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101)

오스만 제국

1791년 4월 10일 제주도 화순 항.

2월 20일 나포한 영국 범선이 선원 300명과 200명의 조선 기술자를 태우고 2월말 출항한 영국 범선이 화순 항에 도착했다. 마라도함에 예인되어 항해를 한 범선은 그동안 밤에도 쉬지 않고 항해를 하였다.

바람이 없는 경우에도 마라도함에 예인되어 왔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단축되었다.

화순 항에 입항해 있는 범선은 3개의 마스트가 있는 전장 범선으로 12파운드의 함포가 24문이 장착되어 있는 1,200톤급의 무역선이었다.

송기훈 제독이 범선을 보며 말했다.

“범선을 직접 보다니 참 화려하구나. 길이가 대략 50m는 돼 보이는데?”

송기훈 제독의 말에 손영석 마라도함장이 답했다.

“저도 처음에는 제독님과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시대 영국에 이런 종류의 배가 수백 척이 있다니 대단합니다. 그들의 국력이 보입니다.”

“그러니 대영제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겠나.”

이들이 범선을 쳐다보고 말을 하고 있을 때 장준하가 최성용을 대동하고 선착장에 도착을 했다.

“충성. 안녕하셨습니까, 합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손 대령도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장준하는 마라도함장 손영석 대령의 인사를 받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이 범선이 이번에 나포한 범선이구먼. 참 화려하구나. 박물관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구나.”

장준하의 말에 송기훈 제독이 답변을 했다.

“그렇습니다. 저도 한번 몰아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금 배에 조선 기술자가 동승해 있다고 하던데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되었나?”

“지금 각 범선에 전부 200명의 기술자가 동승해 있습니다. 그들의 숙련도는 최상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본래 호주에서 범선을 자체 제작하려고 왔던 인원들이라서 일반 목수들과 기술자들만 보강이 된다면 범선 제작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 지금 철강 생산이 어려운 때 앞으로 20~30여 년은 이들의 범선으로 충당하면 가능하겠군.”

“그렇습니다. 범선에 증기기관이 1807년에 장착되므로 아직은 15년 정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1836년 증기기관을 이용한 추력 기관인 나선형의 스크루 프로펠러(screw propeller)가 발명되므로 이때까지는 40년~50년 이상의 시간이 있습니다.”

송기훈 제독이 장준하의 말을 받아 계속 답변을 했다.

“우리가 와서 이러한 발명이나 개발을 당겨 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습니다.”

“지금 배 위에 선원들이 아무도 없는데 그들은 어디 있나?”

장준하의 말에 손영석 대령이 답변을 했다.

“선실 안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고 있습니다. 계속 쉬지 않고 올라와서 많이 피곤할 겁니다. 혹시나 이들이 우리의 전모를 알고 탈출하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해서 선원 전부를 선실로 내려보냈습니다.”

“잘했네. 앞으로 이 범선들은 어떻게 조치할 건가?”

송기훈 제독이 말을 했다.

“해군으로 육성되는 제주 출신 병력 5,000명을 일단 무동력 범선의 운용 능력을 함양시킬 계획입니다. 모항을 흑산도 흑산 항으로 하고 울릉도와 사할린을 오가면서 훈련하다가, 일본과의 협상이 마무리되면 오키나와를 오가며 항해 능력을 키울 계획입니다. 중간에 필요한 물품의 수송도 겸할 계획입니다.”

“그래, 그 정도 거리면 원해의 항해 능력을 배가하는 데에도 좋을 거 같네. 자세한 세부 운용 계획은 따로 보고해 주시게. 영국 선원들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지금 배에는 문제를 일으킬 만한 고위 선원들은 호주에서 전부 하선을 시키거나 사살했습니다. 남아 있는 선원은 각각 통제를 하여 별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행보를 위해서 철저한 격리 수용이 필요하여 그에 따른 조치를 하려고 합니다. 범선 운용 계획은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흑산도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흑산 항은 울릉도 도동 항의 공병 부대가 이미 옮겨와서 2개의 작은 섬을 연결하는 공사가 2달째 진행 중이고, 지도군의 압해도에서 들여온 벽돌로 군 부대 건물과 해군훈련소 건물이 대대적으로 지어지고 있어서, 거의 준공을 앞두고 마지막 정리 작업 중입니다. 내영산도와 외영산도 사이를 막는 물막이 공사와 흑산 항 외항의 방파재 공사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흑산도에는 그동안 지도군에서 적벽돌 등을 들여와 수천의 장병을 수용할 해군 훈련소가 만들어져 있었다. 섬의 뒤편에는 장보고가 쌓았다고 하는 상라산성의 정상부의 평평한 부분에 있는 봉화대 주변도 정리하여 여러 시설물들을 설치해 놓았다.

1791년 4월 10일 지도군 압해도 도예지 가온요업.

“완성이다!”

“이야!”

도기장 최석봉이 소리치자 주변에 있던 수십 명의 도공들이 환호하였다.

4개월 동안 최선의 배합 비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도공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좋아했다.

이 소식을 들은 요업단장 설상진 박사가 뛰어왔다. “어디 한번 봅시다.”

최석봉에게서 자기를 받아 든 설 박사는 그 무게의 가벼움에 놀라며, 접시를 들어 햇볕을 비춰보았다.

자기는 아주 투명하고 유백색을 띄었다. 과연 조선의 도공이었다.

“이야! 잘 나왔다. 이 정도면 성공입니다. 도기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설상진 박사의 말에 주위에 그의 말만 기다리던 도공들이 두 손을 들어 환호하였다.

“이야.”

그것을 바라보던 도기장 최석봉은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하하, 도기장님. 이리 기쁜 날 우시나요?”

“아닙니다, 박사님. 우리 같은 상것들을 이리 귀하게 대해주시고 이리 칭찬을 해주시니 그 고마움이 하늘을 덮을 겁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하십니까. 앞으로 조선은 기술자가 대우받고 존경받는 세상이 올 겁니다. 지금은 시작입니다. 자, 오늘같이 좋은날 술 한잔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잔치를 벌여야겠습니다. 모두 가시죠.”

압해도에서는 그날 섬 전체 축제가 벌어졌다. 이 소식은 즉각 최성용을 통하여 장준하에게 알려졌다.

장준하는 크게 치하하며 수고한 도공들에게 금일봉을 하사하였다.

압해도는 이전의 소규모 가마에 의한 도자기 생산에서 벗어나 내화벽돌을 사용한 대단위 터널식 가마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근대적인 도자기 공장을 세웠다.

불을 피우는 연료도 나무가 아닌 중유로 대체하였고 온도계를 요소요소에 장착하였다.

최석봉이 찾아낸 최선의 배합 비율로 규격화된 도자기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공장형 대량생산으로 생산 가격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하게 떨어져 유럽으로의 수출도 가능해졌다.

최석봉은 가온요업의 초대 공장장에 임명되었으며, 나머지 도공들도 생산 부서의 주요 간부들로 전원 임용되었다.

공장이 준공되어 새로운 가마에 불을 지피던 날 최석봉은 하염없이 울었다.

분원에서 살던 때 어쩔 수 없이 물려받은 도공의 피를 원망하며 얼마나 도공이 된 것을 후회하였던가. 기술을 천시하는 조선에서는 잘 만든 자기는 좋아하면서도 만든 사람은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였다.

압해도에 올 때만 해도 조정에서 강제로 보내져서 같이 온 도공들과 유배를 온 것으로 알고 얼마나 조정을 원망하였던가. 설상진 박사 말을 믿고 노력하여 골회 자기를 완성하자 설 박사는 약속을 지켰다.

그것도 수백 명으로 늘어난 직원을 거느린 공장의 공장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이제는 아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과 같이 아들이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얼마나 노심초사했는가.

최석봉 공장장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자 그 사연을 짐작한 도공들도 전부 흐느껴 울었다.

역시 사연을 짐작한 설상진 박사는 그들이 우는 것을 보며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최석봉 공장장을 포함하여 모든 도공들을 일일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조선 도공의 자기를 제작하는 솜씨는 정말 뛰어났다.

각 분야별로 공정을 나누어 제작에 들어가자 생산성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도공들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해 주었고 그 기술을 전수받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생산성이 극대화되기 시작하면서 골회 자기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골회 자기는 유럽 사람의 기호에 맞게 문양도 화려하지만 품격 있게 도안되었으며, 찻잔이나 서양식 요리에 맞는 수많은 제품이 만들어졌다.

골회 자기 견본은 곧바로 광저우로 보내졌으며 제품의 질과 화려하고 품격 있는 도안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만족한 영국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상인들이 많은 양의 주문을 했다.

생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요업 공장은 밤낮없이 돌아갔다.

이들 도공들의 노력으로 연필과 성냥 등의 제품보다 먼저 골회 자기가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되었다.

1791년 4월 18일 광저우 가온무역 상관.

아침 일찍 청소를 마친 광저우 상관의 앞으로 이슬람 복장의 상인이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아침 일찍 대문 앞 청소를 마치고 대문을 활짝 연 가온무역 상관으로 들어온 이슬람 복장을 한 사람이 청소를 하고 있던 중국인 하인에게 말을 걸었다.

하인은 머리에 터번을 쓴 전통적인 이슬람 복장을 한 사람이 어색하지만 청국 말을 하는 것을 듣자 고개를 쳐들고는 신기한 듯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광저우가 개항되기는 하였지만 이슬람 복장을 한 사람을 보는 것은 상당히 드물었다.

하인 중에 한 사람이 나서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 사람이 상당히 어색한 청국 말을 하면서 이곳의 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하였다. 하인은 잠시 안에 들어갔다가 이경식 관장을 대리고 나왔다.

이경식이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말했다.

“어디서 오시는 분입니까?”

이경식이 중국어로 말했다.

“저는 오스만 제국 사람으로 알리 아지즈라는 상인입니다. 혹시 영어를 하십니까?”

알리 아지즈는 유창한 영어로 대답을 하자 이경식은 같이 영어로 답변하였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가온무역 광저우 상관장 이경식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렇게 영어로 인사를 하고는 이슬람식 인사를 하였다.

“앗 살라무 알라이쿰(당신께 평화가 깃드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알리 아지즈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답변하였다.

“와 알라이쿠뭇 살람(당신께도 평화가 깃드시기 바랍니다).”

이경식의 인사에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있는 알리 아지즈를 보고 웃으며 다시 영어로 말했다.

“제 친구 중 이슬람 사람이 있어 인사를 배웠습니다.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경식은 조금 전 중국 하인이 들어와 손님이 왔다고 하고 그들에게 인상착의를 말하는 것을 보고 이슬람 인으로 판단되어 가지고 온 책에 있던 간단한 인사말을 외워서 나왔다.

“그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알리 아지즈는 자신에게 이슬람식을 인사를 하는 이경식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알리 아지즈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의 일족이었다.

유럽 각국을 장사를 위해 돌아보았고. 이번에 자바 섬의 바타비아를 거쳐 이곳 광저우에 오는 동안 투르크어는 물론 이슬람 인사를 하는 유럽인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하는 영국어를 신기해할 따름이었다.

이 먼 동양의 땅에서 자신들의 이슬람식 인사를 하는 사람을 보는 알리 아지즈의 감회는 남달랐다.

“자, 이리로 앉으시지요.”

알리 아지즈가 자리에 앉고 하인이 차를 내오자 잠시 그들은 차를 음미하였다. 잠깐 차 맛을 음미하던 알리 아지즈가 말했다.

“차 맛이 상당히 좋습니다.”

“예, 이차는 청국 고유 전통차인 보이차(普?茶)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이 보이차는 만든 지 100년이 된 금과공차(金瓜貢茶)라고 합니다. 저도 광저우에 와서 처음 마셔보는 차인데 그 맛이 상당히 좋아서 이렇게 손님께 내놓은 겁니다.”

자연 건조법인 건창법으로 만들어진 보이차를 한두 모금 더 마시고 나자 이경식이 알리 아지즈를 보며 물었다.

“오스만 제국이라면 멀리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상관을 찾으신 연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 일족으로 태어나 수십 년간 지중해를 누비며 유럽과 무역을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방향을 동양으로 돌려 자바 섬의 바타비아를 거쳐 이곳 광저우에 들렀습니다.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로버트 해리스 영국 동인도회사의 광저우 지점장을 인사차 만났는데 가온무역에서 획기적인 교역 상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뵈었습니다.”

“예, 그렇습니까. 잘 오셨습니다. 한번 저희 품목을 보시겠습니까?”

이경식의 말에 자리에 일어난 알리 아지즈를 상품이 전시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알리 아지즈는 앞에 놓인 성냥, 발화기, 비누, 홍삼, 연필, 구필, 골회, 자기 등을 보고는 감탄을 연발하였다.

품목을 보고 나서 다시 자리에 온 알리 아지즈는 지금 본 제품의 구입을 원하자 이경식이 말했다.

“필요하신 물품은 수량을 파악하셔서 발주를 주십시오. 앞으로 오스만 제국과의 교역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알리 아지즈 님에게 독점권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알리 아지즈가 말했다.

“독점권을 주시겠다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조건이라니요?”

이경식 관장은 유럽의 제국에게 제시한 특허에 관한 사항을 말했다. 그러자 알리 아지즈가 바로 대답하였다.

“우리 오스만 제국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특허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이스탄불의 감독 관청에 특허를 청원하겠습니다.”

알리 아지즈의 말에 이경식은 그에 따른 서류를 건네주기로 하였다. 이 당시 오스만 제국은 인구가 4,000만 명이 넘어섰다.

이경식은 내일 다시 알리 아지즈를 만나 특허 관련 서류를 건네주기로 하고 알리의 주문도 내일 받기로 하면서 오늘의 만남을 끝냈다. 내일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알리 아지즈가 돌아가자 이경식 관장은 급히 안으로 들어가 가온 본부의 최성용에게 연락을 했다.

최성용은 이경식의 연락을 받고 바로 장준하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실에는 이형구 상장이 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그래, 자네도 오랜만이구만.”

이 상장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송기훈 제독이 들어왔다. 송기훈 제독과도 인사를 나눈 후 최성용은 장준하에게 광저우에서 알리 아지즈의 만남을 보고하였다. 보고를 들은 장준하의 말했다.

“그래? 생각지도 않게 오스만 제국 사람을 만나다니 우리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좋구먼. 시간이 절약되겠어?”

“그렇습니다. 알리 아지즈가 오스만 제국 술탄의 일족이라고 하니 우리가 오스만의 최고위급을 만나는 것도 아주 편하게 진행될 모양입니다.”

“지금 오스만 제국의 상황은 어떤가?”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와 제2차 전쟁(1787∼1791) 중에 있습니다. 지난 제1차 전쟁(1768∼1774)에서 패한 오스만 제국은 굴욕적인 크추크 카이나르디 조약을 강요당하면서 크림 한국(汗國)의 독립을 승인하였고, 흑해의 북동 지방을 러시아에 양도하게 되었습니다.”

최성용은 계속하여 설명했다.

“이 굴욕적인 조약의 파기를 겨냥하고 일으킨 제2차 전쟁도 러시아의 명장 수보로프에게 계속 패배를 당하고 있었고 오스만 제국 ·영국 ·스웨덴과 러시아 ·오스트리아가 벌인 2차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을 것입니다. 역사에는 러시아가 이스탄불을 점령하여 루마니아의 북동부인 야시에서 조약(1792년)을 맺어 다시 드네스트르 강의 좌안(左岸) 땅을 러시아에 할양하고 또한 크림 반도의 러시아로의 합병이 확정되는 시기입니다.”

그러자 이형구 상장이 말했다.

“그럼 지금이 이 전쟁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네?”

“그렇습니다. 지금시기가 아주 절묘합니다.”

그러자 장준하가 말했다.

“지금 오스만 제국의 황제는 누구인가?”

“현재 오스만 제국의 술탄은 셀림 3세(1789~1807)로 1787년~1792년까지 일어났던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와의 전쟁 와중에 즉위했지만, 오스만 제국은 예니체리 군단이 정국을 농단당하고 있습니다.”

“예니체리 군단?”

“예, 예니체리 군단은 오스만 제국의 유급 상비군으로 술탄의 친위군입니다. 처음에는 높은 충성심으로 술탄의 총애를 받았으나 지금은 군기가 문란해져 술탄의 폐위에도 간여하는 등 국정을 전횡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대 로마시대 근위대처럼 영향력이 막강해지자 점차 탐욕스러워지고 권력 집단화되어 오스만 제국의 정치에 관여하면서 타락했습니다. 지금 오스만 제국이 러시아에 계속 밀리는 것에는 이들의 국정 전횡도 큰 이유가 됩니다.”

그러자 이형구 상장이 말했다.

“그들이 국정을 전횡할 정도면 상당한 힘이 있겠네?”

“그렇습니다. 병력은 1만 3,500명이 정원으로 지금의 술탄인 셀림 3세도 역사에는 예니체리 군단에 의해 폐위됩니다.”

“어느 나라나 암적인 존재가 있기 마련인가 보군.”

장준하의 말에 이형구가 답을 했다.

“군인이 정치에 개입하여 정치 군인이 되면 꼭 탈이 납니다.”

“그래, 그런가보네. 우리도 빨리 군정을 끝내세. 그나저나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야겠군.”

최성용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알리 아지즈가 술탄의 일족이라고 하니 얘기가 쉬워집니다.”

“그래. 오스만 제국과 러시아의 전쟁을 흔들어놓자. 단, 적극적인 군대 파견이 아닌 무기 지원과 일부 병력을 파견하여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을 장기화시켜 러시아가 시베리아에 관심을 가질 수 없게 하자. 러시아에게는 시베리아보다는 흑해 연안의 영토가 훨씬 중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까.”

이형구 상장이 말했다.

“전장에 헬기와 해리어기를 이용하여 네이팜탄으로 폭격을 하고 우리 포병들이 원거리에서 폭격을 하면 우리가 개입한 것이 노출되지 않고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형구 상장은 지금 상황을 들어보고는 한 번에 작전을 만들어냈다. 역시 이형구였다.

“그래, 이 상장의 안이 좋겠군. 그러면 지금 송 제독도 와 있으니 세부적인 안을 한번 만들어보세.”

장준하와 이형구 그리고 송기훈 제독이 그 자리에서 작전을 협의했으며 작전은 장준하의 안을 중시하고 이형구가 짠 작전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들이 만든 작전은 장준하가 의해 최성용에게 각각 부대별로 연락을 취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지시를 받은 최성용은 서둘러 일어나 자신의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먼저 이호 박사에게 연락하였다.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최성용입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우리가 오스만 제국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지금 수석총의 재고가 얼마나 있습니까?”

“지금 1개월간 소총 생산량은 총 6,000정입니다. 제주 병력 훈련을 위해 한국형 아카보총 생산에 주력하여 5,000정이 생산되었고 수석총은 1,000정에 불과합니다.”

“탄환 생산은 어떻습니까?”

“수석총에 사용할 페이퍼 카트리지는 탄환과 함께 충분한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단지 흑색 화약으로 다운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 시대의 흑색 화약과 동일한 성능의 화약을 만들기가 어려워 흑색 화약보다는 성능이 우수한 화약으로 개량되었습니다. 이 화약을 사용하면 폭발력이 강화되고 발사 속도가 상승하여 관통력이 높아져 살상력이 증가됩니다.”

“그럼 먼저 1,000정의 수석 총과 충분한 양의 탄환을 광저우의 상황이 끝나는 며칠 후 바로 수송이 가능하도록 준비하여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며칠 후 수송을 위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연락을 마친 최성용은 군단 포병여단에 연락을 하였다. 잠시 후 여단장 송성호 소령이 나왔다.

“송 소령, 오랜만이네. 별일 없었나?”

최성용의 말에 송성호 소령이 답했다.

“충성. 오랜만입니다. 저는 별일 없습니다. 잘 계셨습니까? 요즘 고생 많으시죠?”

장성호 소령의 말에 잘 있다고 답하고 오스만과 러시아와의 전투 출병에 관하여 말했다.

“장 소령, 이번에 오스만 제국과 러시아와의 전투에 우리가 KM-187 박격포병을 파견했으면 하는데 출병에 문제없겠나?”

시간 여행 전 대대 지원 화기였던 KM-187 박격포를 시간 여행 후 그 효용성을 감안하여 포병여단에 별도의 KM-187 박격포대대를 구성하어 운용하였다.

KM-187 박격포는 1996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순수한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것으로 최대 사거리가 6,300m 지속 발사 속도가 25% 증가되고 살상 위력도 약 1.36배 커지는 등 전체적으로 성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그러자 송성호 소령이 말했다.

“이동 수단은 무엇입니까?”

“항모 광무황제함과 214급 손원일함을 이용하네. 이동 지역은 곧 전투가 벌어질 흑해 연안에 있는 베사라비아(Bessarabia)의 이즈마일(fortress)요새이네. 일단은 항모 광무황제함이 홍해의 수에즈 지역까지 이동한 후 베사라비아(현재의 몰도바공화국)의 이즈마일 요새로 해리어기를 띄워 폭격을 감행할 계획이네.”

최성용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오스만 제국과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이즈마일 요새를 침략한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연합군의 폭격은 오스만 제국과 협의가 없더라도 우리의 시베리아 공략을 위해서라도 진행할 계획이네.”

“그렇습니까? 그러면 부대 규모는 어느 정도 규모로 파병하실 계획입니까?”

“214급 잠함이 지원을 나가니 각각 100명의 포병과 경계병으로 총원 200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네.”

“그 정도면 바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전원이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장거리 박격포 사격만을 할 계획이라서 인명 피해는 없을 거라고 예상되지만 그래도 장병들의 안전 문제를 최우선 고려하여 작전 계획을 수립하여 주게. 자세한 문제는 이형구 상장님께서 지시하실 걸세.”

“알겠습니다. 미리 준비해 놓겠습니다. 정확한 참전 일자가 잡히면 알려주십시오.”

“그래, 수고하게.”

송성호 소령과 전화를 끊고 나서 최성용은 구체적인 병력 이동 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장준하에게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하러 집무실로 향했다.

1791년 4월 19일 11시 광저우 가온무역 상관.

“어서 오십시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앉으시지요.”

알리 아지즈가 가온무역의 물품을 발주할 물량을 계산하여 가지고 왔다.

“물품을 주문하실 발주량을 산출해 오셨습니까?”

“예, 여기 있습니다.”

이경식 관장이 받아 든 서류에는 발주량이 생각보다 엄청난 수준이었다.

“발주 물량이 예상보다 많습니다.”

“예, 우리 오스만 제국은 영토가 넓고 또한 많은 귀족들이 각지에 있어 가온무역이 생산한 제품은 수요가 충분히 많을 것입니다.”

“예, 헌데 저희들의 생산 시설로는 지금 먼저 발주한 영국과 프랑스의 발주를 6월까지 납품을 하고 나서야 알리 아지즈 님의 주문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7월말까지는 납품이 가능합니까.”

“그때가 되면 생산 시설이 확충되고 영국과 프랑스의 납품이 끝이 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납품해 주기로 하고 계약을 하시죠. 제품은 광저우에서 받기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두 사람은 몇 가지 세부적인 사항을 협의하고 상호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자, 이것으로 물품 구매 계약은 끝났습니다.”

“그렇습니다. 7월말까지 차질 없는 인도를 부탁드립니다.”

계약서의 작성이 끝나자 이경식 관장은 알리 아지즈에게 지금 막바지에 이른 러시아와 오스만과의 2차 전쟁에 대하여 말했다.

“지금 귀국은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알리 아지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났는가보네요.”

“거리는 멀지만 여기는 각국의 상인들이 만나는 곳이라 정보들이 빠르게 교환되지 않습니까?”

“예. 벌써 4년째 전쟁 중인데 지금 전황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우리 오스만 제국이 유리했는데 러시아군을 지휘하고 있는 장수가 수보로프로 교체되어 지난 1788년 림니크 강 전투에서 러시아 연합군의 총지휘를 맡아서 우리 오스만 제국군을 대패시켰습니다.:

알리 아지즈는 크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이 패배로 전세는 급격히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으며, 수보로프는 이 전투로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는 림니스키(Rimniksky)의 백작으로 서임하고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2세(Joseph II)는 그를 신성로마제국의 백작으로 서임할 정도입니다. 지금은 계속 밀려 베사라비아의 이즈마일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 러시아가 군대를 몰아 베사라비아를 침공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그래도 이스마일 요새는 난공불락의 요새라서 러시아를 몰아낼 겁니다.”

“그래야지요. 귀국이 승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원래 역사에서는 난공불락이라고 이름 높았던 베사라비아의 이즈마일 요새는 1790년 11월 22일 수보로프가 함락시킨다. 요새 안에서 끝까지 버티며 러시아군의 항복 요구를 거부한 오스만 제국 사람들은 대학살을 당한다.

이즈마일 함락시킨 러시아군은 이즈마일에 돌입하여 요새에 있던 모든 무슬림 남자, 여자아이들을 3일에 걸쳐 대학살을 자행한다.

이 학살로 약 4만 명이 학살당했고 겨우 수백 명만이 포로가 되었다. 이 전투 이후 크림 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로 공인되는 등 오스만 제국이 급격하게 홍해에서 밀려나기 시작한다.

이즈마일 요새를 함락한 러시아 연합군은 여세를 몰아 이스탄불까지 점령하여 오스만 제국이 굴욕적인 항복을 하게 되고, 항복의 결과로 1792년 1월 9일 야시 조약을 맺게 된다.

아직 항복까지는 9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충분한 개입이 가능하였다. 가온 지휘부는 이 전투에 개입을 결정했다. 가온군은 이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투 능력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계획이다.

그리하여 양군의 힘을 팽팽하게 만들어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하게 하여 러시아가 시베리아에 관심을 쏟지 못하게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후일 러시아와 가온과의 국경 협상 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계획이었다.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 대한 말을 하는 알리 아지즈의 얼굴에 근심이 확 느껴질 정도였다.

이경식은 그런 알리 아지즈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후 자신의 실태를 안 알리 아지즈가 말했다.

“이런, 제가 관장님앞에서 추태를 보였습니다.”

“아닙니다, 알리 아지즈 님. 제가 드리는 이 말은 부담 없이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만일 오스만 제국이 원한다면 저의 가온무역의 군대가 오스만 제국군을 타국이 모르게 은밀히 지원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가온무역에 군대가 있습니까?”

“알리 아지즈 님께서 생각이 있으신다면 저희 군대의 화력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모국이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알리 아지즈였지만 가온군의 군사력을 알 리가 없는 알리 아지즈는 무작정 가온무역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화력을 보여주신다고요?”

“예, 하지만 반드시 비밀을 준수해 주신다는 서약은 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경식은 알리 아지즈에게 서약을 받고 알리 아지즈를 광저우 항에서 배를 타고 외해로 나왔다.

외해로 나온 이경식 일행은 해상에 표적을 띄워놓고 준비해 온 수석총의 시범을 보여주었다. 배가 흔들렸지만 시범에 나선 김영석 과장은 백발백중이었다.

알리 아지즈는 머스캣 소총보다 2배 이상의 사거리가 나오는 제이스 소총(조선의 소총)이라고 명명된 소총의 성능을 보고는 단번에 맘에 들었다.

특히 종이 카트리지를 사용하여 재장전이 간편하여 지금의 머스캣 소총보다 3배 이상 발사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무척 맘에 들었다.

그리고 박격포의 발사 시험을 본 알리 아지즈는 그 화력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대포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작은 포가 나타내는 성능은 가히 경악에 가까웠다.

이경식은 알리 아지즈에게 이 포는 가온군밖에 없는 화포라고 알려주고는 이 포로 오스만 제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 아지즈는 이경식의 제안을 비로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앞으로 오스만 제국과의 석유 등의 이권 문제를 보고 가온무역에서는 무상 원조를 하려 하였으나 알리 아지즈의 말을 듣고 유상 원조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알리 아지즈는 지금의 오스만 제국의 입장에서는 유상 공급이 정권을 농단하는 예니체리 군단의 의심을 사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만일 무상 공급을 하면 정권과 연계된 다른 의도가 있는가 하는 의심을 사 이길 수 있는 전쟁도 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니체리 군단은 이번 전쟁에서 저도 정권은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알리 아지즈의 말이었다.

그리하여 제이스 소총의 1정당 가격을 은 10냥으로 정하고 수석총 1,000정과 탄환 1,00만 발의 가격으로 총 10만 냥의 은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즈마일 요새에 퍼부을 박격포탄 가격으로 10만 냥의 은과 러시아 연합군의 침공을 저지하고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50만 냥의 은을 추가로 받기로 하였다.

알리 아지즈는 오스만 제국의 현 술탄의 가까운 친족으로 술탄과 촌수로 삼촌이 되었다. 그동안 이스탄불에 살고 있다가 예니체리 군단의 전횡에 실망하여 수십 년을 무역을 하며 각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알리 아지즈는 이경식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고 제이스 소총은 광저우 공해상에서 인도받기로 하였다.

알리 아지즈는 가온군의 참전을 술탄의 재가를 받기 위해 자신이 직접 함선 중 1척을 몰아 제이스 소총과 실탄을 싣고 오스만 제국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나머지 2척은 7월에 물건을 싣기 위하여 광저우에서 기다리기로 결정하였다.

가온군도 준비를 하여 출발하려면 블라디보스토크의 항모를 불러와야 하고 좌도도의 경계도 확인해야 하므로 출발은 1개월은 있어야 가능했다.

보고를 받은 장준하는 연해주에 있던 개조한 참수리급 소형어선 5척을 좌도도로 불러내려 좌도도 경계를 강화시키고 214급 안중근함을 호주로 보냈다.

안중근 잠함이 호주 인근 해역에 도착하면 손원일 잠함이 흑해로 올라가 시간을 단축하기로 하였다.

수에즈운하가 개통되지 않은 지금 최대한 빨리 이즈마일 요새로 이동을 위해서는 이중의 작전이 필요하였고 항모 광무황제함에는 6개월간 필요한 보급물자를 실어 보내기로 하였다.

특히 이번 작전을 위해 광무황제함에 네이팜탄 100여 발을 실어 보내기로 하였다.

이경식 관장은 작전의 성패가 알리 아지즈가 얼마나 빨리 이스탄불에 도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경식은 최성용 중령에게 말하여 윤영하함으로 알리 아지즈를 수송하기로 결정했다.

이경식은 알리 아지즈를 불러 반드시 기밀을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서약시켰고 알리 아지즈가 알라신에게 맹세를 하자 이경식은 가온무역에서 알리 아지즈를 수송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조금 전의 맹세는 오스만 제국까지 타고 갈 운송수단에 대하여 일체 비밀을 지키라는 서약이라고 말하였다.

알리 아지즈는 이경식의 말에 거듭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하고 이경식의 인도로 그날 밤 광저우 항을 떠나 공해상에서 윤영하함에 올라탔다.

윤영하함에는 이미 소총과 탄환이 실려 있었으며, 알리 아지즈는 김영석 과장이 동행하기로 했다.

김영석 과장과 알리 아지즈를 실은 윤영하함은 속도를 높이며 쿠웨이트로 전속 항진했다. 알리 아지즈는 자신이 타고 있는 배에 대하여 물어볼 것이 많았지만 비밀을 맹세한 탓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타고만 있었다.

그 모양을 본 김영석 과장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으나 모르는 척하였다. 날이 밝자 전속력(40노트/72㎞)으로 달리는 배는 거의 물에 떠서 날아가고 있었다.

이들을 태운 윤영하함은 대부분의 무기들을 내려놓고 선실 거의 전부에 연료를 실었다.

10,000㎞가 넘는 거리를 불과 열흘 만에 돌파한 윤영하함은 쿠웨이트 항에 소총과 탄환 그리고 알리 아지즈와 김영석을 내려놓고 바로 되돌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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