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성(入城)
김기수 대령은 마포 나루를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 같이 타고 있던 통신병이 수화기를 건네주었다.
“마포 나루에서 연락입니다.”
수화기를 건네받은 김기수가 말했다.
“상륙부대장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화성 여단 장희원 대위입니다.”
그러자 장희원 대위와 친분이 있는 김기수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장 대위인가? 고생이 많다.”
그러자 장희원 대위 또한 반갑게 응답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부대장님이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마포 나루 상황은 어떤가?”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대로 상륙하시면 됩니다.”
“그래, 알았다.”
교신을 마친 김기수가 대기하고 있던 고무보트들에게 헤드셋으로 지시를 했다.
“부대 상륙하라.”
부릉, 부릉, 부릉, 촤~악~
KM-7 고무보트가 일제히 물살을 가르며 마포 나루 인근 모래사장에 도착하여 상륙을 시작했다.
“하선.”
철벙, 철벙.
승선해 있던 병력들이 고무보트를 내려 한강 모래사장에 집결을 했다.
이들을 내려놓은 고무보트는 선수를 돌려 순식간에 한강 하구로 사라졌다.
김기수가 모인 병력에게 지시를 했다.
“모든 병력은 잠시 대기한다.”
그러자 예하 지휘관들이 자신의 부대에게 휴식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몸을 돌린 김기수를 기다린 것은 장희원 대위였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그래, 수고하네.”
“가십시오, 제가 모시겠습니다.”
장희원은 김기수를 마포 나루 가장 앞에 있는 객주로 안내를 했다.
이들이 객주로 들어가려는 순간 공기부양정이 그 뒤에 커다란 날개를 단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그러자 구경을 하던 백성들이 그 모습에 놀라며 웅성거렸다.
“아니, 저게 뭔가?”
“저기 뒤에 달린 게 바람개비 아냐?”
“그런데 뭐가 저리 빨라?”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덜 빠르네.”
“아냐, 이게 더 빨라.”
“뭐? 내기할까?”
“그래, 좋아.”
이미 마포 나루에는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소문을 듣고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부릉~ 부릉~ 부릉~
공기부양정이 마포 나루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그르르르릉~
흑표 전차가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구경하던 백성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어억?!”
“어! 어! 쇳덩어리가 움직인다.”
“아니! 저 앞에 있는 건 대포 아냐?”
“그런데 어떻게 움직이지?”
“안에 말이 있는 거 아냐?”
“말이 있어도 그렇지, 어떻게 저 무거운 쇳덩어리를 움직여.”
“그럼 어떻게 저 쇳덩이가 움직이나?”
“글쎄, 도술로 움직이는 수레인가?”
“도술? 예끼, 이 사람.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건 모르지.”
타타타타타!
그렇게 모인 관중 위로 헬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저 하늘에서 떠다니는 것은 뭐지?”
“그러게 말이야. 새는 아니고 시끄럽기는 되게 시끄럽네.”
“정말 신기하네. 오늘 우리 뭐 잘못 먹은 거는 아니지?”
“잘못 먹기는 뭘 잘못 먹어. 오히려 잘 먹었으니 이런 신기한 것도 다 보는 거 아냐?”
“하긴, 그 말도 맞네.”
백성들은 하늘에 떠 있는 헬기와 전차를 보며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며 연신 입을 놀렸다.
그러는 그들 앞으로 전차가 지나갔다.
우르르르릉~
“이보게, 저 소리가 무슨 소리지?”
“그러게. 아이쿠, 땅이 다 흔들리네.”
“이야, 무지하게 크네.”
“쇠가 얼마나 들어간 거야?”
그들이 이렇게 놀라고 있을 때 다시 군용 트럭이 지나갔다. 그러자 백성들은 또 놀라 소리쳤다.
“어? 저건 뭐지?”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데?”
“뒤가 뚫린 것을 보니 사람을 태우는 건가?”
“맞아, 저 천에 덮인 곳이 뭘 싣는 곳인가 봐.”
“그런데 저런 게 다 어디서 난 거야?”
“저 옷을 보니 장용외영인가 본대.”
“양이들이 만든 건가?”
백성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구경을 했다.
이들 앞에는 화성 여단의 병력이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전차와 트럭을 따라가진 못했다.
하지만 목을 있는 대로 빼서 바라보고 있었다.
전차와 트럭은 이동을 하여 마포 나루 모래사장 앞에 멈추어 섰다.
이러는 사이 날은 점점 더 밝아오고 있었다.
상륙부대의 상륙은 모두 두 시간이 걸렸다.
하늘에 떠 있으며 정찰을 하던 수리온 헬기는 모든 병력이 상륙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각각 자신의 모함으로 돌아갔다.
숭례문에 신호탄을 터트린 하성호는 남은 병력을 모두 인솔하고 창덕궁으로 달려갔다.
이미 여명이 시작되어 날이 밝아오고 있는 한성의 아침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잠시 후 창덕궁 돈화문에 도착하자 돈화문은 이미 용호영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성호가 안면이 많은 용호영 군관의 인사를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하성호가 군관에게 물었다.
하성호가 물었다.
“주상 전하는 무고하십니까?”
하성호가 이렇게 묻는 까닭은, 창덕궁은 용호영이 장악하기로 사전에 내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주상 전하와 중전마마, 그리고 원손께서도 모두 무고하십니다.”
“불손한 무리들이 범궐하지는 않았습니까?”
“없었습니다.”
하성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선정전에 중전마마와 함께 계십니다.”
“용호영 별장도 그곳에 계시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하성호는 부하들을 돈화문을 비롯해 창덕궁의 외문들의 경계에 투입시켰다.
특히 병력을 보내 창경궁 뒤에 있던 성균관으로 병력을 보내 성균관 유생들을 성균관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반구금 상태로 만들도록 지시했다.
병력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하성호가 몇 명의 병사를 대동하고 선정전으로 들어갔다.
창덕궁 안은 500명의 용호영 갑사들과 군관들이 물 샐 틈 없는 경계망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상륙 작전이 벌어지기 며칠 전부터는 그동안 가설해 놓았었지만 카메라의 수명을 고려하여 그동안 중지시켜 놓았던 CCTV를 일제히 가동하였다.
“어서 오시오.”
선정전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용호영 별장 신처선이 하성호를 반갑게 맞았다.
“별고 없으십니까?”
“다행히 아무 일 없었소이다.”
“다행입니다. 주상 전하께서는 기침하셨습니까?”
신처선이 낯빛을 무겁게 하며 말했다.
“어젯밤 거의 침수드시지 못했소.”
그러면서 신처선이 되물었다.
“작전은 어떻게 되었소?”
“계획대로 도성을 완전 장악했습니다. 지금 8개 성문은 물론 도성 내에 일제 검거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북촌 쪽이 시끄럽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성호가 대답했다.
“예, 이번에 그동안 사리사욕을 채우고 탐학했던 무리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청렴하다고 자부하는 신처선이 말했다.
“그동안 주상 전하를 속이고 백성들의 등골을 빼먹으며 온갖 권세를 누린 사람들이 한둘이겠습니까. 당연히 그들에게 철퇴가 내려져야 합니다.”
하성호가 말을 하고 있는 사이 상선이 가까이 다가왔다.
하성호가 상선을 보고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하성호의 인사를 받은 상선 김시묵이 답례를 하면서 말했다.
“지난밤 고생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상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성호가 대답했다.
“예, 고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내관이 안에다 대하고 고했다.
“주상 전하, 장용외영 대장 하성호 입시옵니다.”
“들라 하라.”
정조의 목소리에는 벌써 궁금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하성호가 편전으로 들어서자 효의 왕후가 정조와 함께 앉아 있었다.
“주상 전하, 신 하성호 문후 여쭈옵니다.”
정조가 다짜고짜 물었다.
“과인은 별일 없네. 그래, 이번 작전은 어떻게 되었나?
하성호가 대답했다.
“도성은 완전히 장악하였고, 성문은 아직 열지 않고 있습니다. 성문은 검거령이 내려진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인 후 개방을 할까 합니다.”
정조가 하성호에게 물었다.
“너무 오래 성문을 닫아두면 백성들의 삶이 많이 힘들어질 것이네. 얼마 정도면 끝나겠는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성문을 닫아거는 것은 며칠 정도면 충분합니다.”
정조가 다시 물었다.
“백성들의 피해는 없는가?”
“아직 피해 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이 예상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고 있습니다.”
“흠! 참으로 다행한 일이구나.”
하성호가 다시 말했다.
“오늘 오전부터는 전 조선의 항구에 가온군이 일제히 상륙을 개시할 것이옵니다.”
정조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위국공과 통화를 하면서 이미 들었네. 부디 큰 충돌이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로다.”
“전하께서 친히 수결하신 교지를 갖고 갔으니 왕명에 거역하는 자들을 제외하고는 별일이 없을 것이옵니다.”
정조가 그 말을 듣고도 얼굴을 풀지 않았다
“그래, 경의 말이 맞기는 하지만… 조선의 관리들 중 자신의 생각에 젖은 사람들은 누가 무어라 해도 쉽게 꺾이지 않는 것이 문제이네.”
“다른 것도 아니고 교지이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왕명을 거역하는 신하는 이미 신하이기를 포기한 자들입니다.”
정조도 그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쨌든 한성에라도 범인들을 검거할 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 주게.”
“알겠습니다, 전하.”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지만 사방은 이미 환하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1794. 9. 30. 09:00 마포 나루.
상륙부대 모든 병력이 상륙을 마치고 마포 나루 공터에 도열해 있었다.
병력의 가장 앞에는 김기수 대령이 서 있었다.
김기수 대령이 주변을 돌아보고 말했다.
“준비가 되었으니 출발하지?”
그러자 옆에 있던 장교들이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자신들의 부대로 가서 명령을 했다.
“부대 앞으로 가.”
척, 척, 척, 척, 척.
상륙부대가 드디어 한성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선두에는 김기수 대령과 참모들이 걸었다.
그르르릉.
이들 상륙부대 앞에는 10대의 흑표 전차가 선두에 서서 병력을 이끌었고, 그 뒤로는 20대의 장갑차가 뒤를 따랐다.
30대의 전차와 장갑차 바로 다음으로는 1,000명의 병력이, 그리고 가장 뒤에 20대의 군용 트럭이 수많은 군수품을 싣고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행진을 마포 나루 일대의 모든 백성들이 나와서 구경했다.
부대의 복장이 장용영 복장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도망을 가지는 않았지만, 굉음을 내고 전진하는 전차와 장갑차를 보고 모두 놀라워했다.
특히 나이 어린아이들 중에는 놀라서 울부짖는 아이와 신기해하며 끝까지 따라가는 아이 등 각양각색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이미 한성에 변란이 일어난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새벽에 도성 문에 내걸린 교지로 이번의 변란이 정조가 당파 싸움에 썩어빠진 조정을 혁파하고자 일으킨 것을 알고는 모든 백성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였다.
아직은 도성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백성들은 잠시의 불편함을 아주 기껍게 감수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상륙부대의 도성으로의 행진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이날 새벽 한성 일대에는 한성일보의 호외가 발행되어 각지에 엄청나게 뿌려졌다.
상륙부대가 한성에 입성을 위해 마포 나루를 출발하던 시각, 조선의 주요 항구에는 계획대로 일제히 가온군의 상륙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 상륙 작전은 강원도를 비롯해 경상, 전라, 충청, 경기, 황해, 평안 등 함경도를 제외한 전 조선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미 상륙 지점의 항구에는 며칠 전부터 비행선으로 전단이 살포되어 있었고, 상륙하려는 부대를 침략군으로 오해하여 불상사가 발생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정원 요원들의 공작이 연일 계속되고 있었다.
상륙 작전이 시작된 강원도 양양의 항구 선착장에는 많은 백성들이 몰려 나와 있었다.
그것은 양양항의 선착장으로 몇 척의 범선으로 이루어진 수송 선단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그것을 보고 놀라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니, 저게 무언가?”
“저게 배야 뭐야?”
“떠 있는 것을 보니 배가 분명한데, 무슨 배가 저렇게 크지? 그리고 돛은 뭐가 저리 많아?”
“혹시 양이가 침범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위장을 하고 있던 국정원 요원이 말했다.
“그게 아닐 거야. 며칠 전 하늘에서 뿌려진 전단에 주상 전하의 친위군인 장용영 부대가 큰 배를 타고 온다고 했었는데 그 배일 거야.”
그러자 백성들 사이에 끼어 있던 다른 국정원 요원이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맞아. 이번에 탐관오리들을 처단하려고 주상 전하께서 친위군인 장용영을 파병하신다고 했어. 저 배가 그 배가 맞을 거야.”
옆에 있던 백성이 물었다.
“아니, 저 배는 아직 사람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아나?”
그러자 다른 백성이 맞장구를 쳤다.
“그건 그러이. 일단 관아에 신고를 하세. 그래야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치도곤을 맞지 않지.”
국정원 요원이 다시 말했다.
“관아에 신고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번 하늘에서 내려온 전단에는 분명 저런 배를 타고 장용영이 들어온다고 쓰여 있지 않았나?”
국정원 요원의 말에 몇 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말했다.
“그래, 맞아. 전단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
그러자 나머지 백성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다.
이윽고 어느 정도까지 접근하던 범선에서 보트가 내려졌다. 보트 안에는 이십여 명이 타고 있었다.
보트는 엔진이 달렸는지 빠른 속도로 선착장으로 접근했다. 백성들이 소리쳤다.
“이야, 빠르다.”
“그래, 무지하게 빠르네. 근데 저 소리는 뭐지?”
그러자 어떤 백성이 소리쳤다.
“어? 뭐야? 저 배는 노가 없다.”
“진짜 그렇네? 노도 없이 어떻게 움직이지?”
백성들이 웅성거리는 동안 보트가 선착장에 도착하고 이십여 명의 사람이 내렸다.
내린 사람은 북부군 11여단장 박두경 대령과 몇 명의 장교들, 그리고 호위 병력이었다.
양양항 선착장에는 범선을 보고 구경 나와 있는 양양주민이 벌써 수백 명이나 되었다.
박두경이 보트에서 내리는 사이 선착장에는 신고를 받고 뛰어오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몇 명의 관리들과 도호부에 속해 있는 병졸들이었다.
마침내 선착장에 헐레벌떡 도착한 그들 중 한 사람이 앞서 나서며 말했다. 양양 부사였다.
“나는 양양 부사인데, 그대들은 누구요?”
그러자 박두경이 나서며 말했다.
“나는 장용영의 천총 박두경이라고 합니다.”
“아! 그대들이 장용영 병력이오?”
양양 부사 민정진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박두경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민정진은 박두경 일행이 입고 있는 군복이 새롭게 제정된 군복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민정진이 물었다.
“아, 장용영이 새로 제정한 복식이구려. 그런데 장용영의 천총이 여기는 어인 일이시오? 그리고 저 배는 어떻게 된 거요?”
“주상 전하의 어명을 받고 왔습니다. 저 배는 별무사에서 양이들에게 구입한 범선이라는 배입니다.”
민정진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까? 그런데 어명이라니요?”
그 말에 박두경이 옆에 있는 장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장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가져온 상자를 열고 교지를 꺼내 들고는 소리쳤다.
“양양 부사 민정진은 어명을 받으라.”
장교의 입에서 어명을 받으라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란 민정진은 곧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백성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교지를 손에 든 장교가 교지를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양양 부사 민정진은 들으라. 과인은 그동안 지방의 직제에 대해 일제 개혁을 단행하여 아전 제도를 폐하고 공무원 제도를 만들어 조선의 지방 행정의 혁신을 꾀한 지가 1년이나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탐학한 수령들과 각 처에 세거하며 고혈을 빨아먹는 자들이 도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과인은 그들의 공과를 엄히 조사하여 죄가 있는 자는 엄벌에 처하고 공이 있는 자는 후한 상급을 내리려고 한다. 이 교지를 가져가는 친위군인 장용영은 과인이 친히 선발한 병사들이니 그들 보기를 과인 보듯이 하라. 그리고 지금 이 교서를 반포하는 시각부터 양양 부사의 지위를 일시 정지하고 그 지위를 장용영에 모두 이첩하도록 하라. 갑인년(1794년) 9월 조선 국왕.”
교지는 이 당시로는 특이하게 청국의 연호가 빠져 있었다.
“확인하시오.”
장교의 말에 민정진은 교지를 두 손으로 받고는 내용을 확인하였다. 민정진이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 신에게 내린 교지가 맞습니다.”
“부사의 인을 내주시오.”
박두경의 말에 민정진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허리춤에 있는 부사의 직인을 내주었다.
부사의 인을 받은 박두경은 곧바로 손짓을 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범선에서 동시에 십여 척의 보트가 내려졌다. 드디어 상륙이 시작된 것이다.
“일어나십시오.”
자리에서 일어서는 민정진 부사를 보고 박두경이 말했다.
“주상 전하의 어명이 추상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만정진이 대답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지요. 걱정 마십시오.”
양양 부사 민정진이 그러면서 물었다.
“저 작은 배는 무슨 배가 노도 없이 저렇게 빨리 달립니까?”
똑 부러지게 설명을 할 수 없었던 박두경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다른 동력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후일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민정진은 그 말에 더 이상 묻지를 못하고 연신 감탄을 하며 보트를 바라봤다.
11여단의 하선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곧이어 선착장으로 다가오는 장비들을 보고는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상하게 생긴 쇳덩이가 물에 떠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상륙 돌격용 장갑차로, 모두 5대가 상륙을 시도하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백성들이 그것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아앗! 저것이 무엇이냐?”
“아니, 쇳덩이 아닌가?”
이곳의 반응 또한 한성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순박한 지역의 인심답게 한성보다 더욱 놀라워했다.
양양 부사 민정진이 물었다.
“저기 떠오는 것이 무엇이오? 거북선을 개량한 것이오?”
박두경이 대답했다.
“저것도 별도의 동력원을 가진 것으로, 크기는 거북선보다는 훨씬 작은 것입니다.”
박두경 대령도 자신이 공병 장교가 아니었기에 상세히 설명하기 곤란하여 대충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장갑차가 일제히 상륙을 했다.
바다를 가르고 온 장갑차가 육지로 올라서자 양양의 주민들이 경탄성을 동시에 터트렸다.
“우와!”
“야, 멋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이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하지만 아무도 도망치지 않고 신기한 듯 구경을 하고 서 있었다.
장갑차는 이번에 상륙하는 부대마다 일정한 양이 배정되었다.
이들 장갑차는 주요 도시의 관아 정문 앞에 주둔하면서 경계 근무에 활용을 하고, 동시에 불순한 무리들에게 위압감을 조성하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다.
양양 고을의 주민들이 이러한 장갑차를 보며 감탄하고 신기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양양 부사의 인을 회수한 군은 곧바로 군정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정조의 교지를 양양 지역 일대 관보 게시판에 게시하는 일이었다.
백성들은 관보 게시판을 보고 드디어 정조가 자신들의 묵은 원한을 풀어주려고 군사를 보냈다고 춤을 추는 등 대대적인 환영 일색이었다.
강원도에서는 속초, 강릉, 삼척, 울진, 평해 등의 항구에서 하선을 하였다.
양양과 같은 이러한 현상은 범선이 정박하는 항구마다 똑같이 일어났다.
다행인 것은, 국정원 요원들의 활약과 며칠 전부터 비행선을 동원해 다량으로 살포된 전단으로 별다른 인명 피해 없이 상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부대는 상륙함과 동시에 자신들에게 배정된 고을로 신속하게 움직여 양양과 같이 곧바로 행정을 장악하고 군정에 들어갔다.
군정에 들어간 후 가장 먼저 관보 게시판 게재를 마치고는 곧바로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서류에 적힌 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검거 열풍이 불었다.
이름에 붉은 네모가 쳐진 사람들은 한 고을에 적게는 십여 명에서 많게는 오십 명이나 되었다.
이러한 검거 선풍은 한성에서 가장 강력하게 시행되었다.
한성에서는 무려 천여 명의 탐관오리들과 양반들, 그리고 악덕 상인 등이 모조리 체포되었다.
조선의 각지에서 체포된 사람들은 각 고을 관아에 수감하지 않고 곧바로 여의도로 끌려와 수감되었다.
한성 일대는 검거령과 함께 계엄령이 발효되었다는 것도 관보 게시판에 게재되었다.
이러한 소식은 한성일보의 계속된 호외 발행으로 인해 아주 빠른 시간에 백성들에게 알려졌다.
특히 가온군이 직접 들어온 한성은 최성용의 주도로 한성일보를 철저히 이용했다.
이를 위해 제지 공장에서는 연일 철야를 하며 제지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제지 공장의 노력으로 종이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백성들은 며칠간 닫혀 있었던 한성의 성문에 대해 엄청나게 불편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백성들 누구 하나 단 한 마디의 불만도 제기하지 않았다.
검거령과 동시에 국정원에서 준 서류 중 붉은 줄이 처진 요주의 인물에 대한 밀착 감시가 시작됐다.
한성과 마찬가지로 전 지방의 검거 선풍은 일주일 정도가 되자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국에 상륙한 병력이 순식간에 지방 행정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정원 요원들과 지방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1794. 10. 5. 한성 경복궁 터.
“합하, 내려가실 시간입니다.”
“음, 그래. 같이 내려가지.”
“예, 알겠습니다.”
장준하가 타고 있던 101금강호 비행선이 경복궁터 위에 떠 있었다. 두 사람은 비행선에 달려 있는 기구에 몸을 실었다.
이 당시 경복궁은 건물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정도로 폐허로 되어 있었고, 주변의 담장만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담장도 궁의 뒤쪽에 있던 백성들의 민가가 점차 궁역 안으로 침범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한성은 난리가 났다.
하늘에서 갑자기 엄청난 크기의 비행선이 나타나더니, 비록 폐허가 되었다고는 하나 경복궁터 위에 무려 150미터가 넘는 비행선이 낮게 떠 있는 것만으로도 한성 일대의 구경거리가 되기 충분했다.
한성의 거의 모든 백성들이 나와서 비행선을 구경하고 있을 때 돌연 비행선의 하부가 열렸다.
구경하던 백성들이 소리쳤다.
“저게 뭐지?”
“그러게, 뭐가 저렇게 커?”
“야, 근데 밑이 열렸어.”
“뭐가 나올 모양인가?”
그러다 백성들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그렇게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열린 틈 사이로 기구가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장준하와 최성용이 탄 기구였다.
백성들이 소리쳤다.
“야, 뭐가 내려온다.”
“아니, 사람이 타고 있잖아?”
“아니, 하늘에 떠 있는 것에서 사람이 내려오다니? 저 사람들이 하늘의 사자(使者)인가?”
“그런가?”
“예끼, 이 사람들. 백주에 무슨 그런 소리를 해.”
“그게 아니면 하늘에 떠 있는 저렇게 큰 새에서 사람이 나올 수가 있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아닐 거야.”
백성들 사이에서 여기저기서 설왕설래하며 설전이 벌어지는 사이 기구가 땅에 닿았다.
“합하, 내리시죠.”
장준하와 최성용은 군의 예복을 입고 있었다.
원수 복장을 입은 장준하와 제독 복장의 최성용은 조선의 백성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아, 정말 하늘의 사자인가? 옷도 아주 이상하군.”
“그런가 보네. 저렇게 키가 클 수가 있나?”
“응? 그런데 장용영에서는 어떻게 저 사람에게 인사를 하지?”
백성들이 바라보는 대로 하성호 대령이 두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그래, 하 대령. 수고가 많네.”
“아닙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 오르시지요.”
장준하는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랐다.
이 마차는 특별히 미리 제주에서 만들어져서 공수한 마차였다.
마차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아름다웠다.
백성들은 사두마차를 타고 창덕궁으로 향하는 장준하 일행을 바라보며 엄청나게 많은 말들을 하였다.
장준하와 최성용을 내려놓은 101금강호는 하늘로 조금 떠올라 한성의 하늘에 그대로 정박했다.
마차를 타고 가던 장준하가 물었다.
“화성 병력은 이동을 마쳤는가?”
“그렇습니다. 1,000명의 병력만 화성을 수비하게 하고 나머지 3,000명의 병력은 이틀 전 한성에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장준하가 다시 물었다.
“특수군 3,000명까지 합치면 한성 장악은 아무 문제가 없겠군.”
하성호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격조 100명까지 창덕궁과 각 성문에 고르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제 한성은 완전히 장악되었습니다.”
“검거 작업은 마무리되었나?”
“예, 전원 검거하여 여의도로 이송해 놓았습니다.”
하성호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지금 한성은 가온군이 완전히 장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마차는 창덕궁 돈화문에 도착했다.
돈화문을 지키던 장용영 병력이 군례를 올렸다.
“충성!”
장준하의 마차가 도착을 하자 곧 마차 문이 열리고 장준하와 최성용, 그리고 하성호가 내렸다.
궁의 외곽 경비를 맡고 있던 화성 여단의 병사들이 받들어 총 자세를 하며 군례를 올리고 있었다.
군례를 받은 장준하가 돈화문을 지나 정조가 기다리고 있는 창덕궁 대전인 인정전에 도착을 했다.
정조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준하에게 예의를 표시하기 위해 인정전에서 그를 맞이한 것이다.
용상의 아래에는 채제공과 이번 검거 선풍에서 살아남은 몇몇 중신들이 도열해 있었다.
장준하가 인정전에 도착하자 내관이 고하지도 않았는데 바로 문이 열렸다.
장준하와 최성용은 거침없이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용상 앞에 도착한 장준하가 모자를 벗어 옆에 끼고는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했다. 당연히 최성용과 하성호도 똑같이 따랐다.
장준하가 인사를 마치고 정조에게 말했다.
“신 장준하, 이제야 창덕궁에서 주상 전하께 문후를 여쭈옵니다.”
그러자 정조가 화색이 만면한 용안으로 말했다.
“오! 위국공, 어서 오시오. 과인은 공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소.”
영중추부사 채제공 또한 안면이 있는 장준하를 보고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시오, 위국공 대감. 주상 전하께서 많이 기다리셨소이다.”
정조와 채제공이 나서서 장준하를 반기자 대전에 있던 중신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선에서 살아 있는 공(公)이라니, 그리고 또 저 옷은 무엇인가. 그리고 처음 보는 이들을 정조와 채제공이 아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런 대신들의 생각을 뒤로하고 장준하가 말했다.
“전하의 환대에 충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정조가 그렇게 말하는 장준하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조가 장준하에게 물었다.
“정국은 이제 안정이 된 거요?”
장준하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자세한 문제는 잠시 후 정식으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묵묵히 있던 좌의정 김이소가 말했다.
“전하, 신 김이소 아룁니다.”
“말하라.”
“신은 지금의 일을 도무지 모르겠사옵니다. 저자들은 누구이고 공이라니? 조선에 언제부터 살아 있는 공(公)이 있었사옵니까?”
정조가 웃으며 말했다.
“자세히 말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오. 이보시오, 영부사.”
“예, 전하.”
“나중에 따로 좌상에게 설명을 해주시오.”
그러자 채제공이 말했다.
“그보다 전하, 진언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말해 보시오.”
“날을 정하여 조정의 중신들을 신과 같이 북한산성에 올라 활동 그림과 함께 설명을 해주면 어떻겠사옵니까?”
“오! 그거 좋은 생각이오. 위공.”
“예, 전하.”
“영부사의 제안이 어떻소?”
“좋은 생각입니다, 전하. 바로 시행을 할 수 있도록 지시해 놓겠습니다.”
정조가 김이소 등 대신들에게 말했다.
“경들은 가서 보시오. 그동안 조정 대신들이 당파 싸움에 눈이 어두워 사리사욕을 부리고 있을 때 위국공을 비롯해 이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었는지 가서 똑똑히 보고 오시오.”
김이소를 비롯한 조정의 중신들은 그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 말도 못했다.
정조가 위국공에게 말했다.
“자, 자세한 말은 자리를 옮겨서 계속합시다.”
“예, 전하.”
정조가 용상을 내려와 앞장을 서자 나머지 사람들이 뒤를 따라 선정전으로 갔다.
자리에 앉은 정조가 장준하가 좌정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용상이 있는 인정전보다 편전이 편할 것이오.”
정조가 말을 마치자 하성호가 가져온 서류를 탁자에 올렸다.
“이게 무언가?”
“며칠간 잡아들인 죄수들의 명단입니다.”
“음.”
정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그 명단을 넘겨보았다.
몇 장을 넘겨보던 정조가 한숨을 쉬었다.
정조가 하성호에게 물었다.
“후, 이들을 전부 여의도에 수감했는가?”
“그렇습니다.”
정조가 넘기고 있는 서류에는 천 명이 넘는 사람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하성호가 말했다.
“도성 일대의 죄수들은 물론, 전 조선에서 체포한 죄수들을 여의도로 압송하고 있습니다.”
“언제 모두 압송이 끝나는가?”
“이 달 말경이면 모두 끝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김이소가 말했다.
“전하, 지금 체포되고 있는 사람들은 조정의 대신들과 유력 가문 사람들이 대부분이옵니다. 아무리 잘못이 있다고는 하나 너무나 많은 수입니다. 어느 정도의 선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옵니다.”
김이소를 비롯한 조정의 대신들은 지금 잡혀간 사람들의 죄상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한성일보의 호외와 관보 게시판에 그들의 죄상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인해 압송이 되는 죄수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심지어는 오물을 투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김이소의 말에 장준하가 말했다.
“조선의 양반이나 권신들은 상업을 천시하면서도 뒤로 엄청난 뇌물을 받아서 그것을 정치 자금으로 이용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직분인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려 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고 집안의 권세를 이어가려는 자들로 들어차 있었던 것이 작금의 조선의 조정입니다. 여기에 더해 지방관으로 부임하면 국민들을 수탈의 대상으로 여겨 엄청나게 폭정을 일삼고 있는 것 또한 지금의 조선이었습니다.”
장준하의 준열한 꾸짖음에 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준하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백성들이 온갖 고생을 하며 만들고 수확한 것을 지방관들이 수탈하여 앞으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인사치레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봉물을 받아먹지 않은 대신들이 누가 있습니까.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뇌물을 받지 않고 사심 없이 봉직을 해야 하는데, 조선에 그런 관리들이 얼마나 없었으면 청백리라고 나라에서 나서서 표창까지 하겠습니까?”
그 말에 대신들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장준하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계속했다.
“지난번 공물과 진상과 같은 모든 악습과 구폐(舊弊)를 일소했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일부 지방관과 대신들 사이에서 이러한 일이 은밀히 자행되고 있는 것을 저는 물론이고 주상 전하께서도 아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지금 남아 있는 대신들 중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비리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채제공을 비롯한 대신들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장준하가 대신들을 보고 다시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는 이러한 조선의 구폐와 악습을 없애고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밤을 낮 삼아 지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죄를 짓고, 특히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흡혈귀 같은 자들을 대신들이고 유력 가문이라고 선처를 하라는 말이 나옵니까? 오히려 그런 자들은 더욱 단죄를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대신들 중 한 사람이 말을 했다.
“물론 그들이 모두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에 충성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닙니까. 어느 정도의 선처는 있어야 한다는 좌상의 말은 지당하다고 생각되옵니다.”
장준하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왔는데도 은근히 끼어들어 그들의 선처를 바라는 대신을 보고는, 속으로 앞으로 이들과 대화를 하면 상당히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장준하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잠시 편전에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장준하는 이렇게 대신들과 앉아서 대화를 하다가는 자칫 이들의 억지 주장에 끌려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최성용이 그것을 눈치채고는 하성호를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최성용을 본 하성호가 돌연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사헌부 대사헌 이척기. 임자년(1792년) 6월 호조 판서 재직 시절 자택에서 자신의 당파인 전라 감사 조병욱으로부터 뇌물을 받음. 뇌물의 내용 확인 안 됨. 같은 해 9월 경상도 경주 부윤으로부터 올라온 뇌물과 같은 봉물을 받음. 참고로 경주 부윤은 이척기와 사돈 관계임. 동년 9월…….”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하성호에게 쏠렸다.
하성호는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서류를 읽었다.
“…뇌물은 한 번, 봉물과 공물은 8번. 공금 횡령 2건, 유용 1건. 인물 분석 :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지 않고, 자신의 당파를 위해 자파 인물을 등용하지 않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려고 애쓴 점은 인정이 됨. 신병 처리 : 일단은 보류, 그동안의 조사에 의하면 금전적인 하자는 상당히 있으나 개전의 여지가 있음.”
조금 전 김이소의 말에 끼어든 대신이 대사헌 이척기였다.
이척기는 하성호가 자신에 대한 보고서를 읽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특히나 지난 시절 누구도 모르리라고 생각하던 공금 횡령까지 들먹이자 10월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척기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두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가늘게 몸을 떨었다. 편전의 공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정조가 이척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조금 전 위국공의 말대로 조선의 대신들 중 지금 잡아들이는 자들이 저지른 범범 행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을 분명히 기억하라. 그대들은 또 이렇게 변명을 할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그러면서 정조는 대신들을 일일이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앞으로도 만일 그런 변명이나 말할 거면 당장 옷을 벗고 조정을 나가라. 이제 이 조선에는 그런 자를 받아줄 조정은 더 이상 없다.”
정조의 폭탄과 같은 말을 들은 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편전에 있는 대신들은 모두 수십 년을 봉직한 사람들이고 허물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조가 묵묵부답인 대신들을 바라보다 장준하에게 말했다.
“위국공.”
“예, 전하.”
“지금 조선에 들어온 친위군이 얼마나 되오?”
“10만 정도가 되옵니다.”
그 말을 들은 대신들은 경악했다.
채제공이 물었다.
“상륙한 병력이 10만이나 되옵니까?”
그러자 장준하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10~20만의 병력은 바로 추가로 동원이 가능합니다.”
장준하가 약간은 부풀려 말을 했지만 대신들은 그 말을 사실로 알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조가 장준하에게 말했다.
“위국공,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날을 잡아 모든 신하들이 모인 가운데 정식으로 위국공을 인사시켜 드리리다.”
“알겠습니다, 전하.”
“모두 물러가시오. 잠시 쉬고 싶소.”
장준하의 일행과 조정의 대신들이 정조에게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편전을 나왔다.
마차에 올라 경복궁으로 가는 동안 장준하가 최성용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대신들을 상대하는 강도를 높여야겠군. 조금 전과 같이 자신들의 주장을 강하게 하고 나오면 말에서는 우리가 밀릴 수가 있겠어.”
최성용도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평생을 입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아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준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장준하와 최성용이 경복궁터에 도착하자 101금강호에서는 바로 기구가 내려왔다.
기구를 타서 하늘로 올라가는 두 사람을 보고 백성들이 소리쳤다.
“우와, 또 올라가네?”
“저분들, 혹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들이 아닐까?”
“그럼, 하늘에서 내려왔잖아.”
“맞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꿈은 아닐 거야.”
그때까지도 돌아가지 않고 있던 백성들은 비행선에서 기구가 내려와 장준하와 최성용을 태우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엄청나게 웅성거리며 말을 하였다.
비행선에서 장준하는 이형구 대장을 호출했다.
―예, 접니다.
“지금 제주에 낙하를 할 수 있는 가온군이 얼마나 되나?”
―5,000명 정도는 바로 동원이 가능합니다.
장준하가 조금 전 창덕궁의 상황을 말해 주었다.
성격이 급한 이형구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혼을 내주어야겠습니다.
장준하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내일 2,500명 정도의 병력을 동원해서 하늘에서 낙하 쇼를 보여야겠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도록 지시를 하겠습니다.
이형구와 통화를 마친 장준하를 보고 최성용이 물었다.
“그들에게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키려고 하십니까?”
“그래야겠어. 지금 조선의 관리들은 평생을 한 우물로 주자학을 공부한 자들이야. 그런 자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최성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조선 관리들의 교육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장준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야겠어. 그것이 반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겠어.”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가온으로 돌아왔다.
대사헌 이척기는 이날 바로 사직 상소를 올렸다.
더 이상 부끄러워 조정에 남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두말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이척기가 사임을 한 이유를 조정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은 불과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많은 대신들이 사직 상소를 올렸다.
이전 같으면 사직을 하지 말라고 권하는 일이 많았던 정조는 이번에는 누구 한 사람 가리지 않고 모든 사직 상소를 받아주었다.
1794. 10. 6. 한성.
다음 날이 되었다.
한성의 하늘에 5척의 비행선이 동시에 떴다.
그리고는 그 비행선에서 100명씩 500명의 병력이 낙하산으로 순차적으로 낙하를 했다.
이러한 낙하는 시간을 정해 하루 동안 총 5회에 걸쳐 한성의 한가운데에 있는 경복궁터 일대에서 이루어졌다.
시간을 정해 낙하를 실시하자 하루 종일 하늘에서 낙하 부대의 쇼가 계속되었다.
한성의 백성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구경을 한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한 모습은 양반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낙하하는 모습을 보고 하늘에서 그동안 나쁜 짓을 한 자들을 벌주기 위해 천군이 내려온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천군이 내려왔다는 말은 곧 한성 전체에 퍼졌다. 낙하를 한 병력은 모두 2,500명으로 이들은 기존의 병력들과 합세하여 한성 일대를 완전히 통제할 정도까지 장악을 하였다.
특히 창덕궁 일대는 대궐에 들어오는 대신들이 위축감을 느낄 정도로 병력이 집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낙하 쇼는 다음 날부터 전 조선의 주요 도시마다 실시되었다.
한 개 지역에 100명 정도씩 낙하되는 것을 본 각지의 백성들은 한성에서 들려오는 소문과 맞물리자 조선 전체에 하늘에서 천군이 내려왔다는 말이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다.
특히 이들 천군이 세상에 내려온 것을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백성들은 연일 환호성이었다.
정조는 이날 어명을 내려 훈련도감을 포함한 한성 일대 조선군의 전 병력을 훈련원으로 소집했다.
한성 일대 병력은 훈국(훈련도감) 4,500명과 나머지 오위영의 병력 1,500여 명을 포함한 6,000여 명이었으나 집결된 병력은 5,000명이 채 안 되었다.
많은 수의 군관들이 비리 혐의로 체포되었고, 일부는 겁이 나서 나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성호는 훈련원의 연무장에 있는 단상에 올라 이들을 보고 말했다.
“나는 장용외영의 대장 하성호다. 지금으로부터 주상 전하의 교지를 낭독하겠다. 모든 장병들은 주상 전하의 어명을 받으라.”
그러자 모든 병력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본 하성호가 교지를 낭독했다.
“과인은 즉위 이후 조선을 개혁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으나, 그동안 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권신들에 의해 번번이 좌절되었었다. 이러던 차에 과인이 효종 대왕께서 양성하시던 가온 친위군을 만나게 되었다. 이에 과인은 몇 년 전부터 그들에게 조선 개혁의 대업을 맡겨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자 병력들 사이에서는 효종 대왕의 친위군이라는 말에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술렁거림은 곧 주변의 분위기에 곧 수그러들었다.
지금 훈련원 일대는 천여 명의 가온 친위군 병력이 철통같이 경계를 하고 있었다.
하성호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가온 친위군에 의해 조정에서 암약하고 있던 탐관오리들을 몰아낼 수 있어서 조선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에 과인은 다음 조치로 조선의 기존 군대인 훈국의 병력과 장용영과 용호영을 제외한 나머지 오위영의 병력을 소집하였다. 앞으로 그동안의 느슨했던 국방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가온 친위군에 조선 병력의 훈련 일체를 일임한다. 훈국과 오위영의 군졸들은 들어라!”
그러자 오천의 군사가 한 목소리를 냈다.
“하교하여 주시옵소서.”
“그대들은 이 시간 이후로 모든 지시를 장용외영 대장에게 받는다. 이는 전시(戰時)와 똑같은 과인의 명령으로, 만일 장용외영 대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시 군율에 의해 즉결 처벌받음을 명심하라. 조선의 군졸들이여, 부디 훈련을 무사히 마쳐 대조선국의 구국간성이 되어주기를 바라노라.”
하성호가 정조의 교지를 다 읽자 조선군 장병들의 반응은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
그것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과 그동안 편안한 생활이 끝났다는 낭패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성호는 그런 병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주상 전하의 명으로 지금 이 시간부로 본인의 휘하 병력이 되었다. 그대들은 지금 바로 훈련에 돌입할 것이다. 훈련 기간은 잠시 시간이 걸릴 것이나 걱정하지 마라. 만일 그대들이 훈련을 마치고 나면 우리 가온군과 같은 천하제일의 강병이 되어 있을 것이고, 병사들인 경우 군관이 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릴 것이고, 군관들은 우리와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그러자 나이 든 병사가 물었다.
“소인 같은 나이 든 이도 가능하옵니까?”
“그렇다. 일단은 모두 훈련을 받는다. 거기서 낙오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군에서 옷을 벗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은 또한 별도의 훈련을 통해 지방 공무원과 같이 국가에 봉사할 길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의 급료는 지금과 같이 지급될 것이니 집에 대한 호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자 병력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일단 훈련만 마치면 군인이든 공무원이든 계속 복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성호가 말했다.
“오늘 소집에 응하지 않은 자들은 전원 군율에 의해 군사 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런 기회주의자들은 앞으로 새로운 조선에서는 필요 없다.”
그러자 조선군 병력이 순간 엄숙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 소집에 나온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얼굴들을 하며 안도했다.
훈련도감의 병력들 대부분은 아전들의 난 때 장용외영의 병력과 진압 작전을 벌이면서 장용외영의 엄청난 전투력과 화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어서 이번 일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하성호가 말했다.
“그대들은 오늘 바로 출발을 한다.”
그러자 처음 듣는 말에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군관이 나서서 말했다.
“집에 잠시 알릴 시간을 주십시오. 집에 알리지도 않고 지금 바로 출발을 하면 집에 계신 노모가 많은 걱정을 합니다.”
하성호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그래서 지금부터 종이와 연필을 나누어 줄 것이니, 집에 걱정 말라는 안부 편지를 써서 제출하기 바란다.”
하성호의 지시로 연무장은 곧 편지를 써서 보내느라고 북새통을 이루었다.
한 시간여가 지나자 모든 사람들이 편지를 제출했다.
이것을 마치자 하성호는 곧 병력의 이동을 명령하였다.
이동을 할 때 이들에게는 아무 무기도 주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이들이 사용할 것은 냉병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종로를 가로질러 숭례문을 지나 마포 나루까지 가는 길은 도성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5,000여 명의 병력의 이동을 보기 위해 연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행렬을 구경하였다.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훈국과 오위영의 모든 병력이 이동을 한다는군.”
“그런데 무기도 없이 맨몸이네?”
“들리는 말로는 훈련을 받으러 간다던데?”
“혹시 이번에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데려가는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
“나쁜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봐.”
“그러네. 저 병사들 얼굴에 화색이 도네.”
“저들은 좋겠다. 나도 진작 훈국에 자원할걸.”
백성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조선 력은 마포 나루에 도착을 했다.
이들의 수송을 위해 엔진을 단 판옥선을 비롯해 인근에 있는 모든 배들이 동원되었다.
조선 병력은 마포 나루에 도착을 하자마자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배에 올라 황해로 나갔다. 황해에는 이들을 수송하기 위해 10여 척의 범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을 실은 범선은 곧바로 좌도도로 내려가 병력을 내려놓았다.
조선 병력은 가온의 육군 훈련소로 곧바로 입소를 해서 이제껏 그들이 받아보지 못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10월부터 시작된 훈련은 6개월 동안 실시되었다.
조선의 유일한 급료병과 군관들인 조선 병력은 육군 훈련소의 가혹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잘 견디어냈다.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참여를 했는지 훈련이 끝나고 낙오되거나 고령이어서 탈락되고 제외된 병력은 1,000여 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이들이 훈련을 마치고 나자 지금 군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4,000여 명의 중간 간부가 탄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