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101)

개혁의 시작

1794. 10. 15일. 창덕궁 인정전.

한성을 완전히 장악한 가온군은 곧바로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일단 전 조선에 군정이 실시되었다. 그리고는 정조의 어명으로 전 조선에 관리들을 모두 한성으로 불러올렸다.

가장 먼저 가온이 한 것이 삼척과 단양 등지에 시멘트 공장을 세우는 일이었다.

이 공장 건설에 청진에 있던 기술자들이 삼척으로는 배로, 단양으로는 비행선을 타고 대거 내려왔다.

현지에 도착을 한 이들은 곧바로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필요한 자재는 이미 청진에서 전부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공장 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기 위해 모든 자재는 비행선으로 공수되었다.

한성으로 조선의 수령방백들이 올라온 것은 10월 중순이었다.

그들이 한성으로 모두 모이자 정조는 모든 신하들을 창덕궁으로 불러들였다.

지금 창덕궁 인정전의 넓은 뜰에는 조선의 모든 관리들이 모여 있었다.

인정전에는 조선의 관리들을 제외한 일단의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들은 가온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형구 대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와 김석태 지사를 비롯한 공무원, 권오인 회장을 비롯한 민간인들로 구성된 50여 명의 가온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경복궁터에는 한성 일대 육조 속 아문의 관리들과 성균관의 유생들도 집결을 시켜놓았다.

가온군의 공병대는 이들을 위해 며칠 전부터 창덕궁 인정전과 경복궁에 마이크 시설을 해놓았다.

정조가 대전 앞 품계석에 늘어선 관리들을 보고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저들이 전부인가?”

장준하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기가 차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지난번에 보고드린 대로 전 관리의 칠 할 정도 됩니다.”

“썩어도 단단히 썩었었군.”

장준하가 말했다.

“이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정조의 용안이 그 말에 굳은 의지가 서렸다.

장준하가 그것을 보고 다시 말했다.

“조선은 지금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조가 말했다.

“맞소. 과인을 바라보는 백성들이 있는데 과인이 지금 지난날을 아쉬워할 때가 아니오.”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시오.”

정조가 승낙을 하자 장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성용이 설치된 마이크로 말을 했다.

―지금부터 주상 전하를 모시고 조선의 전 관리들이 참석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주상 전하께 대한 경례가 있겠습니다.

관리들은 깜짝 놀랐다. 앞에 선 처음 보는 사람이 조그맣게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말이 사방에서 들려오자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은 경복궁에 모여 있던 관리들과 유생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사람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몇 사람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하였다.

최성용이 다시 말했다.

―일동 차렷.

그러자 50명의 가온 사람들은 일제히 차렷 자세를 취했지만 조선의 관리들은 당황해했다.

그러자 옆에서 내관이 소리쳤다.

“국궁(鞠躬, 절을 하기 전 예비 동작).”

그제야 조선의 관리들이 의관을 정제했다.

―주상 전하께 대하여 경례.

그러자 다시 내관이 소리쳤다.

“바~이(拜).”

그 말을 들은 조선의 관리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가온 사람들과 군인들은 거수경례를 하였고, 민간인들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마찬가지로 경복궁에 있는 사람들도 내관의 말에 따라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바로.

“평신(平身).”

그러자 모두 몸을 세웠다.

최성용이 다시 말했다.

―지금부터 주상 전하의 윤음(綸音, 임금이 백성들에게 내리는 말. 법령과 같은 효력이 있음)이 있겠습니다.

정조가 그 말에 용상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과인이 오늘 대전 앞에 모인 신하들을 보니 참으로 통탄스럽고 한심하기 그지없도다.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정조의 목소리를 듣는 창덕궁의 신하들도 놀랐지만 경복궁은 상황이 더했다.

최하급 관리이고 유생인 이들은 임금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정조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모두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정조의 목소리는 확성기를 통해 계속 들렸다.

―그간 과인은 참으로 많은 일을 하려 했으나 번번이 백성들을 위한다는 구실로 막던 자들이 뒤에서 이렇게 많은 부정을 저지르고 있었음을 미처 몰랐도다. 만일 이번에 효종 대왕의 친위군이 강림하지 않았다면 누가 있어 이들을 징치했겠나.

정조의 입에서 가온군이 효종 대왕의 친위군이라는 말을 천하에 공표한 것이다.

―이 친위군은 효종 대왕이 생전에 은밀히 기르시던 군대였느니라. 그러다 효종 대왕께서 승하하시고 북벌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며 기대가 난망해지자 조선과의 인연을 끊고 150여 년을 독자적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정조의 말이 계속되자 신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조의 말은 계속되었다.

―아! 이런 친위군을 아바마마이신 장헌 세자께서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시어 저승에서 강림하여 이들에게 백 일 동안 석고대죄를 하면서까지 조선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창덕궁과 경복궁의 모든 사람들은 사도 세자가 죽어서까지 조선을 걱정했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대부분의 신하들은 며칠 전 4명의 선대왕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질책하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정조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과인은 이 친위군을 이미 몇 년 전인 경술년에 만났었다. 지난 몇 년간 과인과 친위군은 조선을 개혁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하였다. 그런데 조정의 녹을 먹고 조상들의 음덕으로 호사를 누리던 자들이 뒤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백성들의 고혈이나 빨아먹고 서원에 처박혀 군역이나 면제받으려 하고 있었으니 조선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었겠느냐?

정조의 호통에 신하들은 물론이고 유생들 또한 고개가 숙여졌다.

정조의 호통은 계속되었다.

―부끄러운 줄 알라. 그대들이 조선의 식자이고 조선의 지도자들이더냐. 백성들은 헐벗고 굶주려 피골이 상접해 가는데 조선에서 가장 혜택을 받는 그대들은 조선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드넓은 창덕궁과 경복궁터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정조의 목소리는 여기서만 들린 것이 아니었다. 공병대는 확성기를 창덕궁 돈화문 일대에도 설치를 했던 것이다.

지금 창덕궁 앞은 인산인해였다.

국정원 요원들이 오늘 창덕궁에서 일이 있는 것을 소문내 놓았기 때문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백성들 또한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성의 백성들은 계속되는 정조의 질책에 속이 시원했다. 그동안 자신들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대신들이 정조에게 머리를 들지 못하도록 질책을 받는 소리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얼굴들이었다.

잠시 말을 멈추었던 정조가 다시 말을 했다.

―지금 과인의 앞에 선 사람들이 바로 효종 대왕의 친위군으로, 그들은 가온에서 왔다.

그러자 대신들이 고개를 들어 장준하와 50여 명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 있는 가온 사람들은 150년간 조선과 격리되어 살았기 때문에 우리와 복식이 조금은 다르다 하나 이들도 분명 조선 사람들이다.

정조의 말에 신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전 같으면 복식이 다르고 머리 모양이 다른 사람들을 보고 분명 누군가는 나서서 말을 했을 것인데, 분위기에 짓눌린 신하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조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오늘부터 과인은 조정의 모든 대소사를 여기 있는 위국공에게 일임하며, 위국공을 섭정공(攝政公)에 봉한다.”

웅성, 웅성, 웅성.

그제야 신하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하지만 정조는 단호했다. 정조가 목소리를 높여 다시 말했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위국공이 펼치는 정책에 반기를 들거나 동조를 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면, 이는 조선의 개혁을 반대하는 역모에 준하는 형률로 다스릴 것이다. 이 점 명심하라. 과인은 이제 절대 조선을 뒤로 돌려놓지 않겠다.

가히 폭탄선언이었다. 일순 사방이 쥐 죽은 듯해졌다.

정조가 장준하를 보고 말했다.

―위국공은 앞으로 나서라.

“예, 전하.”

정조는 상선을 보고 말했다.

―상선은 준비된 것을 가져오라.

곧바로 상선이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부월(斧鉞)이었다.

상선에게서 부월을 받은 정조는 그것을 장준하에게 주면서 말했다.

―공을 이 시간 이후부터 조선의 섭정공에 봉한다. 조선을 개혁하는 데 방해를 하거나 동조를 하지 않는 자들에게 이 부월의 권한으로 선참후계로 다스리도록 하라.

장준하는 공손히 부월을 두 손으로 받았다.

그것을 보고 최성용이 말했다.

―다음으로 위국공 합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장준하가 부월을 비서실장 이성호에게 넘겨주고 마이크 앞에 섰다.

―나는 효종 대왕의 친위군인 가온군의 수장인 장준하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효종 대왕께서 평생을 추구하신 북벌이 당리당략에 휘말려 정치에 이용되는 것을 알고는 조선이 북벌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지난 시절 모국인 조선과 인연을 끊고 살았습니다. 만일 장헌 세자마마께서 찾아와 백 일 동안 석고대죄하며 조선을 도와달라고 빌지 않았다면 절대 조선을 도와주지도, 조선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자 용상에 앉아 있던 정조의 용안에서 용루(龍淚, 왕의 눈물)가 흘러내렸다. 사도 세자가 백 일간 석고대죄를 한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준하가 말을 계속했다.

―주상 전하께서는 영광스럽게도 천신(賤臣)을 위국공에 보임하셨습니다. 그러고 4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준비를 하였습니다. 본래 우리는 6년 후에나 조선에 들어올 계획이었으나, 백성들을 생각하시는 주상 전하의 어명으로 이번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장준하는 말을 잠시 멈추고 신하들을 바라봤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이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앞으로 조선은 엄청나게 변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천지가 개벽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 조선의 백성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백성이 될 것이고, 조선은 그런 백성들을 이끌고 천하제일의 대국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며칠 동안 하늘에 떠 있는 비행선을 보았을 겁니다. 우리의 가온의 기술은 세계제일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비행선은 물론이고 저 숭례문 앞에 서 있는 철로 만든 전차, 그리고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자동차, 얼마 전 마포 나루에 왔던 쇠로 만든 배 등 새로운 신기술을 바로 조선에 도입하여 조선을 천하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로 만들 것입니다.

장준하가 잠시 말을 멈추자 신하들이 서서히 반응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경복궁에 있던 관리들과 유생들은 물론이고, 돈화문 앞에 모여 있던 백성들은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 벅찬 얼굴들을 하며 주먹을 쥐고 장준하의 말을 경청했다.

그런 백성들 위로 장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도 천대받지 않고, 누구도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고, 누구도 아파도 돈이 없어 그냥 죽는 일은 이제 조선에서 결단코 없앨 것입니다. 조선의 백성들이여, 이제 일어섭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주상 전하를 모시고 우리 새로운 세상으로 갑시다.

장준하의 말은 마지막은 거의 웅변조였다.

정조의 질책에 위축되어 있던 신하들도 주먹을 쥐고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장준하가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

―우리 모두 외칩시다. 주상 전하 만세!

그러자 누구랄 것도 없이 단 한 명 주저하는 신하들 없이 두 팔을 하늘로 들며 소리쳤다.

“주상 전하 만세!”

그러자 만세 소리는 경복궁에서도 동시에 들려왔다.

하지만 이들의 소리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렸으니, 그것은 돈화문 밖에 모여 있던 백성들이었다.

장준하의 선창에 수만 명이 운집한 백성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두 팔을 높이 들고는 목청껏 소리쳤다.

장준하가 다시 소리쳤다.

―대조선국 만세!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이번에는 엄청난 소리가 합창이 되어 한성 하늘에 울려 퍼졌다.

―대조선국 만세!

마지막으로 장준하가 소리쳤다.

―대한 민족 만만세!

“대한 민족 만만세!”

이러한 만세 삼창은 세 번에 걸쳐 실시되었다.

신하들도 유생들도, 백성들도 그동안 청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하여 천세밖에 외치지 못하던 조선에서 대소 신민들이 진심으로 합심하여 처음으로 만세를 외친 것이다.

이날의 정조의 윤음과 장준하의 섭정공 취임사는 곧바로 한성일보 호외로 한성 일대에 뿌려졌고, 이어서 관보 게시판에도 일제히 게재되어 전 조선에 알려졌다.

장준하의 거처로 정조가 자신의 이복동생인 은신군의 사저를 하사하였다.

은신군이 죽고 이십여 년이 흘러서 빈집이 되어 있었고 창덕궁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정조가 내린 은신군의 사저는 지금의 운현궁이다.

정조는 장준하에게 집을 하사하며 섭정공의 지위를 생각해 사저를 궁으로 승격시켰고, 이전 시대를 생각한 장준하가 사저의 명칭을 운현궁(雲峴宮)으로 지었다.

이날 밤이 되었다.

공병 장교가 부사관에게 지시를 했다.

“시동을 걸지?”

“알겠습니다.”

부릉, 부릉, 부르르릉~

군에서 사용하는 발전차가 뒤에 실려 있는 발전기의 시동을 걸자, 창덕궁과 운현궁 일대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백성들이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

“이야, 이게 뭐야?”

“전깃불이라는 거래.”

“어떻게 밤을 낮처럼 환하게 밝힐 수가 있지?”

“위국공 합하께서 말씀하셨잖아. 가온군은 못하는 게 없다고.”

“그래, 맞아. 하늘에 비행선도 날리는 가온군인데 뭔들 못하겠나. 하지만 신기하다.”

“정말 그러네. 우리는 언제 이런 전깃불을 집 안에 달 수 있을까?”

“곧 될 거야. 합하께서 약속하셨잖아.”

“그래, 기다려보자. 분명 해주시겠지.”

백성들은 운현궁과 창덕궁 사이의 가로등의 전깃불을 보고 삼삼오오 모여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이러한 광경은 대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창덕궁이 넓어 모든 곳의 불을 밝힐 수 없어서 편전 일대와 대조전, 그리고 원자가 사용하는 성정각과 중희당 일대만 발전차를 이용하여 불을 밝혔다. 운현궁은 별도의 발전차가 배치되었다.

편전에는 정조와 장준하, 채제공, 김석태, 그리고 최성용과 이형구 대장이 앉아 있었다.

정조가 불이 환하게 밝혀진 전구를 보고 말했다.

“참으로 가온의 기술력은 대단하오. 과인이 저 전깃불을 본 지도 벌써 4년이 넘었소.”

정조는 처음 가온에 다녀온 날 화성에서 바라본 그날 밤의 촛불을 생각하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장준하가 말했다.

“지금 비행선으로 발전에 필요한 시설들을 옮겨오고 있으니, 조금 기다리시면 한성 일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체제공이 장준하를 보고 말했다.

“참으로 대단하오. 처음 북한산성에서 활동 그림을 보고 놀란 것이 생각나오.”

정조도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하하, 과인도 처음 얼마나 놀랐던지.”

그러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다.

정조가 물었다.

“자, 이제 뭐부터 시작하면 좋겠소?”

장준하가 최성용을 바라보자 최성용이 말했다.

“가장 먼저 저번부터 문제가 돼온 서원의 철폐입니다. 특히 화양동 서원은 옆에 있는 만동묘와 함께 아주 흔적을 없애버려야 합니다.”

정조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날 자신이 없애려던 것을 장준하가 말렸기 때문이다.

채제공이 말했다.

“전부 없앤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소?”

최성용이 말했다.

“전부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모든 서원 건물을 국고에 환수해서 앞으로 백성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활용을 하고, 심산유곡에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제공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모두 환수를 할 수 있겠소? 서원은 문중에서 만든 것도 상당히 많소.”

최성용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동안 서원을 만들어 군역을 면제받고 무위도식하거나, 자신의 당파의 세를 불리기만을 힘쓰던 무리들을 생각하면 서원의 원생들도 그대로 두면 안 되지만 서원만은 반드시 국고 환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서원전도 당연히 모조리 몰수해야 합니다.”

정조가 말했다.

“그렇게 하시오. 서원은 지금 하지 않으면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소. 개혁을 하려거는 지금 하는 것이 좋소.”

최성용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정의 직제 개편입니다.”

채제공이 다시 물었다.

“직제 개편을 한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자세한 문제는 김석태 지사님께서 하시겠습니다.”

그러자 김석태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조선의 직제는 고려조의 직제를 이어받아 발전을 시켜 의정부와 육조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직제는 앞으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늘어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행정 전문화를 위해 부서를 늘리고 쓸데없이 많은 속아문을 일제히 정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김석태는 준비해 온 서류를 꺼내 정조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정조가 그 서류를 보면서 말했다.

“판서가 이렇게 많소?”

“그렇습니다. 지금 조선의 육조의 기능과 삼사(三司)의 기능을 앞으로의 시대에 맞게 개편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석태는 각부의 기능을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이 끝나자 정조가 말했다.

“이대로라면 그동안 과인이 직접 처리하던 정무가 상당 부분 각 부서로 이관이 되겠구려.”

김석태가 설명을 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너무나 많은 정무를 혼자서 보고 계십니다. 만기를 친재하시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살인적인 격무로 정사를 계속 보시면 필연적으로 건강을 해치시게 됩니다. 군권과 외교 문제를 제외하고는 각 부서로 업무를 이관하시고 전하께서는 각부의 업무를 감사하는 감사권을 가지며 관리들을 통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전하의 직속으로 다수의 비서관들을 두어 조정의 정책을 조정해 나가시면 될 것입니다.”

정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그대로 시행하도록 하시오.”

다음으로 합참 의장인 이형구가 말했다.

“소장은 군 문제에 대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이형구는 설명을 시작했다.

“앞으로 군은 육, 해, 공군을 통합한 통합군 체재로 운영이 되며, 조선의 각 지방관이 갖고 있던 군권을 회수하여 행정과 군의 완전 분리를 실시할 것입니다.”

이형구 또한 군에 대한 문제를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형구의 설명을 듣던 정조가 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징병제를 실시한다면 지금까지 군역조차 지지 않던 양반들의 반대가 심하지 않겠소?”

그 말은 장준하가 대답했다.

“조선의 백성으로 이제는 반드시 누구도 군 복무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 조선에서는 대체 복무를 하든 정식으로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군 미필자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 공직에 임용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 경우에도 반드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채제공이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양반들의 반대가 심할 것을 불을 보듯 훤한데 앞으로의 일이 걱정입니다.”

그러자 정조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오, 시행하시오. 앞으로 원자도 적정 나이가 되면 반드시 군 복무를 하도록 하겠소.”

그러자 편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장준하 또한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전하, 원자마마께서는 군 복무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오. 과인이 가온에 갔을 때 느낀 것이 있소. 원자 또한 나이가 차면 과인과 같이 대통을 이을 것이오. 그런 원자가 원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군을 면제받는다면 누가 원자를 제대로 보필하겠소. 이제는 가장 먼저 종실에 명해 종실의 자제들부터 군 입대를 시키겠소. 그것이 앞으로 백성들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자세라고 과인은 생각하오.”

정조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누구도 반대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장준하도 속으로 놀랐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형구가 말했다.

“전하의 하교 지당하십니다. 앞으로 우리와 천하를 놓고 다툴 서구 열강은 황실과 귀족의 자제들이 솔선하여 군에 들어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선의 모든 백성들에게 의무 교육이 실시됩니다. 그렇게 되면 의식이 생긴 백성들이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하지 않으면 그들을 보고 뭐라 하겠습니까. 먼저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이형구까지 나서서 말을 하자 군 문제는 그대로 넘어갔다.

장준하는 그 뒤로 정조에게 개혁을 실시하는 순서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밤늦게까지 계속된 이날의 어전 회의는 정조가 단 한 건도 반대를 하지 않고 전부 승낙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어전 회의를 마치고 운현궁으로 온 장준하를 보고 최성용이 말했다.

“합하, 흥선 대원군이 생각나셔서 이 궁의 명칭을 운현궁으로 지으신 것입니까?”

그러자 장준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지금의 내 처지가 그때의 대원군과 같은 처지가 아닌가.”

이형구 대장이 말했다.

“그때는 대원군이 외부의 문물을 받아들이려고 시도를 하다 쇄국으로 돌아섰지만, 지금의 우리는 가진 것을 풀어놓기만 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김석태도 말했다.

“운현궁을 조금 더 넓혀 앞으로 가온에서 오는 사람들이 묵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최성용도 동의했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장준하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미묘한 시기이네. 이런 시기에 아무리 궁호를 내렸다지만 운현궁을 넓히는 것은 좋지 않네. 그리고 50명이 묵어도 충분할 만큼 운현궁이 넓네. 절대 운현궁을 넓힐 생각은 하지 말게.”

장준하의 말에 모두가 상황을 인식하고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용이 말했다.

“앞으로 가온에서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면 반드시 숙소가 필요합니다. 이 기회에 아예 호텔을 지으면 어떻겠습니까?”

장준하가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앞으로 개척지에도 많은 수요가 생겨날 것이니, 이참에 본격적으로 검토를 해보게.”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 세계 최초로 현대적 개념의 호텔인 조선 호텔이 설립되는 계기가 된다.

이 조선 호텔은 이후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 건립되어 세계 최고의 호텔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늦은 밤이었지만 운현궁의 밤은 불이 꺼지지 않고 각 분야별로 회의를 거듭하였다.

정부 조직 개편은 다음 날 곧바로 시행되었다.

조선이 개혁의 깃발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조직은 현대와 거의 흡사하게 개편되었다.

각부 장관들의 명칭은 대신(大臣)으로 하였다.

1794. 10. 20. 조선.

드디어 서원 철폐령이 내려졌다.

전국의 모든 서원은 들이닥친 군 병력에 의해 안에 있던 모든 원생들이 모조리 쫓겨났다.

원생들은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군은 가혹하리 만치 이들을 심하게 대했다.

그동안 대부분 무위도식하며 민폐를 끼치던 서원이었기에 백성들은 누구 한 사람 그들을 동정하지 않았다.

서원의 원생 일부는 한성으로 올라가 성균관 유생들과 회동을 가졌지만, 성균관 유생들 또한 누구 한 사람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철폐령이 내려지기 하루 전 성균관을 방문한 권오인 등에 의해 서원 철폐령과 앞으로의 조선 교육의 나아갈 길에 대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주자학을 배운 유생들이기는 하나 그래도 조선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성균관이었다.

특히 최성용이 출장을 다녀오며 기록한 영상 기록물을 보며 설명하는 권오인의 말에 이들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성균관 유생들은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처절할 정도로 사상 논쟁을 벌였다. 그래서 도출한 것이 개혁의 적극 동참이었다.

장준하도 이들의 일을 알고는 유생들을 위한 교육에 최선을 다해주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이들의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경을 한 조선 각지의 유생들은 오히려 성균관 유생들의 설득을 들어야만 했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성균관 유생들의 말에 이들은 허탈해하고 분노를 표출했지만, 성균관 유생들은 계속하여 설득을 할 뿐이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곧바로 국정원에 포착되었으나 장준하의 지시로 그대로 한성에 올라오게 하였다.

이렇게 한성에 올라온 전국의 유생들은 무려 3,000명이 넘었다.

이들은 성균관 유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한성에 머물렀다.

성균관 일대는 이들의 농성장이 되어 있었다.

하성호가 장준하의 특명을 받고 성균관 일대를 포위했다.

포위를 마친 하성호가 헤드셋으로 예하 부대장들에게 지시를 했다.

“작전 시작.”

“발사.”

펑! 펑! 펑! 펑!

하성호의 지시를 받은 병력은 최루탄을 쏘며 일사불란하게 이들을 압박했다.

“콜록.”

“콜록.”

“이게 뭐야.”

“으악, 눈 따가워.”

방독면을 쓰고 진압봉을 든 병력은 가차 없었다.

장준하의 말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가 조선 유생들이었다.

이들이 처음으로 맡는 최루탄에 참을 수 없이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 최루탄은 이전 시대의 악독한 최루탄이 아니었다. 이 최루탄은 조선 시대로 넘어온 후 지금 같은 사태에 대비하여 성능을 개량해 아주 약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약하게 만들었다고는 해도 최루탄은 최루탄이었다. 조선의 유생들은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유생들이 쓰러져 괴로워하는 동안 하성호의 지시를 받은 병력이 완전히 이들을 압박했다.

그것을 본 하성호가 바로 다음 명령을 했다.

“제압하라.”

명령을 받은 병력은 순식간에 조선 유생 사이로 들어갔다. 이들은 가차 없었다.

퍽! 퍽! 퍽!

“으악!”

“사람 살려!”

“네놈들은 누군데 사람을 치는 것이냐.”

퍽!

“으악!”

반항을 하는 유생들에게 진압봉은 가차 없이 떨어졌다.

3,000명의 유생들을 결박하고 진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삼십 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성균관 유생들은 눈이 매워 눈을 뜨지 못하면서도, 그런 유생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뿐 누구도 나서서 막으려 하지 않았다.

결박된 이들은 곧바로 훈련원으로 압송되었다.

연도에는 많은 백성들이 나와 있었지만 단 한 명도 그들을 위로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끌려가는 유생들을 오히려 손가락질했다.

“평생 서원에서 무위도식하다 놀던 자리가 없어지니 아쉽던가 보네.”

“저런 놈들은 선비도 아니야.”

“나라의 정책에 반하는 놈들은 혼이 나야 돼.”

끌려가는 유생들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들은 훈련원에 끌려가 일주일 동안 자신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훈련이 죽을 만큼 괴롭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을 했다.

이들을 위해 울릉도에서 특별히 교관이 파견되었다. 빨간 모자를 쓴 교관들은 이들에겐 저승사자였다.

“좌로 굴러.”

“기상.”

“앞으로 취침.”

“기상.”

“똑바로 못하나.”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여기저기서 반항을 하였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가차 없는 체벌이었다.

개중에는 조선의 선비가 할 짓이 아니라며 연무장에 책상다리를 하고는 움직이지 않으려는 자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닳고 닳은 교관들에게 이들은 한낮 먹잇감이었다. 조선 유생들이 버텨봐야 자신들만 손해라는 것을 안 것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였다.

삼 일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후 4일째 되는 밤 이들은 모두 연무장으로 불려 나왔다.

연무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사방에 확성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영상 기록물을 상영하기 위해서였다.

세 시간 동안 방영된 영상 기록물을 처음 볼 때 이들은 그림 속에 사람이 움직이고 하늘을 나는 풍경을 보고는 기록물의 내용은 보지도 않고 모두 다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매일 저녁 상영되는 기록물에 이들은 점차 정신없이 빨려들어 갔다.

이윽고 팔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은 그동안 가혹하게 실시된 훈련을 하지 않고 모든 유생들을 연무장에 집합시켰다.

유생들이 집합한 연무장의 단상에는 권오인과 하성호가 이미 올라가 있었다.

권오인이 유생들을 보고 말을 시작했다.

―나는 가온에서 온 역사 연구회 회장 권오인이라는 사람이오.

70이 다된 노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자 유생들은 긴장했다.

―그대들은 앞으로 조선을 이끌어갈 동량지재들인데, 어떻게 아직도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소.

그러면서 시작된 권오인의 삼십 분간의 연설은 이들의 가슴에 또 다른 문구를 새기기에 충분했다.

권오인이 연설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 조선은 천손민족이오. 하늘의 자손인 천손민족. 그런 민족이 우리의 하인이나 다름없는 자들의 학문을 최고의 지성으로 알고 단 한 글자도 넣거나 빼면 안 된다는 이런 어리석은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조선의 미래가 어디로 가겠소. 여러분들은 며칠 동안 방영된 영상 기록물을 봤을 것이오. 여러분들이 서원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 가온 친위군은 세상이 좁다고 천하를 누비고 있었소. 그대들은 부끄럽지 않소?

권오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유생들을 바라봤다.

유생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들이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스스로의 몫이오. 하지만 조선은 이제 천하라는 바다를 향해 돛을 높이 올리고 나아갈 것이오. 여러분도 그 배의 주인이 되어 동참하고 싶지 않소?

권오인이 말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가도 유생들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자신들의 상념에 빠져들었다.

하성호는 그런 유생들을 보며 잠시 시간을 준 후 마이크를 잡았다.

―모두 주목.

하성호의 목소리에 모두 생각에서 깨어난 얼굴로 단상을 주시했다.

하성호가 말했다.

―나는 가온군 육군 대령이며 장용외영 대장인 하성호다.

하성호는 자신을 소개한 후 잠시 유생들을 바라보다 다시 말을 시작했다.

―앞으로 조선은 서원의 철폐가 아니라 그대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조선은 조금 전 권 회장님 말씀대로 새로운 세상을 위해 항해를 시작했다. 참여를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그대들이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알고 가라. 앞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자들은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주상 전하께서 그런 자들은 반역죄로 다스리라는 윤음을 내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실시한 칠 일간의 훈련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앞으로 또 한 번 이러한 잘못을 저지를 경우에는 저 사백력 동토의 땅으로 유배되어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순간 연무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들에게 고향을 떠나게 하는 것은 곧 죽으라는 소리였다. 거기다 사백력의 얼음뿐인 땅이라니, 순간 연무장에 모인 유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하성호가 그런 유생들을 보며 말했다.

―그것도 그대들같이 공부하는 유생이니 그 정도지, 다른 자들은 그보다 훨씬 고통스런 생을 보낼 것이다. 앞으로 정부 정책이 싫으면 절대 지금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거나 분파를 조장하지 말고 뒤로 물러서서 인생에 낙오해라. 그게 그나마 나을 것이다. 내 말 명심하고 모두 돌아가라.

그러며 단상을 내려갔다.

대기하고 있던 교관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자, 모두 숙소로 돌아가 너희들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라. 빨리해라.”

영문을 몰라 하던 유생들은 그제야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서 자신의 옷을 갈아입고는 연무장으로 나왔다.

연무장은 이미 교관들이 두 줄로 늘어서 그들을 전송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잘들 가거라. 앞으로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교관들의 그런 말을 등 뒤로 들으며 유생들은 서둘러 훈련원을 나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며칠 후, 조선은 또 하나의 개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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