신다면 일본에서 활약하는 유능한 코치들을 초빙해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교육을 마쳐야겠지요.”

-듣고 보니 골프클럽 개장보다는 기존의 골프 레슨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 같네요.

“그러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희와 함께하시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정당한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 말과 함께 이미 도쿄에 사무실을 낸 TPK 일본 지사에 대한 언급을 꺼냈다. 현지의 사업은 가급적 현지인들의 손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일본 지사에는 여러 가지 제안들이 쏟아질 것이다. 코치진으로 합류하고 싶은 프로들부터 시작해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골프클럽 오너들도 체인 가맹이나 인수 의사를 조심스럽게 타진할 것이다.

라운드 비용과 별개인 골프 레슨 비용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얼마나 코치진의 실력을 신뢰하느냐의 문제인데, 미켈슨이 직접 온다는 말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격을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을 확인해 준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골프 레슨이 이 사업의 초기 핵심 사업으로 자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손님이 차고 넘치면 골프장의 운영도 여유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서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코스 개장은 내년쯤에나 가능할 텐데,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닌가요?”

“한국이나 일본은 내년 봄 개장이 현실적이지만 한발 빨리 움직인 태국의 전지훈련 코스는 이번 겨울부터 개장할 수 있을 거야.”

“아! 콘깬의 그 골프장 말인가요?”

“응. 단쿤 코스는 이미 인수를 마치고 리노베이션에 들어갔고 코랏의 카오야이 골프클럽도 인수 절차에 들어갔어.”

“카오야이 골프클럽이요?”

“응. 그 일 때문에 이 대표와 같이 태국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모레 출발할 건데 당신도 같이 갈래?”

“당연하죠.”

대회를 마친 필상과 모모코는 오랜만에 가와사키 집에 돌아와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이 대표가 건너와 함께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같은 시간 JGTO 대회도, PGA 대회도 열리고 있지만 필상은 뜨거운 출전 제안을 모두 고사하고 태국으로 날아갔다.

열흘 후에 열리는 매경오픈 출전만 확정했을 뿐, 더 마스터즈에 이어 PGA 챔피언십 출전도 확답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PGA 사무국이 몸이 달은 것 같아요.”

“징계 얘기도 솔솔 나온다면서요?”

“대회 출전은 선수의 고유 영역인데 터무니없는 헛소리죠. 6월 4째 주의 WGC 대회에만 출전을 확정한 것 때문에 더 말이 많은 것 같아요.”

보통 PGA 프로들은 대회 출전을 몇 달 전에 확정한다. 부상과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출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시즌 2승을 확정한 필상이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더 마스터즈에 나가지 않았을 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밑천이 드러났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는데, JGTO 개막전에서 -27로 우승한 뒤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전히 파괴력 높은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2위와 무려 14타 차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누가 봐도 출중한 기량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출전을 물론 여타 대회도 출전하지 않은 필상이 달랑 WGC가 주최하는 페덱스 세인트 인비테이셔널 출전을 확정하자 말이 많았다.

“제가 PGA를 보이콧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면서요?”

“그마저도 웃기는 얘기죠. 선수가 무슨 힘이 있다고 단체를 상대로 보이콧을 해요! 자신들의 냉대는 돌아보지 않고 남 탓만 하는 오만함, 그게 문제의 본질이죠. 어떻게 PGA 홈페이지에 그런 기사를 링크할 수 있냐고요!”

사실은 필상보다 이 대표가 더 발끈했다.

델 매치플레이에서 기권하고 귀국할 당시, PGA는 필상의 경기력에 의문을 표하는 기사를 홈페이지에 링크했다.

기사의 내용이 다분히 악의적이며 인종차별적이라는 항의가 이어지자 바로 내리기는 했으나 공평무사해야 할 사무국이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이라고 봤다.

“US 오픈 참가는 PGA 챔피언십이 끝나고 통보하세요.”

“최대한 미루다 1, 2주 전에나 하려고요.”

“하하하. 그건 대표님이 알아서 하시고 그나저나 매경오픈 주최 측과는 상의가 잘되었나요?”

“네. 총상금 15억에 못 미치는 부분은 우리가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더니 그제야 본인들이 올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한 여력은 충분한 기업이죠.”

“그래도 모양새를 생각한 것인지 3억 정도 서브 스폰서로 참가해 달라는 역제안이 들어왔어요.”

“TPK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낫다고 본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은근히 타이거나 필의 출전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대표님이 연락 한 번 해 보세요. 올지도 모르니까.”

대회의 흥행 여부는 출전 선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필상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사실 필상의 출전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장은 된다. 하지만 PGA 현역 선수가 출전한다면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줄 것이다.

필상은 자신이 직접 부탁하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건 알지만 신세를 지면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이 대표에게 미뤘다.

어차피 올해는 TPK를 최대한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서브 스폰서로나마 참가하면 그들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방콕에 도착한 필상은 어떻게 알았는지 공항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잠시 포토타임과 인터뷰를 가졌다.

“오랜만입니다. 박 사장님.”

“난 매일 자네 경기 장면을 봐서 그런지 낯설지가 않아.”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뭐. 요즘 난 매우 행복해. 하하하! 피곤할 텐데 어서 카오야이로 가자고.”

코랏은 방콕에서 북쪽으로 200km가량 올라가면 나오는 나콘라차시마 주의 또 다른 옛 지명이다. 유명한 국립공원이 위치한 남서부 지역이 카오야이로, 상당한 수준의 골프장 10여 개가 위치해 많은 골퍼들이 몰려드는 지역이다.

미리 예약한 리조트에 도착한 필상 일행은 마중 나온 의외의 인물들을 만났다. 나콘라차시마 주지사가 직접 찾아왔다.

사전에 이 대표가 투자 관련 사업 계획서와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TPK에 타이거가 관련된 것을 확인한 그는 코랏에 투자할 경우, 다양한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업무 협약서에 흔쾌히 사인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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