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101)

점점 다져지는 초석

1791. 10. 5. 청진 범선 조선소.

범선 3척이 추가로 제작되었다. 가온에서 계획하였던 것보다 1개월 정도 빠른 속도였다.

지금 3척의 범선이 선거(船渠)를 빠져나가며 기적을 울렸다.

빠~앙.

가온의 감독관이 영국인 기술자에게 인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코맙습니다.”

조선에 온 지 반년이 지나자 제법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영국인 범선 기술자가 가온 출신 감독관의 인사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영국인 범선 기술자 200명은 조선에 와서 한동안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마라도함에 끌려올 때만 해도 곧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이 청진에 도착을 하자 그게 아니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이들은 조직적으로 반발을 했다.

가온군은 이들을 처음에는 가혹하게 다루었다.

이들을 전부 한 군데로 수용하여 음식을 주지 않고 가혹한 육체적인 훈련을 시켰다.

이들이 배고픔과 심신이 지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세뇌를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울릉도에서 온 국정원 요원들의 세뇌는 이들의 의지를 조금씩 꺾기 시작했고, 뒤이어 당근이 제시되었다.

이들이 귀국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게 하면서 시행된 세뇌는 이들의 의지를 꺾게 만들었다.

기술자인 이들은 군인과는 달리 국가관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국정원의 세뇌 교육은 한 달이 지나자 대부분의 영국인들을 교화시켰다.

10여 명의 영국인들이 교화를 거부하여 이들에게는 차꼬를 차고 팔에 수갑을 채워 노역을 시켰다.

그러자 이들도 몇 달 가지 않아 항복을 하였고, 교화된 영국인들은 기술자로 대우를 해주었다.

조선에서처럼 기술자를 천시하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대우를 해주자 이들은 곧 자신들의 기술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배를 건조하는 데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조선 출신 노동자들도 건조 기술을 급속도로 습득하기 시작하여 오늘 계획보다 1개월 일찍 배를 건조하게 된 것이다.

영국인들도 다른 지역 개척민들과 같이 교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6개월이 지나자 어느 정도의 의사 표시를 할 정도로 우리말이 늘었다.

가온의 신정일 대령을 보고 감독관이 말했다.

“참으로 장관입니다.”

조선 공업단장 신정일 대령이 말했다.

“마치 자식을 대처로 보내는 심정입니다.”

“진짜 자식이지요. 저 배들이 앞으로 우리 조선을 위해 얼마나 효자 노릇을 하겠습니까?”

“그렇게 말씀하니 그렇게 되네요.”

“예. 저도 철로 만든 배만 만들어왔지만 이렇게 목재를 자르고 다듬어 만든 범선이 대령님 말씀대로 자식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심정입니다.”

“저도 그런 기분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그렇게 말을 하며 신정일 대령은 선거를 빠져나가는 범선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영국인 기술자들은 이제는 별문제가 없지요?”

“이제는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청진의 일반 백성들하고도 잘 어울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빨리 교화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자 배가 진수되는 것을 보러 온 이호 박사가 말했다.

“이제는 제법 사람이 많습니다.”

그 말에 신정일 대령이 말했다.

“예, 지금 청진에는 영국 조선 기술자와 선원을 포함하여 2,000명의 인원이 조선소에서 범선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숫자입니다.”

“이제는 현대의 설계 기술과 장비로 만드는 범선이라 지금 시대 최고의 기술력입니다.”

이호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범선을 운용할 수 있는 해군은 얼마는 됩니까?”

“그동안 3,000명의 범선 전문 해군들이 계속 훈련을 해서 그동안 범선 운용 능력이 상당한 정도로 숙련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숙달만 남았습니다.”

“그나저나 엔진이 문제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제주의 함선 수리소에 있던 엔진을 이용하여 범선에 활용하였는데 앞으로 10척에 쓸 엔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앞으로 정말 돛만을 가지고 운항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야 되겠습니까? 엔진 개발에 들어간 지 벌써 10개월이 되어가는데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지요.”

그러자 신정일 대령이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 제작하는 범선부터는 3,000톤 급으로 대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영국의 조선 기술자들은 난색을 표하였지만 조금 시간을 두고 만들기로 했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현대의 설계 기술이 있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가온의 기술진들도 그렇게 말을 하고요.”

“그렇다면 해볼 만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서양도 곧 2,000톤 급 범선 시대가 시작되니 우리도 언젠가는 제작해야 하니까요.”

“예, 그래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총 9척의 범선과 지금 만들고 있는 범선 3척을 포함한 12척의 범선이면 연해주부터 조선, 일본, 중국, 유구 정도는 지금의 범선 12척과 시간 여행 때 넘어온 상선으로 지원하면 충분히 감당할 정도가 될 것입니다.”

범선 조선소는 3,000톤 급 대형 범선 제작 경험이 없지만 그동안 축적된 기술로 건조를 시도하기로 했다.

지금 유럽에서도 2,000톤 이상 가는 범선이 막 제작되는 시기로 가온은 앞으로 100척의 범선을 더 제작할 계획이었다.

“철선 건조 계획은 없습니까?”

“앞으로 어느 정도 철판이 확보되면 용접 기술도 확보할 겸 제작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빨리 시작하는군요.”

“조선 출신 노동자들의 기술 습득력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범선 제작을 하는 것을 보니 우리 민족이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바로 시작을 해보려고 합니다.”

“잘 되길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처음 가온에서는 지금의 기술로는 철선을 제작하는 데 적어도 10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선 출신 기술자들의 뛰어난 기술 습득으로 예상보다 빨리 철선을 건조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1791. 10. 10. 울릉도 국정원 특수 교육장.

울릉도도 그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도동항이 시멘트의 생산으로 항구로서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었고, 나리 분지의 교육장도 상당히 정비되었다.

그동안 철저한 정신 교육으로 수용되어 있는 외국인들도 그동안의 불안정한 모습을 떨치고 적응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1년여의 시간 동안 20여 명의 외국인이 사망을 하였다.

외국인 중 정신 교육이 잘된 50여 명은 다시 가온으로 돌아가 대학과 사관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고 있었고, 외국인 중 20명은 청진으로 보내졌다.

그들은 은퇴 전에 석유화학 플랜트 개발 관련 종사자 등 전문 기술자 출신으로 건강한 사람들 중에 선별하여 개개인의 의견을 듣고 공단 건설 참여 의사를 물어 참여 의사가 있는 사람에 한하여 청진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200명의 외국인들은 나이도 많았고 사회 참여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울릉도에 그대로 수용하기로 하였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교육생들에게 자국어를 가르치고 시간이 남으면 자신의 지식에 관한 서적의 집필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배정하였다.

울릉도에는 그동안 많은 훈련생들이 다녀갔다.

국정원 직원들은 물론 경찰청 사관학교에서 계속하여 특수 훈련 및 극기 훈련을 받기 위해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는 조선의 공도 정책으로 거의 주민들이 살지 않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울릉도는 지금까지 거의 개발이 되지 않은 원시 상태 그대로였다.

가온에서도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개발을 하였다.

태종 3년(1403), 공도정책으로 주민 전원을 본토로 귀환시켜 무인도가 되었지만 울릉도는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울릉도에서는 지금 교육장이 세워져 있는 3㎢ 면적의 나리 분지는 유일한 평지이다.

그동안 목재로 지은 건물은 일부를 남겨놓고 본토에서 들여온 벽돌과 시멘트로 전부 신축을 하여 교육장 환경이 상당히 정비되었다.

교육생들은 장기 교육생과 단기 교육생으로 나뉘어 교육이 실시되었다.

지금까지 소수의 인원이 교육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전문 교육을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오늘은 국정원이 조선의 내부에 침투하여 작전을 펼칠 인원 100명이 수료를 하는 날이었다.

전 국정원과 기무사 출신 인원 50명은 그동안 머리를 길러 상투를 틀 정도로 머리를 길러 당장 조선에 들어가도 활동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였다.

교육 기간이 길어진 것은 조선의 생활 방식이 아무래도 지금의 가온과는 달라 그 환경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신경식 원장은 이들을 보며 상당한 기대가 되었다. 각자 정해진 신분으로 활동할 이들은 6개 도에 10명씩과 서울, 경기에 20명으로 인원을 배정하였다.

이들의 신분은 이미 만들어져 용호영 별장 신처선을 통하여 지급받았다.

함경도 북부 지역 30개소는 이미 정조의 최측근 인사로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활동하기 용이하였고, 한성의 경우 별무사를 적극 활용하기로 하였다.

가온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지금 조정에서 가장 힘을 쓰는 권문세가들과 향후 세도 정치에 나서는 벌열 가문의 정비에 있었고, 조선의 사대부를 좌지우지하는 문벌 세력들의 감시가 주목적이었다.

지금 실시되고 있는 200만 명의 백성들 교육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후일 가온이 전면에 나설 때를 대비해 많은 자원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았다.

신경식은 수료식을 마치고 배를 타기 위해 분지를 나서는 요원들을 보고 무사 귀환을 빌어주었다.

조선 본토의 작전의 총지휘는 정철학 국정원 차장이 직접 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정철학 차장이 있는 여의도의 별무사 상관으로 먼저 보내 그의 지시를 받아 전국 각지로 파견하였다.

1791. 10. 20. 연해주(沿海州) 흥개호(興凱湖) 대평원(大平原).

지난 5월에 파종한 밀이 첫 수확을 시작하였다.

시간 여행 당시 넘어온 콤바인이 50여 대에 불과하여 호주에 20대 등 30여 대는 각지에 분포되어 있어 연해주에는 20여 대만이 들어와 있었다.

콤바인으로 수확하는 밀은 앞으로 20일 정도 수확될 예정이었다.

100만 석 이상이 수확될 밀은 전량 제주도로 이송되어 제분 절차를 거쳐 라면과 국수 생산에 사용될 계획이다.

이때와 거의 동시에 호주에서는 밀과 벼의 파종이 시작되었다. 호주의 밀과 벼의 파종은 흥개호의 면적과 거의 비슷한 경상도 면적 크기의 약 30,000㎢ 면적에 직파법으로 파종을 하였다.

아직 질소나 요소 비료가 나오지 않아 예상 수확량은 적었지만 워낙 넓은 면적에 파종하는 것이라 전체 수확량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흥개호의 수확은 파종이 늦어 예상 수확량에 많이 미치지 못하였다.

내년부터는 흥개호 대평원에서도 수백 만 석의 쌀과 밀이 수확될 것이다.

1791. 10. 30. 14:00 유구도 유구 총독부.

유구 총독부에 일단의 인물이 방문을 하였다.

영국의 동인도 회사에서 가온 무역의 대표를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와서 김영석 과장이 이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들은 영국의 로버트 해리스 동인도 회사 광저우 지점장 일행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유구국 국왕의 고문인 김영석이라고 합니다.”

김영석이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로버트 해리스가 그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영제국의 동인도 회사 광저우 지점장인 로버트 해리스라고 합니다.”

“예, 그렇습니까.”

“이쪽은 벵골 총독인 콘월리스(Charles Cornwallis) 총독 각하의 사절인 앤드류 스미스 중령입니다.”

“그렇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앤드류 스미스라고 합니다.”

영국군 특유의 복장을 하고 온 스미스 중령은 김영석과 악수를 나누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알기로 동양인은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을 꺼려하였는데 김영석은 키도 자신보다 큰 키에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하였다.

나머지 수행해 온 일행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게 하였다. 식명원(識名園)의 어전은 빨간 기와를 얹은 격조 있는 건물로, 앞에 있는 연못과 잘 어울려 상당한 운치를 자랑하였고 내부는 전부 목조로 만들어 시원하였다.

대리 총독 유경원은 이때 해군 기지 건설을 위해 외부에 나가 있었다.

가온 무역이 유구에 들어온 후 외부 인사 접견을 위하여 접견실의 다다미를 드러내고 나무를 새로 깐 후 최고급 소파를 배치하였다.

로버트 해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경치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 소파도 참으로 편합니다.”

“예, 식명원은 본래 유구 왕국의 별궁입니다. 국왕 전하의 배려로 저희들에게 하사되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파는 저희 가온에서 만든 것입니다. 편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아직까지 청국과의 관계가 있어 총독부의 설치를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다.

“이번에 귀하께서 유구 왕국의 고문이 되셨다고 하는데 축하를 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왕의 고문 자격이 아닌 가온 무역의 대표 자격으로 있는 것입니다. 인사는 고문으로 드렸지만 오늘의 만남은 가온 무역의 일로 구분 지어주시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로버트 해리스는 광저우의 청국인들과는 다르게 업무의 영역을 분명히 가르는 김영석의 태도에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청국인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어떻게든지 끼어들기를 좋아하여 거래를 할 때마다 상당히 애를 먹고는 하였기 때문이다.

로버트 해리스가 말했다.

“저희도 오늘의 방문은 가온 무역의 대표를 만나려고 방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차 맛이 상당히 좋습니다.”

“예, 그 차는 오미자차로 저희가 있는 가온의 특산차입니다.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하여 오미자로,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고 폐를 튼튼하게 하는 강장제입니다. 이곳 유구도의 흑사탕과 어울리니 더욱 맛이 좋은가 봅니다.”

강장제라는 말에 다시금 한 모금씩을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저점장님과 벵골 총독의 사절께서 어인 방문이십니까?”

김영석 과장이 이들의 방문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그러자 해리스 지점장이 그 말을 받아 대답을 하였다.

“이번에 오스만 제국과 러시아의 전쟁에 대하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자 이들이 온 이유가 무엇인가 짐작하고 있던 김영석이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아직도 전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예, 전쟁은 계속 소모전으로 가고 있습니다. 본래 저의 동맹국인 오스만 제국이 계속 밀려 전쟁이 곧 끝나리라고 예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스마일 전투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현상이지요?”

“지난 전투에서 하늘에서 갑자기 드래건이 나타나 러시아군이 점령한 이스마일을 불바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 일로 지금 유럽에서는 러시아군의 무슬림 대학살에 노한 알라의 저주라는 말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군들이 퇴각을 할 때도 어디선가 날아온 폭탄이 계속 터져 엄청난 피해를 보고 배사라비아를 완전 퇴각하여 지금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라의 저주라… 러시아군들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나 봅니다.”

“러시아군들이 베사라비아의 이스마일 요새를 점령할 때 40,000명의 무슬림들을 대학살하였다고 합니다. 러시아 사령관 수보로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사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누구 믿겠습니까.”

그 말을 들으며 김영석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그건 지점장님 말씀대로 그들이 믿는 알라의 저주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저희를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요?”

계속하여 딴청을 피우는 김영석을 보다가 이번에는 앤드류 스미스 중령이 나서서 말을 하였다.

“그런데 그때 전세를 뒤집으려고 3,000명의 러시아 기병대가 그곳을 탈출하여 이스탄불로 진공하다가 예니체리 군단에 전멸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 영국에서 파견된 장교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이 사용한 소총이 가온에서 오스만 제국에 제공된 소총이라고 합니다.”

그제야 김영석이 진지하게 말을 하였다.

“맞습니다. 그 소총은 저희 가온에서 오스만 제국에 수출한 제이스 소총입니다.”

그러자 영국의 일행들은 자신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김영석은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잠시 수군거리던 영국인 중 다시 앤드류 스미스 중령이 나서서 말했다.

“저희들에게 그 소총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시죠. 자, 이리로 오십시오.”

김영석은 그들을 데리고 식명원의 뒤뜰로 인도하였다. 그곳에는 사격장이 있었다.

사격장에는 70미터와 150미터에 표적지가 서 있었다.

사선에는 머스캣 소총과 제이스 소총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머스캣 소총을 갖고 사격을 먼저 해보시죠.”

김영석은 스미스 중령에게 두 표적지에 각각 10발씩 머스캣 소총을 사격해 보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스미스 중령이 능숙하게 머스캣 소총을 만져 70미터부터 사격을 실시하고, 잠시 후 150미터에도 사격을 실시했다.

사격을 마치자 김영석은 주변의 부하에게 표적지를 갈아 끼우고 사격된 표적지를 가져오게 했다.

표적지를 확인하니 70미터에는 6발과 150미터에는 2발이 적중되어 있었다.

“상당한 사격 솜씨입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스미스 중령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정도 사격이면 머스캣 소총으로서는 특등 사수였다.

“다음을 우리 제이스 소총으로 사격을 해보겠습니다.”

김영석은 부하에게 제이스 소총의 사격을 하게 했다.

자신의 부하도 국정원에서는 특등 사수였다.

김영석의 부하가 제이스 소총을 만져 능숙하게 종이 카트리지를 만져 초탄을 발사하자, 그 속도는 머스캣 소총보다 3배는 빨랐다.

영국인들은 그 발사 속도에 놀랐다. 하지만 다음의 속도는 더욱 그들을 놀라게 하였고, 나머지 소총의 사격 시간이 머스캣 소총보다 3분의 1도 걸리지 않았다.

영국인들이 놀라는 표정을 보고 있다 사격이 끝나자 표적지를 회수하여 오게 하였다.

“아니, 이럴 수가.”

표적지를 본 영국인 특히 스미스 중령은 경악했다.

“대단합니다.”

두 표적지에는 10발 모두가 정확히 탄착군을 형성하며 명중되어 있었다.

머스캣 소총은 다루기도 힘들었지만 사격 시 반동이 심하여 정확한 사격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제이스 소총은 탄착군까지 형성되어 백발백중되어 있었다.

김영석은 소총을 스미스 중령에게 넘기며 말했다.

“한번 보시죠.”

김영석은 이들이 개량된 격발 장치야 금방 따라올 수 있지만 소총의 총신은 현대식 제강법으로 만들었고, 화약도 흑색 화약이지만 기존의 흑색 화약보다 개선된 성능이 우수한 화약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한 것이다.

이들이 이와 똑같은 성능의 소총을 만들려면 적어도 20~30년의 기술은 축적되어야 했다.

“참 대단합니다. 저도 한번 쏴봐도 되지요?”

“그렇게 하십시오.”

표적지가 다시 걸리고 스미스 중령이 간단한 사용법을 듣고 사격을 했다.

사격을 마치고 표적지가 돌아오자 영국인들은 거듭 놀랬다. 백발백중이었다.

사격 시범을 끝내고 어전으로 돌아온 해리스가 말했다.

“제이스 소총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구매를 하시려고요?”

“1만 정의 소총과 그에 필요한 탄환을 구매하였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소총의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저희가 오스만 제국에 1정당 은 10냥으로 판매를 했습니다.”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조정은 안 되겠습니까?”

“그것은 오스만 제국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곤란합니다.”

“예, 그럼 잠시 시간을 주십시오.”

해리스 지점장과 스미스 중령은 방에서 잠깐 나가 숙의를 하고 다시 들어왔고, 김영석도 그사이 잠시 생각을 하면서 소총의 대금으로 은 대신 물물교환을 하기로 정했다.

“좋습니다. 그대로 구매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총의 인도는 언제쯤 가능합니까?”

제이스 소총과 탄환은 이미 제주 군수 단지에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공급이 가능하였지만 김영석은 조건을 제시했다.

“먼저 교역을 하기 전에 제이스 소총의 특허 보호를 요청합니다. 이것은 오스만 제국도 동일하게 적용하였습니다.”

영국은 소총 가격이 다소 비싸기는 했지만 전쟁을 하고 있는 인도 상황 때문에 즉시 구매하기를 원했다.

“알겠습니다. 총독 각하께 청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즉시 구매를 원합니다.”

“소총 인도는 잠시 시간을 주십시오.”

“저희는 바로 인도를 했으면 합니다만.”

“그 대신 구매 조건으로 귀국의 물품과 교환을 원합니다.”

그러자 해리스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물물교환을요?”

“그렇습니다.”

“어느 물건입니까?”

“소총의 대금으로 영국의 면직물과 양과 소, 그리고 다이아몬드 부스러기와 현물 교환을 원합니다.”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해도 쓸모없는 다이아몬드 부스러기는 어디에 쓰시려고요?”

“저희들이 쓸 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보석이 안 되는 부스러기로 원합니다.”

“그것은 가치가 없어 가격을 매기기 곤란한 물품입니다.”

“지금 귀국이 경영하는 인도에 다이아몬드 산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우리 가온 무역에서 적절한 값을 쳐드리겠습니다. 많을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리 회사로 봐서는 손해 볼 일이 아니니까 들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물품교환은 언제하면 좋겠습니까?”

“일단 귀 회사에서 물건을 수집하시는 대로 연락을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은 언제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희들이 준비되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저희들도 빠를수록 좋습니다.”

김영석과 로버트 해리스는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협상한 끝에 해리스 지점장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돌아갔다.

해리스는 구매 조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 계약이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그동안 계약한 어떠한 계약보다 성공적인 계약이었다.

해리스는 이 계약이 후일 영국에 어떠한 문제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저 기뻐하기만 했다.

김영석은 영국인들이 돌아가자 가온으로 바로 연락을 해서 거래 결과를 알려주었다.

김영석의 연락을 받은 가온에서는 이번에 영국에서 들여오는 면직물로 가온 주민과 제주도민 전원과 교육받는 유민 전원에게 모두 한 벌씩의 의복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면직물은 광저우의 창고에 엄청나게 보관되어 있어 계약과 동시에 바로 수령이 가능했다. 그동안 재봉틀 교육으로 이미 제주도 여인들은 중 1,000여 명이 재봉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금년이 가기 전에 모두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계약으로 소 10,000두와 300,000마리의 양을 받기로 했다. 영국의 동인도 상사는 이를 위해 인도의 소와 주변 동남아시아의 물소 등을 특별 징발하였고, 부족분은 웨일즈에서, 양은 전량 스코틀랜드에서 구입하여 공급하기로 하였다.

가온 무역은 영국에서 오는 소와 양은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소는 벵골에서 인수받기로 하고 절삭 공구 및 유리 가공에 중요한 공구 용품인 다이아몬드는 인도에서 소와 같이 수령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물량은 내년 6월 말까지 공급받기로 계약을 하고 가온 무역은 이 거래로 들어오는 소와 양은 전부 호주로 보내기로 했다. 축산대국 호주의 꿈이 더 한층 가까워졌다.

소총은 대물로 받기로 한 물품이 전부 들어왔을 때 인수하기로 계약을 했다.

1791. 11. 1. 제주 주민 교육 훈련소.

1차 유민 30,000명의 교육이 끝이 났다.

6개월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주민들은 몰라보게 변하였다. 그동안의 충분한 급식으로 모든 주민들이 건강해졌고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모든 주민들은 그동안 철저한 교육으로 정신 자세부터 달라져 있었다. 30,000명의 주민들이 각자의 배정된 지역으로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먼저 군입대자 3,000명은 전부 좌도에 마련된 군 훈련소에 입소하여 3개월간의 정식 군사 훈련을 받는다.

이미 좌도도에는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대 예정자들은 6개월간의 군사 훈련을 겸한 교육에 바짝 군기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제주도의 경공업 단지에 5,000명의 인원이 배치되었다.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경공업 단지는 상당한 인원을 필요로 하였다.

연해주에 6,000명, 유구도에 1,000명, 호주에 7,000명, 청진에 7,000명의 인원을 배정하였다.

그리고 1,000명의 인원을 따로 제주에 배정하였다.

이들은 앞으로 5년 후 조선에 들어가 백성들을 교육할 교원재원으로 군사 교육과 교원 교육을 받으며 조교로 근무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50,000명을 총인원으로 정하여 선정할 교원들은 특별히 지적 능력과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선별되었다.

남들을 가르치는 교원을 뽑는다는 것을 안 유민들은 제주도 인원들처럼 상당수의 양반 출신들이 지원을 하였다.

이들은 앞으로 5년간 남들보다도 더 정신적인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이로써 제주의 조선 출신 교관과 조교들은 2,000명이 되었다.

앞으로 1년이 지나면 이들 스스로가 교육을 시킬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고, 가온은 1년 후부터는 이들 교관과 조교들만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예정이었다.

이들의 후송은 모든 함정들이 동원되었다.

그동안 교육을 받았지만 산같이 큰 항공모함이나 2만 톤 급 마라도함, 10만 톤 급 개척호 등을 보는 주민들은 신기해하였다.

특히 이번에 호주로 가는 정착민 중 1,000명은 보크사이트 광산과 대단위 축산 영농을 위해 호주 대륙의 오른쪽 귀와 같이 생긴 여왕의 땅(퀸즐랜드 주)의 반도에 있는 웨이파로 목적지를 정하였다.

이들은 마라도함을 타고 가다 중간에 내릴 것이다.

이제는 호주 항로도 익숙해져서 왕복에 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1791. 11. 10. 11:00 연해주 동명 비행장.

드디어 동명 비행장이 준공되었다.

그동안 활주로만 완공되어 변칙 운영되던 비행장이 완전 준공을 보게 된 것이다.

비행장 주변에 대형 저유 시설과 관제탑과 정비소 등이 완공되었고, 헬기의 이착륙장인 헬리포트도 완공을 보았으며, 이와 때를 같이하여 사할린의 대박항(大泊港)에도 간이 비행장이 건설되었다.

비행장 완공 후 첫 비행기가 비행장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C-130 수송기가 멀리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5여단장 장도현 중령과 참모들이 활주로에 나와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비행기가 활주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C-130 허큘리스는 무사히 착륙하였다. 육중한 모양의 C-130 허큘리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수송기는 장도현 중령이 서 있는 근처에서 멈추었다.

장도현 중령과 참모들이 비행기에 다가서자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려왔다.

위국공(衛國公) 장준하와 우종철 중장이었다.

모든 지도부가 함께 탑승하여 사고라도 난다면 가온에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므로 이형구 대장과 송기훈 상장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다음에 오기로 하였다. 위국공은 최성용 대령이 보좌를 하고 있었다.

장준하 일행이 비행기에서 모두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장도현 중령이 경례를 하였다.

“충성 5여단장 장도현입니다. 동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 장 중령,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장준하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손을 맞잡으며 장도현이 말했다.

“아닙니다. 잃어버린 땅을 되찾았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어 저뿐이 아니고 연해주에 주둔해 있는 모든 가온군이 자부심에 가득 차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참으로 다행이군.”

“가시죠. 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러지.”

장준하와 그 일행들이 장도현의 안내를 받고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차는 20여 분을 달려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인 동명 시내로 들어갔다. 동명 시내는 곳곳이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항구는 청진에서 들여온 콘크리트로 항구를 만들고 있었다. 이미 범선은 충분히 접안이 가능하였다.

동명시의 중심부에는 대형 광장이 벌써 조성되어 있었고, 그 정면에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3층짜리 총독부 관청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주변에는 2층, 3층으로 계획된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장준하 일행이 차에서 내려 총독부로 들어갔다.

아직 공사 중이었지만 장준하를 위해 1층을 손보았기 때문에 일행이 들어가 앉기에 불편이 없었다.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군.”

“본래 이곳에 살고 있던 조선의 유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서 그래도 공사 진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준하의 말에 장도현 중령이 대답을 했다.

“주민들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곳의 주민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우리들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보고 때 말한 대로 대단히 신념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보군.”

“그런 것 같습니다. 공사 현장에서도 시간만 나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복습을 할 정도입니다.”

“그래, 좋은 현상이네. 장 중령이 그들을 잘 돌봐주게.”

그러자 최성용이 장 도현에게 물었다.

“공사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가온은 그동안 호주 등에서 들어온 많은 자금으로 연해주와 청진, 유구도 등 개발되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품삯을 넉넉히 지급하여 주었다.

“모든 공사 현장은 2시간은 교육을 받는 전제하에 시작되고 있습니다. 인부들의 품삯을 넉넉히 주니 연해주의 모든 조선인들이 집에 농사는 부인들에게 맡겨놓고 동명시에 몰려와 인부로 일하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인부들은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현재 자신들이 짓고 있는 주택을 먼저 분양받아 자신들의 가족을 데려와서 자연스럽게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온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나?”

“제주도에서 7,000명이 들어오자 지금 도시가 더 한층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입주할 주택은 이미 건설되었기 때문에 겨울을 넘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장준하가 다시 말했다.

“겨울철에는 이곳 연해주가 눈이 많이 내릴 것이니 안전 사고에 특별히 신경 써주게.”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비행장에서 이곳 연해주 총독부로 오는 동안 도시 계획에 의해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네. 이 동명시가 개발된 지 이제 9개월이 막 지나고 있는 지금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할 정도네.”

“처음에 비하면 완전히 상전벽해되었습니다. 아직은 비행장까지 도로가 비포장이어서 차를 타고 오시기가 불편하였을 겁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자네들 처음 왔을 때는 길도 없었을 탠데.”

그러자 우 중장이 물었다.

“총독부 건물은 언제 준공 예정인가?”

“연해주 총독부 건물의 외형은 거의 완성을 보았고, 지금 내부 공사 중이라 내년 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1층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사용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장준하에 이어 우종철도 추운 날씨를 걱정했다.

“연해주 날씨가 만만치 않아 벌써 추워. 되도록 겨울에는 공사를 하지 말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연해주의 날씨는 벌써 아침저녁으로 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기시죠. 식사가 준비돼 있습니다.”

“그러지.”

장도현 중령은 장준하를 식당으로 안내를 하였다.

장준하 일행들이 자리에 앉자 음식이 나왔다. 음식은 깔끔한 한식이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기자 간단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연해주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장준하는 장도현 중령을 치하하고 수송기에 실어 온 20마리의 쇠고기를 내려 장병들을 격려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바로 수송기로 돌아갔다.

장준하 일행은 다시 허큘리스를 타고 사할린의 대박항으로 이동을 하였다.

5여단 5대대장 박기영 소령이 기다리고 있는 대박항비행장은 간이 비행장이었다.

장준하를 태운 비행기가 착륙을 하였다. 이전 같으면 마음먹어야 올 거리를 하루에 돌아본다는 게 장준하는 맘에 들었다.

이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연해주와 사할린을 지금 비행기를 타고 방문하고 있었다.

이윽고 비행기가 멈추고 사다리가 놓이자 일행들은 비행기를 내렸다.

“충성!”

박기영 소령이 일행을 보고 경례를 하였다.

답례를 한 장준하는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에게 일일이 격려의 악수를 나누었다.

잠시 후 대박항 주둔지로 자리를 옮겼다.

주둔지는 1,000명의 인원이 지내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사할린에 오니 벌써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박 소령, 고생이 많네. 여기는 벌써 날이 춥구먼.”

“이곳은 우리가 앞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가기 위한 연료 창고입니다. 누군가는 지켜야 하는 곳입니다. 그 자리에 제가 있어 영광입니다.”

“하하, 박 소령 말이 맞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내가해서 영광이라… 좋은 기상이네.”

박기영 소령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장준하가 웃으며 그를 칭찬해 주었다.

잠시 사할린의 가온군 주둔지를 살펴본 장준하가 싣고 온 소 10마리를 내려놓고 박기영 소령을 비롯한 부대원들을 위문하고 돌아갔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준하는 최성용 대령을 보고 말을 했다.

“이번 방문이 참으로 뜻깊은 것 같네. 동명도 이제는 제법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어.”

“그렇습니다. 내년 초에는 정식 총독을 파견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송기훈 상장이 말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내년 초에는 상당한 정도의 건설이 진행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장준하는 일행들과 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송악산 비행장으로 돌아왔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장준하는 새로운 활력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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