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101)

호주에 초석을 놓다

1791년 1월 10일 20시 한성(漢城) 북한산성(北漢山城) 가온군 주둔지.

열두 시간을 항해한 끝에 인천 앞 해상에 도착하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였다.

110명의 인원을 대조영 함에 탑재된 슈퍼링스 헬기에 인원을 분승시켜 부지런히 북한산성으로 실어 날랐다.

두 대의 헬기가 번갈아 몇 차례 왕복을 하여 모든 인원이 북한산성에 도착을 하자마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겨울철 동계훈련 개념으로 용호영군의 훈련을 조금 힘들게 하려고 1월부터 일정을 잡았으나 지금 시대 1월의 기온은 이전 시대에 체감하던 한성의 온도와는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을 정도로 추웠다.

전원이 주둔지에 도착하고 각자 배정된 숙소로 들어가자 홍병화 중령과 송훈 대위 그리고 조선의 관리들은 하성호 대위의 대대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홍병화 중령이 하성호 대위에게 말을 했다.

“어이구 추워. 무슨 눈이 갑자기 이렇게 내리는 거야. 하 대위, 그동안 고생 많았네. 밤이라 전부가 안 보여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정비가 된 느낌이네.”

“예, 그동안 주상 전하의 배려로 자재 수급이 원활히 이루어져서 모든 시설을 완비하였습니다. 특히 조선 군대를 훈련시킬 훈련소를 중심으로 정비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도 주상 전하의 배려로 130칸의 행궁을 그대로 부대시설로 사용을 하고 있고, 훈련소도 140칸에 달하는 군창(軍倉)을 일부 개보수하여 훈련병 숙소로 개조를 하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성내의 사찰에 승려들이 다수 있었으나 저희들과의 접촉을 우려하여 저희들이 오기 전에 용호영에서 승려들을 전부 다른 곳으로 보내어 전부 빈 사찰(寺刹)이 되었습니다.

그게 암자를 포함하여 12개소가 있고 특히 그중 중흥사(中興寺)는 140여 칸의 대사찰로 중흥사는 본래 승군(僧軍)이 배치되었던 사찰이었으나 지금은 비어 있어 저의 본대 병력이 그곳에 주둔 중에 있습니다.

일단 저격대원들과 교관들을 전부 행궁에다 숙소를 정했는데 각자 사찰을 이용하시든지 근무에 편리한 대로 자리를 잡으십시오.”

홍병화 중령이 다시 말을 했다.

“이곳에 있으면서 주의할 점은 없는가?”

“지금까지는 조선 백성이나 용호영의 군관들을 직접적으로 접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자재들도 산성 앞 대서문(大西門)에 자재를 쌓아놓고 내려가고 난 후 저희들이 싣고 들어왔기 때문에 거의 접촉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용호영의 장병들을 훈련시켜야 하므로 용호영 군대를 직접 접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교관들과 북한산성에 근무하는 모든 장병들에게 입힐 조선의 군관복식 1,000여 벌이 며칠 전 북한산성에 도착하였습니다.

내일부터는 전원 그 복장을 입고 생활해야 합니다. 주상 전하와 위국공께서 협의하여 결정하신 사항으로 당분간은 조선의 일반 사람들과의 접촉에 주의하시면 됩니다.”

“그 말은 오기 전에 들었네. 그래서 우리들도 이렇게 전부 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기르는 중일세. 그나저나 눈이 이렇게 내린다면 훈련에 차질이 있을 것 같네. 만일 눈이 계속 이렇게 온다면 훈련 일정을 조정해야겠네.

이전 시대하고는 다르게 공기가 오염이 되지 않아서인지 눈이 오니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너무 춥네. 잘못하면 동상 등 훈련 중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고 여기는 산 정상이라 기온이 더 떨어지는 것 같네.”

“그렇습니다. 저도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 봅니다. 확실히 공기가 오염이 되지 않아서인지 눈이 한번 오니 엄청나게 쏟아집니다. 훈련 일정은 잠시 일기를 보고 결정하시죠.

그리고 네 분께서는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궁에서 용호영 신처선 별장이 오시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대서문 초소에서 신처선 별장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들이 행궁을 나와 행궁 정문 앞에 이르자 그 앞으로 신처선 용호영 별장이 올라오고 있었다.

신처선 별장이 조선의 관리들 앞에 다가와서 말했다.

“어서 오시오. 그간 노고가 크셨소. 그래 힘들지는 않았소?”

신처선의 말에 이전부터 안면이 있었던 박제가가 앞에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영감. 편안히 잘 교육받고 왔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임지에 부임해야 하는 몸이라 그럴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네 분들의 임지에는 파발을 보내어 1월 말경에 도착을 한다고 인수인계에 차질 없이 준비하라는 왕명이 나갔으니 임지 걱정은 마시게.

그나저나 큰일이네. 눈이 갑자기 내려서 길을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

주상 전하께서 네 사람을 내일 뵙고 싶어하시는데 날도 어두운데 큰일이네.”

신처선 별장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옆에 있던 하성호 대위가 말했다.

“눈 오는데 올라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하 대위의 말에 신 별장이 답하였다.

“산어귀까지는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아 별다른 고생을 안 했는데 대서문에 도착할 무렵부터 쏟아지기 시작하네요. 그나저나 산을 내려갈 일이 큰일입니다.”

그들이 말을 하고 있는 시간에도 눈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부어 바닥에 쌓이는 눈이 순식간에 높아져갔다.

“이 상태로는 내려가기가 불가능합니다. 날이 밝고 눈이 그치는 것을 봐서 하산하십시오. 대궐에는 제가 상선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래주시겠소? 그럼 부탁드립시다.”

신처선의 말에 하성호 대위는 대대장실에 있던 통신기를 들어 대궐로 연락을 했다. 지금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날이 어두워서 신 별장과 네 명의 관리들이 산을 내려가지 못하고 있으니 날이 밝고 눈이 그치면 산을 내려가겠다고 말을 했다.

상선은 대궐도 눈이 너무 내려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 주상 전하께서 그리하라고 미리 지시를 하셔서 막 연락을 하려던 참이라고 말했다.

통신을 마치고 대궐의 상황을 말해주자 신처선 용호영 별장과 네 명의 관리들은 그제야 안심이 되는 얼굴을 했다. 결국 일행은 계속 내린 폭설로 3일이 지난 후에야 북한산성을 그것도 거의 기어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홍병화 중령은 그사이 가온의 장준하에게 보고를 하였다.

지금 조선의 날씨가 현대의 날씨와는 다르게 너무 추워 동절기 기온 문제로 용호영 훈련에 차질이 우려되어 교육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자 현장 상황을 파악하여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홍병화 중령은 신처선 용호영 별장을 불러 지금 날씨로는 훈련이 곤란하다는 데 합의를 하고 훈련 일정 조정을 협의하였다.

두 사람이 일정을 조정한 결과 3월로 조정을 하고 가온의 장준하와 대궐의 정조에게 보고를 하여 승낙을 얻었다.

북한산성의 가온군 주둔 부대는 그사이 신처선 용호영 별장과 상선 김시묵의 협조를 얻어 창덕궁의 중요 시설물에 무선 CCTV와 감지 센서를 설치하기로 했다.

창덕궁(昌德宮)의 CCTV 설치는 1월 말에 대대적인 단청 공사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선공감(繕工監)의 기술자로 변장한 영상 팀이 무선 CCTV와 감지 센서를 주로 대비전과 왕의 침전과 편전 주위로 집중하여 설치했다.

추운 날에 단청 공사를 한다는 선공감을 보면서 몇몇 대신들이 말을 하였으나 궁궐 내부 단청 공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대부분의 신하들은 그러려니 하였다.

특히나 사이가 불편한 대비전에 단청 공사를 한다고 하니 벽파에서는 해빙 무드가 조성되나 하고 지레 짐작을 했다.

대비전에는 특별히 무선 CCTV와 초강력 무선 도청기도 설치했다.

창덕궁의 단청은 도색 공사를 하여도 충분할 만큼 상당히 낡았기 때문에 이들을 의심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통신단의 전문 요원들이 변장을 하고 선공감 기술자가 되어 무선 CCTV와 감지 센서를 설치할 때도 조선의 사람들은 CCTV와 감지 센서에 대하여 장식품으로 알고 전부 지나쳤다. 이들은 이 기기의 전원으로 태양열 전지를 설치했다.

1791년 1월 14일 8시 창덕궁 선정전(宣政殿).

창덕궁의 편전인 선정전에서 정조가 일행들을 기다렸다.

“전하. 경흥도호부사(慶興都護府使) 박지원 외 세 명 입시 옵니다.”

“들라 하라.”

박지원 일행이 들어와 임금에게 예를 표하였다.

“그래, 원로에 노고가 많았소. 그동안 그곳에서는 잘 지내었소?”

정조의 말에 박지원이 답하였다.

“전하의 배려로 소신들의 눈이 개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엄청난 신문물에 정신이 없었사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청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가온의 친위군이 우리에게 모든 지식을 전수해 주려고 하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조선의 개혁을 위해 일로매진(一路邁進)해야겠습니다.”

“그렇소. 과인도 처음에는 그들의 말에 긴가민가하며 전부 믿지를 않았소.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힘을 보고나서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조선을 집어삼키는 것은 여반장일 정도의 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인과 조선을 위해 충성을 다한다고 하니, 그들의 진심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소.

더욱이 과인이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왜구를 섬멸하고 난 후에 전공을 자랑하지도 않고 전과를 보고하는 것을 보고는 진실로 그들을 믿어 의심치 않소.”

이번에는 박제가가 나서서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았으며 신분에 관계없이 나이 든 이를 공경하고 어린아이들을 어여삐 여기는 것을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똑같이 대하였습니다. 이는 조선이 본받을 만한 미풍양속이라 사료되옵니다.

만백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임한다면 그 누가 그 직업이 천하다 하오리까.”

그러자 이번에는 별무사의 전수가 된 서이수가 말했다.

“신이 그들을 보니 활발한 상업 활동으로 재화를 창출하는 것 같사옵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조선과는 다르게 일정한 세금만 내면 누구나 상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업이 발달하여 조정에는 세수가 증대가 되고 물산이 잘 돌아 물건의 가격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백성들이 싼 가격으로 구입을 할 수 있어 백성들의 생활이 편해지고 그로 인하여 더 많은 물품을 구입하게 되어 물산의 유통이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하옵니다.

지금 조선은 금란전권(禁亂廛權)은 처음의 조정의 의도와는 다르게 권세가와 궁방 등과 결탁한 사상도고(私商都賈)의 세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시전 체계 안에 포섭되지 못한 사상(私商)층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도성의 물가는 이들의 농간에 놀아나기 일쑤이고 상품경제에서 화폐경제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787년에 실시한 정미통공(丁未通共)을 더 강화시키는 통공발매정책(通共發賣政策)을 실시하시는 것이 가한 줄 아뢰옵니다.”

별무사전수로 임명되면서 새롭게 상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서이수의 말에 정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소.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보살피는 것이 과인(寡人)의 일이오. 내 잘 검토하여 보겠소. 경들은 임지로 가서도 과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오.”

“명심하여 봉행하겠나이다, 전하.”

박지원 외 세 명은 정조의 격려와 기대를 받으며 대궐을 나서 임지로 향했다.

이들이 임지로 떠나가고 난 얼마 후 채제공(蔡濟恭)은 도가상업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육의전(六矣廛) 이외의 모든 시전에게 금난전 전매권(禁亂廛專賣權), 즉 도가권(都價權)을 허용하지 말며, 설립 30년 미만의 시전은 이를 폐지할 것을 건의하였다.

정조는 6월부터 각 시전(市廛)의 국역(國役)은 존속시키면서 도가(都價) 상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금난전권(禁亂廛權)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했다.

이 조치는 육의전을 제외한 일체의 시전으로부터의 난전의 특권을 배제하고 통공발매(通公發賣)하기로 함으로써 관설시장인 육의전이 정비되고, 사상도매(私商都賣)의 진출이 용이해져 사설 시장을 정착시켰다.

이는 조선의 상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후일 이 조치도 별무사의 상업 활동으로 인해 육의전마저 유명무실해져 누구나 자유로운 상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었다.

정조에게 인사를 한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은 바로 임지로 향하였고, 별무사 전수(典需) 서이수는 가온에서 최성용이 지시한 조선의 내부 거래 상단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한성에 머물기로 했다.

1791년 1월 15일 13시 호주 시드니(포트잭슨 Port Jackson).

1개월의 항해 끝에 호주에 도착한 김영훈 제독의 제2원정단은 이미 5일 전에 호주 해안에 도착을 해 있었다. 지금의 호주는 초여름의 기후였다.

적도를 지나 올 때 숨 막히던 더위가 산호해(珊瑚海)를 지나자 서서히 기온이 내려가더니 시드니 항이 다가오자 초여름 날씨로 온도가 내려갔다.

호주는 현재의 시드니 하버에 1788년 1월 26일 아서 필립 선장이 11척의 배와 736명의 죄수(548명의 남성, 188명의 여성)를 포함하여 총 1,100명 인원으로 최초의 유형지인 포트잭슨(Port Jackson)을 세웠다.

이 함대를 이끌고 호주로 온 아서 필립 선장은 호주 초대 총독이 되었다.

포트잭슨은 호주 최초의 식민지였으며 초기에는 원주민들이 이들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으나 영국인들이 원주민들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 때문에 원주민들과 끝없는 문제가 발생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동안 영국의 죄수들이 2차례 더 이주를 해 와서 총 3,000명의 인원이 지금의 시드니 부근에 유형지를 세우면서 식민지 건설을 하고 있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호주의 존재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이 없을 때였다.

김영훈 제독은 이지스 구축함 효종과 호위함 경남 함과 LST(고준봉급)함 1척과 잠수함 손원일 함을 별도의 함대로 편성했다.

이들은 유럽에서 호주로 오는 항로인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을 경유하여 인도양을 직선으로 항해하는 호주 항로를 수색하여 모든 함정들을 포획 또는 침몰시키면서 호주 항로 장악을 지시했다.

혹 호주 서해안에 상륙한 서양인이 없는지 전 해안의 수색을 지시하고 그들을 섬멸하기 위한 육상병력 500명을 지원해 주었다.

효종함의 함장 김기철 대령에게 함대 지휘권을 주어 지난 1월 12일 산호해를 지나면서 함대를 편성하여 호주 북단을 수색하면서 항해하도록 출발 시켰다.

김기철 함대는 LST함과 경남 함을 일정 거리를 벌려 탐사 단독 작전을 실시하였고 사이사이 헬기를 띄우고, LST함에 실린 KM―7 고무보트로 해안을 수색하기 시작하였다.

소형 목선의 경우 가끔 레이더가 포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 유럽에서 호주까지 3개월여의 여행에는 대형 범선이 사용되어 무리 없이 레이더에 포착되었으며 아직까지는 해안에 서양인의 접근이 보고되지는 않았다.

이 무렵 범선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17세기부터 18세기에는 무역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바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각국에서 군함과 대형 무역선의 건조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영국과 프랑스의 인도 무역에 종사하던 상선 대부분이 400톤 정도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규모에서 18세기에는 1,200톤의 무역선이 등장함으로써 범선의 전성시대를 이루었다.

그동안 시드니(포트잭슨)는 규모가 제법 커져서 많은 수의 정착민과 죄수를 수용할 시설이 건립이 되었다.

김영훈 제독은 강습 상륙함 마라도 함(20,000급)과 천지함급 군수 지원함 백록 함, 호위함 전남 함, 그리고 1척의 LST함과 윤영하급 초계함 2척을 시드니 항(포트잭슨)으로 서서히 접근시켰다.

포트잭슨에는 배가 한 척밖에 정박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함대가 영국으로 인원을 수송하러 돌아간 모양이었다.

김영훈 제독은 함대를 포트잭슨이 보이는 5㎞ 앞 해상에 정지를 시키고 쌍안경으로 요새를 관찰하였다.

곧이어 김영훈 함대를 발견한 요새에서 함대를 관측한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독 각하, 큰일 났습니다. 빨리 나와보시죠.”

이제 막 점심을 마치고 살짝 오수에 빠지려는데 자신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온 견습 사관 피터 윌리암스의 호들갑에 총독인 아서 필립은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쳐다보며 말했다.

“귀관은 이번에 귀국하면 임관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침착하지 못하면 내가 추천장을 써줄 수 없지 않은가. 침착하게.”

“죄송합니다, 총독 각하. 지금 엄청난 크기의 국적 미상의 배가 포트잭슨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배가 크기에 그런가. 그들이 누구든 감히 우리에게 맞서겠는가. 자, 밖으로 나가보세.”

총독 관저를 나서서 바다 쪽을 쳐다본 아서 필립 총독은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배들을 자신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며 쳐다보았다.

잠시 후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아서 필립 총독은 황급히 입을 다물고 해상에 떠 있는 거대한 배가 어디서 온 배인지 궁금해했다.

궁금한 것은 나중의 일이고 일단 포트잭슨(Port Jackson)의 수비가 필요했다.

필립 총독은 전속 부관인 와트슨 중령을 불러 요새의 전 병력을 집결시켰다.

필립 총독은 서큘러 키라고 불리는 최초의 상륙 지점에 조성하고 있던 항만 공사를 하던 병력과 요새에 남아 있던 전 병력인 3,000명을 배치했다.

포병을 두 개로 나눠 요새의 앞과 안에 배치를 했다.

포병을 요새 앞에 설치된 포대에 배치하고, 전장식 대포는 발포를 편하게 하기 위해 포탄과 화약을 미리 장전을 시켜놓았고, 요새 안의 포대에도 마찬가지 준비를 시켰다. 포트잭슨에는 50여 대의 대포가 있었다.

목재로 이루어진 요새의 방책 위에는 수석총인 머스켓 소총을 배치를 하였고, 사이사이 척탄병도 배치했다.

무게가 5~8㎏으로 길고 반동이 심한 무거운 머스켓 총은 혼자 사격이 힘들어 부사수가 도와주어야만 했기 때문에 2인 1조로 병사들을 배치했다.

목재로 이루어진 방책으로 된 요새인 유니언잭에 병사들의 배치를 마친 아서 필립 총독은 망원경을 꺼내 그중 기함으로 보이는 가장 큰 배인 마라도 함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몇몇의 사람이 서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필립 총독은 망원경으로 마라도 함을 보면서 말했다.

“왜 미리 쳐들어오지 않는 거지? 기다려주는 것인가. 우리가 준비하기 전에 쳐들어왔으면 힘든 싸움이 될 뻔했는데.”

필립 총독은 그들이 바로 쳐들어오지 않은 것이 궁금하였다.

“하기야 그 누가 우리 대영제국에 그 어느 나라가 덤비겠는가. 그런데 저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함대인가? 저들의 마스트에 있는 깃발은 어느 나라 국기인가? 못 보던 것인데?”

필립 총독이 계속 혼자서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마라도 함에서는 함교에서 김영훈 제독과 함장인 손영석 대령이 쌍안경으로 그들이 병력을 전부 배치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김영훈 제독이 함교에서 포트잭슨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함상에서는 몇 명의 사관들이 모여 자신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며 포트잭슨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내려다보던 김영훈 제독이 말했다.

“이제 모든 배치가 끝났나보군. 저들은 우리가 왜 배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줄 모르겠지?”

“모두 모여 있어야 공격이 편하다는 우리 생각을 알 리가 있겠습니까. 총독은 우리가 누군지 무척 궁금해할 겁니다.”

마라도 함장 손영석 대령이 김영훈 제독의 말을 이었다.

“손 대령, 윤영하 함을 보내게.”

“알겠습니다.”

김영훈 제독의 지시를 받은 손영석 대령은 곧 마이크를 들어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였다. 잠시 후 함대에서 고속함 윤영하 함이 나와서 백기를 게양하고 포트잭슨을 향해 운항했다.

포트잭슨에서는 아서 필립 총독과 그의 전속 부관인 와트슨 중령은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총독 각하. 지금 저쪽에서 배 한 척이 오고 있습니다. 백기가 게양된 것을 보니 사절(使節)인가 봅니다.”

“그런가보군. 그런데 저 배는 뭐가 저리 빠른가. 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동력원이 없지는 않을 터인데 보이지가 앉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사이 어느새 윤영하 함이 부두에 도착을 하더니 배에서 두 명의 장교가 내렸다. 전통 해군 복장에 상하 흰색 제복을 입은 LST5 함의 정진영 중령과 윤영하 함의 이만태 대위였다.

전통적인 영국군의 빨간색 상의에 하얀색 하의 군복에 금색 견장을 하고 영국군 특유의 모자를 쓴 총독과 전속 부관 와트슨 중령이 앞으로 다가섰다.

정진영 중령이 그들이 서자 거수경례를 하며 말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제국의 해군 중령 정진영입니다. 이쪽은 이만태 대위입니다.”

아서 필립 총독은 이들이 영어가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발음이 분명한 것에 놀랐다. 지금 앞에 있는 자들은 자신들보다 크고 깨끗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자신들과는 피부가 다른 황인종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이 당시 유럽은 중세 페스트 대확산 이후 목욕을 하면 페스트에 감염된다는 낭설이 퍼졌다. 콜럼버스가 옮겨온 매독이 공중목욕탕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번지기 시작하자 공중목욕탕이 급속히 폐쇄되었고, 그 이후로 유럽인들은 거의 목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귀족들은 더욱이 안전을 위해서 목욕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루이 14세의 경우 평생 단 두 번 목욕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향수 문화가 발달했고 당시 유행이었던 파마같이 웨이브를 준 머리를 한 번 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서 웨이브를 한 후 거의 머리를 감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1790년대는 동양이나 유럽이나 더럽기는 매한가지였고 더구나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그들에게서 나는 역한 냄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1850년대 이후 국민 건강을 위해 영국에서 정부 차원에서 목욕을 강압에 가깝게 권장하기 전까지는 한마디로 엄청나게 더러웠다.

그에 비해 깨끗하고 단정한 머리에 군인으로서 자세를 한 정진영 중령과 이만태 대위는 이들이 지금껏 생각하던 미개한 동양인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필립 총독이 말했다.

“그렇소? 나는 황제 폐하께서 임명하신 이곳 오스트레일리아의 총독인 아서 필립이오. 그리고 옆에는 내 전속 부관인 와트슨 중령이오.”

총독의 말을 들은 정진영 중령은 그들의 영어가 고어(古語)가 섞여 있는 약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정진영 중령은 말했다.

“이곳은 대한제국의 속령입니다. 현지 원주민이 평화롭게 살고 있어 그대로 두어 살게 하였는데 귀국에서 무단 점유를 하고 계속하여 이곳에 죄수들을 보내고 있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찾아 온 것입니다.

그만 이곳에서 철수하여 주십시오. 만일 철수하지 않는다면 모든 책임은 귀국에 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러자 아서 필립 총독이 큰소리로 소리치듯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이곳은 영국 제국의 식민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시오.”

아서 필립 총독이 말을 하는 것을 정진영 중령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지난 150년 전에도 네덜란드인이 침범을 하였을 때도 좋은 말로 하여 돌려보냈고, 1699년에도 귀국의 윌리엄 댐피어라는 해적이 왔을 때도 죽여버리려 했으나 살려주었고, 지난 1769년에도 제임스 쿡선장이 왔으나 별다른 일을 저지르지 않아 돌려보냈는데 무슨 여기가 귀국의 영토라는 것이오.

귀하들 또한 1788년 1월 26일에 이곳에 오지 않았소? 귀하들이 이곳에 올 때 만났다 도망친 프랑스의 라페루즈의 함대도 우리의 귀환하라는 말을 듣지 않아 이미 태평양에 수장시켜 버렸소.”

아서 필립 총독은 깜짝 놀랐다.

이들은 영국이 그동안 이곳에서의 행동을 낱낱이 알았고, 더군다나 자신들이 이곳 호주에 처음 정착할 때 자신들은 수송함뿐이라 무장에서 열세였기 때문에 호주 해안에서 프랑스 함대를 만났을 때 도망친 사실까지 알았다.

그런데 자신들이 도망친 프랑스 함대를 수장시켰다니 기가 막혀 할 말이 없었다.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일을 아는지 걱정은 됐으나 이미 오스트레일리아는 유럽에서 영국의 영토라고 공표한 곳이다. 물러날 수는 없었다.

아서 필립 총독이 다시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이곳은 이미 영국 제국의 영토요 이미 조지 3세 폐하께서 이곳을 영국의 영토로 공표하셨소.”

필립 총독의 말에 정진영 중령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귀국은 남에 집에 가서 그냥 내 집이라고 우기면 집을 비켜주는가 봅니다. 나는 분명히 귀하에게 말했습니다. 이곳을 떠나라고요.

앞으로 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일 그때까지 의사 표시가 없으면 처음에는 앞에 있는 배를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낼 겁니다. 그래도 버티면 요새 앞에 있는 포병, 그래도 버티면 요새 정문 이런 순서로 공격을 할 겁니다.

공격 루트를 꼭 알아두시고 무고한 부하들의 인명을 죽이지는 말아주십시오. 정확히 한 시간 후입니다.”

이 말을 남기고 정진영 중령 일행은 거수경례를 하고 물러갔다.

아서 필립 제독은 이들이 무슨 협박을 하나 생각했다.

배는 비록 자신들보다 크지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영제국의 군대였다.

황제께서 부여하신 권리를 포기하고 물러갈 수는 없었다.

정진영 중령 일행은 올 때보다 더 빠른 40노트(74㎞)의 엄청난 속도로 돌아갔다.

아서 필립 총독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들이 말하는 대한제국이라는 나라는 어디며, 저들이 우리들의 이곳의 활동을 저리도 잘 안다면, 이곳 오스트레일리아가 정말 저들의 속국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저들 말대로 이곳을 그냥 돌려줄 수도 없었다.

이미 이곳은 영국의 영토라고 선언된 땅이다. 만일 그들 말대로 아무 이유 없이 이곳을 비켜준다면 유럽에서 영국의 위상은 땅으로 처박히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장본인인 자신은 앞날은 생각하기도 싫은 결말이다.

아서 필립 총독이 이런 생각을 하다가 수석 부관인 와트슨 중령을 쳐다보았다.

정진영 중령 일행이 아서 필립 총독과 말을 할 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와트슨 중령은 필립 총독에게 말하였다.

“총독 각하, 저들 말대로 이곳이 설령 저들의 속국이라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만일 그대로 영국으로 돌아간다면 각하나 저는 모든 것이 끝장입니다.

우리는 대영제국군입니다. 저들이 비록 저렇게 크고 요상하게 빠른 배를 가지고 있을 지라도 설마 우리가 노랑 원숭이 동양인에게 지기야 하겠습니까?”

“그래, 아직까지 저들이 접근해 오기 전이니까 전 병력에게 철저한 준비를 지시하게. 여기까지 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있네.”

총독의 지시가 있자 중령은 몸을 돌려 병사들이 배치된 곳으로 뛰어갔다.

그사이 호주 원정단은 그들이 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였다.

1791년 1월 15일 14시 호주 포트잭슨.

김영훈 제독은 그들이 반드시 저항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시간을 충분히 주기로 했다.

가온에서도 저들이 모여 있는 것이 공격하기 훨씬 편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되어갔다.

김영훈 제독이 생각을 했다.

‘아무리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사람을 살상한다는 게 마음 편하지는 않구나.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지금의 시대는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만하는 힘의 시대가 아닌가.’

김영훈 제독은 자신의 명령 한마디에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하였고 영국군과의 전투가 학살에 가깝다는 생각은 하였으나 마음을 다잡았다. 김영훈 제독은 헬기를 띄워 소이탄인 네이팜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시대 전투에서 공포심 유발은 소이탄이 최고였다고 좌도도 점령 교육 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지금 시대의 건축물은 목조가 대부분이라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손 대령, 시간이 다 된 것 같네. 저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해야 하므로 헬기에 네이팜탄을 장착하여 띄우게. 조종사에게 준비된 ‘괴조의 소리’를 저들에게 먼저 들려주고 소이탄 선물을 하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지금 시드니에 정박한 배도 1,000톤에 달하는 범선이었다.

손 대령의 지시로 헬기가 떠올랐다. 무거운 네이팜탄을 매단 헬기는 기우뚱하며 떠올랐고 떠오른 헬기는 바로 영국군 요새로 향했다.

필립 제독과 영국군 지휘부는 가온 부대에서 엄청난 새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순간 적으로 영국군의 포트잭슨 요새에 도착한 헬기는 곧 스피커에서 소름이 끼치는 괴음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끼~약.”

헬기에서 스피커를 통해서 들리는 괴음이 5㎞나 떨어진 김영훈 제독에게도 들려왔다.

손 대령은 그 소리에 움찔하며 말했다.

“여기서도 이렇게 크게 들리면 저놈들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겠습니다.”

손 대령의 말을 듣고 있던 김영훈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직까지 유럽은 신화의 시대이고 악마가 살고 있는 시대지. 1782년 마녀의 화형식 이후 마녀사냥은 중단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마녀가 판을 치는 시대이네.”

김영훈 제독은 이 말을 하면서 아직까지는 신화의 많은 부분을 사실로 믿었던 1790년대의 유럽인들은 하늘에 떠 있는 헬기를 드래곤으로 오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새에 있던 영국 병사들은 혼비백산했다.

하늘에 갑자기 이상한 괴조가 날아와서 처음 들어보는 지옥의 악마의 울음소리로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 보는 드래곤과 같이 이상한 물체가 엄청난 크기로 괴성을 내지르는 소리에 들고 있던 무기를 떨어트리며 벌벌 떠는 병사가 있는가 하면 하늘에 대고 칼을 들고 내려오라고 하는 등 갑자기 요새와 포대의 병사들이 우왕좌왕하였다.

헬기는 계속하여 요새 위를 선회하며 괴기스러운 울음소리를 토해내었다.

아서 필립도 악마와 같은 소리를 내지르는 드래곤을 보고 혼이 다 빠져 말했다.

“아니, 저들이 어찌 드래곤을 데려올 수 있단 말인가. 이거 혹시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총독이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 헬기에서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왜 왔는가. 이곳은 죽음의 땅, 너희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악마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은 영국인들은 너무 놀라 대부분의 병사들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새가 말을 하다니 저것은 정말 드래곤인 것만 같았다.

“으아아아악.”

항구에서 진을 치고 있던 병사 중 하나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뒤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많은 수의 병사들이 주위를 돌아보며 주춤거렸다.

그 분위기를 눈치 챈 와트슨 중령이 항구로 달려가는 병사를 보며 외쳤다.

“거기서 서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나 거의 혼이 달아난 병사는 그 말을 듣지도 못하고 달려가기만 하였다.

와트슨이 옆에 있는 소총으로 그를 겨냥하여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탕’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달려 나가던 병사가 풀썩하고 쓰러졌다.

옆을 돌아보니 중대장 스티븐슨 중위였다.

스티븐슨 중위가 소리쳤다.

“정신 차려라. 정신을 차려야 드래곤이든 괴물이든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헬기의 소리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스티븐슨 중위가 병사들을 독려했다.

그러는 사이 헬기가 위로 떠오르더니 배가 떠 있는 선착장으로 이동을 했다.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영국인들은 그 광경을 계속하여 바라보고만 있었다.

헬기는 배 위에 잠시 머물다가 무언가를 떨어트리고는 하늘로 높게 솟구쳐 날아갔다.

“꽈광. 화~악”

그것이 배에 떨어지는 순간 엄청난 굉음의 폭발음과 함께 악마의 화염이 수십m를 솟구쳤고, 반경 30m에 내뿜은 3,000도의 열기는 1㎞가 떨어진 요새에서도 느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범선을 겨냥한 네이팜탄은 단 한 발에 장폭 50m의 범선을 단숨에 녹아내리게 할 정도의 폭발이었으며, 배에 실린 폭약의 유폭으로 범선은 순식간에 대폭발을 일으키며 불타올랐다.

배 옆에 진을 치고 있던 십여 명이 후폭풍으로 십여m를 날아가면서 온몸이 불에 타면서 죽어갔다.

영국의 병사들은 넋이 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치 좌도도의 재판이었고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네이팜탄은 거의 악마의 재앙이었다.

수십m 높이로 타오르던 불꽃이 잦아들자 그들은 현장을 보았다.

1,000톤의 대형 범선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렸고, 그 안에 타고 있던 병사 수십 명도 어디에 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함선에 배치된 대포 또한 녹아내려 형체가 없어졌으며 범선은 겨우 배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쪼가리뿐이었고, 지금도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주변에 나무로 만든 선착장 또한 전소되거나 불길을 뿜으며 타올랐다.

주변에 무엇 하나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이건 악마의 저주야. 그래도 어찌 저럴 수 있는가. 이건 악마야, 악마.”

조금 전까지 부하들을 독려하던 스티븐슨 중위도 너무 놀라 다리가 후들거려 총을 세워서 잡고 의지하며 겨우 서 있을 뿐이었다.

원정 함대는 이들이 공포를 느끼도록 시간을 주었고 잠시 시간이 흐르자 이번에는 멀리 떨어진 함정에서 일제히 수십여 발의 포를 쏘는 송리가 들려왔다.

순간 함대에서 날아온 20여 발의 포탄이 대포를 배치하고 포탄을 준비해 놓고 포병들이 대기하고 있던 요새 밖 10개의 포대를 정확히 타격했다.

“꽝. 꽝. 꽝. 꽝. 꽝.”

포탄을 맞은 열 곳의 포대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엄청나게 폭발을 했다.

포트잭슨 요새 앞에서 가온군이 가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던 아서 필립 총독의 지휘부는 주변에서 터져 나가는 포대를 보고 정신을 거의 넋이 나갔다.

한 번도 전투에 참가하지 못한 견습 사관 몇 명은 파랗게 질려 넘어갔다.

필립 총독은 가온군의 화력에 경악했다.

어떻게 저 먼 거리에서 함포를 사격할 수 있으며 그 함포가 어떤 것이기에 가온의 포탄에 맞은 포대가 산산조각 나듯이 박살이 날 수 있는지 놀람을 넘어 턱이 내려앉을 정도로 경악했다.

포대의 부상병들이 속출하여 살려달라고 아우성이지만 네이팜탄과 조금 전 가온의 함포 화력에 놀라 잭슨 요새 안에서도 지휘부에서도 모두 몸이 굳어버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굳은 몸을 풀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바다에 떠 있던 가온의 전함에서 함포 한 발이 직선으로 날아왔고 그 포탄은 정확히 요새의 정문을 그대로 타격했다.

꽝.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요새의 정문은 물론 나무로 만든 방책 주변이 그대로 날아가면서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 십여 명도 같이 날려버렸다.

단 세 번의 공격으로 영국군의 전의는 완전히 상실됐다.

아서 필립 총독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아, 저들은 악마야, 악마.”

요새 앞에서 진을 치며 가온군을 기다리고 있던 아서 필립 총독은 저항을 포기했다.

“이봐, 부관 이 싸움은 졌네. 더 이상은 무의미하네. 백기를 들어 올리게.”

와트슨 중령이 총독의 항복 지시를 막아보기 위해 총독을 만류했다.

“각하, 아니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이라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대영제국의 군인입니다.”

그러자 필립 총독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보게, 와트슨 중령. 나도 군인일세. 나는 군인의 명예도 지켜야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3,000명의 생명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총독이네. 이들이 만일 마음먹고 지금 같은 포탄을 백여 발 날리면 우리는 몰살이네.

어떻게 대포 한 방에 포대가 날아가고, 어떻게 대포 한 방에 저 단단한 요새 정문과 주변이 완전히 박살이 날 수가 있나. 아, 저들 포탄이 무엇인지 상상이 안 되네. 나는 상상도 안 되는 저들의 화력을 막을 자신이 없네. 만일 전투를 해서 저들을 막지 못하면 우리는 그대로 몰살이네.

아니, 저들보다 드래곤이 다시 날아와 악마의 불을 몇 번 뿌리면 우리는 그 시체도 찾을 수 없을 거네. 시키는 대로 하게.”

총독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한 와트슨 중령은 스티븐슨 중위를 시켜 백기를 내걸게 했고 영국군들은 가온의 화력에 질려 저항 한 번 변변히 해보지도 못하고 항복을 해서 그들과의 첫 전투는 그렇게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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